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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중고시장] 중고시세 알려주고 안심보험도 등장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X-ray 장비 동원해 제품 검사…미개봉·반품·리퍼상품도 인기

▎온·오프라인 중고 자전거 거래 플랫폼인 라이트브라더스는 X-ray 비파괴 검사로 판매자가 위탁한 모든 매물의 수리 흔적과 균열을 확인한다. / 사진:라이트브라더스 제공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는 에이스손해보험(chubb)과 손을 잡고 중고사기 보험을 출시했다. 이 보험은 번개장터 앱의 송금서비스인 번개송금을 통해 중고거래를 이용한 구매자가 판매자로부터 산 제품에 문제가 있을 경우 보상을 해주는 상품이다. 보험료는 개별 상품 금액의 2.4%로, 피해가 발생하면 최대 100만원까지 보상해준다. 포털 네이버 인터넷카페 중고나라도 지난 3월 에이스손보와 ‘처브 인터넷직거래안심보험’을 선보였다. 중고나라사이트를 통해 인터넷 직거래를 하는 고객 중에서 20세 이상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최초 가입 때 일시납으로 5440원의 보험료를 내면 연간 횟수 제한 없이 건당 최대 50만원까지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보험상품은 중고거래가 늘어날수록 중고사기도 증가하고 있어서다. 경찰청에 따르면 인터넷 직거래 사기는 2014년 1만552건에서 2016년 2만8947건으로 3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대부분의 인터넷 직거래 사기는 거래 당사자들 간의 분쟁이라서 제도적으로 피해를 구제받기가 쉽지 않다. 에이스손보 관계자는 “중고제품을 거래할 때 소비자가 안심하고 거래하고, 인터넷 중고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상품을 만들었다”며 “보험상품 출시 후 꾸준하게 가입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고거래 대행 서비스도 생겨나

대부분 중고거래는 모바일 앱이나, 포털 카페와 커뮤니티 등에서 개인 간 거래로 이뤄지기 때문에 제품 검증이 쉽지 않다. 제품의 외관만 바꿔 비싸게 팔거나, 부품을 저가로 바꿔치기해 팔아도 구매자들은 알기 어렵다. 또 수리를 받거나 파손된 적이 있는 제품이라도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으면 속아서 사기도 쉽다. 이런 헛점을 막기 위해 제품을 검증해주는 서비스가 등장했다. 지난 5월 문을 연 온·오프라인 중고 자전거 거래 플랫폼인 라이트브라더스는 중고제품 검증 서비스를 하고 있다. 전문가가 자전거 외관은 물론 자전거 내부의 균열까지 꼼꼼히 확인한다. 검사 때 X- ray 장비까지 동원한다. 검사 중 프레임이나 휠이 금이 간 자전거는 판매가 반려된다. 김희수 라이트브라더스 대표는 “자전거는 안전하게 타야하기 때문에 제품상태가 매우 중요하지만 대부분 중고거래에서는 눈으로 대충 훑어보고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곳에서는 외관과 성능 진단 후 매물로 올리기 때문에 구매자들이 믿고 탈 수 있다”고 말했다.

중고거래를 대행해주는 업체도 생겼다. 모바일 중고거래 대행서비스 앱인 셀잇은 개인들이 직거래하는 중고거래 방식을 벗어나 중고 제품을 매입한 후 다시 파는 새로운 방식이다. 구조는 이렇다. 판매자가 팔고 싶은 제품을 셀잇 앱에 판매할 제품의 사진과 함께 상태, 구입 시기 등을 적으면 셀잇은 해당 제품의 파손과 같은 하자가 없는지 살펴본 후 판매자에게 가격을 제안한다. 제안 가격에 판매자와 거래가 성사되면 셀잇이 앱에 제품을 등록한다. 이후 구매자가 해당 제품을 보고 구입하면 된다. 셀잇이 모든 과정을 대행해 주는 만큼 판매자나 구매자 모두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다. 중고거래의 편의성을 높이면서 이 회사의 실적도 좋아지고 있다. 2013년 12월에 론칭한 셀잇의 지난해 거래금액은 80억원으로 전년보다 21% 증가했다.

중고시세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도 있다. 휴대폰 중고시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초이스다. 아이폰이나 갤럭시 등 스마트폰의 중고 시세를 최고 등급과 최저 등급으로 구분해 알려준다. 스마트초이스 홈페이지에는 중고폰 모델별 평균 시세 정보는 물론, 매월 2회(둘째·넷째 월요일) 직전 한주간 정보 제공에 동의한 10개 중고폰 업체들의 판매가격이 올라온다.

중고거래라고 해서 남의 쓰던 물건만 사고파는 것은 아니다. 개봉하지 않은 새 상품이나 반품·리퍼상품(진열상태에 있는 제품)을 사고파는 중고거래도 등장했다. 미새하우스는 사람의 손때가 묻은 물건이 아닌, 미개봉 새 제품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한다. 신호철 미새하우스 대표는 “예컨대 지인에게 선물을 받거나, 사은품으로 받은 제품 가운데 필요없는 제품을 판매자로부터 매입한다”며 “이런 물건을 매입해 새 제품이지만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형식”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팔리는 미개봉 상품은 한 달에 300개가 넘는다. 월 거래금액은 1억~1억5000만원 정도다. 그는 “그동안은 주로 청소기나 공기청정기 등과 같은 생활가전제품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육아용품·주방용품으로까지 판매 제품을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결제는 에스크로 서비스 이용해야

중고거래를 편리하고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서비스가 많이 등장하긴 했지만 중고거래는 여전히 구매자들의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중고거래 전문가들은 자신이 필요한 물품의 통상 가격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중고거래를 하다 보면 구매자가 사고 싶은 물품이 싸게 느껴져 덥석 사는 경우가 있지만, 구매 후엔 결국 더 비싸게 산 경우도 생기기 때문이다.

유승훈 중고나라 실장은 “시세보다 10만원 이상 저렴하다면 사기거래일 가능성이 크다”며 “수십만원대의 고가 IT기기나 가전제품은 구매자가 일일이 확인하지 못하고 판매자의 얘기만 듣고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구매자가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문자보다는 판매자와 직접통화를 하는 게 사기 거래를 줄일 수 있다. 유승훈 실장은 “판매자가 연락처를 알려주지 않고 SNS로 연락할 것을 유도하거나 선입금을 요구하는 경우 주의해야 한다”며 “결제할 때는 현금보단 안전결제 시스템인 에스크로 기반의 간편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1455호 (2018.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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