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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10년 강세장 막 내리나] 90년대 장기 호황 끝물 시기와 닮은꼴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현재 사상 두 번째로 긴 경기 팽창, 공세적 대외정책, 높은 성장률에 높은 인플레이션

연일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우며 순항하던 미국 증시가 심상치 않은 모습이다. 10월에 금리가 급등하면서 주가가 크게 휘청였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장기 강세장을 이끌어온 성장주들의 주가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긴 경기 팽창 기간, 미 정부의 공세적 대외정책, 높은 성장률에 높은 인플레이션 등 90년대 장기 호황 끝물 시기와 닮은꼴이다. 10월의 주가는 무섭게 떨어졌다. 낙폭이 워낙 컸기 때문에 기술적 반등은 언제라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큰 틀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미국 증시의 10년 강세장이 종결되고 있는 게 아닐까. 한국 증시의 지난 10년과 연말·연초 대책 등도 짚어봤다.


▎미국 뉴욕 월가에 자리한 뉴욕증권거래소 전경. / 사진:연합뉴스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순항하던 미국 증시가 지난 10월에 크게 휘청였다. 10월 한달 동안 미국을 대표하는 S&P500지수는 6.9% 하락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9.2%나 떨어졌다. 10월 S&P500지수의 하락률은 미국 신용등급이 강등됐던 2011년 9월 이후, 나스닥지수의 하락률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었던 2008년 11월 이후 최대치였다.

금리 급등으로 촉발된 미국 증시 급락


주가 급락의 단초는 미국 금리 급등에서 비롯됐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10월 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인 3.23%까지 상승했다. 지난해 말 수익률이 2.40%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리가 꽤 가파른 속도로 상승했던 셈이다. 금리는 통상 경기가 좋을 때 상승한다. 금리는 돈의 가치에 다름 아니기 때문에 돈에 대한 수요와 공급에 따라 좌우된다. 경기가 좋아 기업들의 투자 수요가 늘어나고, 가계의 소비 수요가 커질 때, 즉 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 금리는 상승하곤 한다. 그렇지만 금리가 일정 수준 이상의 레벨에 도달하면 그 시점부터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부담을 주기 시작한다.

금리에 대한 수용도는 경제의 체력에 따라 좌우된다. 요즘 미국 경제의 기초 체력이라면 3%대의 금리는 큰 부담이 되는 수준이라고 본다. 직전 경기 확장 사이클의 변곡점이었던 2000년(IT버블 정점)과 2007년(주택버블 정점) 때는 미국의 장기 금리가 5%에 도달하자 실물경제와 주식시장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의 명목 잠재성장률은 6.5% 내외였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3.5%에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3.0%가 더해진 6.5% 내외가 2000년대 초·중반 미국 경제의 명목 잠재성장률이었다.

장기 활황이 종결될 때 나타난 재정적자 확대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비난에도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명목 잠재성장률은 한 단계 레벨 다운된 4.5% 내외(실질 GDP성장률 2.5%, 물가상승률 2.0%)로 추정된다. 실물경제의 성장 잠재력은 10여 년 전보다 2%가량 낮아졌다고 볼 수 있다. 미국 경제의 체력이 과거에는 5% 내외의 금리까지 버틸 수 있었다면, 요즘에는 그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서 경기 둔화의 임계점이 형성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현재의 3%대 금리 수준이 유지되기만 해도 미국 경기의 확장 속도는 현저히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

금리 상승은 주식시장에도 큰 부담이다. 과거에는 금리와 주가가 동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즉 금리가 상승할 때 주식시장도 함께 상승하곤 했다. 최근의 경우처럼 금리 상승은 그 자체가 경기 회복의 산물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는 주가와 금리가 뚜렷하게 한 방향으로 움직인 바 있다. 주식과 채권 가격이 실물 경기의 흐름을 충실히 반영했기 때문이다. 경기가 좋을 때 금리가 상승(채권가격 하락)하고, 경기가 좋으니 주가도 상승했던 것이다. 반대로 경기가 나쁠 때는 금리가 하락(채권가격 상승)하고, 주가도 경기를 반영해서 떨어졌다. 위험자산인 주식과 안전자산인 채권이 교과서적인 대체성을 보여줬던 셈이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전혀 다른 모습이 관찰된다. 2009년에서 2016년까지 주가가 급등했지만 금리도 함께 떨어졌다. 주가와 채권 가격이 함께 상승했던 것이다. 이런 이례적 현상은 중앙은행의 힘에 의해 가능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중앙은행들은 양적완화라는 비정상적인 통화정책을 쓰면서 금리 상승을 억눌렀다. 이 과정에서 펀더멘털보다 낮은 금리가 인위적으로 유지됐고, 자산가격은 저금리를 바탕으로 상승했다. 2009년 3월 이후의 주가 상승 과정은 저금리에 크게 기대고 있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 주식도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필자의 견해다. 미국 장기 금리가 3%대에 올라서면서 주식시장의 좋았던 시절도 저물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최근 미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여러 현상들은 1990년대 미국 경제의 장기 팽창이 종결되던 시기에 나타났던 모습들과 매우 유사하다. 우선 경기의 팽창 사이클이 매우 이례적으로 길게 진행됐다. 1990년대에는 120개월 연속 경기 확장(1991년 4월~2001년 3월)이라는 미국 경제 역사상 최장 기간의 경기 팽창이 나타났다. 최근의 경기 확장 기간도 112개월(2009년 7월~현재)에 달하고 있다. 1990년대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긴 경기 확장이다.

주식시장도 1990년대와 최근의 모습이 매우 닮았다. S&P500지수의 상승률 기준으로는 1990년대(+417%)가 역대 2위였고,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부터 시작됐던 최근 강세장에서의 상승률(+332%)은 역대 3위이다. 미국 증시 역사상 가장 강력한 강세장은 ‘광란의 20년대’로 불리우는 대공황 직전(1921~29년)의 호황기에 나타났다. 당시 S&P500지수는 497%나 급등했다. 한편 주식시장의 상승 기간으로는 최근의 강세장이 114개월로 역대 1위, 1990년대의 강세장이 113개월로 역대 2위였다. 나스닥의 기술주가 주식시장의 강세를 이끌었다는 점도 비슷하다. 1990년대는 닷컴 주식들이, 최근에는 이른바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으로 불리는 4차 산업혁명 주도주들이 주식시장의 강세를 주도해왔다.


미국의 대외정책도 1990년대와 요즘이 닮은 꼴이다. 경기 팽창의 상당 기간은 민주당 소속의 재선 대통령(1990년대 클린턴, 최근 오바마) 임기 중에 나타났는데 이 시기 미국의 대외 정책 기조는 비교적 온건했다. 이들의 뒤를 이어 경기 팽창의 후반부에 등장한 공화당 대통령의 대외 정책기조는 매우 공세적이었다. 클린턴에 이어 집권한 공화당 부시 대통령은 아프카니스탄에 이어 이라크를 침공했다. 오바마의 뒤를 이은 트럼프 대통령 역시 타자에 대해 매우 배타적인 정책기조를 보여주고 있다. 한반도에서만 데탕트에 대한 기대가 크지 중동의 긴장은 높아지고 있고, 중국에 대한 군사적 압박도 강화되고 있다. 부시 정권에 이어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국방예산 증대는 공세적 대외정책의 산물이다.

재정적자 확대라는 공통점도 발견된다. 1990년대 경기와 주식시장의 장기 호황이 종결되는 국면에서 미국 재정수지는 급격히 악화됐다. 전쟁으로 인한 국방비 지출 확대에도 영향을 받았지만, 재정적자 확대의 주범은 대규모 감세조치였다. 2001년 출범한 부시 정권은 대규모 감세를 단행했다. 감세 첫해 세수 감소분은 당시까지 사상 최대였던 1000억 달러에 달했다. 여기에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 침공에 따른 군사비 지출 확대가 더해지면서 미국의 GDP 대비 재정수지는 2000년의 2.3% 흑자에서 2004년에는 -3.4%의 적자로 반전됐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는 부시 정권 때와 비슷하다. 지난해 12월에 대규모 감세 조치를 발표했는데, 감세 시행 첫 해인 올해 세수 감소분은 3300억 달러로 사상 최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 미국의 GDP 대비 재정수지는 2017년 -3.4%에서 2021년에는 -5%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경기의 초장기 팽창이 마무리되는 국면에서 나타났던 재정적자는 매우 흥미로운 주제다. 재정적자를 미국 정부의 신용위험(credit risk)과 관련된 이슈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미국은 그리스가 아니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은 얼마든지 재정적자를 감내할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부의 재정수요를 중앙은행의 발권력으로 해결해버렸던 양적완화가 좋은 예이다. 필자는 재정적자가 경기의 과열을 불러왔다는 점에 주목한다. 매우 이례적인 100개월 이상의 경기 팽창에는 구조적이고 강력한 확장 요인(시장 확대, 기술 진보, 저금리 등)이 존재했다고 봐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에 의해 행해지는 재정적 자극(감세)은 경기 팽창에 가속도를 붙게 한다. 재정적 자극에 따라 단기 성장률이 높아지지만, 인플레이션 압박도 함께 커진다. 경기가 꺾일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높은 성장률에 낮은 인플레이션’의 조합은 장기 성장이 시작됐다는 신호이지만 ‘높은 성장률에 높은 인플레이션’은 경기의 반전이 임박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시그널이다. 인플레이션은 주어진 생산 조건에서 수요가 과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장기 강세장 주도한 ‘FAANG’ 주식에 불리한 환경


경제사학자 니알 퍼거슨은 재정의 악화가 미국 패권 종결의 트리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역사학자인 폴 케네디도 미국의 군사적·재정적 과잉 팽창이 경제적 패권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에서 예상되는 재정적자 확대는 100개월 넘게 진행된 1990년대 경기 확장 사이클이 꺾일 때 나타났던 모습의 데자뷰가 아닐 수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장기 강세장을 선도해왔던 미국 성장주들의 주가에도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금리 상승이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금리 상승은 두 가지 측면에서 성장주에 악재다. 일반적으로 투자가 많은 고성장 기업의 자금조달 코스트를 높인다는 게 첫 번째 이유이고, 먼 미래의 실적을 현재가치로 당겨와 가격을 결정하는 성장기업에게 금리 상승은 할인율을 높여 현재가치 산정에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이 두 번째 이유이다. 금리 상승 이외에도 최근 강화되고 있는 미국 IT공룡기업들에 대한 공적통제 움직임이 성장주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투자자들은 과점적으로 이익을 벌어들이는 종목을 찾아 초과 수익을 추구하지만 과점은 경쟁의 효율성을 저해하기 때문에 공적 규제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아마존은 이미 공룡이 돼버렸다. 아마존이 올해 블랙프라이데이 온라인 매출의 50%를 차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고, 매우 타이트한 미국 고용 시장에서도 소매업 취업 경기는 매우 썰렁하다. 아마존이 기존 소매 업체를 잠식한 결과이다. 126년 역사의 백화점 시어즈가 아마존에 치여 폐업한 일은 매우 상징적인 사건이다.

물론 기술의 진보가 특정 경제 주체의 몰락을 가져오는 건 신기술의 확산 과정에서 흔히 나타났던 일이다. 자동차의 보급이 마부들의 일자리를 없앴던 것처럼 말이다. 보다 본질적인 공포는 인공지능에서 나오고 있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에서 볼 수 있었던 것처럼 인간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분야가 알고리즘에 잠식당하고 있다는 직관적인 공포감이 생겨나고 있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와 물리학자 고(故) 스티븐 호킹도 인공지능의 세상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을 경고한 바 있다. 기술의 진보가 사람들에게 실존적인 두려움을 야기시키고 있지만, 여기서 파생되는 과실은 특정 기술기업의 주주들에게 전적으로 귀속되고 있다.

구글과 아마존으로 대표되는 혁신기업이 우리 시대의 빅브라더가 돼 갈수록 공적 규제에 대한 논의는 더 강화될 것이다. 지난 10월 29일 영국 정부는 구글·페이스북 등을 겨냥한 디지털세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영국의 디지털세는 검색엔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플랫폼, 온라인 마켓 등을 운용하는 IT기업들이 영국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에 2%를 세금으로 걷는 것을 골자로 하고 하고 있다. 또 유럽연합은 구글에 대한 반 독점 조사를 진행해 대규모 과세를 결정했다. 호주도 구글과 페이스북 등과 같은 다국적 기업에 대해 과세전쟁을 선포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연중 최고치 대비 페이스북이 -33%, 넷플릭스 -28%, 애플 -20%, 아마존 -19%, 알파벳(구글의 모기업)은 -17%의 조정세를 기록했다. 주가가 장기적으로 많이 오른 데 따른 기술적 조정인지, 아니면 본격적 하락 추세로의 반전인지는 더 시간이 지나봐야 판명되겠지만, 필자는 장기 강세 사이클의 종결 쪽에 무게중심을 싣는다. 금리의 상승과 공적 통제의 강화가 최근의 조정에도 아직도 가격 부담이 큰 기술주들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월의 주가 급락세가 워낙 깊었기 때문에 낙폭 과대에 따른 기술적 반등은 언제라도 나올 수 있겠지만, 큰 틀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어졌던 미국 증시의 10년 강세장이 종결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미국 증시의 조정은 한국 증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지난 10월 급락세가 나타나면서 코스피는 2007년 수준으로 후퇴했다. 10월 말 기준 코스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7.7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6배로 한국 증시에 내재돼 있는 거품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한국 증시에 부정적 영향 우려


걱정되는 점은 글로벌 전염 효과다. 한국 증시가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정체성은 외국인에 대한 개방도가 큰 시장이라는 사실이다. 글로벌 금융 환경이 우호적이면 한국은 그 긍정적 효과가 극대화되는 시장이고, 반대로 글로벌 시황이 악화되면 한국 증시는 부정적 여파를 강하게 받는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한국 가계의 증시 참여가 전혀 없이 코스피가 940대에서 2600대까지 오를 수 있었던 힘도 90조원에 달하는 외국인 순매수에 있었다. 미국의 양적완화로 글로벌 유동성이 많이 풀리자 개방 정도가 높았던 한국 증시가 큰 수혜를 받았던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반대의 힘이 작용했다. 당시 코스피는 2000대에서 940대로 급락했다. 당시의 한국 경제와 주식시장을 회고해 보면 주가지수의 이른바 반 토막이 정당화될 수 있을 정도의 심각한 모순이 존재하지 않았다. 모기지 부실로 미국 시장이 무너져내리자 외국인 투자자들을 매개로 그 여파가 한국으로 그대로 전이됐다.

결과적으로 한국 증시는 1월에 잠깐 반짝 상승한 것을 제외하면 2018년 내내 약세장을 이어왔다. 코스피의 절대 레벨도 2007년 수준까지 후퇴해 있다. 한국 증시에 내재된 거품은 거의 없다고 보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강세장을 주도했던 미국 증시의 10년 강세장이 종결될 우려가 있다는 점은 한국 시장 참여자들에게도 큰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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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8호 (2018.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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