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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 사태 후 제약·바이오주 운명은] 불확실성 해소에 무게 실적 따라 희비 갈릴 듯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삼성바이오 거래정지 첫날 셀트리온·JW생명과학 등 선전...주가 하락 노린 공매도 변수될 듯

11월 15일 제약·바이오주는 대체적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전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로 분식회계를 했다는 증권선물위원회의 결론이 나와 이날 거래가 정지됐다. 후폭풍이 우려됐지만 제약·바이오주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투자심리 위축보다 불확실성 해소에 방점이 찍혔다는 분석이다. 이날 코스피 바이오 대장주로 꼽히는 셀트리온 주가는 전날보다 5.05% 가까이 오른 21만8500원에 마감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제약도 각각 8.31%, 2.73% 올랐다. JW생명과학 주가는 2만3050원으로 전날보다 5.49% 올랐다. 유한양행도 2.14% 상승했다. 제약·바이오 대형주의 주가 상승에 이날 코스피 의약품지수는 10889.15으로 전날보다 195.89포인트 올랐다.

그동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이슈로 제약·바이오 관련주는 급등락을 반복했다. 그러나 이번에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고의 분식회계’ 결론을 내리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평가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과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관련 이슈가 터질 때마다 제약·바이오 섹터 전체가 영향을 받았다”면서 “이번 증선위 결정은 제약·바이오 섹터의 불확실성이 사라진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웅제약, 바이로메드 주시할 만


시장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가 단기적인 이슈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폐지 가능성이 작은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거래정지가 풀리면 다시 주가가 오를 수 있다는 기대도 작용하고 있어서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거래소가 기업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할 때 공익실현과 투자자보호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폐지 가능성은 작다”며 “지난 2009년 2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제도 도입 후 16개 회사가 심사대상이 됐지만 회계처리 기준 위반에 따라 상장폐지된 사례는 전무했다는 김용범 증선위원장의 말도 제한적인 상장폐지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고 설명했다. 구완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이슈는 단기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속한 제약·바이오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순 있으나, 펀더멘털 요인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내년 제약·바이오 업종의 전망을 낙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전날보다 주가 상승세를 보인 셀트리온 계열의 경우 램시마의 후속 제품인 트룩시마(리툭산 바이오시밀러·혈액암 치료제)와 허쥬마(허셉틴 바이오시밀러·유방함 치료제)에 대한 기대감으로 실적 개선이 예상되고 있다. 김태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셀트리온헬스케어의 3분기 영업이익 200억원으로 시장 기대치를 하회하는 수준이지만 유럽 시장에서 트룩시마·허쥬마의 성과가 램시마 초기 때보다 우수하고 두 제품 모두 내년 미국 출시가 예상되는 등 전망이 밝다”고 내다봤다.

시장에서는 수출 위주의 기업이나 연구·개발(R&D) 모멘텀을 보유한 기업의 주가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내년 2월 미국에서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의 최종 승인이 예상된다. 메디톡스는 내년 상반기 중 중국에서 국내 톡신 업체로는 최초로 최종 판매승인을 획득하고 하반기에는 제품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선민정 연구원은 “신라젠·에이치엘비·바이로메드의 경우 임상 3상 수행으로 현재 높은 기업가치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완성 연구원도 “내년 2월 나보타의 미국 허가를 앞두고 있는 대웅제약과 실적 턴어라운드가 가시화되는 동아에스티, 미국 3상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는 바이로메드는 관심 종목으로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공매도 잔액, 코스닥 상위 5개 바이오주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권에 몰려있는 제약·바이오 종목 주가가 회복 흐름을 타며 코스닥도 한숨을 돌렸다. 다만 마음을 놓기에는 이르다. 주가 하락을 경고하는 위험 신호가 깜빡이고 있어서다. 공매도 잔고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 한국거래소 공매도 종합 포털에 따르면 지난 11월 13일 기준 코스닥 제약 업종 공매도 잔고는 2999억원으로 집계됐다. 9월 12일 4000억원에 달했던 공매도 잔고는 10월 30일 2788억원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3000억원에 바짝 다가갔다.

공매도는 갖고 있지 않은 주식을 먼저 빌린 후 매도 주문을 걸어놓고, 이후 주식을 되사서 갚는 투자 방식이다. 주가가 내려가면 공매도 투자자는 돈을 번다. 빌렸을 때보다 싼값에 같은 양의 주식을 사서 갚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매도 잔고가 늘어났다는 건 주가 하락에 ‘베팅’한 투자자가 많아졌다는 뜻이다.

코스닥 제약 업종의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 잔고 비중도 커지고 있다. 11월 13일 1.08%를 기록하며 10월 말(1.06)보다 0.2%포인트 증가했다. 코스닥 대표 150개 종목 중 제약·바이오 업종을 추린 ‘코스닥 150 생명기술지수’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11월 9일 기준 공매도 잔고 금액(1조7012억원)은 10월 말(1조5204억원) 때보다도 더 늘었다. 이날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 잔액 비중은 3.83%로 3개월 이래 최고치다. 공매도 잔고 상위 종목에도 제약·바이오 업종이 포진해 있다. 한국거래소 공매도 종합 포털 통계를 보면 제약·바이오 기업 휴매딕스의 공매도 잔고 금액 비중은 11월 14일 기준 34%(시가총액 대비)로 코스닥 시장 내 1위다. 그 다음으로 병원·약국 자동화 관련 장비 업체인 제이브이엠(23.7%)·쎌바이오텍(23%) 등 코스닥 시장에선 공매도 잔액 상위 5개 모두가 제약·바이오 업종이다.

때문에 바이오 업종에 먹구름이 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바이오 업종은 미래의 가치에 베팅하는 성장주인 만큼 호재와 악재에 주가가 민감하게 출렁이는 경향이 심하다. 신약 개발과 임상 실험 단계까지 매출과 영업이익이 발생하기 힘든 바이오 업종의 특성상 실적이나 기업가치에 대한 의구심이 잠재해 있다. 더구나 바이오 업종은 제약과 함께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의 40%가량을 차지하는 탓에 코스닥지수까지 끌어내릴 가능성이 있다.

1460호 (2018.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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