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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韓·中 증시 서서히 따로 움직일 듯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중국 증시 급락 탓에 관심 커져...심리적 부담 요인으로는 작용

▎코스피가 36.15포인트 하락하며 2027.15로 장을 마감해 4일 연속 연중 최저치를 기록한 10월 26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에 분주하다. / 사진:연합뉴스
2014년 11월에 상하이와 홍콩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는 주식을 서로 직접 매매할 수 있는 후강통(扈港通) 제도가 실시됐다. 그 영향으로 10월에 2200 정도였던 상하이지수가 이듬해 5월 5000이 됐다. 문제는 그 다음에 발생했다. 상승이 멈추자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했다. 넉달 만에 3000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떨어지자 하락을 막아달라는 투자자들의 압력이 거세졌고 중국 정부가 주가 방어에 나섰다. 정부의 노력이 통했는지 시장이 3000 부근에서 안정을 찾았다. 그리고 올해 6월까지 3년 동안 3000이 지지선 역할을 했다.

최근 중국 주식시장이 2500까지 떨어졌다. 주가가 하락한 직접적 계기는 중국과 미국의 무역분쟁이었다. 그 이전에도 시장이 편안하지는 않았다. 여러 번 3000 밑으로 내려갔다 올라오기를 반복해 시장 에너지가 약해지고 있음을 드러냈는데, 무역분쟁을 계기로 완전히 하락으로 기운 것이다. 중국 주가가 떨어지자 우리 시장 하락이 중국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 경제 성장 구조적으로 둔화

중국 주가 하락이 무역분쟁 때문만은 아니다. 여러 요인이 작용했는데 무역분쟁도 그중 하나일 뿐이다. 가장 큰 문제는 경기 둔화다. 3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9년 만에 최저인 6.5%로 떨어졌다. 이런 성장 둔화는 한두 분기 나타났다 사라지기보다 앞으로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경제 구조가 좋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인력을 투입하고 공장을 짓는 걸로 성장을 하던 때는 이미 지나갔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술의 진보가 필요한데, 중국의 수준을 고려하면 쉽지 않다. 내수 소비를 늘려 경제의 중심을 수출에서 내수로 전환하는 작업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고도 성장이 끝나고 중간 성장으로 넘어올 때 자주 나타나는 현상인데, 이때 주식시장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1974년 1차 오일 쇼크 직후 일본이 그런 상황이었다. 이전까지 7~8%대를 기록하던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오일 쇼크를 계기로 4%대로 떨어졌다. 그 영향으로 주식시장은 1977년까지 4년 동안 하락했다. 우리나라는 그 경향이 더 뚜렷하고 길게 나타났다. 1989년 종합주가지수가 처음 1000에 도달한 후 16년 동안 해당 지수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 기간은 1990년에 고도 성장이 끝나고 중간 성장으로 넘어오던 시기였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자금 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진 부분도 중국 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부터 2014년 3분기까지 중국의 투자수지(주식과 채권을 포함한 포트폴리오 투자+파생상품 투자+예금·대출 등 기타투자)가 7400억 달러 늘었다. 이런 흐름은 2015년부터 바뀌기 시작해 시간이 갈수록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는 2016년에만 7250억 달러가 중국에서 빠져 나간 걸로 추산하고 있다. 직접적 계기는 위안화 가치 하락이었다. 2016년 이전만 해도 기업과 투자자 모두 위안화 절상이 당연한 걸로 여기고 있었다. 중국이 외환보유액이 3조8000억 달러를 넘고 매년 수천억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가 발생하고 있는 나라였기 때문이다. 생각과 달리 2016년에 위안화가 3% 넘게 절하되자 위안화 매도가 시작됐고 자본 유출의 도화선이 됐다. 중국 정부가 자금의 국외 유출 차단에 나서면서 사태가 진정되긴 했지만, 환율 방어에 수천억 달러의 외환보유액이 들어가는 등 만만치 않은 비용을 치뤘다. 올해 초 달러당 6.34위안으로 시작한 위안화 환율이 6.92위안까지 9% 절하됐다. 2016년에 3% 절하에도 자금이 요동쳤던 걸 감안하면 시장이 긴장하는 게 당연하다.

정책 능력에 대해 의심이 커지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3000에서 주가 하락을 막으려는 중국 정부의 시도는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사회 통제가 심한 중국에서 정부가 할 수 없는 일도 있다는 게 드러난 것이다. 이런 상황은 중국 정부가 앞으로 뚜렷해질 경기 둔화를 막아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으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의 고도 성장 시대는 끝났다. 정부의 경제 관리 능력이 진짜 필요한 상황이 된 것이다. 경제성장률이 10%를 넘을 때에는 관리 능력이 뛰어나지 않아도 된다. 문제가 생기더라도 높은 성장 때문에 자연적으로 치유되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 중국이 그런 상태였다. 그림자금융과 금융회사 부실 자산 증가, 과잉 투자로 인한 유휴시설 확대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했지만 경제 내부에서 무난히 소화됐다.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성장률이 6%대 중반으로 떨어지면서 문제를 희석할 수 있는 힘이 약해졌다. 정부의 관리 능력이 필요한 때에 이 부분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무역분쟁의 영향이 주식시장에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中 정부 정책 능력에 의구심 커져

앞으로 중국 주식시장이 어떻게 될까? 주식시장은 역사성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주가에는 투자하는 지역 사람들의 기질과 시장 발달 정도가 녹아있어 유사한 상황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중국 주식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그동안 중국시장은 주가가 어떤 계기가 생기면 갑자기 급등했다 다시 빠르게 하락한 후 오랜 시간 조금씩 저점을 찾아가는 형태가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급등과 급락이 신흥국 시장의 특징이긴 하지만 중국은 그 정도가 심하다. 거기에 오랜 시간 점진적 하락이라는 현상 하나가 더 붙었다. 저점이 만들어지고 주가가 갑자기 급등할 때는 이벤트가 역할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2006년 1300에서 시작된 중국 주가 상승이 1년 8개월 만에 6000을 넘은 적이 있다. 당시 상승을 촉발한 요인은 민영기업의 ‘중형화 운동’과 소액주주 활성화를 위한 주주권 개혁 방안이었다. 2014년 상승은 ‘후강통’이 동력이었다. 정책 하나가 시장의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당분간 경제나 기업 실적이 중국 시장을 상승으로 바꾸긴 힘들다. 구조적으로 성장이 약해지는 상황에 미국과 무역분쟁이 겹쳤기 때문이다. 무역분쟁이 해결돼도 중국 경제가 회복되는 건 한계가 있을 것이다. 결국 과거처럼 이벤트가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다. 주주권 개혁이나 후강통처럼 시장을 흔들 만한 이벤트를 찾을 수 없고 정책을 내놓는 주체인 정부 역시 다른 문제 때문에 자본시장에 신경 쓸 형편이 아니다. 중국 주식시장은 당분간 약세를 피하기 힘들 것 같다.

중국 주가 하락이 우리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 같다. 이번에 우리 투자자들이 중국 주식시장에 관심을 보인 건 주가가 단기에 크게 떨어지면서 지지선 밑으로 내려갔기 때문이다. 한달 사이 상하이종합지수가 11% 가까이 하락하면서 2500을 밑도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렇게 급박한 경우 외에는 우리와 중국 시장은 따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두 시장 사이에 직접 연관성이 없는 데다, 중국 투자자가 우리 주식을 사는 일도 별로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심적 부담까지 무시할 수는 없다. 미국이 선진국 시장을 대표하고 중국이 신흥국 시장을 대표하는 이상 중국 주가 하락은 세계 주식시장의 한 축이 흔들린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1457호 (2018.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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