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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어디까지 오를까] 배럴당 100달러 예상도 나오지만…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공급 감소 우려…미국 증산이 브레이크 역할을 할 수도

▎국제유가 급등으로 국내 휘발유·경유 판매 가격도 2014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은 9월 30일 서울의 한 주유소 가격 안내판. / 사진:연합뉴스
국제유가가 10월 3일(현지시간) 배럴당 86달러(브렌트유 기준)를 돌파했다. 오는 11월 4일 석유수출국기구(OPEC) 3위 산유국인 이란의 원유 금수(禁輸) 조처로 원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가 안정을 위해 산유국에 생산량을 늘리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OPEC 등 산유국들은 9월 23일 알제리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증산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후 상승폭은 더욱 가팔라졌다. 9월 21일 배럴당 70.78달러 수준이었던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보름도 되지 않아 9%가량 상승, 10월 3일 76달러를 돌파했다. 브렌트유 역시 21일에는 배럴당 78.24달러였으나 3일에는 86.29달러를 기록했다. 모두 2014년 11월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가격이다[관계기사 66~67쪽].

문제는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가 본격화하는 11월이다. 이란의 석유 수출량이 급감하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미국의 블룸버그통신은 “주요 원유 거래 회사가 2014년 이후 처음으로 유가 100달러 시대를 전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마당에 이란 제재 참여 요구를 거부했던 중국이 최근 미국의 압력에 굴복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유가 100달러 시대’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한층 커졌다. 급등한 유가 탓에 한국은 물론 세계 경제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박상현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유가가 90달러를 넘으면 원유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은 무역수지 악화와 물가 압력 확대로 금융 불안 심리가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 판매 휘발유 가격 20014년 이후 최고치


최근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판매 휘발유·경유 가격도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0월 3일 기준 서울의 휘발유 판매 가격은 리터당 1747원에 이른다. 9월 전국의 휘발유 월간 평균 가격은 전월 대비 19.3원 오른 리터당 1637.6원이었다. 올 1월 평균 가격인 1551.8원과 비교하면 리터당 85.8원가량 올랐다. 경유도 같은 기간 19.8원 오른 1438.9원을 기록했다. 휘발유와 경유 판매 가격은 모두 2014년 12월 이후 45개월 만에 최고치다. 국내 휘발유·경유 판매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국제유가가 급등세인 건 무엇보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 영향이다. 미국은 5월 ‘2015년 이란 핵합의’를 단독 탈퇴한 후 8월 23일부터 자동차부품 수출·입 등을 통해 3년여 만에 대이란 경제 제재를 복원했다. 11월 4일부터는 이란의 석유 수출을 차단하는 2차 제재를 예고했다. 2015년 체결된 이란 핵합의는 이란의 핵개발 중단과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 해제를 맞바꾸는 것이 골자다. 미국과 이란 주도 하에 영국·프랑스·독일·중국·러시아 등 5개 국이 서명했다.

그러나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이란 핵합의를 “끔찍한 합의”라고 비판해왔다. 그러다 5월 다른 당사국들의 만류에도 핵합의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했고, 이란에 대한 독자 경제 제재를 시작했다. 미국은 특히 핵합의 탈퇴 이후 한국 등 동맹국에게 이란의 원유 수입 중단을 요구해왔다. 우리나라만 해도 8월 말 기준 이란 원유 수입량은 200만 배럴로, 2015년 12월 177만 배럴 이후 가장 적은 수치를 나타냈다. 시장에 나오지 못하는 이란산 원유만큼 다른 산유국이 증산을 하면 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9월 23일 열린 산유국의 각료회의에서는 “필요하면 증산한다”는 원칙만 세우고 끝났다. 각료회의 직후 미국으로부터 증산 압력을 받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OPEC의 결의와 상관없이 증산을 통해 부족분을 메우겠다고 밝히면서 유가 상승폭이 둔화하기도 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사우디의 증산 여력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다시 급등세로 돌아선 것이다. 사우디는 하루 150만 배럴 증산이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그만한 여력이 없다고 보고 있다. 영국의 원유 중개회사인 PVM 오일 어소시에이츠의 애널리스트 스티븐 브레넉은 최근 보고서에서 “사우디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증산 능력을 갖고 있지만 앞으로 수 개월 간 공급 감소 충격을 상쇄할 정도는 안돼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마저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줄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의 CNBC는 10월 1일 “중국 국영 석유화학회사인 시노펙이 9월 이란산 원유 수입을 절반으로 줄였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당초 트럼프의 이란 원유 금수 조처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쳐왔다. 중국에 이란산 원유가 계속 흘러들면 이란산 원유가 국제시장에 풀리는 규모가 작다고 해도 적어도 중국의 이란산 원유 수요만큼은 수요가 줄기 때문에 유가 상승 압력은 완화할 수 있다. 그러나 월평균 15억 달러어치의 이란산 원유를 수입해온 중국마저 트럼프에 굴복하면, 시장에서 사라질 원유는 하루 200만 배럴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란의 원유 수출량이 하루 200만 배럴로, 트럼프는 당초 목표였던 ‘이란 원유 수출 제로(0)’를 달성하게 된다.

중국도 이란산 원유 수입 줄여

하지만 유가가 100달러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나금융투자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세계 1위 산유국으로 올라선 미국이 증산하고 있기 때문에 유가가 일방적으로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가 유가 상승을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가 러시아와 사우디를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미국이 하루 50만 배럴가량의 전략적 비축유를 선제적으로 방출한다면 유가 급등세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어쨌든 최근의 국제유가 급등세는 그 자체로 한국 경제에 악재다. 당장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cost-push inflation)’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원자재 가격, 임금, 유통 비용 등 재화 혹은 서비스에 투입된 생산요소의 비용 증가로 물가가 오르는 현상이다. 가계가 지갑을 열면서 물가가 오르는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demand-pull inflation)과는 대비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향후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며 “경기가 둔화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충격파가 적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소비가 둔화하고 있어 상승폭은 제한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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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4호 (2018.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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