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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메라4 E-하이브리드·랭글러 비교 시승기] 트랙의 제왕 VS 오프로드 최강자 

 

김유경 기자
파나메라, 폭우 뚫고 짜릿한 운동성능·안정감…랭글러, 계곡·언덕도 거침 없이 돌파

▎포르쉐 파나메라4 E-하이브리드 (오른쪽)는 어떤 도로 환경에서도 뛰어난 운동신경을 자랑하며, 지프 랭글러의 오프로드 성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자동차는 기계공학의 정수를 담고 있다. 2만여 개에 달하는 부품을 톱니바퀴처럼 유기적으로 잘 맞물려야 해서다. 작은 부품 하나라도 오작동을 일으키면 주행 성능이 저하됨은 물론 안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차량의 개발 목적에 따라 어떤 부품을 골라 얼마나 정교하게 잘 조립했느냐에서 제조사의 실력이 드러난다. 특히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극한 환경에서 더욱 그렇다. 눈·비가 많이 내리는 산악 도로나 도로가 없는 산길에서도 잘 달리려면 엔진·미션·서스펜션의 궁합부터 볼트·너트의 조임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 1년 내내 햇빛이 내리 쬐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16차선 고속도로에서는 자동차의 진짜 실력을 알기 어렵다. 특히 요즘 운전자들은 차량의 성능·안전·밸러스 등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져 작은 차이가 판매량을 극단적으로 가를 수 있다. 제조사들이 연구·개발(R&D)에 공력을 쏟는 이유다.

빗길에서도 도로 움켜쥔 듯 달려


▎8월 29일 강원도 인제스피디움에서 진행된 슬라럼 테스트. 폭우로 빗물이 잔뜩 고여있음에도 포르쉐 파나메라4 E-하이브리드는 안정적인 코너웍을 선보였다. / 사진:김유경 기자
극한 상황에서도 우수한 성능을 뽐내는 최고의 ‘운동선수’를 만나봤다. 포르쉐 파나메라4 E-하이브리드와 지프 랭글러가 주인공이다. 파나메라는 어떤 환경에서도 정숙성·안정감을 놓치지 않고 높은 운동성능을 발휘하는 트랙의 제왕이다. 랭글러의 홈그라운드는 오프로드다. 계곡과 산길에서 어떤 장애물을 만나도 거침없이 길을 만들어낸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원형이기도 하다.

시간당 최고 50㎜의 비가 쏟아진 8월 29일 강원도 인제에서 새로 출시된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를 만났다. 인제에서 속초를 오가는 약 120km의 공도를 주행했다. 이날은 하루 종일 많은 비가 내려 일부 도로가 유실되고 도로 곳곳에 흙탕물이 들어찰 정도로 도로 사정이 나빴다. 그만큼 파나메라의 성능을 시험하기엔 제격이었다. 파나메라4 E-하이브리드의 주행 성능은 가솔린 모델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았다. 파나메라4 E-하이브리드는 파나메라 최초의 사륜구동 모델로 차 바퀴가 물웅덩이에 잠겨도 미끄러짐 없이 빠져나갈 수 있을 정도로 안정감이 넘쳤다. 주행 중에 의도적으로 차 왼쪽 두 바퀴를 빗물이 고인 곳에 빠뜨렸는데, 오른쪽 두 바퀴만으로 큰 힘 들이지 않고 물웅덩이를 헤쳐나갔다. 와인딩 구간에서도 바퀴가 도로를 움켜쥐듯 접지력이 뛰어나 주행이 안정적이다. 서스펜션 세팅도 딱딱해 스티어링휠을 좌우 크게 돌려도 차체의 출렁임은 크지 않다. 전륜 서스펜션에 더블 위시본을 사용해 빠르고 직관적인 주행이 가능하며, 후륜에는 멀티링크를 써서 뒷좌석은 승차감은 편안하다.

인제 스피디움에서 진행한 빗길 슬라럼 테스트에서 차를 극한까지 몰아부쳤지만 안정감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초반 50m 직선 구간을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 가속했는데, 바로 이어지는 지그재그 커브 구간을 감속하지 않고도 통과할 수 있었다. 가속페달을 더 밟아도 될 정도로 조향에 여유가 있다. 마지막 가속 후 정지 구간에서도 미끄러짐 없이 운전자가 원하는 위치에 정확히 차가 섰다. 트렁크 아래에 배터리가 있어 차량의 무게비는 앞쪽 48%, 뒤쪽 52%로 뒤가 더 무겁다. 이 때문에 이전 모델에 비해 브레이크는 다소 밀리는 느낌은 있다.

가속력 역시 폭발적이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빗길임에도 바퀴가 헛돌지 않고 가볍게 150~160km/h의 속도를 낸다. 최고 속도는 278km/h로 속도계가 160km/h에 올라도 힘은 여유가 넘친다. 파나메라4 E-하이브리드는 330마력의 출력을 내는 2.9리터 엔진과 136마력(100kW), 40.8kg·m의 토크를 내는 전기모터를 내장했다. 합산 출력은 총 462마력, 합산 토크는 71.4kg.m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6초. 국내에 들어오는 파나메라4 E-하이브리드에는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가 기본적으로 장착돼 있어 런치컨트롤 등 스포츠 주행을 즐길 수 있다. 파나메라4 E-하이브리드의 주행모드는 전기로만 달리는 ‘E-파워’, 전기와 내연기관을 함께 쓰는 ‘하이브리드’, 내연기관 중심으로 퍼포먼스를 내는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등 총 4종류다. E-파워 모드에서도 런치컨트롤을 사용할 수 있다. 어떤 주행모드를 선택해도 폭발적인 주행 성능을 맛볼 수 있다.

포르쉐는 이번 모델에서 전기모터와 엔진 간에 출력 조합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전기모터와 엔진이 따로 돌지 않고, 모터가 힘을 발휘할 때는 엔진이 보조하고, 엔진이 출력을 높일 때는 모터가 힘을 적절히 조절한다. E-파워 모드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 가속페달을 밟으면 엔진이 조심스럽게 개입해 전기 모터의 출력을 보완한다. 전기로만 달릴 수 있는 거리는 최대 33km. E-파워 모드의 최고 속도는 140km/h다. 하이브리드 모드 역시 가속페달 깊게 밟거나 배터리 잔량이 떨어지면 자동으로 충전 등 모드로 전환해 에너지 효율성을 높였다. 고성능 차량임에도 복합연비는 국내 중형차와 비슷한 ℓ당 12.3km.

전기모터·엔진 서로 출력 보완


특히 전기모터, 혹은 엔진으로 구동력을 전환할 때도 별다른 출렁임이나 소음이 없는 점은 인상적이었다. 파나메라4 E-하이브리드는 유압식이 아닌, 변속 반응이 빠르고 부드러운 전기 기계식 하이브리드 모듈을 장착했다. 미션은 ZF의 8단 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PDK)을 사용했다. 일반적으로 하이브리드 차량에서 동력원 전환시 발생하는 소음이나 출렁임 문제를 해결했다.

실내도 만족스럽다.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12.3인치 터치 디스플레이를 사용해 내비게이션 등 각종 운전 정보를 제공한다. 전기 에너지의 소모, 충전 용량 등 동력의 흐름도 파악할 수도 있다. 다만 비상등은 센터페시아 하단에 놓여있어 불편하다. 손을 뻗으면 기어봉에 손이 걸린다. 전자식 버튼이라 손의 감각만으로 찾기도 어렵다. 갑작스런 상황에 순간적으로 대응하기에 어려워 보인다. 파노라마 선루프, 마사지 시트, 3D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 등 최고급 세단의 정체성도 유지했다. 다만 벤츠 S클래스 63 AMG 등 경쟁 차종에 비해서는 고급스러움은 다소 떨어지는 점은 아쉽다. 옵션을 제외한 가격은 1억 5720만원(부가세 포함)이다.

파나메라가 어떤 도로 환경에서도 최고의 주행성능을 내는 차라면, 지프 랭글러는 도로가 아닌 곳을 자유자재로 다닐 수 있는 차다. 지프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의 요청으로 산이나 비포장 길을 기동성 있게 다니기 위해 개발된 사륜구동 차량이다. 전후에는 아웃도어 활동을 위한 차로 대중화 됐다. 바비 인형이나 컨버스 운동화, 코카 콜라, 버버리 코트처럼 지프도 사륜구동 SUV 차량을 일컫는 대명사가 됐다. 파블로 로쏘피아트크라이슬러(FCA)코리아 대표는 “모든 SUV의 참고 모델인 랭글러는, SUV 현재이자 미래이며 이 카테고리를 재정의 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SUV 현재이자 미래


▎랭글러는 록트랙· 스웨이바 등 여러 사륜구동 기능을 활용해 험로를 단숨에 통과할 수 있다. / 사진:김유경 기자
‘지프가 가는 곳이 곧 길’이라는 캐치프레이즈에 걸맞게 지프의 튼튼한 차체와 기동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지프의 여러 라인업 중에서도 유산과 정체성을 가장 잘 승계한 모델은 ‘랭글러’다. 8월 21일 강원도 평창에서 11년 만에 완전 변경된 ‘올 뉴 랭글러’를 만났다. 흥정산 계곡 일대 포장도로 5㎞와 록크롤링(rockcrawling)를 포함한 오프로드 3㎞ 등 8㎞ 코스를 왕복하는 총 16㎞ 시승 코스다. 포장도로를 달리다 산의 비포장길로 진입해 돌길과 가파른 오르막길, 계곡을 타고 내려오는 복합코스여서 랭글러의 성능을 충분히 맛볼 수 있었다.

랭글러는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난 차다. 앞에 어떤 장애물이 있든 바닥 상태가 어떻든 이를 힘으로 거뜬히 해결한다. 계곡에 들어선 처음에는 불안감을 갖고 운전을 시작하지만, 이는 이내 자신감으로 바뀐다. 성인 남성 몸통 만한 돌덩이와 자갈이 무수한 계곡 길을 거침 없이 달리며 작은 돌과 나무뿌리가 얼키설키 엮인 흙 길을 가볍게 뚫고 갔다. 랭글러의 휠은 17인치며, 33인치 크기의 오프로드용 초광폭 타이어를 장착해 차체가 높다. 성인 남성의 허리 높이인 76cm까지 수중도하 할 수 있다. 차량 내 전자장비는 모두 봉인돼 있고, 공기흡입구도 높게 설계돼 있어 물로 인한 차량 손상 가능성은 크지 않다.

30~40도 경사의 흙 언덕도 한발한발 발을 내딛듯 흔들림 없이 올랐다. 언덕을 오를 때 발 밑에서는 동력이 붙었다 떨어졌다 반복하는 느낌이 들었다. 바퀴의 미끄러짐 등을 방지하기 위해 바퀴마다 구동력을 일정하게 나누는 록트랙 기능과 바퀴의 축을 제어해 험로를 주파할 수 있는 스웨이바 기능이 작동해서다. 변속기어 좌측의 사륜기어 변환 레버로 길 사정에 맞게 차 높이와 구동방식을 바꿀 수도 있다. 여러 제어 기능을 이용해 힘을 집중시켜 험로를 단번에 돌파할 수 있다. 사륜구동 최강자라 불릴 만하다. 또 이전에 없던 8.4인치 디스플레이를 장착해 차의 상태를 운전자가 시각적으로 볼 수 있게 했다. 언덕길에서의 피칭과 요잉, 차체의 기울기, 바퀴의 각도 등을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올 뉴 랭글러 모든 모델은 미국 군용차 평가 기관 ‘네바다 오토모티브 테스트 센터(NATC)’가 주관하는 오프로드 코스 테스트에서 성능을 인증 받아 ‘트레일 레이티드(Trail Rated)’ 배지가 붙어있다.

가속력 높이고 소음·진동 잡아

도로 주행 성능도 대폭 개선됐고, 운전자 감성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그간 랭글러는 많은 진동과 소음으로 도심형으로는 부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새 모델은 국내 도심형 SUV와 견줘도 뒤지지 않을 정도의 정숙성을 보여줬다. 진동·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파 헤드라이너(천장에 설치하는 소음-진동 방지 부품)를 기본으로 장착했다. 또 ZF의 8단 자동변속기를 사용해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반응 속도가 크게 좋아졌다. 연비 효율이 36% 향상돼 연비도 리터당 8.2~9㎞로 개선됐다. 올 뉴 랭글러는 2.0L 터보차저 직렬 4기통 엔진을 탑재했으며, 최고출력은 272마력, 최대토크는 40.8㎏·m다. 노면 충격을 줄이는 전자유압식 스티어링휠을 사용해 조향 편의성도 높였다. 다만 타각이 커 스티어링휠을 돌려도 원하는 만큼 바퀴가 회전하지는 않았다. 또 커브를 빠져 나온 뒤에는 운전자가 직접 스티어링휠을 돌려 원위치시켜야 하는 점은 불편하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1945년 출시된 ‘CJ’를 오마쥬 했고, 7슬롯 그릴과 둥근 헤드램프, 헤드램프 옆에 유기발광다이오드(LED) 주간 주행등과 방향 지시등을 나란히 설치했다. 운전석은 프리미엄 가죽시트를 사용했고, 수평 대시보드를 달아 클래식한 느낌을 살렸다. 신형 랭글러의 국내 출시 가격은 트림에 따라 4940만∼6140만원이다.

- 평창·인제=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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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1호 (2018.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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