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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주가 반등 2400선에서 마무리 가능성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불투명한 경기 전망에 금리 인상 가능성...중소형주 눈여겨봐야

주가 하락이 2250선에서 마무리 됐다. 저점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로 생각된다. 문제는 저점 확보 이후다. 흐름이 좋지 않다. 주가가 열흘 가까이 올랐지만 상승률이 3%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 달 반 사이에 9% 넘게 하락했고, 마지막에 미·중국 무역분쟁이나 신흥국 통화 약세 같은 외부 요인이 작동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기대에 못 미치는 상승률이다. 일반적으로 주가는 하락이 심할수록 그리고 외부 요인의 역할이 클수록 회복이 빠르다는 사실과 어긋났다. 종목별로는 순환매가 빠르게 진행됐다. 8월 한 달 사이에도 바이오에서 조선으로, 다시 반도체와 유통으로 빈번하게 매수세가 옮겨 다녔다. 하락폭이 컸던 종목을 조금씩 끌어올리는 것 말고는 특징을 찾을 수 없을 정도였다.

주가 하락 멈췄지만 반등 강하지 않아

주가가 힘있게 오르지 못한 건 투자자들이 성장 둔화와 금리 상승이 겹치는 상황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고용 사정 악화로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이 어려워졌지만 가능성까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그동안 한국은행은 금리 결정 과정에서 소수의견이 나오고 일정 시간이 지난 후 금리를 올리는 패턴을 반복해왔다. 시장에 금리 인상 신호를 주기 위해서였는데, 6월 이후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늘어나고 있었다. 과거 패턴으로 보면 금리를 올릴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할 수 있다. 만약 연내에 고용 사정이 개선되거나 신흥국 통화 약세가 더 심해질 경우 우리도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

박스권 상단이 낮은 것도 문제다. 이번 반등은 2400부근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주가가 떨어지는 와중에 흐름을 바꾸기 위한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2400을 넘지 못하고 끝났다. 이 지수대에서 주식을 팔겠다는 사람이 상당수 존재한다는 의미가 된다. 박스권이 2250~2400 사이에서 만들어질 경우 그 폭이 150포인트 밖에 되지 않는다. 최저점 대비 상승폭이 6%로 시장을 바꾸기에는 너무 적다.

주가가 반등을 시작한 건 시장의 체질이 좋아져서가 아니다. 투자자들의 느낌이 역할을 하고 있다. 주가가 갑자기 하락한 후 2250에서 방어선을 만들자 투자자들이 주가가 싸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금 싸다고 느끼는 주가도 익숙해지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주가가 심리에 따라 좌우되는 걸 막기 위해서는 경기나 기업 실적 개선이 필요한데 아직은 그럴 수 있는 상황이 못 된다.

금융주를 마지막으로 1차 순환매가 마무리 됐다. 앞으로 종목별 움직임은 두 가지 형태가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하나는 1차 때보다 더 소수의 종목을 중심으로 두 번째 순환매가 진행되는 것이다. 대상 업종이 줄어들고 순환매에 참여한 종목과 그렇지 못한 종목 사이에 수익률 격차가 벌어져 투자 판단을 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 이 경우 눈여겨봐야 할 종목이 바이오와 조선, 통신, 미디어다. 1차 순환매에 참여해 단기에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순환매가 끝난 후에도 주가가 크게 하락하지 않았던 종목들이다. 7월까지 하락폭이 컸다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는데, 가격 메리트가 사라졌다고 판단하는 순간까지 반등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또 하나 눈여겨봐야 할 대상은 중소형주다. 대부분의 경우 대세 상승은 대형주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중소형주의 경우 처음에는 흐름을 같이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승 대열에서 벗어나 마지막에는 종합주가지수와 거꾸로 움직이기도 한다. 그 영향으로 가끔 시장이 약세로 바뀌는 과정에 중소형주가 오르는 경우도 있다. 중소형주가 8월 순환매에 참여하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다. 단독으로 상승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데 시장 상황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지금은 새로운 유동성이 들어오기 힘든 상황이다. 있는 돈만으로 시장을 움직여야 하는데 대형주보다 중소형주가 더 적합하다. 소규모 자금으로 주가를 움직일 수 있는 데다 주가가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신흥국 통화 절하가 심해지고 있다. 인도 루피화가 사상 최초로 1달러당 70루피를 넘었고 브라질 헤알화도 다시 달러당 4헤알 위로 올라갔다. 터키에서 시작된 환율 변동이 여러 곳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해외 투자를 통해 상당한 자금을 신흥국에 쏟아 부은 우리 투자자들로서는 신경 쓰이는 변화일 수밖에 없다.

2015년에도 신흥국 통화가 절하된 적이 있다. 당시 브라질 헤알화가 달러당 4.2헤알까지 올랐고 러시아와 멕시코 환율도 급등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고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를 밑돈 게 상황을 악화시킨 주범이었다. 지금이 2015년보다 상황이 나쁘다. 2015년에 막연한 두려움이 문제였다면 지금은 불안 요인이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도 커졌다. 이미 상황 변화를 체험했기 때문에 두려움이 더 커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경제 전망도 좋지 않다. 신흥국이 선진국보다 월등히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건 2000년대 10년 정도가 유일하다. 그 전에는 성장률이 비슷했거나 높다고 해봐야 2~3%포인트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1990년대가 대표적이다. 전기간에 걸쳐 신흥국과 미국의 성장률이 비슷했다. 당분간 신흥국이 선진국보다 월등히 높은 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중국의 성장률이 6%대로 떨어졌고, 브라질·러시아 등은 눈앞에 놓인 불안 요인을 해소하는 것조차 힘겨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흥국 통화 움직임을 고려하지 않고 투자에 나서는 건 무모한 시도로 보인다.

브라질 국채는 10월 대선 이후 투자해야

우리 투자자 사이에 투자 비중이 큰 두 개의 신흥국 자산도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 중국 주식은 언제 상승으로 돌아설 수 있을지 가늠이 안 된다. 후강통 재료가 사라진 2016년 이후 상하이지수는 3000선을 중심으로 게걸음을 계속해왔다. 같은 기간 나스닥이 70% 넘게 상승한 걸 감안하면 움직임이 거의 없었다고 보는 게 맞을 정도였다. 중국 시장은 특징적인 형태를 가지고 있다. 주가가 오랜 시간 지지부진하다 어떤 재료를 만나거나 해외 시장과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고 느끼는 순간 급등해 그 격차를 한꺼번에 해소하는 형태다. 2005년 상승이 해외 시장과 격차 때문이었다면 2015년은 재료가 역할을 했다. 오랜 휴식에도 중국 주식시장에서 상승동력이 만들어진 것 같지는 않다. 7월 하락 와중에 중국 주식시장이 3000선 밑으로 내려왔다. 3년 넘게 유지해온 지지선조차 지키지 못할 정도로 시장의 힘이 약하다는 의미가 되는데, 이런 상태에서 초과 수익을 내기 힘들다.

브라질 국채는 10월 대선이 끝날 때까지 투자를 미루는 게 좋다. 원화 대비 헤알화 환율이 270원까지 내려와 가격 메리트가 생겼지만 대선 과정에서 주가와 환율이 요동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위험을 먼저 떠안기보다는 상황이 정리돼 환율의 방향이 결정된 후 투자하는 게 좋다. 해외 투자를 통해 한꺼번에 높은 수익을 올리겠다는 생각보다 작은 수익을 차근차근 쌓아가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때다.

1450호 (2018.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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