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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의 이솝투자학] 주가에는 다만 현재만 있을 뿐 

 

서명수
착각 상관과 ‘점장이의 예언’…연관성에 무게 두면 우연을 과대평가하게 돼

오랫동안 아이를 갖지 못해 애를 태우다가 뒤늦게 아이를 낳은 한 여자가 있었다. 이 여자는 힘들게 얻은 아이를 몹시 소중하게 길렀다. 아이를 위해 온갖 정성을 다해 키웠지만 그래도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여자는 마을에서 가장 용하다는 점쟁이를 찾아가 어린 아들에 대해 점을 쳐보았다. 점쟁이는 점을 치다가 이렇게 말했다. “어린 아이는 어른이 되기 전에 까마귀 부리에 머리를 쪼여서 죽게 될 운명이다.” 점쟁이의 말을 듣고 여자는 기절할 듯 놀랐다. 그리고 서둘러 집으로 달려가 작은 구멍이 뚤린 커다란 나무 상자를 만들었다. 여자는 상자 속에 아이를 집어넣었다. 그렇게 하면 까마귀가 아이 근처에 접근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여자는 날마다 정해진 시간에만 상자를 열고 아이에게 음식과 마실 것을 주었다. 그 이외의 시간에는 절대로 상자 밖으로 아이를 꺼내 놓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여자가 상자를 열다가 다시 닫으려고 할 때 바깥 세상에 대해 호기심이 생긴 아이가 머리를 밖으로 내밀었다. 바로 그 순간 상자의 문 손잡이에 달려 있던 까마귀 부리 모양의 갈고리가 하필이면 아이 머리 위로 떨어졌다. 가엾은 아이는 그 갈고리에 머리를 쪼여 죽고 말았다. 까마귀에게 죽임을 당하리라던 점쟁이의 예언은 맞아 떨어졌다.


▎© gettyimagesbank
아이는 점쟁이의 예언대로 진짜 까마귀는 아니지만 까마귀처럼 생긴 갈고리에 맞아 죽었다. 과연 그 점쟁이는 신통력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예언이 여러 번 적중했다면 모를까 한두 번 맞춘 것으로 신통력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그러나 인간에겐 이렇게 우연한 사건일지라도 어떤 연관성을 찾아내려는 습성이 있다. 이게 돈이나 생명과 관련이 있는 경우라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두 사건 사이에 아무 상관이 없는데도 상관이 있다고 여기는 것을 ‘착각 상관’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점쟁이의 예언은 적중할 가능성이 크다는 가설을 세울 경우 사람들은 이 가설을 확인시켜주는 정보만 찾는다. 그리고 점쟁이와 예언 사이의 잘못된 상관관계를 공고히 한다. 현실적으론 아니지만 사람들의 추측 안에선 두 사건 사이엔 상관관계가 생겨난다, 착각 상관에선 상관계수가 과대평가된다.

그럴듯한 연관성으로 포장된 각종 ‘효과’들

올해 증시도 3개월 보름 후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투자자들이 연말 장세에 대한 기대를 부풀리기 시작하는 때다. 배당투자 수요에 연말의 들뜬 분위기가 겹쳐 주가가 오른다는 것이다. 이른바 ‘연말효과’다. 새해가 되면 ‘1월효과’가 등장한다. 그해의 주가전망을 밝게 보고 미리 주식을 사들여 시장이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상승열기에 휩싸인다는 뜻이다. 전혀 얼토당토않은 얘기는 아니다. 우연이 판치는 주식시장에서 제법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이처럼 억지춘향 격이 아닌 어느 정도 타당한 근거가 있는 경우를 ‘시장 이례현상’이라고 부른다. 시장 이례현상은 이론적으로 명확히 설명할 수 없지만 일정하게 반복되는 패턴이 있다. 그래서 많은 투자자가 귀를 솔깃하지만, 과연 신뢰할 만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왜 그런지 알아보자.

‘효율적 시장가설’은 1960년대까지 증시를 풍미했던 이론이다. 자본시장의 가격이 이용 가능한 정보를 충분히, 즉각적으로 반영한다는 가설이다. 이 가설대로라면 아무리 뛰어난 투자자라도 역사적 정보에 기초한 매매방식으로 시장을 능가하는 수익률을 올릴 수 없다. 시장은 효율적이므로 투자자가 가진 정보는 이미 주가에 반영돼, 그 정보로는 가격 변화를 가져오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시장은 더 이상 순한 양이 아니라는 견해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변화무쌍한 인간의 심리가 춤을 추고 우연이 지배하는 시장은 정보 효율적이지 않다는 게 핵심이다. 그러면서도 제멋대로인 시장의 흐름 속에서 뭔가 타당하면서 일정한 근거가 있는 패턴을 찾으려는 노력도 이어졌다. ‘시장 이례현상’은 이런 노력 속에 등장했다. 시장 이례현상은 말 그대로 이론대로라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 현실에서는 일어난다는 의미다. 이 이론의 신봉자들은 주가와 관계를 맺고 있는 변수가 우연적 요소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믿을 만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시장 이례현상은 무수히 많지만 일반에 널리 알려진 것은 계절적 이례현상이다. ‘주중효과’ ‘월말효과’ ‘1월효과’ ‘연말 효과’ 등이다. 주중효과는 한마디로 금요일 장이 좋고 월요일장은 나쁘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주말을 앞두고 기분이 들떠서 금요일에는 주식 구매욕구가 높아지지만,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에는 이와 반대로 투자자들이 생업에 매달려 주가에 신경 쓸 겨를이 별로 없다는 설명이다. 월말효과는 근로자들의 월급날이 대개 20일 이후이므로 월말에 재테크 수요가 몰려 생기는 현상이다. 매우 그럴듯해 보인다. 또 통계적으로도 어느 정도 입증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해석은 경제원리인 합리성과는 거리가 있다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 이들 효과가 실제로 존재하고, 투자전략으로 가치가 있다면 누구나 이용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모든 투자자가 똑같은 전략을 구사한다면 이익을 남기기 어렵다. 만약 금요일 장이 좋을 것이라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일제히 목요일에 주식을 산다면 주가는 하루 전에 오를 것이다. 그러면 금요일 장이 좋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월요일 장이 나쁘다는 건 주식 매수의 기회라는 얘기도 된다. 모든 투자자가 매수에 가담한다면 월요일 주가는 오히려 뜀박질할 가능성이 크다. 주중효과가 성립될 수 없다는 이야기다. 1월효과도 마찬가지. 1월에 주가가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라면 12월에 매수세가 증가할 것이고, 따라서 12월장은 상승할 것이다. 그리고 그 이듬해엔 직전 해 12월에 주가가 올랐으니 11월에 주식을 사야겠다는 투자자가 많아져 11월 장이 좋아진다. 결국 1월효과는 주가예측에 쓸모가 없어져 존재감이 사라진다.

중요한 것은 착각 상관 때문에 ‘확증 편향의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확증편향의 함정에 빠지면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는 의견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보만 찾게 된다. 반대되는 의견은 의도적으로 무시되거나 간과된다. 그러다 보면 의견에 긍정적인 증거는 과대평가되고 부정적인 증거는 과소평가된다. 재산이 걸린 투자에선 긍정적인면과 부정적인 면을 두루 살펴펴야 하는데, 한 쪽만 편식하게 되면 위험한 결과를 초래한다. 비판적이되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 증권시장 전문가들의 예측이나 자신의 선입견을 너무 믿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전문가 예측, 자신의 선입견 너무 믿지 말아야

주가는 우연한 사건의 결정체다. 주가엔 과거도 미래도 없다. 그냥 현재일 뿐이다. 과거의 흐름으로 앞날을 내다보는 건 점쟁이라도 부질없는 일이다.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들은 거의 우연히 발생한 것이다. 지난 주가 흐름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그럼 어떻게 하면 우연의 포로가 되는 걸 피할 수 있을까. 우선 주가 흐름에서 일정한 패턴이 반복된다 해도 이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패턴의 연관성은 필연적인 인과관계가 아니라 우연에 의해 생긴 것이 많기 때문이다. 자료에서 연관성을 먼저 찾고 그 다음에 해석한다거나 하면 우연을 과대평가할 위험이 커진다.

※ 필자는 중앙일보 ‘더, 오래팀’ 기획위원이다.

1453호 (2018.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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