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ZOOM] 북녘에도 무르익는 가을 

 

사진·글=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추석을 앞두고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임진강 너머로 보이는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관산반도 들녘이 누렇게 물들어 있습니다. 북한에서 ‘민족 최대의 명절’은 우리나라처럼 추석이나 설날이 아니라 ‘태양절’로 불리는 김일성 주석의 생일(4월 15일)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2월 16일)입니다. 북한의 추석은 1967년 음력설, 정월대보름 등과 함께 김일성의 ‘봉건잔재 일소’ 지시로 금지됐다가 1988년 김정일의 ‘조선민족제일주의 주창’에 의해 다시 부활됐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흩어졌던 가족이 한데 모여 음식을 나눠먹고 이야기꽃을 피우기 위한 ‘민족의 대이동’ 같은 현상은 없습니다. 조촐하게 하루 쉬면서 조상의 묘소를 참배하는 정도입니다. 추석을 일주일 앞두고 평양에서 열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회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남과 북 똑같이 누렇게 물든 들판처럼 우리 민족 모두에게 풍성하고 흡족한 한가위 선물을 기대해 봅니다.

1452호 (2018.09.24)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