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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 대가가 건네는 ‘인생 나침반’ 연재를 마치며] 삶은 축복이고 기쁨이어라 

 

조원경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심의관
인생의 역경 이기고 희망 전한 22명…자신을 지키고 사랑하고 응원해야

우리는 수많은 길을 걷는다. 때론 아무도 밟지 않은 하얀 눈 위를 걷게 되고, 내 발자국이 길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건 정말 내가 만든 길일까? 이곳으로 아무도 가지 않았을까? 밤새 내린 눈이 흔적을 가린 게 아닌지 의심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은 거의 없다. 그저 자신이 처음 가는 길일뿐이다. 살다 보면 눈보라가 몰아쳐도 반드시 길을 가야 할 때가 있다. 태양이 내리쬐는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아가는 것 또한 꼭 필요한 여정이리라. 반드시 가야 하지만 험한 길 위에서도, 처음 서는 길 위에서도 우리는 두렵고 확신이 서지 않아 두리번거린다. 이럴 때 길동무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수많은 선택지가 미로처럼 쌓여 있는 인생

인생 나침반을 통해 살펴 본 22명의 인물은 훌륭한 길동무가 됐다. 인생이란 길을 가는 동기와 목적을 생각해 보았다. 인생이란 길은 정답이 없다. 없는 길을 만들어 가야 할 수도 있다. 수많은 선택지가 미로처럼 쌓여 있는 인생에서 분명한 동기와 목적이 있어야 길을 나설 수 있다. 내 삶의 동력, ‘나를 만드는 힘’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보자. 길을 가는 데 목적이 있다면 훨씬 수월할 것이다. 자아라는 에너지의 강력한 발로가 삶을 활기 있게 만들 수도 있다.

길은 끝까지 뛰는 데 의미가 있다. 인생을 제대로 완주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길을 가다가도 수많은 어려움에 부딪히는 게 인생이다. 좌절이란 단어는 누구에게나 익숙하다. 내가 가는 방향이 맞는지, 도중에 넘어져도 일어설 자신이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아 종종 자문하게 된다. 그래도 스스로에게 묻고 스스로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덜 헤매게 된다.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물어보고 여러 갈래 길을 선택해 가는 것이 정도(正道)이다. 스스로와의 대화를 통해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 옳은지, 방법은 맞는지 점검하는 일은 인생이란 여정에서 필수적이다. 그래서 우리는 ‘나를 사랑하는 법’을 제대로 배워야 한다. 나를 사랑하는 법은 자신의 내면에 귀를 기울이고 묻고 제대로 선택하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길은 펼쳐져 있다. 길을 선택하는 철학과 길을 만들어 가는 방법이 다를 뿐이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모든 길을 지나 여기까지 왔다. 그 과정에서 기쁨도 있었지만 아픔도 많았다. 이 세상 비에 젖지 않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꽃이 어디 있으랴! 세상을 살아가려면 온갖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갖은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으려는 꿋꿋함이 있어야 한다. 그게 자아의 진정한 가치를 만드는 ‘나를 지키려는 용기’이다. 지금껏 신나게 고속도로만 달려온 사람은 작은 시련에도 크게 무너지기 쉽다. 살면서 그 ‘용기’를 다져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픔과 시련을 헤쳐 나가며 우리는 미생에서 완생으로 이르는 삶의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그 과정 속에서 생겨난 나이테라는 경륜은 흔들리는 자아를 지켜온 증표이다.

까만 밤, 비는 주룩주룩 내리고 누군가의 기도는 멀고, 혼자만의 고독이 몰려온다. 몸 어디인가가 소리 없이 아프다. 오늘따라 누군가가 그리워진다. 별을 헤는 마음으로 베란다로 가본다. 별을 보며 스스로에게 힘이 되어 주는 말을 되뇌어 본다. “그래, 할 수 있어.” 라고 ‘나를 응원하는 노래’를 불러본다. 다이어리에 적힌 주옥같은 글을 가슴에 새기며 영감을 얻고자 한다. 나를 만들고, 사랑하고, 지키려는 게 자랑스럽지 않나. 나를 응원한다는 것은 매일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과정이다.

22명의 사람들과 마주한 시간이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이해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듣기 좋은 말만 들을 수는 없다. 잔소리도 쓴소리도 들어야 한다. 그것을 듣는 데 그치지 않고 자기 것으로 내면화할 때 우리는 더욱 가치 있게 사는 법을 배우게 된다. 여기 윌리엄 맥레이븐 전 해군 대장이 젊은이들에게 일장 훈시를 한다. 고루하지 않다. 오히려 인생의 관록이 묻어난다. 앞서 언급한 소설가 조앤 롤링과 맥레이븐 대장은 공통점이 있다. 둘 다 슬프게도 자신의 과거 대학 졸업식 때 연사가 한 말을 하나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자신들의 이야기가 학생들의 기억에 남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표현한다. 22명의 이야기를 통해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책을 읽고 난 후 사색의 공간에서 느낄 여운이 있었다면 저자로서 행복하겠다. 맥레이븐 대장의 메시지를 이야기하며 ‘나와 세상을 바꾸자’는 의미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 보기로 한다.

잔소리·쓴소리까지 내면화해야

“여기 8000명의 졸업생이 있습니다. 미국의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미국인은 평생 동안 평균 1만 명의 사람을 만난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그중 10명의 삶을 바꾼다고 생각해 보세요. 25년을 한 세대로 보고 5세대 125년이 흐르면, 8억 명의 삶이 달라질 것입니다. 한 세대가 더 가면 전 세계인의 삶을 완전히 바꿀 수도 있을 겁니다. 우리가 전투에서 병사의 목숨을 구한다는 것은 그 한 사람의 생명만을 구한 것이 아닙니다. 태어나지 않은 그의 아이들의 생명을 구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어디에서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절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는 인종·성별·빈부의 차이 없이 삶의 모습은 비슷한 것이라 말한다. 나를 바꾸고, 주변 사람을 바꾸고, 그렇게 세상을 바꾸어 나가자는 이야기다. 그가 몸소 체험한 삶의 원리를 그가 받은 6개월 간의 해군부대 특수 훈련의 체험으로 생동감 있게 전하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삶의 깊이와 진솔함이 묻어난다. 해군 특수부대는 장시간 수영에 완벽해야 한다. 그중 하나는 야간 수영이다. 교관은 물에 들어가기 전, 훈련생들에게 즐겁게 설명을 한다. 수많은 상어가 득실거리는 바다 앞에서 많은 훈련생이 겁을 먹지만, 교관은 아직까지 상어에게 잡혀 먹힌 훈련생은 없었다고 장담한다. 삶에 대해 해군 대장은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려는 것일까? 그는 ‘나를 지키는 용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가 배운 것은 상어가 우리 주변을 빙빙 돌고 있더라도 내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겁니다. 헤엄쳐 도망가지 마세요. 두려워하지 마세요. 만약 야식에 굶주린 상어가 당신에게 돌진한다면, 있는 힘을 끌어모아 상어의 얼굴에 주먹을 날려야 합니다. 그러면 상어는 돌아서서 도망갈 것입니다. 이 세상엔 수많은 상어가 있습니다. 여러분이 수영을 완벽하게 하고 싶다면 상어도 다룰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러니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상어에게 등을 보이지 마세요.”

“누구나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미국 네이비실 소대장과 미국 특수작전사령부 사령관 등을 지낸 윌리엄 맥레이븐(오른쪽)은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이불 정리부터 시작하라”고 말했다. / 사진:연합뉴스
그는 우리에게 몇 가지의 조언으로 자신을 지키고 사랑하고 응원하는 동기 부여의 유인을 제공한다. 그런 그가 정말 고맙게 느껴진다.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으세요? 침대 정돈부터 똑바로 하세요. 매일 아침 침대 정돈을 한다면, 여러분은 그날의 첫 번째 과업을 완수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것은 여러분에게 작은 뿌듯함을 줄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 과업을 수행할 용기를 줄 것입니다. 하루가 끝나면, 완수된 과업의 수가 하나에서 여럿으로 쌓여 있을 겁니다. 침대를 정돈하는 사소한 일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보여줍니다. 여러분이 사소한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없다면, 큰일 역시 절대 해내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혹시 비참한 하루를 보냈더라도 여러분은 집에 돌아와 정돈된 침대를 보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이 정돈한 침대를요. 이것은 여러분에게 내일은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줄 겁니다.”

무기력하고 우울할 때, 작은 것에 취미를 붙이고 살다 보면 생이 달라져 보이고 의미 있어지기도 한다. 작은 성공이 큰 성공이 되고, 세상을 바꾸는 힘의 원천이 되는 것이다. ‘각 잡힌’ 군인 정신은 원칙과 기본에 충실하다. 우리도 그런 기본기를 충실히 익혀야 내공이 쌓여 큰일을 할 수 있다. 그는 22명의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세상을 바꾸기 위한 자신만의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이어간다.

“고단한 훈련이 몇 주 지나자, 처음 150명이었던 훈련생들이 고작 42명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한 보트에 7명씩 팀이 만들어졌습니다. 내 보트에는 키 큰 친구들이 있었죠. 그러나 최고의 팀은 키 작은 훈련생들로 구성된 팀이었습니다. 난쟁이 팀이라고 불렸는데 키가 165cm를 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난쟁이 보트에는 인디언 아메리칸 한 명, 아프리카계 한 명, 폴란드, 그리스, 이탈리아 중서부에서 온 사람이 각각 한 명씩 있었습니다. 그들은 남들보다 더 많이 노를 저었고, 더 빠르게 뛰었고, 더 오래 헤엄쳤습니다. 다른 팀의 덩치 큰 훈련생들은 난쟁이 선원들을 비웃었습니다. 그들이 작은 발에 신은 작은 오리발을 보면서요. 물에 들어가기 전에는 그랬죠. 그런데 신기한 건, 이 작은 친구들이 마지막에 웃는 사람들이었다는 겁니다. 그들은 빠르게 헤엄쳐 다른 훈련생이 허우적거릴 때 이미 해안가에 도착해 있었습니다. 해군부대 특수 훈련은 매우 평등합니다. 성공하려는 의지, 그 밖에 어떤 것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피부색, 배경, 교육 수준, 사회적 지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사람들이 갖고 있는 마음의 크기를 보세요. 그들이 가진 물갈퀴의 크기가 판단의 기준가 돼서는 안 됩니다.”

세상을 바꾸려면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도와주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혼자의 힘으로 세상을 바꿀 수 없으니 선한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뭉쳐야 한다. 그리고 그 선한 사람들은 따뜻한 마음의 크기로 측정되어야지 물갈퀴의 크기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중요한 것은 마음의 진정성이라는 그의 말에 무척 공감이 간다.

“훈련 9주차는 지옥의 주입니다. 6일 동안 잠을 자지 못하고, 끊임없이 정신적·신체적 고통이 밀려옵니다. 그리고 갯벌에서 특별한 하루를 보냅니다. 갯벌은 샌디에이고와 티후아나 사이에 있는데 물에 빠지면 티후아나 지옥이 만들어지죠. 지옥의 주 수요일이 되면 갯벌에 들어가서 열다섯 시간 동안 노를 저어 나갑니다. 칼날 같은 추위와 매서운 바람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교관들은 계속 포기하라고 압박해오죠. 수요일 저녁, 해가 지기 시작하면 교관은 훈련생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다섯 명이 그만두면 진흙에서 나오게 해 주겠다. 딱 다섯 명이다. 다섯 명이면 된다. 그럼 그 얼음 속에서 나오게 해주겠다. 주위를 둘러봐라. 누가 포기할지 알겠다. 해가 뜨려면 아직 여덟 시간이 남았다. 여덟 시간 더 있어야 한다.’ 그 살얼음에서 이빨은 계속 딱딱 부딪혔고 갯벌 전체가 훈련생들의 신음으로 뒤덮여 다른 소리는 아무것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한 목소리가 그 사이를 뚫고 퍼져 나갔습니다. 노랫소리였습니다. 목소리는 심하게 떨렸지만 뜨거움으로 가득 차 있었지요. 한 목소리는 두 목소리가 되었고, 둘은 셋으로 얼마 후, 모두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교관들은 우리에게 협박을 했습니다. 노래를 계속 부르면 진흙 속에 더 오래 가둘 것이라고. 그러나 노래는 계속되었습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진흙이 따뜻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바람은 고요해졌고, 해 뜰 시간은 머지않았습니다. 내가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배운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희망의 힘입니다. 여러분도 사람들에게 희망을 보여줌으로써,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나요? 작은 일을 제대로 해내면서 하루를 시작하세요. 당신의 인생을 도와줄 사람을 찾으세요. 각자를 존경하세요. 삶은 공평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두세요. 실패할 것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위험을 감수한다면, 가장 힘든 순간, 앞으로 나아가세요. 약자를 괴롭히는 사람에게 맞서세요. 약자를 도우세요. 절대로 포기하지 마세요! 당신이 그렇게 한다면 우리의 후손들은 또 후세대는 우리가 사는 세상보다 더 나은 곳에서 살게 될 것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며 우뚝 선 사람들

인생은 그런 달콤쌉싸름한 초콜릿이 아닐까? 고된 훈련을 겪은 후에야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 그에 따르면 삶은 서커스로 가득 차 있다. 매 단계마다 시험을 치른다. 하지만 어둠을 헤치고 찬란한 태양이 떠오르듯이 가장 어두운 순간 우리는 최고의 기쁨과 여유 있는 휴식을 맞이할 수 있다. 목까지 진흙에 잠겼는데 노래를 부르라는 그의 말이 희망을 잃지 말라는 응원으로 다가와 가슴이 뭉클해진다.

세상을 살아가며 우뚝 선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화려한 이면 뒤에 겪었던 고난의 길을 생각해 보자. 그들은 그 길에서 수많은 시련을 겪었으며 인생의 참 의미를 깨닫기 위해 노력했다. 먼 훗날 우리가 인생을 돌아보며 우리 스스로에게 삶이 화려하지 않았어도 존재감이 있었다고 말한다면, 의미 있는 생이 아닐까? 세상에는 부와 권력을 가졌어도 사람의 마음을 사지 못한 사람이 많다. 그들은 결코 인생이란 길에 좋은 이름을 새길 수 없다. 명심하자. 오늘은 비록 내가 제대로 안 보이는 존재일지라도 나는 내 길을 갈 것이며 내 길에 이름을 새길 것이라고.

1457호 (2018.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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