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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 기자의 ‘라이징 스타트업’(34) 엔씽] 화성에 ‘스마트팜’ 만드는 게 꿈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스마트 화분 ‘플랜티’로 주목 받아 컨테이너 이용한 플랜티 큐브로 해외 진출 노려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엔씽 사무실에서 만난 김혜연 대표가 플랜티 스퀘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김현동 기자
미국 항공우주국(NASA) 아레스 3 탐사대가 화성 탐사중 모래폭풍을 만났다. 모래폭풍 때문에 팀원 마크 와트니가 사고를 당했고, 탐사대에 합류하지 못했다. 지구로 돌아가야 할 시간, 탐사대는 그가 죽었다고 판단하고 지구로 귀환했다. 극적으로 생존한 마크 와트니는 홀로 화성에 남겨졌다. 마크 와트니는 살아남기 위해 탐사대가 사용했던 건축물을 이용해 감자나 채소 같은 먹거리를 재배하기 시작한다. 건축물을 마치 온실처럼 만들어 채소가 자랄 수 있게 환경을 구축한 덕분이다. 2015년 개봉해 인기를 끌었던 영화 <마션>에서 눈길을 끌었던 장면은 화성에서 채소를 재배해 그걸 먹으면서 생존하는 모습이었다. 영화처럼 화성에 스마트팜을 건설하고 싶은 창업가가 있다. 2014년 1월 엔씽을 창업한 김혜연(32) 대표다. 그는 “화성에다 농장을 짓는 게 꿈”이라고 말하곤 한다.

화분에 온도·수분 등 감치하는 센서 장착

그가 말한 화성의 농장은 스마트 팜일 것이다. 엔씽은 한국에서 스마트팜 하면 떠오르는 스타트업이다. 엔씽이 유명해진 것은 플랜티라는 스마트 화분 덕분이다. 2013년 프로토타입으로 나온 제품으로 화분에 온도, 조도, 토양 수분 등을 감지하는 센서가 장착된 사물인터넷(IoT) 화분이다. 센서로 수집한 데이터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분석하고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게 된다. 물도 원격으로 주는 것이 가능했다. 당시 ‘글로벌 K 스타트업 프로그램 2013’을 통해 이 제품을 알렸고 상금 4000만원과 투자금 3억7000만원으로 화려하게 출발했다. 김 대표는 “2013년 당시 프로토타입을 만들었고, 구글과 미래부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당시 IoT라는 단어가 대중화되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2014년 구글이 네스트를 인수하면서 IoT가 화두로 떠올랐다. 엔씽이 IoT를 접목한 스마트 팜 스타트업이라는 호평을 받게 된 이유다.

엔씽은 프로토타입을 실제 제품으로 내놓기 위한 도전에 나섰다. 2015년 4월 미국의 크라우드펀딩 서비스 킥스타터에 도전해 50여 일 만에 모집 목표액 10만 달러를 달성했다. 해외에서도 엔씽의 아이디어에 적극 화답한 것이다. 2016년 5월부터 펀딩에 참여한 이들에게 플랜티를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플랜티는 기능이 뛰어나지만 10만원이 넘는 가격 때문에 채소 같은 것을 재배하는 데는 어울리지 않는다”면서 “난 같은 고급 화초를 키우는 데 플랜티가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대체할 제품 개발에 나섰다. 플랜티 스퀘어다. 픽셀이라는 조그마한 화분이 4개 담겨 있는 수경재배 세트다. 픽셀은 나사에서 개발한 흙을 대신하는 배지라는 스펀지가 있고, 그 안에 씨앗이 담겨 있다. 픽셀 4개가 하나의 세트가 되고, 그 세트를 담는 게 플랜티 스퀘어다. 플랜티 스퀘어에 물을 담아놓고 픽셀을 설치하면 1~2주 안에 씨앗이 발아하게 된다. 바질이나 채소 같은 신선채소를 쉽게 키울 수 있는 제품이다. 플랜티스퀘어는 서로 연결 가능하기 때문에 확장성도 높다. 김 대표는 “이 제품은 유치원이나 일반 가정 등에서 쉽게 채소를 키울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자랑했다. 여기에 식물 재배에 최적화된 LED등과 플랜티 스퀘어를 함께 설치할 수 있는 스탠드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그는 “베란다나 조그마한 공간에 이것을 설치해놓으면 언제든 신선채소를 먹을 수 있게 된다”면서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저렴한 비용으로 건설 가능한 플랜티 큐브

그가 요즘 매달리고 있는 것은 플랜티 큐브다. 쉽게 말하면 온실과 같은 컨테이너형 스마트 팜이다. 지난해 7월 컨테이너 호텔을 운영하는 해외 기업인이 엔씽에 의뢰를 해서 시작한 프로젝트다. 올해 2월 엔씽은 2호 플랜티 큐브를 만들어 서울 미아동에 직접 설치해 시험 운영 중이다. 그는 “미세먼지 수치가 아무리 높아도 플랜티 큐브 안은 채소가 자라는 데 최적화된 환경이 유지된다”면서 “해외에서 의뢰받은 플랜티 큐브는 쇼룸같은 형식이어서 채소 키우는 게 쉽지 않았는데, 이번에 우리가 제작한 것은 채소나 허브 등을 재배하는 데 최적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 식물공장 대비 25%~50%의 비용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대규모로 확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컨테이너의 특성상 위로 높게 쌓을 수도 있고, 옆으로 확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김 대표의 설명대로라면 컨테이너 100동을 설치하면 기존 농장 1만5000평 규모가 된다. 컨테이너를 이용하니 훨씬 좁은 땅에서 1만5000평 규모의 농장을 운영하는 셈이 된다. 그가 “플랜티 큐브는 새로운 농장의 형태”라고 말하는 이유다.

플랜티 큐브에 집중하는 이유는 계약재배 방식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는 “식자재 기업이나 중소 프랜차이즈, 샐러드 업체 등이 가장 어려워하는 게 좋은 채소를 1년 내내 균일한 가격으로 공급받는 것”이라며 “큐브를 이용하면 이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가 이렇게 자신하는 이유가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자료에 따르면 상추나 깻잎 등의 잎채소 가격은 매년 300%에서 1000%까지 가격이 오르내린다. 균일한 가격으로 1년 내내 채소를 공급받을 수 있느냐 여부가 가격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인이다. 플랜티 큐브를 서울 미아동에 설치한 이후부터 여러 곳에서 작물을 공급받고 싶다는 제안을 받고 있다. 그가 올해 30억원의 매출 목표를 잡을 수 있던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그는 맞춤형 채소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을 플랜티 큐브의 경쟁력으로 꼽는다. 예를 들면 당뇨병으로 고생하는 이들은 상추를 끓는 물에 데쳐서 먹는 경우가 많다. 상추에 질산염 칼륨이 들어 있는데, 데쳐 먹으면 염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식물의 성분을 조절해서 당뇨나 신장질환이 있는 분들도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저칼륨 채소 생산도 가능하다”면서 “스마트 팜이라고 하면 사실 맞춤형 재배가 가장 큰 경쟁력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플랜티 큐브에 설치된 IoT 기반 센서를 활용해 농장의 환경을 원격으로 모니터링하고 컨트롤할 수 있는 큐브 OS를 개발한 덕분이다.

김 대표는 한양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후 다양한 경력을 쌓은 창업가다. 엔씽을 창업하기 전에는 연예인 로드매니저, SK텔레콤 트렌드 리포트 분석, 영국 유학, 외삼촌이 운영하는 시설원예 시공업체 근무 등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외삼촌과는 우즈베키스탄에 조인트 벤처를 세워 비닐하우스를 수출하는 성과까지 냈다. 이후 한국전자부품연구원에서 IoT 플랫폼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농업에 IoT를 접목하는 사업에 도전하게 된 것이다. 그는 농업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농업은 인류가 사라지지 않는 한 없어지지 않는 산업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농업 분야에서 뭔가를 시도하고 성과를 내면 전 인류의 삶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다”면서 “화성에 스마트 팜을 짓고 싶다는 생각을 한 이유도 인류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며 웃었다.엔씽은 창업 후 지금까지 34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1455호 (2018.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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