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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시대의 인간은] 호모루덴스적 요소에 충실해야 

 

고리들 칼럼니스트
산업+일자리 → 문화+놀자리로 패러다임 변화…인간의 활동권 보장 요구 커질 듯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의 발달로 인간에게 남을 강력한 본능은 호모루덴스적 요소다. AI로봇은 원시 부족사회의 축제나 사육제 때부터 자리 잡은 본능인 놀이DNA를 더욱 자극할 것이다. 예전에는 탈모나 주의력 결핍 및 과잉 행동 장애(ADHD)가 질병이 아니었지만 치료제가 나오면서 질병으로 인식됐다. 로봇의 기능이 좋아지면 작은 위험만 있어도 사람 대신 로봇을 배치하자는 사회적 공감대가 생길 수 있다. 무인화는 사람을 보호해준다는 논리로도 확산될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사람들을 일자리에서 몰아낸다. 동물의 유아기 놀이행동 기간은 두뇌 전체에서 전두엽의 크기에 비례하는데, 인간의 전두엽 크기는 평생이 놀이행동기여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원래 일은 인간 두뇌에 그다지 어울리지 않았던 것이다. 인간은 평생 놀이와 문화를 즐기며 일하는 로봇과 공존을 택할지 모른다. 결국 새로운 직업은 일(일자리)보다는 놀이(놀자리)의 특성을 갖게 될 수 있다.

세계적으로 돈을 긁어모으는 기업을 보면 특징이 있다. 인공지능이 고객을 맞춤 관리하는 놀기 좋은 플랫폼(휴대폰)이 있는 곳이며, 직원들이 업무를 즐기므로 일터가 놀이터로 여겨진다는 점이다. 이와 달리 시간제와 서열로 관리 받는 직원이나 생계에 급급해서 사직서를 만지작거리는 직원이 많은 기업은 시들해지고 있다. 다른 아이돌과 달리 눈부시게 성공한 방탄소년단의 성공 배경도 비슷하다. 스스로 열심히, 솔직하게, 공유하며, 즐기고, 스케줄을 관리하는 것이다. 기존의 산업+일자리 개념이 문화+놀자리로 바뀌는 중이다. 따라서 일과 놀이의 구분이 어려운 시대를 사는 미래 인간은 은퇴자의 도시 ‘썬시티’처럼 모든 연령대가 국민배당을 받으며 취미를 즐기며 살게 될 터인데, 앞으로 국가는 출생·은퇴 개념을 미리 고민해야 할지 모른다. 나이가 어려도 은퇴자로 보고 정책을 설계해야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기존의 일자리가 그리 빨리 없어지겠느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다. 자동화 시대에 AI플랫폼 속으로 기업과 산업이 흡수되는 상황에서는 인간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소수의 숙련공이 남아 AI로봇의 빈틈을 채운다. 따라서 미래 세대는 출생하자마자 은퇴자라는 관점으로 인권 차원의 활동권을 제공받아야 할 수도 있다. 한나 아렌트가 일찍이 인간의 조건으로 정리한 3가지 활동은 노동·작업·행위다. 그중 노동과 작업은 인간의 개성을 요구하지 않지만 행위는 개성을 살려서 새로운 삶의 현장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 활동권은 개성을 존중하는 조건에서 기존의 일이나 여가생활까지의 모든 활동을 일컫는다. 노동과 작업은 급격히 AI로봇의 몫이 될 것이다. 일자리가 놀자리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지속되는 것은 인간의 활동권 보장에 대한 요구일 것이다.

AI로봇이 기능적으로 대통령부터 바리스타까지 인간의 거의 모든 생산적 일을 대체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면, 인간은 어디에서 행복을 찾아야 할까. 몇 가지 조건을 살펴보자. 일단 농번기가 아닌 때의 즐길거리와 신화와 문화를 만들어 놀던 기억이 중요하다. 은퇴한 사람은 아직 일자리가 없던 청소년기에 친구들과 놀던 기억을 더 오래, 더 아름답게 추억한다. 그리고 식물과 동물을 기르면서 취미활동을 하고 친구들을 만나는 외출이 매우 중요해진다. 지금은 은퇴자나 아이들이 하는 이 행동은 인공지능 시대 보통 인간의 풍경이다. 태어나자마자 은퇴자이고 어른이 되어도 키덜트로 살아가는 것이 운명일 수 있다. 한국은 ‘에코리컬처(Ecosystem+Agriculture+Culture)’가 중요해질 것이다. 농사의 추억에다 환경보호의 의미가 더해지고 문화적 유대를 즐기는 공동체가 확산될 것이다. 농사의 추억이 없는 세대는 가상현실 플랫폼에서 상상력의 한계가 없는 게임을 즐기는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 공동체 간 경쟁을 하는 게임은 인간의 가장 강력한 기본 속성인 소속감과 자존감의 욕구를 만족시킨다. 일하던 인내심과 살육의 전쟁은 모두 놀이문화로 흡수되거나 게임화·가상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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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4호 (2018.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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