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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우진의 1인 회사 설립·운영 길잡이(8)] 개인통장처럼 법인계좌 쓰면 큰 코 다쳐 

 

백우진 글쟁이주식회사 대표
대표자의 회사 자금 인출은 가지급금…법인세 부담 커지고 세무조사 대상될 수도

▎사진:© gettyimagesbank
개업 행사를 치르지 않았다. 개업 행사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측면도 있었다. 나는 사무실 공간을 잡지 않은 채 가상오피스를 계약한 후 그 주소로 1인 주식회사를 등기하고 사업자를 등록했다. 개업 행사를 한다며 사람들을 부를 사무실 공간이 없었다. 그래도 뭔가 개업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행위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현듯 ‘개업 격려금을 내게 주자’는 생각이 떠올랐다. 금액은 50만원으로 정했다. 법인계좌에 넣었다. 그 날이 3월 30일이었다. 개업한 2월 26일 이후 한 달여 후였다.

개업 격려금을 넣으면서 나는 ‘이 돈이 마중물이 되라’는 기대를 함께 부었다. 실행이 뒷받침되지 않은 기대는 기대에 그쳤다. 의욕적인 개업 이후 비자발적인 휴업이 이어졌다. 2월부터 5월까지 넉 달 동안 다른 회사에 다니느라 영업에 나서지 못한 탓이 컸지만, 여하간 글쟁이주식회사의 법인계좌는 격려금이 들어온 이후 다시 휴면 상태에 들어갔다.

가지급금은 법인세 부담 이중으로 키워


나는 8월부터 내게 월급을 주면서 회사를 운영하기로 했다. 문제는 법인계좌에 현금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또 8월 급여는 주더라도 이후 안정적으로 매출이 발생한다는 보장이 없었다. 글쟁이 매출은 주력 사업인 직장인 글쓰기 강의가 궤도에 오르기 전에는 들쭉날쭉할 공산이 컸다. 그래서 법인계좌에 개인 자금을 추가로 넣었다. 회사에서 월급을 받기 위해 내 돈을 회사에 입금한 것이다.

무지했던 나는 내가 법인계좌에 돈을 넣었다가 그 금액을 인출하는 데 대한 개념이 없었다. 법인의 대표자가 자신의 개인 돈을 법인계좌에 입금해 그 자금으로 회사를 운영할 경우, 입금한 금액은 ‘가수금’이라는 계정으로 잡힌다. 가수금은 법인으로 들어온 돈이 처리할 계정이 불명확한 경우 등에 일시적으로 처리하는 계정으로, 부채 항목에 해당한다. 내가 입금한 가수금은 글쟁이가 내게 진 빚에 해당하는 것이다.

가수금의 반대 계정은 가지급금이다. 대표자가 급여나 상여 외에 영업이나 개인 용도로 법인계좌에서 돈을 인출하면 가지급금으로 잡힌다. 가지급금은 법인에서 현금 지출이 발생했는데 지출 내용이 명확하지 않거나 기타 사유로 처리할 계정과목 또는 금액이 확정되지 않은 경우 임시로 처리하는 계정 과목이다. 책 [주식회사 경영상식 백과]에 따르면 대표자의 인출 외에 기업 경영에서 가지급금이 실무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 있으며, 그 상황은 주로 법인으로부터 지출된 자금 중 여러가지 사유로 비용 처리 증빙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경우 세무사 사무실에서 회계 처리시 가지급금으로 처리해서 발생한다. 이 책을 쓴 권오훈 법무사는 “금액의 차이만 있을 뿐 대부분의 기업은 어느 정도의 가지급금을 가지고 있으며, 일부 기업의 경우 가지급금이 수억대에 이르는 등 가지급금 처리가 중소기업 운영 과정에서 기업주들에게 큰 고민을 주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한다.

가지급금은 세금은 물론 경영상의 골칫거리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먼저 4.6%의 가지급금 인정이자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 인정이자만큼 기업의 과세소득에 포함하여 법인세를 증가시킨다. 인정이자란 무엇인까. 법인이 출자자나 사용인 등 특수관계자에게 돈을 무상이나 낮은 금리로 빌려준 경우 그 금액에 대해 소정의 이율이 적용된 이자수입이 있었다고 인정하는데, 그 금액을 인정이자라고 부른다. 인정이자는 익금에 산입돼 법인세 부담을 늘리는 요인이 된다. 뿐만 아니다. 가지급금은 손금으로 인정받는 금액을 줄이기도 한다. 가지급금이 있으면 당기 이자비용 중 일정 비율만큼을 손금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그 비율은 차입금 대비 가지급금의 비율이다. 이처럼 가지급금은 이중으로 법인세 부담을 늘린다.

가수금은 세법상 별다른 규제 안 받아

가지급금이 많은 기업은 재무 투명성 및 건전성에서 낮은 평가를 받게 된다. 그래서 금융회사와의 거래, 신용등급, 각종 입찰 등에서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또 사업을 승계하기로 하고 2세가 상속을 받을 때 가지급금은 상속재산으로 간주된다. 그래서 상속인의 상속세가 늘어나게 된다. 이 밖에 가지급금은 폐업까지 금전적으로 힘들게 한다. 가지급금 원금과 이자 전체가 대표자의 상여로 처리되기 때문에 대표자의 소득세가 크게 불어날 수 있다. 한편 가지급금에 비해 가수금은 문제가 될 소지가 적다. 세법에 특별한 규제가 없다. 다만 장부에 가수금이 많은 경우 세무당국으로부터 매출을 누락시킨 후 입금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살 수 있다. 가수금은 또 회사의 부채이어서 가수금이 많을수록 부채비율이 높아지고 신용평가가 불리해진다. 가지급금 계정은 일시적인 성격을 갖는 수취채권이기 때문에 늦어도 결산기 말까지는 내역을 명확히 조사해 확정된 계정 과목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권오훈 법무사는 가지급금을 처리하는 방법으로 대표자의 급여, 상여, 자사주 취득 등을 든다.

동일인이 입금한 가수금과 그에게 나간 가지급금이 함께 있는 경우 상계 처리할 수 있다. 조남철 두드림세무회계컨성팅 대표 세무사는 “가지급금이 발생하는 경우 당초에 있던 가수금과 상계처리도 원칙적으로 가능하다”면서 “하지만 가지급금, 가수금이 각각 상환기간, 이자율 약정이 있는 경우에는 상계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가지급금의 인정이자는 가수금과 상계하고 남은 금액에 대해 하루 단위로 계산한다. 조남철 세무사는 가지급금 금액이 큰 경우 해결 방안은 “회사 제반사정에 관련된 예규나 법령 등을 철저하게 검토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스기사] 단 100원으로도 주식회사 차릴 수 있지만 - 자본금은 몇 달치 급여 정도로 시작하자

과거 주식회사를 설립하려면 자본금이 5000만원 이상이어야 했다. 상법이 2009년에 개정돼 이제 법적으로는 자본금이 100원 이상이면 주식회사를 차릴 수 있다. 그러나 당신 회사의 자본금이 얼마인지는 법인등기부에 기재된다. 법인등기부는 외부에 공시된다. 자본금 100원으로 설립한 회사는 거래 상대방으로부터 신뢰를 받기 어렵다. 회사의 자본금이 어느 정도는 돼야 거래 상대방에게서 안정적인 회사로 여겨질 수 있다.

대외적으로 인정받는 외에 실질적인 측면에서도 자본금을 상당한 정도 갖추고 사업을 시작하는 편이 좋다. 예컨대 자신의 몇 개월치 급여 정도를 자본금으로 놓고 출발할 수 있다.

이렇게 할 경우 대표자는 설립 초기에 회사 운영자금이 부족할 때마다 자신의 돈을 회사에 입금해야 하는 상황에 자주 처하지 않는다. 그럼으로써 탈이 날 소지가 있는 가지급금을 쓰지 않거나 덜 쓰는 이점도 있다. 한편 상법에 따라 자본금 100원으로도 주식회사를 세울 수 있지만, 특수한 업종은 최소자본금이 별도로 정해져 있다. 여행업과 건설업이 그런 업종이다. 여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는 만약 사고가 날 경우 큰 배상금을 부담해야 한다. 건설업도 마찬가지다.

※ 필자는 글쟁이주식회사 대표다. 동아일보·이코노미스트 등에서 기자와 편집장으로 일했다.

1452호 (2018.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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