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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차 vs 택시 업계’ 갈등, 해법은 없나] 소비자 선택권 확대냐 택시 생존권 보호냐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광화문 집회 택시기사 5만 명 참여, 운행 중단 실력행사 … 해외선 공유차 면허 도입 등 공생 모색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는 전국 택시 산업 종사자들이 10월 1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자가용 불법 영업 결사 반대, 카풀 허용 택시 다 죽인다.” 10월 1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전국 택시 업계와 운송사업자 5만 명이 모여 대규모 ‘택시 생존권 결의대회’를 가졌다. 이날 오전 4시부터 24시간 동안 택시 운행을 중단하는 등 실력 행사도 벌였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 서비스가 자가용을 이용한 불법 운송 영업이기 때문에 정부가 이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집단 행동이다.

공유차 서비스를 둘러싼 카카오와 택시 업계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카카오를 중심으로 한 공유차 진영은 소비자 편의성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고, 이에 대해 택시 업계는 모빌리티에 의해 기존 택시 산업이 해체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서로 접점을 찾지 못하고 갈등만 깊어지고 있다. 카풀은 목적지나 운행 경로가 같은 운전자와 탑승자를 매칭해 주는 라이딩 셰어링 서비스다. 현재 라이딩 셰어링과 관련한 법적 규정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여객자동차법) 81조 1항에 담겨 있다. 이 법은 출·퇴근 때 차주가 운송료를 받고 승용차를 운행하거나 차량을 임대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알선 역시 가능하다. 교통체증이 심한 시간대로 제한돼 있지만, 법적으로는 사실상 카풀 서비스가 가능한 셈이다. 그러나 이 법이 정한 출·퇴근 시간을 언제로 볼 것인가를 두고 의견 대립이 첨예하다.

유연근무제 확대 등으로 출·퇴근 시간 모호해져

카카오는 예외적 상황을 허용한 현행법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비슷한 출·퇴근 길을 다니는 사람들을 연결해주기 때문에 요금이 비쌀 필요가 없다”며 “카풀이 결국 택시 사업으로 변질될 것이란 우려가 있지만 어디까지나 법의 테두리 안에서 서비스를 디자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금이 택시에 비해 30~40%가량 저렴한 데다 교통체증 완화, 택시 수급 불균형 문제 해소 등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택시 업계의 불안감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법에서 규정한 출·퇴근 시장의 규정이 애매하다는 것이다. 52시간 근로제 도입과 유연근무제가 확대되면서 직장인들의 출근시간을 9시, 퇴근 시간을 6시로 못 박기 어려워졌다. 카풀이 사실상 24시간 온종일 영업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이날 집회에서 만난 한 개인택시 운전자는 “조·야근, 회식까지 고려해 출·퇴근 시간을 정하면 결국 카풀이 하루종일 영업할 수 있게 된다”며 “생존권 방어 차원에서 반대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라이딩 셰어링 스타트업 ‘풀러스’는 지난해 11월 출근(오전 5~11시)과 퇴근(오후 5시~오전 2시) 때만 제공하던 서비스를 24시간으로 확대한 바 있다. 이에 서울시가 현행법 위반이라며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하기도 했다. 우버도 지난해 9월 세계 처음으로 ‘우버셰어’ 서비스를 국내에 선보였으나, 애매한 규정 때문에 출·퇴근 외 시간에도 영업을 벌이다 당국의 철퇴를 맞은 바 있다. 택시 업계는 여객자동차법 81조 1항을 삭제해 라이딩 셰어링 사업을 원천 봉쇄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다만 산업 측면에서 보면 라이딩 셰어링은 피할 수 없는 길이라는 것이 업계 견해다. 모든 승용차를 공유차로 묶어야 모빌리티 생태계가 꾸려지기 때문이다. 라이딩 셰어링이 보편화돼야 승용차를 배달 등 용도로 사용할 수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로 넓힐 수 있다. 운송과 관련한 면허·사업권 등 기존 장벽을 허무는 일이다. 네트워크 효과 때문에 초기 선점도 중요하다. 지난해부터 라이딩 셰어링 업체들이 24시간 운영 등 무리수를 둔 것도 이 때문이다. 카카오도 올 초 라이딩 셰어링 경쟁사 ‘럭시’를 252억원에 인수하는 등 공을 들여왔다.

라이딩 셰어링은 빅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어 자율주행 기술로도 이어진다. 예컨대 서울시는 남산 1호 터널의 교통량과 체증이 일어나는 시간만을 분석할 수 있지만, 라이딩 셰어링 업체는 남산 1호 터널을 통과한 차량들의 출발지와 경유지·목적지 등을 시간대별로 확인할 수 있다. 또 센서·라이더가 달린 공유차를 통해 공사·사고 등 도로 사정과 관련한 여러 데이터와 변수를 계산해 교통체증을 줄일 수도 있다. 실제 우버는 ‘자율주행차 기술은 공유돼야 발전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이미 우버와 디디추싱 등 글로벌 공유차 업체들은 라이딩 셰어링 기반에 자율주행기술을 접목한 ‘무인 택시’ 서비스를 내년부터 제한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제너럴모터스(GM)도 2019년 무인 자율주행 전기차 택시 사업을 시작한다.

이와 달리 한국에서는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와 택시 업계의 거센 반발에 막혀 라이딩 셰어링 서비스가 싹 트지 못하고 있다. 우버는 2013년 서울에 ‘우버X’ 서비스를 내놨지만 서울시와의 마찰로 2015년 3월 서비스를 중단했다. 현대자동차도 라이딩 셰어링 서비스 진출을 염두에 두고 2017년 럭시에 50억원을 투자했지만 택시 업계의 불매운동을 견디지 못하고 6개월 만에 모든 지분을 매각했다. 라이딩 셰어링이 운송 산업 전반을 바꿀 수 있는 만큼 반발도 거센 셈이다.

일정 부분 이익 공유하는 시스템 고민해야

공유차 플랫폼이 구축되면 택시 산업 몰락으로 종사자들의 대량 실직이 불가피할 수 있다. 특히 현재 1억원 안팎에 거래되는 개인택시 면허권 시세 폭락도 불 보듯 뻔하다. 퇴직금으로 개인 택시를 운영하는 은퇴자가 적지 않은 국내 여건을 고려하면 제도적 완충 장치를 마련하든가 타협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제4차 규제·제도 혁신 해커톤(마라톤회의)’을 진행 중이지만 택시 업계는 “무조건 반대” 입장을 내비치며 참여하지 않고 있다. 해커톤도 “특정 시간대와 지역은 택시가 충분하지 않다. 시민들의 불편을 정보통신기술(ICT)을 도입해 해결하기로 합의했다”는 원론적 결론을 내는 등 사실상 공전 중이다.

이런 문제는 미국·유럽 등지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미국 뉴욕시에서는 우버 서비스 확대로 생계에 위협을 느낀 택시기사들이 올 1~8월에만 6명이나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중국에서는 디디추싱 운전자가 여성 승객을 성폭행한 후 살해하는 일이 잇따라 발생했다. 이에 공유차 면허제 도입, 수량 제한 등의 보완책이 등장하고 있다. 최근 뉴욕시는 우버 공유 차량의 신규 등록을 제한하기로 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의 허가로 우버는 2015년 뉴욕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1일 사용자 수는 택시에 비해 이미 40% 이상 많을 정도로 폭발적으로 증가해서다. 택시 기사 자살 등 사회 문제로 번지자 더블라지오 시장은 결국 양 조절이란 공유차-택시의 공존 방안을 내놨다. 또 뉴욕에서 우버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택시·리무진 협회의 입회 하에 면허 시험을 치러야 한다. 프랑스 역시 우버 기사를 하기 위해서는 뉴욕과 마찬가지로 영업 면허를 취득해야 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새로운 산업이 생김으로써 발생하는 이해 당사자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일정 부분의 이익을 공유하는 체제를 정부가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456호 (2018.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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