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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재가 만난 사람(12) |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건강보험 재정 고갈은 있을 수 없는 일” 

 

이필재
그해 걷은 보험료 그해에 지출...2000년 건보 도입 후 18년 만의 개편에 성공

▎사진:김현동 기자
“건강보험은 보험료가 높으면 막상 치료를 받아야 할 때 본인 부담금이 적고, 반대로 낮아지면 정작 건보를 이용할 때 본인 부담금이 커집니다. 국민의 입장에서 장기적으로 본다면 평생 지갑을 열어 지불하는 총액은 결국 같은 셈이죠.”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건보 보험료 수준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평소 건강할 때 많이 내는 게 바람직한가 아니면 아플 때 많이 내는 게 바람직한가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노후엔 누구나 병치레를 하게 되는 만큼 결국 자신이 낸 만큼 돈을 쓰는 거죠. 그러나 사람에 따라서는 건강하게 살다 갈 수도 있으니 민간보험이 그렇듯 건강보험은 일종의 확률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 국민이 가입하는 사회보험이라는 게 다를 뿐이죠.”

어쨌거나 보장성을 높이면 보험료가 올라가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보험료를 낮게 책정하면 보장성이 낮아집니다. 결국 고(高)부담 高혜택(高급여)이냐 저(低)부담 低혜택이냐는 사회적 합의에 달렸어요. 문재인 케어는 보험료를 높여 국민 혜택의 수준을 높이려는 겁니다. 그런데 문재인 케어의 보장률 목표치 70%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전체를 놓고 본다면 중간을 조금 밑도는 수준입니다.”

문재인 케어의 ‘미덕’이랄까 핵심이 뭔가요?

“보험료를 올리되 의학적으로 필요한 치료는 건보 하나로 다 해결할 수 있게 하는 겁니다. 보험료가 올라 보장성은 높아지지만 자동차 보험에 들어 일정액을 내면 차 수리비를 전액 보험사가 부담하듯이, 거액의 의료비 부담으로 인한 가계 파탄의 위험성이 사라집니다. 확률이 높지는 않지만, 누구나 암에 걸리거나 자녀가 희귀질환에 걸려 가계가 휘청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끼지 않습니까? 그래서 실손보험에 드는 거고요. 문재인 케어가 안착하면 따로 실손보험을 들 필요 없어 부담액이 훨씬 줄어듭니다.”

건강보험 부과체계를 개편해 전국적으로 그동안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던 36만 명에게 건보료를 부과했는데요?

“2000년 건보 도입 후 18년 만의 개편입니다. 보험료 부과의 공정성을 높여 국민들의 불신을 많이 낮췄습니다. 우선 지역-직장 가입자 간 보험료 격차를 줄였습니다. 과거 지역 가입자 보험료가 높았던 건 자영업자 소득 파악률이 낮아 이런 저런 추정식을 활용했기 때문인데 그 후 추정식을 많이 개발해 소득 추정률이 높아졌습니다. 그만큼 공정해 졌다는 거죠. 또 이른바 수퍼리치의 보험료는 올리고 저소득층의 경우 조금씩이라도 내려 저소득층-고소득층 간 소득에 따른 형평성도 개선됐어요. 마지막으로 자산 소득이 있는 데도 보험료를 내지 않는 무임승차를 막으려 피부양자 범위를 좁혔습니다. 형제자매를 제외했고 직계 존속의 경우도 본인이 일정한 소득이 있으면 배제했습니다. 서양에서는 직계 비속만 인정합니다.”

이번 개편으로 민원 대란이 일어날 거란 전망도 있었는데 소프트 랜딩했나요?

“개편 후 시끄럽다는 보도를 별로 못 보셨을 겁니다. 오랫동안 사전 홍보를 했거니와 개편의 내용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현장 대응력을 높이려 퇴사한 베테랑 직원들도 투입했는데 다른 기관들도 응용할 만한 좋은 선례라고 할 수 있죠.”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에 대해 어떻게 자평하나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어떤 편입니까?

“전반적으로 괜찮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으로서 의료보험이 성공적으로 뿌리내린 거의 유일한 나라예요. 단적으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교육제도와 더불어 의료보험을 칭찬했지 않습니까? 오바마 케어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한국 같은 나라도 전 국민 의료보험을 한다고 한 거니까 당시에 이렇게 말한 맥락은 감안해야겠지만….”

김 이사장은 대만·필리핀·베트남·이란 등이 우리 뒤를 따랐고, 이들 나라에서 벤치마킹하러 우리나라를 많이 찾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문재인 케어의 설계자이다. “기본적인 아이디어를 낸 건 맞지만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았고 작업 자체도 같이했다”고 그는 말했다.

문재인 케어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뭔가요?

“‘건강보험 하나로 병원비 걱정 없는 사회’라는 슬로건 그대로입니다. 전문용어로 ‘전면 급여화’라고 합니다. 영국·일본처럼 의학적으로 필요한 치료, 치료가 목적인 의료 서비스와 장비 이용은 모두 건보로 해결하자는 거죠.”

대한의사협회 등에 급여만으로 병원을 경영할 수 있는 수준의 수가 조정을 약속했습니다. 의사와 국민들이 합의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도 했는데, 그게 어느 수준입니까? 적정 수가라는 게 피부에 와 닿지 않습니다.

“전면 급여화에 맞춰 수가를 전면적으로 재조정할 겁니다. 그동안엔 진료의 대가로 병원 측이 건보로부터 받는 수가가 낮다는 지적이 있었고, 이 문제를 환자 개인이 부담하는 비급여 쪽 수가를 높여 해결한 측면이 있습니다. 비급여 부분까지 다 건보로 끌어들이게 되면 당연히 수가의 높낮이를 조절해야죠. 그렇게 해서 전체적으로 수가가 ‘원가 플러스 알파’로 조정돼야 아닐 말로, 의사들이 우려하는 병원이 문 닫는 문제가 안 생깁니다. 어떤 정부도 병원이 문 닫게 할 수는 없습니다.”

보건소를 중산층도 찾는 진료시설로

김 이사장은 1만5000명가량이 일하는 조직의 관리자로서 정치가형 리더십 스타일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정치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이 거대 조직을 관리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생각에서다. 서울대 의대 교수 출신인 그는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사회정책수석비서관을 지냈고 19대 국회 의원 시절 보건복지위에 있었다. 의약분업, 의료보험 통합, 장기요양보험 기획의 주역이다. 정작 그는 보건소를 중산층도 찾는 진료시설로 바꿔 놓은 것을 평가받고 싶어 했다. “1990년대까지 우리나라 보건소는 출산 억제가 목적인 가족계획과 결핵 퇴치가 주 업무였고 저소득층이 주로 이용했습니다. 만성 퇴행성 질환이 늘어나는 시대 변화에 맞춰 비전염병과 정신 보건을 보건소가 담당하도록 업무를 조정했죠. 공공 부문도 변화에 맞춰 변신을 해야 합니다. 건보도 고령사회에 대비하는 게 살아남는 길입니다.”

고령사회의 문턱에서 연명 치료와 연구에 우리 사회가 많은 돈을 들이는 건 어떻게 보나요?

“연명치료는 본인의 선택권이 보장돼야 합니다. 이미 연명치료를 원치 않는다는 의향서를 사전에 작성하면 그대로 집행이 돼요. 병원, 건보 지사에서 등록할 수 있고, 한 곳만 등록하면 됩니다.”

건보 재정도 고갈될 가능성이 있나요?

“단기보험에 재정 고갈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그해 걷은 보험료를 그해에 지출하기 때문입니다. 지출이 늘어나면 보험료를 올려야죠. 건보 보험료는 이렇게 해마다 걷기에 국민연금보다 훨씬 유연하죠.”

김 이사장은 건보 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은 전 정부 때부터 해온 일이라고 말했다. “제도가 제때 변하지 않으면 현실과 괴리가 생기고 마찰을 일으킵니다. 인구 격변기에 들어선 지금이 바로 변화의 때죠. 제도를 제대로 바꾸려면 의사 등 이해관계자뿐 아니라 국민들이 동의를 해주셔야 합니다. 국민 눈높이에서 국민 공동체를 이루기 위한 국민적 합의를 이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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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4호 (2018.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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