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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의료 찬반 쟁점은] 의료 접근성 저하 vs 밥그릇 챙기기 

 

함승민 기자
‘원격의료→의료민영화’ 프레임으로 거부감 커져...“기대도 걱정도 과장됐다” 지적도

▎대한의사협회는 2014년 1월 16일 정부가 추진 중인 원격의료 및 의료법인 자회사 허용 정책에 반대해 총파업(집단휴진)을 결의했다. 이날 서울 이촌동 의협회관에서 열린 노환규 당시 회장(왼쪽)의 회견 도중 한 시민이 파업 반대를 외치다 제지당하고 있다.
원격의료는 스마트폰통신이 가능한 의료장비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기를 이용해 의사가 멀리 떨어져 있는 환자를 진료하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IT가 세계 최고 수준인 만큼 원격의료를 위한 여건도 충분히 갖춰져 있다. 하지만 원격의료는 2000년 강원도 16개 시·군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이 실시된 이래 20년 가까이 제자리걸음이다. 특히 2010년 이후 정부는 원격의료 확대를 적극 추진했지만, 핵심 규정이 담긴 의료법을 개정하지 못하면서 진척되지 못했다.

도산 우려 큰 동네 병·의원 반발 커


의료법은 의사-의사(의료인) 간 원격 의료는 허용하지만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는 금지한다. 옆에 의사나 간호사가 있어야, 멀리 있는 의사에게 원격진료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지금 상황에선 무릎이 아픈 노인 환자도 약 처방을 받기 위해 직접 병원까지 가야 한다. 한밤에 아이가 아플 때 응급실에 가야 할지 영상통화로 당직 의사에게 상담을 받을 수도 없다. 아예 의사가 없는 상황에는 더 무용지물이다. 외딴 섬, 산 속, 군부대, 원양선박, 교정시설 등이 대표적이다.

원격의료를 찬성하는 이들은 이런 점을 들어 의료서비스의 개선과 ‘의료 사각지대’의 해소를 위해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원격의료가 전면 도입될 경우 120만 명의 의료 소외계층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일반 환자들의 편익도 커진다. 직장과 육아 탓에 시간 맞춰 병원을 찾기 어려운 사람은 물론 이동이 어려운 장애인과 만성질환 관리를 위해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야 하는 노인도 편하게 원격의료를 이용할 수 있다. 진료 효율성이 높아 의료비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원격의료 관련 산업이 꽉 막힌 국내 산업계의 돌파구가 될 거라는 기대도 크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원격의료는 정보통신, 의료기기 등 관련 산업과의 시너지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타티스타에 따르면 세계 원격의료 시장 규모는 2015년 181억 달러(약 20조원)에서 2021년 412억 달러(약 46조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원격의료 이용률이 인구의 20%로 확대되면 2조원 규모의 신규 시장이 생겨날 것으로 추산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영리병원 설립, 원격의료 허용 등을 가로막는 규제를 풀 경우 최대 37만4000개의 새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기대감을 바탕으로 정부는 2010년 본격적으로 원격의료 도입을 시도했다. 국무회의에서 의료취약지역 거주자, 교도소 등 의료기관 이용 제한자 등 약 446만 명을 대상으로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곧바로 강한 반대에 부딪쳤다. 특히 2000년 원격의료 첫 시범사업부터 시범사업 확대 논의까지 전 과정에서 강경하게 반대 목소리를 높인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의 반발이 커졌고, 결국 법 개정은 무산됐다.

당시 반대 측에서 든 표면적인 이유는 ‘의료 서비스 질 저하’다. 의사 없이 환자 혼자 입력한 의료 정보가 잘못되면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이루어질 수 없고 자칫 의료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정보를 입력·전달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할 수 있고, 현실적으로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과 장애인이 실수 없이 복잡한 IT기기를 다루는 것이 가능하겠느냐는 의문도 제기했다. 의사의 지시를 받는다 해도 비전문가인 환자가 직접 의료행위를 수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과, 기기 마련에 환자의 부담이 커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후 긴 논란을 거듭한 끝에 2016년 정부는 새 개정안을 내놨다. 의사-환자 간에도 원격의료가 가능하게 하면서도 원격 의료의 대상은 재진환자나 경증 환자 등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또 대면 진료 없이 원격의료만 하는 기관은 운영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일정 부분 반대 논리를 수용한 것이다. 일부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연구 자료도 내놨다. 2016년 1월 복지부는 148개 참여기관(환자 5300명)을 대상으로 2차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벌인 결과 원격의료 관련 오진이나 부작용 등 안전성 문제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도서벽지 주민의 88.9%도 “원격의료가 전반적인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그러나 반대 목소리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몇몇 기술적·의료적 문제 외에도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이 문제 삼는 건 ‘숨은 의도’다. 찬성 측의 진짜 의도가 의료의 질 개선이 아니라 경제 논리에 있다는 것이다. 원격의료의 도입은 자본을 바탕으로 이 시장에 진출하려는 몇몇 대기업의 배만 불리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들은 “설령 찬성 측이 내세우는 산업효과가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그게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한다.

한 발 더 나아가 일부 반대론자들은 원격의료를 의료 영리화와 연결시킨다. 원격의료 허용을 계기로 ICT와 의료를 접합시킨 대기업들이 의료 시장에 더 많이 진출하고 종국에는 독과점으로 이어져 맹장수술 같은 간단한 치료를 받는 데 몇 백만 원을 부담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반면, 찬성 측에서는 이를 두고 ‘괴담’ 수준의 억측이라고 본다. 의료 영리화 자체에 대한 논란이나 판단은 차치하더라도, 명확한 과정 설명도 없이 ‘원격의료→의료 영리화’라는 도식을 만들어 국민들의 공포심을 자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찬성론자들은 “결국 반대의 이유도 자기 밥그릇 챙기기일 뿐”이라고 날을 세운다. 원격의료로 환자들의 대형 병원 쏠림 현상이 가속화할 것을 우려한 동네 병·의원이 신기술의 시장 진입을 막는다는 얘기다. 원격의료가 가능해지면 환자들이 굳이 동네 병원을 찾지 않고 서울 대형 병원의 유명 의사에게 진료를 받기 위해 줄을 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료계는 오히려 이점을 당당하게 주요 반대 논거로 삼는다. 동네 병·의원들의 몰락은 국민들의 의료접근성의 저하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의료전달시스템 먼저 손 봐야” 지적도

한편, 일각에서는 원격의료 이슈가 본질보다 과장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의료기기 업체 관계자는 “한국은 인구밀도가 높고 병원이 많다. 의료 접근성이 좋은 편”이라며 “이는 반대로 말하면 원격의료 시장이 크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환자들도 원격 진료에 드는 비용과 그냥 병원에 가는 편익을 따질 것이고, 기업들도 사실 국내 원격의료 시장에는 큰 기대가 없다”며 “의료 사각지대 해소라는 장점과 동네 병·의원 위기 정도는 실제 고민해볼 문제지만, 그 이상의 기대와 우려는 논란이 핑퐁게임을 반복되면서 커진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원격의료를 두고 논쟁하기 전에 의료전달체계를 먼저 제대로 갖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의료전달체계는 대형 병원의 환자 집중 현상을 막기 위해 병·의원을 거친 다음 종합병원으로 가도록 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환자가 큰 병원으로 몰리면서 각급 병원이 무한경쟁을 하는 상황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겸상을 하면 안 되는 이들이 한 상에서 밥그릇 뺏기를 하고 있는데, 거기에 또 누구를 앉히겠다고 드니 싸움이 나는 것”이라며 “이 체계를 먼저 잡는 게 원격의료 논란의 해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함승민 기자 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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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1호 (2018.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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