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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모를 미·중 무역전쟁] 美 중간선거 끝나도 갈등 봉합 어려울 듯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미국, 反중국 무역연합 구성하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도 ... 중국은 미국산 원유 수입 중단, 금융 완화로 맞대응

▎사진:연합뉴스
미국 상·하원 의원과 주지사를 선출하는 중간선거(11월 6일)가 얼마 남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반드시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 당선 2년 만에 지지율이 44.0%로 주저앉았고, 러시아와의 내통설, 성추문 등 온갖 스캔들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탄핵 위기까지 몰려 있어 2020년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로 나서지 못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정치적으로 곤란한 상황에 빠지면 또 다른 이슈를 만들어 위기에서 벗어나곤 했다. 지난해 초 러시아와의 내통설이 불거지자 지난해 4월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을 폭격하는 한편 재빨리 유럽·중국과 손을 잡았다. 북한을 상대로 직접 타격 가능성을 제기하며 핵무기 포기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올 초 성추문 의혹이 재점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이자 최측근인 마이클 코언이 8월 “성추문 상대의 입을 막기 위해 돈을 줬다”고 유죄를 인정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궁지에 몰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위기상황을 중국 상대의 거대 무역전쟁으로 탈피하려는 모습이다. 미국은 9월까지 2500억 달러(약 284조5000억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데 이어 앞으로 2670억 달러 규모의 제품에 추가 관세를 예고하고 있다. 올 초 개헌으로 종신집권의 길을 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리더십을 시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공화당이 이번 중간선거에서 대패하면 대통령으로서의 정치적 입지가 크게 좁아진다. 이 경우 지지 기반을 다질 목적으로 중국 등을 상대로 한 무역전쟁 수위를 더욱 높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흔히 미국의 중간 선거를 ‘대통령의 무덤’이라고 부른다. 역대 43번의 중간선거에서 집권 여당이 승리한 경우는 단 세 차례에 불과할 정도로 미국 유권자들은 야당의 손을 들어줘서다.

일단 이번 선거 판세도 민주당이 한 발 앞서나가고 있는 분위기다. 미국의 선거 분석 사이트 ‘파이브서티에잇(538)’에 따르면 민주당이 현재 193석인 하원 의석을 지킬 확률은 74%다. 이에 비해 공화당이 현재 235석을 유지할 가능성은 26%에 그친다. 선거 전문 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은 하원 435석 중 206석을 민주당 우세로, 189석을 공화당 우세로, 나머지 38석을 경합지로 분류했다. 공화당은 경합하는 38석을 모두 차지해도 현재 의석 수를 지킬 수 없는 데 비해, 민주당은 상원 2석과 하원 23석을 추가하면 다수당이 된다. 리얼클리어폴리틱은 8월에 실시한 같은 조사에서 민주당 우세를 199석, 공화당 우세를 193석, 경합을 43석으로 예상한 바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민주당의 승리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43번 중간선거 중 여당 승리 3번 뿐


이런 판세는 보궐선거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오하이오주에서 최근 치러진 12선거구 하원의원 보궐선거에서 공화당 후보 트로이 볼더슨 전 주 상원의원이 가까스로 승리했다. 상대 후보는 민주당의 정치 신예 대니 오코너로 득표차는 0.6%포인트에 불과했다. 오하이오주는 러스트벨트(Rust belt, 제조업 쇠락지대) 중 하나로 2016년 미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11%포인트의 큰 격차로 따돌린 지역이다. 공화당은 300만 달러 이상의 선거자금을 쏟아 부으며 총력전을 펼쳐 승리를 거뒀지만, 내용은 사실상 패배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순방을 포기하고 지원 유세에 나섰다.

공화당은 불리한 현재 판세를 뒤집을 수 있는 카드로 순항하는 경제를 꼽고 있다.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NEC)은 8월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한 국민 지지율은 50%가 넘는다”며 “중간선거는 경제 성적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경제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확대와 기술기업들의 선전으로 지난해 2.3% 성장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미국 경제는 2.9% 성장할 전망이다. 9월 실업률은 3.7%로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고, 소비지출도 늘어나고 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나스닥 등 미국 주요 증시도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50% 이상 상승하며 역대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경제의 유일한 걸림돌로 막대한 대중 무역적자를 꼽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총 7962억 달러였다. 이 중 절반인 3750억 달러가 중국과의 무역에서 나왔다. 특히 철강·석유·화학 등 전통 굴뚝산업의 적자 규모가 크다. 이들 산업 종사자들은 전통적으로 공화당 지지세력이다. 만약 공화당이 이번 중간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한 마리의 집토끼가 아쉬운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지지층 결집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그 지렛대는 자국 산업 기반을 지키기 위한 중국의 대미 수출 봉쇄 강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선거 전이지만 이런 기류는 벌써부터 감지되고 있다. 커들로 국가경제위원장은 10월 4일(현지시간) ‘워싱턴 경제클럽’에서 “중국에 맞설 무역연합으로 다가가는 중”이라며 “유럽연합(EU)·일본과 다시 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반(反)중국 무역연합’을 구성 중인데 그 파트너로 EU와 일본을 제시한 것이다.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배제, 중국의 시장경제 지위 거부 등이 유력한 안으로 거론된다. 미국은 9월 30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로 대체하면서 이미 ‘비시장 경제국과의 FTA 체결 배제’ 조항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비시장 경제국은 중국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관세뿐 아니라 비관세 장벽이 높아지는 가운데 외교적 실력 행사로까지 무역전쟁이 번지고 있는 것이다.

IMF “세계 경제 리스크 쌓여” 경고


JP모간체이스는 최근 중국 증시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내리는 한편, 중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2%에서 6.1%로 하향 조정했다. 미·중 무역전쟁의 장기화가 중국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진단에서다. 이에 대해 중국도 9월부터 미국산 원유 수입을 전면 중단하는 등 맞대응에 나서고 있다. 시 주석으로서도 연초 개헌을 통해 장기 집권 가능성을 열어뒀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정치적 세 결집을 이루기 위해서는 미국에 저자세로 대응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중국은 이미 여러 차례 화해의 제스처를 보냈지만 미국은 이를 묵살했다. 이런 가운데 9월 30일에는 미 해군 구축함인 디케이터함이 중국 남해(남중국해)에 진입해 중국 군함에 40m까지 접근하는 등 군사적 도발 가능성도 열어뒀다. 미·중 무역분쟁을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발언이 정치적 레토릭에서 실체적 위험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최근 국제 금융시장 등 세계 경제 전반에 불안정성을 키우고 있다. IMF는 10월 9일(현지시간) 내놓은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 성장 전망치를 3.7%로 7월 대비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IMF는 보고서에서 미국을 겨냥해 “국수주의 정책으로 세계 경제에 리스크가 쌓이고 있다”며 “금융상황이 급격하게 위축될 수 있는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와 미·중 무역전쟁 등의 영향으로 최근 아르헨티나·터키·파키스탄 등 신흥국들은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외화 투자금 이탈과 미 달러화 가치 상승의 이중고를 견디지 못하고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는 발길이 이어진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10월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연설에서 “잠재적 위험이 현실화되기 시작했다”며 “위기가 확산되면 신흥국에서 최대 1000억 달러의 자본 유출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미 재무부가 10월 셋째주 내놓을 예정인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거나, 가파른 위안화 절하를 강하게 비판할 경우 외환시장도 충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인민은행은 10월 7일 지급준비율을 1%포인트 인하하기도 했다. 올 들어 네 번째 인하다. 미국의 위안하 절상 압력과 수출 시장에서의 견제를 유동성 확대로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지준율 인하가 7500억 위안(약 123조원)의 신규 유동성 공급 효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위안화가 많이 풀린 영향으로 10월 9일 위안화 고시환율은 달러당 6.9019위안으로 17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블룸버그는 “위안화의 변동 추이를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며 “위안화 절하에 우려를 갖고 있으며 이런 내용은 환율보고서에 반영될 것”이라는 미 재무부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미국은 1988년 제정된 종합무역법을 통해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거두는 경우나, 미국을 상대로 유의미한 무역수지 흑자를 낸 나라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

주요 2개국(G2)의 기 싸움은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고조시킬 수 있다. 일단 정책 당국은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튼튼해 최근의 국제 금융시장 변화에 별다른 타격이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승헌 한국은행 국제국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의 통화정책으로 기초체력이 약한 국가는 금융 불안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이 금융 불안에 시달릴 가능성은 작지만 리스크 요인이 중첩될 경우 금융 불안이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024억 달러로 세계 8위 수준이며,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커 금융 시장이 흔들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국 수출 중소기업 피해 가능성

다만 한·미 간 금리 역전으로 금융시장에서 원화 표시 자산의 매력 하락과 수출 부진에 따른 실물 경기 하강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중 무역 갈등 심화는 세계 경제의 침체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한국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대기업보다는 대중 수출 비중이 큰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기업인 및 학계 전문가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여 10월 8일 밝힌 ‘미·중 통상전쟁 전망과 대응’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중 무역협상의 연내 타결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50%에 달했다. 최근 화두인 미국의 한국산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한 관세부과 전망에 대해서는 64%가 관세가 부과될 것으로 내다봤다. 엄치성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미국과 중국의 통상마찰은 대외의존도가 77%에 이르는 한국의 통상 펀더멘털을 근간부터 흔들고 있다”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참여, 한·중 FTA 서비스·투자 후속 협상의 조속한 마무리 등 자유무역 지대를 확대해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455호 (2018.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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