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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재가 만난 사람(11) | 김병규 아모텍 회장] 세계적 대기업이 중소·중견기업 분발하게 자극 

 

이필재
수출 비중 85%인 소재부품 전문 기술 기업...연 매출액 15~20%를 R&D에

▎사진:전민규 기자
“전산업이 공급 과잉의 덫에 걸려 앱노멀이 노멀인 시대입니다. 시장의 변화를 읽고 업계의 글로벌 리더들이 필요로 하는 새로운 제품을 가장 먼저 최적화해 공급하는 게 아모텍의 성공 방정식이죠.” 김병규 아모텍 회장은 이런 글로벌 리더로 휴대폰 업계에서는 삼성과 애플을, 자동차 업계에선 테슬라와 벤츠를 꼽았다. “이런 제품에 들어가는 기술은 단일한 게 아니라 소재·공정·설계가 다 새로운 복합 기술이죠. 글로벌 리더들과 신뢰도 쌓아야 합니다. 이들 기업으로부터 우리가 공급할 신제품 개발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제공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고객사가 어떤 제품을 만들려 하는지 알기에 이들이 필요로 하는, 그때까지 없던 부품을 기술 융합을 통해 개발합니다. 그런 다음 베테랑들이 그 제품을 그 회사에 들고 가 그쪽 사람들과 세미나를 열어요. 이렇게 하려면 일찍이 미래 트렌드를 예측해 보고 미리 준비를 해야 합니다.”

얼마 전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삼성이 글로벌 1위 기업이 된 건 협력 업체들을 쥐어짠 결과”라고 말해 논란이 됐습니다. 삼성의 부품 공급사로서 어떻게 보나요?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리더가 있기에 국내의 많은 부품 회사가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삼성이 소니 수준이었다면 아모텍이 이만큼 못 컸을 거예요. 과거 전성기의 소니와 파나소닉 덕에 일본 부품사들이 성장한 것과 같은 이치죠. 삼성에 필요한 부품이 곧 다른 글로벌 리더들도 필요로 하는 부품이죠. 삼성이 세계 시장을 제패하는 과정에서 아모텍 같은 부품 회사들이 만든 혁신적인 신제품이 일조를 했고요. 대기업은 우수 중소·중견 기업을 탄생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글로벌 리더들과 어떻게 신뢰를 구축하나요?

“고객사 세미나 때 신소재에 관한 우리의 기술 분석 결과를 보여 줍니다. 우리 기술의 가치를 평가하고 나면 고객사가 마음을 열고 숙제를 내 주죠. 이러이러한 사양으로 자기들이 원하는 부품을 만들어 오라고 주문합니다. 일례로 휴대폰용 메탈 케이스가 상용화되기 전 충전 중 감전 가능성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우리가 얘기해 감전보호소자를 납품하게 됐죠.”

무선충전 및 근거리 무선 통신(NFC) 기능을 함께 실은 콤보 안테나는 ‘월드 퍼스트’ 제품으로 삼성과 함께 개발해 삼성의 표준이 됐다. 월드 퍼스트 기술, 월드 베스트 제품이 아모텍의 비전이다. 아모텍은 1994년 설립됐다. 소재·부품 기술에 강한 기업 간 거래(B2B) 기업으로 출원·등록 합해 762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수출에 주력해 일찍이 2001년 산업자원부 선정 ‘부품소재 수출 리딩 컴퍼니’에 뽑혔다. 15년 만인 2016년엔 ‘2억불 수출탑’을 받았다.

안테나 시장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

2003년 이 회사 칩바리스터는 산자부가 주관하는 ‘세계 일류 상품’에 선정됐다. 칩바리스터는 IT 기기의 회로를 보호하는 정전기 방지용 부품. 국내외 글로벌 IT 기업에 공급하는 칩바리스터와 NFC 안테나는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다. 아모텍 측은 칩바리스터, 휴대폰에 들어가는 복합 안테나, 감전보호소자 등의 경우 세계 시장점유율이 30%대라고 밝혔다. NFC 안테나는 국내 굴지의 전자 대기업 모바일 제품에 약 30%를 공급한다. 김 회장은 “안테나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적으로 자동차가 전기를 많이 사용하고 차 내부의 연결이 중요해지면서 차 한 대에 100개 이상의 안테나가 사용됩니다. 모터도 많이 들어가요. 헤드 라이트가 LED로 바뀌면서 달게 된 쿨링 모터 같은 거죠.” 아모텍은 1997년과 1999년 각각 신소재연구소와 모터연구소를 설립했다. 관리직(437명)의 34.6%가 연구개발(R&D)에 종사한다. 김 회장은 관리자 일부를 제외하면 현장의 생산직은 물론 영업직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기술과 관련한 업무에 종사한다고 말했다.

연 매출액의 몇 %를 R&D에 투자합니까?

“매출액의 15~20%를 R&D에 씁니다. 좋은 회사들은 R&D 투자를 이만큼씩은 해요.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가려면 미래를 위한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고 봅니다. R&D 투자는 매출에 늦게 반영되면 비용으로 털기도 하지요.”

아모텍의 핵심 역량이 뭔가요?

“소재·공정·설계 기술을 잘 복합화하는 겁니다. 혁신의 원천은 소재 기술입니다. 단팥빵에 비유하면 밀가루빵 말고 쌀빵, 귀리빵을 만드는 식이죠. 송편처럼 팥소 대신 콩을 넣을 수도 있죠. 말하자면 재료를 바꾸는 겁니다. 재료를 못 바꾸면 형태를 바꾸는 수밖에 없죠. 공정 기술이 뛰어나면 생산성을 높여 가격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죠.”

수출의 비중이 얼마나 되나요?

“85% 이상입니다. 주로 업계의 글로벌 리더들에게 공급해 수출 비중이 클 수밖에 없어요. 삼성·현대차 등에 공급하는 제품도 대부분 수출로 잡히죠.”

아모텍은 이직률이 어떤 편인가요?

“소재 기업이라 20년 이상 실무를 한 사람이 많습니다. 차·부장급 이상은 퇴사자가 거의 없어요. 주임·대리급은 어느 회사나 이동이 많죠. 사회에 나와 한 20년 지나면서 무엇엔가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이 생긴 사람들이 노력하고 승진도 하는 회사입니다.”

그는 엔지니어들에게 원하는 일을 마음껏 해 볼 기회를 주고 설사 잘못된 결과가 나와도 문책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모텍엔 실패를 해도 실패가 아니라 새로운 개발로 받아들이는 문화가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겪어야 제품의 양산 단계에서 시행착오를 줄이고 결과적으로 새로운 부품도 만들어낼 수 있어요. 엔지니어들이 다양한 소재를 다룰 줄 알아 조성과 공정, 설계까지 정통합니다. 아모텍의 또 다른 경쟁력이죠.”

아모텍은 지난 2분기 영업이익 등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다. 변화가 큰 시장의 부품 제조사로 글로벌 리더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글로벌 리더의 저가형 휴대폰 케이스가 메탈에서 플라스틱으로 돌아간 것이 한 예다. 김 회장은 “상당수의 경쟁사들이 적자로 반전됐지만 아모텍은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정부에 대해서는 어떤 기대가 있습니까?

“정부와 기업은 독립적인 관계여야 한다고 봅니다. 정부가 기업을 관리하려 들면 이런저런 부작용이 생기죠. 전격적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 최저임금 과속 인상 등이 그 예입니다. 정부의 통제를 받을수록 기업 활동은 위축됩니다. 글로벌 시장에 나가 치열하게 국제 경쟁을 해야 하는 가장이 휴직계 내고 집에 들어앉아 배우자와 자녀의 비위를 맞추고 있는 격이랄까요? 정부가, 기업이 더 잘할 수 있도록 도와야 기업도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아모텍은 2003년 코스닥 시장에 등록했고 김 회장은 2009년 코스닥협회장을 지냈다.

어떤 리더십 스타일을 추구하나요?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섬기는 경영을 하려고 합니다. 구성원들의 장·단점을 살펴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하도록 도우려 합니다. 또 서로 이해하고 서로를 인정하게 만들려고 해요. 평소 협업이 잘 돼야 적시에 필요한 기술 융합이 이뤄지죠.”

젊은 세대에게 어떤 조언을 주고 싶나요?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해야 합니다. 고생스런 일에 젊음을 바쳐야 장차 나의 미래가 보장됩니다. 오늘의 말초적 행복을 좇으면 내일의 보람을 기대할 수 없어요.”

1450호 (2018.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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