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올릴까] 10월 아닌 11월 인상에 무게 

 

김성희 기자
한·미 금리차 11년 만에 최대폭…투자은행들, 한국 금리 예상 중간값 1.75% 예상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9월 26일(현지시간)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26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 인상했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기존 1.75~2.00%에서 2.00~2.25%로 올랐다. 올 들어 3월과 6월에 이은 세 번째 금리 인상이다. 기준금리가 2%를 넘은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0월 이래 처음이다. 이번 미국 금리 인상으로 한·미 정책금리는 최대 0.75%포인트로 확대됐다. 두 나라 금리차는 2007년 7월 이래 11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압력도 커졌다. 국내 기준금리는 지난해 11월부터 1.5%를 유지 중이다. 미국 연준은 오는 12월 금리 인상을 예고한 만큼 한은이 연내 동결하면 두 나라의 금리 차이는 최대 1%포인트가 된다. 미국 금리 인상은 신흥국 불안 등을 초래하며 간접적으로,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금리 역전은 외국인 자금 유출 압력으로 이어지기 쉽다. 한·미 금리가 역전된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3조원 넘게 해외로 빠져나갔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분석한 ‘한·미 기준금리 역전현상 지속의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도 한·미 간 금리가 0.25%포인트 벌어지면 국내에 유입된 단기 자본인 포트폴리오 투자 8조원, 직접투자 7조원 등 15조원이 빠져나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10월 18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주열 총재가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낼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주열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에 여전히 신중한 모습이다. 이 총재는 9월 27일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거시경제 상황과 금융 불균형의 축적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완화의 정도를 줄여나가는 것이 필요하고 그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10월 금통위까지 3주가 남아있고 앞으로 발표될 지표나 미·중 무역분쟁 등 여러 변수를 봐가면서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리방정식 한층 복잡해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9월 27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은행 본점에 출근하며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에 관한 견해를 말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미국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한은이 풀어야 할 ‘금리 방정식’은 한층 복잡해졌다. 통화정책 목표인 물가·금융·실물경기 안정이라는 3대 변수에, 한·미 금리차 확대, 신흥국 불안 심화 가능성도 금리 결정의 주요 변수가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올린 이후 경기 불안을 이유로 1년 가까이 머뭇거린 한은 앞엔 ‘10월 인상’과 ‘11월 인상’ ‘연내 인상 보류’의 세 가지 카드가 남았다.

한은은 금리 인상 깜빡이를 켜놨다. 이일형 금통위원이 7월부터 0.25% 인상 의견을 내고 있다. 다른 금통위원들도 금융 안정을 고려하는 모습이다.

금융시장은 한국은행이 조만간 기준금리를 한 차례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가 22개 투자은행(IB)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올해 4분기 말 한국의 기준금리 전망 중간 값은 1.75%로 집계됐다.

문제는 시기다. 시장에서는 10월 인상은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10월은 한은의 경제전망 수정치가 나오는 달이다. 고용 쇼크와 소득분배 악화 등을 감안하면 한은이 10월에 발표하는 ‘수정경제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치(2.9%)를 하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7%로 당초보다 0.3%포인트 내렸다. 성장률 전망치를 내리면서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은 경제학 논리상 맞지 않는다는 평가다.

그렇다고 11월로 미룬다고 사정이 좋아진다는 보장도 없다.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커지는 자영업자 부담, 서울과 지방으로 양극화하는 부동산 시장 등을 감안하면 운신의 폭은 더 좁아져서다. 실제로 부동산 시장이 심상치 않다. 부동산에 투자하는 가계가 늘어나면서 가계부채가 15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금융부채가 실물경제를 위협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여러 상황을 감안했을때 10월보다는 그나마 11월이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10월에 올릴 경우 고용 쇼크를 방기하고 정부 압박에 밀려 금리를 올렸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11월에 올릴 경우 금리 인상 시기가 늦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한·미 금리 격차를 1%포인트 미만으로 유지하면서도 경제 상황을 반영해 금리 인상 시기를 최대한 늦추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기준금리 1회 인상이 가능하며 경제 전망이 나오는 10월보다는 11월이 좀 더 유력하다”며 “다만 연내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지더라도 불확실성이 큰 경기 여건을 감안할 때 단발성 인상이 유력하다”고 예상했다.

[박스기사] 美 연준 점도표 보니 - 올해 1번, 내년 3번 더 금리 올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올해 1차례, 내년 3차례의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9월 26일(현지시간) 연준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공개한 점도표(FOMC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표시한 그래프)에 따르면 올해 말 금리 전망치 중간값은 2.375%, 2019년 말 전망치 중간값은 3.125%를 나타냈다. 이는 올해 4번, 내년 3번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지난 6월 회의 때의 전망과 같은 수준이다.

2020년 말 금리 전망치 중간값은 3.375%로 제시됐다. 연준이 이날 처음으로 공개한 2021년 말 금리 전망치 중간값 역시 3.375%로 나타났다. 2020년 한 차례 금리를 올린 후 2021년에도 같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연준 위원들이 생각하는 장기 중립금리의 중간값은 6월 2.875%에서 9월 3%로 높아졌다.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도 강해졌다. 연준은 이날 회의에서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3.1%로 상향했다. 내년 전망치 역시 2.4%에서 2.5%로 끌어올렸다. 실업률은 올해 3.6%에서 3.7%로 전망치를 올렸고, 내년에는 3.5%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1%에서 2.0%로 하향 조정했다.

연준은 정책 성명에서 그간 사용해 온 ‘정책 기조는 완화적’ 이란 문구를 삭제했다. 시장은 연준이 금융위기 이후 지속하던 통화완화정책을 종료하겠다는 선언으로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해당 문구 삭제가 통화정책 방향의 변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그것은 우리의 기대에 따라 정책이 진행되고 있다는 표시”라고 설명했다.

-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nag.co.kr

1453호 (2018.10.08)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