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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기에 눈여겨볼 기업은] 현대百·한섬·다우기술, 현금보유 비율 높아 

 

김성희 기자
BBB-, BBB+ 회사채 수요 줄어들 듯...기술·바이오주 투자는 신중해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9월 26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 인상했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기존 1.75~2.00%에서 2.00~2.25%로 올랐다. 기준금리가 2%를 넘은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0월 이래 처음이다. 이번 미국 금리 인상으로 한·미 정책금리는 2007년 7월 이래 11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인 최대 0.75%포인트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도 연내에 금리를 0.25% 인상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금리가 인상되면 가장 먼저 채무자들의 이자부담이 커지게 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대출금리가 1% 오르면 변동금리로 대출받은 가구의 연이자가 단숨에 평균 94만원 늘어난다고 추산했다.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은 가계뿐 아니라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현금 여력이 부족한 기업은 재무 부담이 커져서다. 오태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금리 인상 사이클이 도래해 채권금리 상승과 함께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지고 있다”며 “한국은행도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며 회사채 금리가 다시 상승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BBB-, BBB+ 등 낮은 신용등급인 기업들의 회사채 수요가 줄어들 수 있어 이들 기업들은 운영에 필요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금리 상승기에 주식시장에선 현금을 많이 보유한 기업이 돋보인다. 여유자금을 방패로 삼아 외부 위기를 견딜 여력이 크기 때문이다. 오태완 연구원은 “넉넉한 현금을 보유한 기업들은 금리 인상에도 투자를 위한 자금 조달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경제 여건이 악화될 것이라는 부정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현금은 주가를 방어하는 버팀목 역할까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 들어 한섬 현금성자산 70% 증가


업계와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시가총액 대비 현금 보유 비중이 큰 기업은 현대백화점·한섬·빙그레·다우기술·KISCO홀딩스·한국철강 등이 꼽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2분기 기준으로 현금성자산이 4030억원이다. 계열사를 포함해 그룹 전체로 따지면 1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실적 개선폭이 크고 면세점 사업 등 호재가 많은 편이다. 현대백화점 2분기 영업이익은 753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9.1% 늘었다.

탄탄한 현금력으로 현대백화점그룹은 종합 건자재 기업 한화L&C를 인수했다. 현대홈쇼핑은 지난 10월 5월 NHPEA IV Vision Holdings AB가 보유한 한화L&C 지분 100%를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인수대금은 총 3680억원이다. 인수대금은 회사가 보유한 현금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올해 6월 말 별도재무제표 기준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약 7494억원이다. 이번 인수대금을 지급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는 “L&C의 현대백화점 계열 편입으로 기존 현대리바트를 중심으로 한 리빙·인테리어 사업 부문의 강화와 더불어 현대백화점과 회사 등 유통계열사와 연계한 사업적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한섬 역시 탄탄한 현금력을 지니고 있다. 한섬이 가지고 있는 현금과 현금성자산은 2분기 241억원으로 지난해 말(지난해 141억원)보다 70%증가했다. 지난해 적자 브랜드를 철수시키고 자회사를 구조조정한 효과가 나타나면서 수익성이 좋아진 덕분이다. 올 2분기 영업이익이 1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했다. 지난 3월 말 2만원대로 떨어졌던 주가는 3만원대를 넘어섰다. 11월 1일 종가기준으로 한섬 주가는 3만5900원이다.

빙그레도 현금성자산 증가폭이 커졌다. 빙그레 2분기 기준 현금과 현금성자산은 475억원으로 올 들어 100% 늘었다. 빙그레는 국내 1위 브랜드인 바나나맛 우유와 요플레, 아이스크림 투게더 등 냉장과 냉동 식품군에서 1등 제품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 덕분에 매년 200억~300억원의 영업이익을 안정적으로 벌어들이고 있다. 여기에 설비투자 부담이 적은 만큼 여유자금이 많은 편이다. 수요가 일정해 추가 증설에 나설 필요가 없어서다. 빙그레는 현금을 1년 미만 정기예금이나 수시입출금예금(MMDA),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단기금융상품 투자를 통해 운용하고 있다. 11월 1일 기준으로 빙그레 주가는 6만8900원으로 석 달동안 20% 상승했다.

주주환원정책 이행 여부 확인

현금이 많은 기업이라도 이들이 왜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마땅한 투자처를 못 찾아 신규 성장동력이 없는 기업이나, 배당 여력이 있어도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을 성실히 시행하지 않는 기업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철강제품 개발 업체인 KISCO홀딩스가 그렇다. 지난 8월 말 국내외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들은 KISCO홀딩스를 상대로 임시주총 소집을 열었다. KISCO홀딩스는 견실한 사업구조로 보유현금은 많지만 배당 등 주주가치를 높이는 데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게 주주들의 주장이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10월 5일 기준으로 이 회사의 시가총액 대비 순현금 비중은 293%에 달한다. KISCO홀딩스 시가총액은 2961억 원이다. 김봉기 밸류파트너스운용 대표는 “KISCO홀딩스의 경우 중간배당을 도입해 배당금을 높일 경우 자기자본이익률(ROE)를 의미 있게 높일 수 있다”며 “반대로 현금성자산을 현재와 같이 쌓아만 놓는다면 ROE가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금리 상승기에는 기술주나 바이오주 등의 투자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상당수 기술·바이오주는 현재 벌어들이는 수익은 없는 반면 미래 가치로만 평가받고 있어서다. 실제로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과 미국 국채 금리 상승으로 뉴욕증시에서 기술주가 약세를 보였다. 결국 국내 정보기술(IT)주도 하락했다. 10월에만 LG전자 주가는 11% 가까이, 삼성전자는 9% 넘게 하락했다. 카카오는 23% 가까이 떨어졌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는 “금리 인상기 초반에는 유동성이 축소되기 때문에 주가가 많이 올랐던 바이오주나 IT주 같은 성장주부터 하락한다”며 “지금은 시장을 관망하면서 투자여력이 있거나 배당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1458호 (2018.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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