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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윌리엄스 UL 회장] UL마크는 곧 안전 보증의 의미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1894년 출범한 미국 최고의 인증 기업 … 기술력 높은 한국 기업이 좋은 파트너

유소연·전인지·박성현·김인경으로 구성된 한국 여자골프팀이 10월 7일 우승컵을 들었다.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국가대항전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대회에서다. 8개국 32명이 출전한 UL 인터내셔널 크라운은 국가의 명예를 건 팀 매치 플레이 대회다. 2014년 시작돼 올해 3회째를 맞이했다. 한국에서 대회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회 후원사인 UL의 키스 윌리엄스 회장은 한국 낭자들의 환호성을 보며 흐믓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한국 개최를 강력하게 주장했었다. 이유를 묻자 “박세리 선수가 미국 US 오픈에서 우승한 지 20년이 됐다”며 “박선수의 우승이 여자 골프에 얼마나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는지 의미를 생각해 보기 위해 한국에서 대회를 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울러 UL이라는 회사를 한국과 골프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월리엄스 회장은 한국과의 인연이 깊은 인물이다. 1991년 GE헬스케어에서 일하던 시절 처음 한국을 방문했고, 의료기기 전문 업체인 메드트로닉 아·태 지사장으로 일하던 시절에도 한국을 자주 찾았다. 2005년 UL의 10대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로 임명된 이후에도 자주 방한해 한국 기업인과 업무를 논의했다.

그는 한국이 중요한 비즈니스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UL의 주요 사업 현장은 미국과 캐나다다. 두 곳에 자동차와 전기·전자 제품을 수출하는 나라는 몇 없는데 그중 하나가 한국이라서다. 월리엄스 회장은 “지금보다 미래에 한국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하이 테크 분야에서 한국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기에 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UL은 2015년 경기도 수원에 국내 첫 무선시험소를 개설해 전자파 간섭, 전자파 인체 안정성 같은 무선 인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124년 간 두터운 신뢰 쌓아

UL마크는 미국에서 안전 보증의 의미로 통한다. UL이 만든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한 제품에만 붙일 수 있다. 124년 간 미국에서 두터운 신뢰를 쌓아왔다. UL의 역사는 1894년 미국의 발명가 에디슨이 활동하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전기 제품이 처음 등장하던 시기라 오작동에 따른 화재가 많이 발생했다. 자연히 안전 인증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졌다. 이에 대안을 제시하며 성장한 기업이 UL이다. 설립자 윌리엄 메릴은 화재의 주요 원인이던 백열전구의 성능을 직접 점검했다. 그리고 기준을 통과한 제품에만 UL의 안전 인증를 붙였다. 그렇게 소비자의 신뢰를 얻으며 성장했고 미국에서 전기 제품의 안전성을 시험하는 독보적인 회사로 자리잡았다. 그에게 UL을 한 문장으로 소개해달라고 부탁하자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UL은 보다 안전한 세상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입니다.”

UL은 미국에서 손에 꼽히는 장수 기업이다. 월리엄스 회장은 두 가지 요인 덕에 가능했다고 본다. 안전이라는 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다. 안전 기준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타협하지 않았다. 그 덕에 100년 넘게 신뢰를 쌓을 수 있었다. 동시에 시장 변화를 주시하며 대응해왔다. 그는 90년 전의 일을 소개했다. “예전에 우리 회사의 주요 인증 대상으로 비행기가 있었습니다. 주요 부품이 UL 인증을 받아야 했는데 다른 기관이 등장했습니다. 영국 연방 항공국이나 미국 교통국 같은 기관이 항공 안전 진단을 시작했습니다. 세상은 항상 변하지요. 이미 과거가 된 사업에 집착하지 않고 변화를 모색했습니다. 앞으로 새로 떠오를 산업을 주시하며 새로운 안전 진단기준이 될 수 있는 분야를 찾았습니다. 그렇게 끊임없이 노력해왔기 때문에 100년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지금도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술이 나오고 있다. 세상이 변하는 속도도 더욱 빨라졌다. 그는 앞으로 안전 인증 산업에서는 컴퓨터 모델링과 시뮬레이션 활용도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3년 전 일본 교토에서 열린 과학자 모임에 참석했었다. 노벨상 수상자들도 여럿 참석했던 행사다. 같은 테이블에 미국 과학연구소 소속 연구자가 있었다. “어떤 일을 하느냐고 물었더니 ‘핵무기를 테스트한다’더군요. 그거 불법 아니냐고 다시 물었더니 웃으며 ‘다 컴퓨터 모델링으로 진행하기에 괜찮을 것이다’라고 하더군요.” 월리엄스 회장은 “핵무기 안전도 컴퓨터로 테스트할 수 있다면 일반 기계 검사는 더욱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산업 곳곳에선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사용 중이다. 예컨대 자동차 충돌 테스트에 사용하는 대수가 크게 줄었다.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진행하기에 한두 대만 충돌시켜도 예전보다 더 많은 실험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는 조만간 시작될 가장 큰 변화로 동물테스트를 꼽았다. 동물 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분석 시뮬레이션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화학 합성물 검사를 동물 실험 없이 빅데이터로 예측할 수 있다. 컴퓨터 모델링 개발에 UL도 참여중이다. “설립자가 항상 강조했습니다. ‘테스트를 통해 알아내고 사실만을 알아라’. 이젠 좀 변했습니다. ‘테스트 없이 아는것을 구하고 거기서 사실만을 말하라’로 바꿀 시기가 온 것 같습니다.”

배터리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역할 기대

그는 미래 안전 인증 분야의 주력 산업으로 배터리와 화학 사이버 보안을 꼽았다. 지금은 화석연료에서 신재생 에너지로 무게축이 움직이고 있다. 이때 가장 중요한 장치가 바로 에너지 저장공간이다. 전기자동차나 오토바이, 가정용 태양광 시스템 보급이 늘고 있다. 10년이면 전기 항공기도 나타날 전망이다. 전기동력 기관이 얼마나 오래 안정적으로 움직일지는 바로 배터리에 달려 있다. 가정용·산업용 배터리 수요도 급격히 늘었다. “ 배터리 산업은 한국 기업들이 이끌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 기업들이 더 큰 일을 해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화학 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평범한 미국 가정을 검사하면 약 500 종류의 휘발성 화학 물질이 나온다. 집 건축재, 가구, 구매 제품에서 나오는 물질들이다.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 연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분야다. 가정용 물품에 대한 화학 안전 인증이 필요하기에 UL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인터넷 보안 분야도 월리엄스 회장의 관심사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세상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엄청난 혜택을 누리고 있지만 동시에 위험에도 노출되어 있다. 인터넷 보안 기준이 취약하다면 누군가가 내개인정보를 악용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며 기준을 세워야 할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는 “한국 기업과의 협력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예컨대 한국 기업이 이끌고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산업이 있다. 그는 자동차 외부를 OLED로 바꾸하면 커다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색상을 매번 원하는 색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카메라로 차량 반대편을 촬영한 다음 외부에 영상을 띄우면 투명 자동차 효과도 낼 수 있지요. 경찰의 입장에서 매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변화입니다. 그래서 기준이 필요합니다. 저희가 합리적인 기준을 세워야 사용자와 관리자 모두 편해집니다. 그게 UL이 하는 일이랍니다.”

1455호 (2018.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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