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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日 원격의료 현황은] 美 보험급여 혜택 확대 추진 日 진료비 올려 병원 부담 줄일 방침 

 

허정연 기자
中 의료개혁 핵심 사업으로 추진 … 정신과 상담 등 통원 꺼리는 분야에서 각광

미국 오클라호마주는 1995년부터 대도시와 농촌지역 병원을 잇는 원격의료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지역거점병원과 50여 곳의 소규모 병원을 연결하는 이 서비스는 세계 최대 규모에 달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대학에서는 광통신 네트워크를 구축해 부속병원과 X선 영상을 주고받는 원격의료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환자들은 먼 본원에 가는 대신 거주지 인근 부속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본원 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미국은 원격의료 분야에서 세계 최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BIS월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원격의료 서비스 시장 규모는 20억 달러(약 2조2500억원)에 달했다. 이는 2012년부터 해마다 평균 45%의 성장률을 기록한 결과다. IBIS월드는 2022년까지 시장 규모가 30억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5G 네트워크 개발과 미국 전역을 아우르는 초고속 통신망 건설을 추진하고 있어 원격의료가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원격의료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는 물론 병원 역시 한정된 자원과 시간으로 더 많은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원격의료 시장 확대를 환영하는 추세다.

여기에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 만성질환 환자의 불필요한 병원 방문 횟수를 줄일 수 있어 의료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만성질환을 앓는 환자가 미국 원격의료 이용 고객의 약 80%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내 자가 모니터링 기기는 2017년 시장 전체 매출의 40%를 넘어 원격 의료 산업의 가장 큰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헬스케어 기업 애보트는 최근 삽입형 심박측정기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과 연결시켜 간편하게 모니터링할 수 있게 했다. 환자의 상태가 스마트폰 앱에 바로 기록돼 의사에게 전송할 수 있는 기술이 핵심이다. 미국 내 1900만 명 이상의 가입자를 둔 메디케어 보험을 소유한 뇌졸증·신부전 환자의 보험급여 혜택을 원격의료에도 동일하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입법도 진행 중이다.

가상진료와 모니터링 기기 발달

더불어 진료 기록을 전산화해 관리·보관하는 전자의료기록(EMR) 시스템을 개발한 덕에 원격의료 시스템이 더욱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구글과 애플도 의료정보 저장·관리 효율성과 사용자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트라 워싱턴무역관 측은 “통신 기술과 네트워크의 발달로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원격의료에도 적용하면서 일상에서 원격의료 사용이 보편화 될 것”이라며 “특히 정신과·피부과·소아과 등의 분야는 가상진료와 모니터링 기기의 발달로 점차 원격의료 기술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에서도 원격의료 도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일본은 그동안 주로 의사 수가 부족한 외딴섬이나 산간벽지 등 인구 과소지역을 중심으로 원격의료를 시행했다. 특히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의료진이 부족해진 후쿠시마현 지역 병원의 경우 한때 존폐 위기에 처했지만 원격의료 서비스를 도입해 문제를 해결했다. 대표적인 원격의료 서비스 방식은 태블릿 화면으로 의사와 대화하고, 처방을 받는 것이다. 치료 후 지불은 신용카드로 한다. 이 같은 방식은 이제 도서지역뿐 아니라 병원을 직접 방문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바쁜 직장인에게도 각광받고 있다.

도쿄의 최대 번화가 롯폰기에 위치한 병원인 ‘신 롯폰기 클리닉’은 정신과·심장내과·내과 진료에 원격의료 서비스를 도입했다. 병원 측에 따르면 우울증 상담이나 금연치료 등에서 원격의료의 이용 빈도가 높다. 금연치료의 경우 일에 치여 병원에 올 시간이 없는 샐러리맨이 주요 이용 고객이다. 이 병원의 경우 원격의료 도입 이후 금연치료를 완료하는 환자 비율이 80%를 넘어섰다. 병원을 내방해야 하는 불편함을 해소했기 때문이다. 외부 시선 때문에 통원을 꺼리는 우울증 등 정신과 상담을 받는 환자도 원격의료를 받는 비중이 30%에 달한다.

현재 일본 내 원격의료를 위한 앱 개발 관련 기업은 약 10개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4개사가 원격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이 900개에 이를 정도로 일부 기업에 집중돼 있다. 시장은 점차 커지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있다. 현재 일본의 의료보험제도 하에서 원격의료의 진료비는 의사를 직접 만나는 통상의 대면진료보다 낮다. 원격의료 비중이 커질수록 의료기관의 수입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일본 정부는 지난해 6월 원격의료의 진료비 개정을 위한 법률안을 내놨다. 원격의료 확대를 위한 의료환경을 조금씩 정비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원격의료에 대해 “대면진료와 조합하면 효과적“이라며 원격 의료 확대 이용을 위한 진료비를 개정할 방침을 표명했다. 현재 일본에서 의료기관이 원격의료를 통해 벌어들이는 금액은 통상적인 외래진료 보수의 30% 수준이다. 관련 법률을 개정하면 현재보다는 원격의료 진료비가 조금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여전히 외래진료보다는 저렴한 선에서 그칠 전망이다.

중국 정부도 의료기관의 원격의료 시스템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외국 자본의 의료기관 투자 규제를 완화하고,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 서비스를 허용하는 등 원격의료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있다. 미국·일본 같은 의료 선진국과 달리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원격의료 추진 배경에는 의료기관의 불균형한 분포, 의료 인력 부족, 저품질 의료 서비스 등 고질적 문제가 더 컸다. 중국은 낙후된 의료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의료개혁을 시작했다. 이 중 원격의료 도입을 의료개혁의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 광동성 제2인민병원은 중국 최초로 환자와 의사 간 원격의료 서비스가 가능한 원격의료기관으로 비준된 사례다. 환자는 지역 보건소나 약국에서 화상을 통해 의사와의 원격의료와 처방을 받을 수 있다. 또 고혈압·당뇨병 등 전문 영역에 대한 의료정보 클라우드를 개설해 환자가 온라인으로 원격 진료를 받거나 1차 의료기관에서 담당의와 원격 의료진과의 협진을 통해 진단 받을 수도 있다.

병원 진료 외 환자 관리 도맡는 알리바바 ‘미래 병원’

알리바바가 자회사 알리헬스를 통해 제시한 미래 병원 모델의 경우 경우 의료기관의 사례는 아니지만 중국 원격의료의 발전 방향을 보여준 케이스다. 이 미래 병원 모델은 병원이 진료만 담당하고, 환자 관리와 운영, 의약품 전달 등의 관리 업무는 알리바바가 대행하는 방식이다.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환자는 병원 검색, 진료예약을 거쳐 병원 진료실을 안내받고 의료비는 모바일 결제를 통해 지불한다. 이때 알리바바는 의료보험 연계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위해 알리바바는 모바일 처방, 의약품 배달, 전자처방전 발급, 의료비 온라인 지출, 의료보험과 연계 등을 포괄하는 종합 온라인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1451호 (2018.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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