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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면분할 카드 꺼낸 네이버] 실적 부진 만회할 신의 한 수 될까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3분기 실적도 시장 기대치 밑돌 듯 … 주요 기업 액면분할 이후 주가 되레 하락

▎10월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네이버 코넥트 2019’ 행사에서 한성숙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유가증권시장에서 시가총액 기준 10위인 네이버 주가는 과연 반등할까? 아니면 지난해부터 이어진 실적 부진 탓에 약세를 이어갈까. 현재로서는 후자 쪽에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네이버는 보통주 1주당 액면가를 기존 500원에서 100원으로 낮춰 10월 12일 재상장했다. 70만원대였던 네이버 주가도 14만원대로 낮아졌다. 액면분할을 하면 이처럼 주당 가격이 확 낮아져 새로운 투자자가 들어오면서 주가가 오르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네이버 주가는 재상장 첫날인 12일 액면 기준가(14만1000원)보다 5% 가까이 하락하다 장 마감 직전에야 0.71% 오른 14만2000원을 기록했다. 겨우 상승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내내 부진한 모습이었는데, 이 같은 흐름은 재장상 이전부터 예견됐었다. 네이버가 7월 26일 액면분할 계획을 공시한 이후 주가는 계속 약세를 보였다. 7월 25일 종가 기준 74만6000원이었던 네이버 주가는 10월 5일 70만4000원에 마감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액면분할 후 주가가 10% 가까이 내린 삼성전자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온다.

삼성·롯데도 액면분할 이후 하락


액면분할은 주식 액면가를 일정한 비율로 나눠 주식 수를 늘리는 것이다. 예컨대 액면가 1000원짜리 1주를 500원짜리 2주로 나누는 식이다. 일반적으로 시장 가격이 너무 높게 형성돼 주식 거래가 부진하거나, 신주 발행이 어려울 때 액면분할을 한다. 박상진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9월 7일 임시주주총회에서 “네이버를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주식 접근이 어려워 (액면분할이)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사실 액면분할을 하더라도 납입자본금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에 주주나 기업 모두 이론적으로는 어떠한 이득도 없다. 하지만 유통주식 수가 많아지면서 유동성이 확대된다. 무엇보다 1주당 가격을 낮춰 신규 투자자들을 끌어들여 주식 거래가 활성화되고, 주가가 상승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접근·유동성을 높여 투자자의 유입을 유도하는 것이다. 박 CFO도 임시주주총회에서 “접근성과 유동성을 개선해 장기적으로는 주주가치 제고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로 실적 호조 등의 호재가 없는 데도 액면분할을 하면 주가가 오르는 예가 많았다. 그래서 액면분할은 증시에서 ‘마법’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런데 올 들어 ‘액면분할=주가 상승’등식이 깨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액면분할을 단행한 상장사는 27곳인데, 대부분이 ‘액면분할의 마법’을 경험하지 못했다. 액면분할 후 첫 거래일 주가가 하락한 곳이 절반에 달하고, 이후에도 회복하지 못한 곳이 수두룩하다. 대표적인 곳이 한국 증시의 대장주인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5월 50대 1의 액면분할을 단행했지만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특히 액면분할 직전 주가가 250만원대여서 액면분할을 하면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주당 가격이 약 5만원대로 확 낮아지면서 개인 투자자(개미)가 손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였다.

하지만 삼성전자 주가는 액면분할 이후 맥을 못추고 있다. 이 회사의 주가는 5월 4일 액면분할 이후 재상장 첫날 시초가 대비 2% 하락한 데 이어 최근까지 약 15% 내렸다.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개인 투자자가 크게 늘기는 했다. 개인은 올 들어 삼성전자를 6조731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373%가량 증가한 것이다. 그런데 같은 기간 외국인은 2조335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도 5조6354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외국인과 기관이 액면분할이라는 착시효과에 쉽게 흔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접근·유동성을 늘린다고 해도 기업의 본질적 가치에는 영향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실질적인 모멘텀(성장 동력)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 고점 논란, 미·중 무역 분쟁에 따른 수출 감소 우려 등으로 모멘텀이 점점 약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 주가 박스권에서 움직일 가능성

기관과 외국인이 ‘반도체 고점론’을 의식해 삼성전자 주식을 대거 내다 판 것이다. 같은 이유로 삼성전자는 10월 5일 사상 최대분기 실적을 내놨지만 주가는 되레 하락했다. 금융투자업계의한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는 외국인과 기관에 비해 자금 운용기간이 짧고 매매 규모가 작아 종목 선정과 매매 타이밍에서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며 “외국인과 기관이 빠져 내려간 주가를 개인이 붙잡고 있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앞서 2016년과 2017년 잇따라 액면분할을 한 롯데지주(옛 롯데제과)도 마찬가지다. 2016년 5월 액면가 5000원을 500원으로 한 차례 낮춘데 이어 2017년 10월 또 다시 액면가 500원을 200원으로 낮췄지만 주가는 하락세다. 최근 1년 간 롯데지주 주가는 약 27% 떨어졌다. 액면분할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혔던 아모레퍼시픽도 올 들어서만 10% 이상 내렸다. 10월 11일에는 장중 한때 20만원 선이 무너지면서 신저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이 장중에라도 20만원 선이 무너진 건 2015년 5월 11일 10분의 1 액면분할 이후 처음이었다. 이처럼 액면분할의 마법이 더는 통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어서 네이버의 액면분할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금융투자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네이버는 특히 외국인과 기관 비중이 크기 때문에 액면분할 이벤트가 영향력을 발휘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3분기 이후 올 2분기까지 영업이익이 계속 줄고 있는데, 3분기 실적 전망도 썩 좋은 편이 아니다. KTB투자증권은 네이버의 3분기 영업이익은 2472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20.8%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메리츠종금증권도 23% 감소한 2402억원으로 전망했다. 모두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 2563억원을 밑도는 수치다. 자회사 라인 등의 공격적인 신규사업 투자로 마케팅 비용 부담이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최근 라인을 통해 라인파이낸셜, 라인증권 등을 설립하며 핀테크(금융기술)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실적 성장은 당분간 쉽지 않다”며 “당분간 네이버 주가는 박스권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1455호 (2018.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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