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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논란 2라운드] 공격 논리 바꾼 금감원, 증선위 판단은… 

 

김수헌 글로벌모니터 대표
재감리 결론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바이오 관계회사’…삼성의 재반격 만만찮을 듯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10월 12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재감리 진행 사항에 대해 질의하자 “늦어도 연말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사진:연합뉴스
약 1년 전인 지난해 11월,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의 2015년도 재무제표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감리를 진행 중이던 금융감독원은 고민에 빠졌다. 2012년 초 삼성바이오가 미국 바이오젠과 함께 바이오시밀러 개발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삼성에피스)를 설립했을 때, 종속기업(연결회계로 처리)으로 분류하는 게 맞았는지 아니면 관계기업(지분법회계로 처리)으로 분류하는 게 맞았는지에 대한 판단 때문이었다. 삼성 측은 애초 종속기업으로 분류했다가 2015년 말 관계기업으로 전환하면서 막대한 당기순이익을 인식했다(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뒤에서 한다).

종속기업→관계기업으로 입장 바꿔


금감원은 국내 대형 회계법인과 회계기준원 등의 전문가 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관계기업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다수 의견을 회신받았다. 그러나 금감원은 올해 5월 이 같은 전문가 회신과는 다른 내용의 감리 결과를 내놓았다. 처음에 종속기업이었으면 계속 종속기업으로, 처음에 관계기업이었으면 계속 관계기업으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내용이었다. 다시 말해 2015년 말 분류변경으로 막대한 당기순이익을 인식할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였다. 이 같은 금감원의 논리는 분식회계 여부를 심의하는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재감리를 진행하라”는 명령을 받는 결과를 초래했다.

지난 7월 12일 오후로 돌아가보자. 금융위원회는 이날 기자들에게 삼성바이오와 관련한 긴급 브리핑을 하겠다고 통보했다. 당시 증선위는 여러 차례 임시회의까지 열어가며 삼성바이오에 대한 논의를 급박하게 진행하고 있었다. 증권시장에서는 두 가지 소문이 돌았다. 조간신문 마감이 임박한 시간에 브리핑을 하는 것으로 보아 중대 발표는 아닐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그러나 정반대 해석도 있었다. 분식회계 여부에 대한 최종 결론을 밝힐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찮았다. 중대 발표가 아니라면 구태여 마감 임박 시간에 긴급 브리핑을 할 리 없다는 이야기였다. 결론적으로 이날 금융위 발표는 중대한 내용이긴 했으되, 참으로 어정쩡했다. 금감원은 1년 여에 걸친 특별감리 끝에 회사가 수조원에 이르는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며 중징계안을 올렸다. 하지만 증선위는 원안 논리로는 행정처분을 내리기 어렵다며, 이를 폐기하고 재감리를 하라는 사상 초유의 주문을 냈다. 그러면서도 일부 공시(公示)누락 혐의에 대해서는 고의로 회계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검찰고발 등 중징계를 결정했다.

시가총액 30조원, 한국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5위(10월 22일 기준) 기업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여부를 최종 심판할 증선위가 10월 말부터 다시 재개된다. 금감원은 최근 재감리를 끝내고 새로운 징계조치안을 삼성바이오 측에 통보했다. ‘고의 분식회계’라는 핵심 결론은 원안과 달라지지 않았다. 이미 두 달 여 동안 날선 공방을 벌였던 금감원과 삼성은 증선위에서 다시 진검승부를 벌여야 할 상황이다. 이번에는 문제가 된 2015년 결산 재무제표보다는 그 이전, 특히 2012년의 회계처리로 쏠릴 전망이다. 왜 그럴까.

10월 말 증선위 재개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약간의 사전설명부터 한다. ㈜김밥이 ㈜천국의 지분을 20%~50%까지 취득하면, 김밥은 천국에 대해 ‘유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하고, 천국을 ‘관계기업’으로 분류한다. 2017년 초 김밥이 천국 지분 30%를 취득했고, 천국이 연말 결산에서 1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고 하자. 그러면 김밥은 자기 결산을 할 때 3억원(천국의 당기순이익 10억원X천국에 대한 지분율 30%)을 지분법 이익이라는 항목으로 반영한다. 천국을 관계회사로 유지하는 한, 김밥은 천국이 이익을 내면 30%만큼을 지분법 이익으로, 손실을 내면 30%만큼 지분법 손실로 반영하는 회계처리를 한다고 보면 된다. 만약 김밥이 천국 지분을 50% 넘게 취득했다고 하자. 일반적으로 지분 50%를 넘으면 “지배력을 보유한다”고 한다. 김밥은 ‘지배기업’이 되고 천국은 ‘종속기업’이 된다. 그리고 김밥은 천국을 연결(지배기업과 종속기업의 손익계산서, 재무상태표 등을 합산해 한 회사인 것처럼 회계처리함)해서 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한다.

삼성바이오에 조금 더 근접한 사례를 가정해 보자. ㈜김밥이 ㈜순대와 함께 합작법인 ㈜천국을 만들었다. 지분율은 김밥이 90%, 순대가 10%다. 김밥과 순대 간에는 주주약정이 있다. 순대는 미래에 언제든 천국 지분 40%를 주당 3만원에 김밥으로부터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정해진 가격으로 지분을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콜옵션(call option)이라고 한다. 순대는 천국 주당가치가 3만원이 넘으면 콜옵션을 행사할 것이다. 처음에 김밥은 천국을 종속기업으로 분류할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천국의 기업가치가 높아져 주당 3만원을 넘어섰다면 김밥은 천국을 관계기업으로 분류변경해야 한다. 순대가 콜옵션을 행사하면 천국에 대한 두 회사의 지분율은 각각 50%가 된다. 김밥은 천국에 대해 단독지배력을 상실한다. 순대가 콜옵션을 행사해야만 김밥이 천국을 관계기업으로 분류변경할까? 그것은 아니다. 김밥이 보기에 순대 측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판단이 들면, 실제행사 여부와 상관없이 그 시점에 천국을 관계기업으로 변경해야 한다.

그렇다면 순대가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천국의 기업가치를 평가해야 한다. 김밥이 천국의 기업가치를 평가해보니 400만원이다. 발행주식수가 100주라면 주당가치는 4만원이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지분 분류변경 즉 ‘종속기업→관계기업’ 또는 ‘관계기업→종속기업’으로의 전환은 막대한 당기순이익 또는 당기순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일반인들이 보기에 좀 특이한 회계처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밥이 가진 천국 지분 90%는 이제 신분이 바뀐다고 했다. 종속기업 주식에서 관계기업 주식으로 전환한다. 이 때 김밥은 종속기업 지분을 매각하고 관계기업 지분을 취득하는 것처럼 회계처리 한다. 매각하는 종속기업(천국)의 지분가치는 얼마인가. 천국의 재무제표에 나타난 순자산액(자산총계-부채총계)이다. 이것을 100억원이라고 하자. 새로 취득하는 관계기업(이것 역시 천국이다) 지분의 가치는 얼마인가. 이것은 이른바 ‘공정가치’로 평가한다. 천국이 상장사라면 주가를 기준으로 하겠지만 비상장사라면 적절한 기업가치평가법(일반적으로 현금흐름할인법)을 동원해 새로 평가해야 한다. 1000억원으로 산출됐다고 하자. 결국 종속기업 100억원을 매각하는 대신 관계기업 900억원(기업가치평가액 1000억원X지분 90%)을 얻는 셈이 됐다. 우리는 이를 두고 “김밥이 종속기업 주식 처분이익으로 800억원(900억원-100억원)을 얻었다”고 말한다(실제로는 몇 가지를 더 고려해야 하나 여기서는 이해를 위해 생략한다).

순자산가치는 현재 자산과 부채 간 차액일 뿐이다. 그러나 기업가치는 대개 미래의 수익가치(예상되는 현금흐름)를 크게 반영한다. 그래서 평가하기에 따라 순자산액이 수백억원이라도 기업가치 평가액은 수천억원 또는 그 이상 갈 수도 있다. 그렇다면 생각해보자. 김밥이 평가한 천국 기업가치는 100% 객관적일까. 일반적으로 비상장사 가치평가방법으로 선택하는 현금흐름할인법(DCF)에는 많은 가정이 들어간다. 주관적 평가의 성격이 강할 수밖에 없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논란도 바로 여기서 발생했다.

2012년 초 삼성에피스에 대한 삼성바이오와 미국 바이오젠의 지분율은 85% 대 15%였다. 삼성바이오는 삼성에피스를 종속회사로 분류했다. 두 회사 간에는 주주약정이 있었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삼성바이오로부터 삼성에피스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을 가졌다. 바이오젠은 콜옵션 행사가 이익이라는 판단이 들면 어느 시점에서든 삼성에피스 지분율을 50%-1주(49.9%라고 하자)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콜옵션 행사가격, 즉 지분 거래가격은 별도의 공식에 따라 산정하기로 했다. 3년 후인 2016년 초 삼성바이오는 2015년도 결산재무제표를 공시했다. 이 재무제표에 담긴 수치는 금방 이목을 집중시켰다. 바이오 기업은 업(業)의 특성상 설립 이후 적어도 수년 동안은 적자를 낼 수밖에 없다. 삼성바이오도 그런 과정을 밟고 있었다. 그런데 무려 1조9000억원의 당기순이익 발생과 1조6000억원의 누적잉여금이 기록된 2015년도 재무제표를 공시한 것이다. 삼성바이오는 2015년도 결산 당시 바이오젠이 앞으로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며, 지배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했다. 주주 간 약정상 콜옵션이 행사되면 삼성에피스 이사진을 바이오젠과 동수로 구성해야 하고, 주요 의사결정을 일방적으로 할 수 없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당시 삼성에피스에 대한 두 회사 지분율은 91% 대 9% 수준.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삼성 측은 지분 41%를 넘겨줘야 한다.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졌다는 주장의 근거는 삼성에피스 가치의 급상승이었다. 안진회계법인이 수행한 가치평가액은 5조2700억원. 2015년 바이오시밀러 2종 임상 성공에 따른 국내 판매 허가 및 유럽 판매 승인신청 등이 반영된 수치였다. 삼성이 보유한 지분 91% 해당액은 4조8000억원이다. 이에 비해 삼성에피스 순자산액은 2900억원. 지분 91%를 일단 종속기업 주식에서 관계기업 주식으로 신분전환시켜야 한다. 앞에서 설명했듯 종속기업을 매각해 관계기업을 얻는 것으로 회계처리를 해야 하므로 4조5000억원(4조8000억원-2900억원)이 넘는 종속기업 주식 처분이익을 얻게 된 셈이다.

바이오젠에 넘겨줘야 할 삼성에피스 지분 41%의 가치는 2조1700억원이다. 이에 비해 삼성바이오가 그 대가로 바이오젠으로부터 받는 돈(콜옵션 행사가격)은 3500억원으로 산출됐다. 3500억원에 2조1700억원 가치의 지분을 넘겨줘야 하니 삼성바이오는 그 차액인 1조8000억원의 콜옵션 평가손실을 본다. 반대로 바이오젠은 그만큼의 이득을 보는 것이 되므로 삼성바이오는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졌다고 본 것이다. 콜옵션 평가손실보다 종속기업 주식 처분이익이 훨씬 더 크기 때문에 삼성바이오는 결과적으로 회계상 2조원 이상의 남는 장사를 했다. 2015년도 당기순이익 1조8000억원은 이렇게 탄생했다.

금감원은 이에 대해 고의로 회계기준을 위반한 행위, 즉 고의 분식회계로 판단했다. 금감원의 기본 논리는 이랬다. ‘2015년 삼성에피스에 대한 삼성바이오의 지배력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볼 만한 상황이 없다. 2015년 이전 종속기업으로 분류했다면 계속 종속기업으로, 관계기업으로 분류했다면 계속 관계 기업으로 유지했어야 맞다. 따라서 지배력 변동을 이유로 투자 지분 분류를 변경하여 막대한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행위는 고의 분식회계에 해당한다’.

고의 분식회계 주장에 강한 브레이크

이 같은 금감원 주장은 증선위에서 강하게 브레이크가 걸렸다. 증선위는 “금감원 주장은 2012년에 삼성에피스를 종속기업이든, 관계기업이든 어느쪽으로 분류해도 문제가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2015년 이전의 회계처리, 특히 2012년 처음에 어떻게 분류하는 게 맞았는지 재감리를 진행하여 결론을 내라”고 주문했다.

금감원은 처음부터 관계기업으로 보는 게 맞다는 재감리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전에도 관계기업이었고, 이후에도 관계기업이기 때문에, 2015년 종속기업 주식 처분이익이 발생할 이유가 없었다는 논리가 더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 처음에는 종속기업이 맞았지만 2015년 관계기업으로의 전환은 틀렸다는 논리를 내세우려면, 2015년 삼성에피스 기업가치 평가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쉽지 않은 문제다.

그렇다면 애초부터 관계기업이 맞았다는 논리는 금감원에 힘을 실어줄까. 이 역시 삼성의 만만찮은 반격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금감원은 앞에서 언급했듯 지난해 11월 전문가 설문에서 애초 관계기업이라는 다수 회신을 받았지만 감리 결과에서 채택하지 않았다. 회계기준상의 근거에 대한 확신이 없었을 수도 있다. 회신을 준 전문가들 역시 콜옵션을 포함한 주주약정이나 삼성에피스 가치평가와 관련한 세부 자료를 제공받고 판단한 것은 아니었다. 최근 공개된 증선위 회의록을 한 번 보자.

금감원 vs 삼성 논리 다툼 더울 치열해질 듯

증선위원들은 “2012년~2014년까지는 삼성에피스를 종속기업으로 보고 연결회계처리를 해도 되고, 관계기업으로 봐서 지분법 회계처리를 해도 된다는 게 금감원 입장이냐”고 추궁했다. 금감원은 움찔했던 모양이다. 2012년~2014년에도 종속회사보다는 관계회사로 보는 게 타당한 것으로 판단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위원들은 이에 대해 2012년~2014년에 관계회사가 맞다면 지분법 회계처리에 맞춰 재무제표를 다 수정해야 하고, 이에 대한 삼성 측 항변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재감리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삼성에피스 설립 당시 지분율은 삼성 측(85%)이 압도적이었다. 이사회 구성(삼성 4명 대 바이오젠 1명)도 그랬다. 언뜻 보면 종속기업이 맞을 것 같다. 그런데도 금감원이 재감리에서 관계기업으로 결론 내린 이유는 무엇일까. 삼성은 2012년~2014년에는 콜옵션 가치가 너무 낮아 바이오젠이 행사할 가능성을 크게 볼 수 없었다고 주장한다. 삼성에피스의 기업가치가 그만큼 낮았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금감원은 재감리 과정에서 당시에도 콜옵션 행사가격과 행사에 따른 이득을 따져봤을 때 바이오젠이 행사할 가능성이 큰 편이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추측된다.

이에 대한 근거를 설득력있게 제시할 수 있다면 삼성에피스를 처음부터 관계기업으로 분류했어야 한다는 주장을 강하게 펼 수 있다. 2015년 이전의 회계처리, 즉 종속기업과 관계기업 중 어느 것이 맞았는지에 초점이 맞춰진다면 삼성과 금감원의 격돌은 더 치열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증선위가 삼성바이오 이슈를 오래 끌고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빗나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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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7호 (2018.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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