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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하는 항공사 마일리지] 항공사 마일리지로 항공권 구입?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2019년 1월부터 순차적으로 마일리지 사라져…사용처 제한돼 있어 소비자만 분통

국내·외 여행을 가거나 출장 등으로 여객기를 탔다면 대개 마일리지(mileage)가 쌓인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과 같은 국적기는 물론, 이들 항공사와 제휴를 맺은 외국 항공사의 여객기를 타고 마찬가지다. 이들 항공사가 제공하는 마일리지는 여행 거리와 좌석 등급에 따라 일정 비율로 적립해주는 일종의 보너스다. 그런데 이 마일리지가 내년 1월부터 적립 시기에 따라 없어지기 시작한다. 예전에는 아무리 오랫동안 쌓아둬도 없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이 2008년 약관을 바꿔 마일리지의 유효기간을 10년으로 정하면서 내년부터 사라지는 것이다. 2019년 1월 1일부터 2008년 1월 1일 적립한 마일리지부터 순차적으로 소멸한다. 다만 2008년 이전에 쌓은 마일리지는 여전히 유효 기간이 없다.

소멸하는 마일리지의 적립 시기는 항공사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다. 대한항공은 자사나 제휴 항공사 여객기에 탑승해 2008년 6월 30일 이전에 쌓은 마일리지는 평생 유효하다. 소멸 대상 마일리지는 2008년 7월 1일 이후 쌓은 마일리지로, 내년에 첫 소멸되는 마일리지는 2008년 7월 1일부터 같은 해 12월 31일까지 쌓은 마일리지이다. 2009년에 쌓은 마일리지는 2020년에 소멸하는 등 연간 단위로 순차적으로 사라진다. 아시아나항공은 2008년 10월 이후 쌓은 마일리지가 2019년부터 소멸한다. 소멸 대상이 되는 두 항공사 보유 마일리지 규모는 고객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업계에서는 대략 양사의 누적 마일리지 중 30%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전체 마일리지 적립 규모는 약 2조6000억원에 이른다. 대한항공이 2조982억원, 아시아나항공은 5500억원을 마일리지로 적립하고 있다.

마일리지 유효기간 ‘10년+1년+1년’

국내 항공사의 마일리지는 연간 개념으로 날짜를 인정하기 때문에 10년째 되는 해의 마지막 날까지 유효하다. 따라서 유효기간이 10년이 될 수도 있고, 길게는 12년이 될 수도 있다. 예컨대 2009년 1월 20일에 대한항공 여객기를 이용해 5000마일리지를 쌓았다고 가정해보자. 이 마일리지는 10년째가 되는 2019년 1월 20일에 소멸하는 게 아니라 10년째 되는 해의 마지막 날인 2019년 12월 31일에 소멸한다. 결과적으로 마일리지의 유효기간이 10년하고도 11개월이 되는 셈이다. 이 마일리지로 2019년 12월에 2020년 12월에 쓸 항공권을 결제했다고 가정하면 이 마일리지의 유효기간은 12년이 된다. 국내에선 항공권을 361일 전에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연간 단위로 소멸하기 때문에 유효기간이 딱 10년인 마일리지도 있을 수밖에 없다. 가령 2009년 12월 30일에 쌓은 마일리지는 10년째인 2019년 12월 31일에 소멸하므로, 이 마일리지의 유효기간은 딱 10년이 된다. 하지만 이 경우라도 2019년 12월 31일 이전에 2020년 12월에 사용할 항공권을 구입하면 유효기간은 사실상 11년이 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마일리지 소멸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항공권을 미리 발급해 놓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렇더라도 소멸 예정인 마일리지는 직계가족 아니면 양도하거나 판매·상속할 수 없어 소비자의 불만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마일리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건 역시 항공권 구매다. 마일리지로 국내선·국내선 항공권을 살 수 있는데, 방식은 구간에 따라 마일리지를 차감하는 식이다. 이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지만 마일리지로 항공권을 사는 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좌석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항공사 마일리지로 구매 가능한 좌석은 전체 좌석 중 5% 안팎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마저도 ‘마일리지 좌석’이 따로 있어 인기 지역을 성수기에 이용하려면 1년 전에 예약을 해도 될까 말까다. 반면 외국 항공사는 대개 마일리지로 자유롭게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다. 미국의 대형 항공사인 델타항공은 성수·비수기 제한 없이 빈 좌석만 있으면 언제든 마일리지로 항공권을 살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은 좌석 등급을 높이는 승급 혜택이다. 마일리지를 사용해 일반석은 비즈니스석으로, 비즈니스석은 퍼스트석으로 1단계씩 승급할 수 있다. 이때 필요한 마일리지는 노선에 따라 달라진다. 예컨대 대한항공 북미 노선에서 일반석을 비즈니스석으로 승급하려면 6만~12만 마일리지 정도가 필요하다. 다만 성수기에는 좌석 승급에 더 많은 마일리지가 필요할 수 있다. 아직은 사용처가 많지 않지만 마일리지로 다른 상품을 사거나 다른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공항 라운지 이용, 초과 수하물 요금 지불이나 스포츠 장비와 애완동물과 같은 특수 수하물의 위탁 등이다. 항공사와 제휴한 여행상품이나 호텔·렌터카를 마일리지로 구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런데 이 경우 제값보다 더 비싼 값을 치러야 한다. 항공사 제휴 업체에서 4000원짜리 커피를 마일리지로 결제하려면 700마일리지를 써야 하는데, 통상 1마일의 가치가 20원~25원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4000원짜리 커피 한 잔을 1만4000원~1만7500원을 내고 마시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항공사의 이 같은 사용처 확대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성명을 통해 “기업간, 기업 내부간 거래는 현금으로 하면서 소비자에게는 터무니없이 높은 마일리지를 차감하는 행태는 소비자 권리를 정면으로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마일리지 양도 가능해질까

항공사 마일리지 유효기간이 다가오면서 소비자의 불만이 커지자 정부는 마일리지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지금은 직계가족에게만 양도할 수 있는데, 다른 사람에게 양도·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을 항공사와 협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0월 15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공정위 국정감사에서 “현재 항공사 마일리지는 직계가족 안에서만 합산되는 실정이지만 업계 협의를 통해 더 넓은 범위에서 양도할 수 있도록 하거나 다양한 용도에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항공사 마일리지 제도가 상당히 불리하게 돼 있다”며 “항공권 구매를 보다 쉽게 하고 사용처를 확대하는 동시에 양도도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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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7호 (2018.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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