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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자리 없다던 백화점 실적 개선 이유는] 경기 침체기 ‘소비 양극화’에 웃었다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롯데·신세계·현대 3분기 매출·영업이익 증가…명품·프리미엄 가전 중심 판매 호조

▎건조기·공기청정기를 비롯한 프리미엄 생활가전이 인기를 끌며 백화점 내 가전 부문 매출도 성장했다. / 사진:롯데백화점 제공
유통산업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재편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발표한 ‘2018 유통산업 통계집’에 따르면 지난해 점포가 없는 온라인·홈쇼핑 등 무점포 판매액이 61조2000억원에 달했다. 전년 대비 13.3% 증가한 수치다. 홈쇼핑을 비롯해 인터넷 쇼핑이 승승장구한 반면 대형마트와 수퍼마켓 등 오프라인 판매는 수년째 부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백화점 판매액 역시 전년 대비 2.0% 떨어진 29조3000억원을 기록하며 고전하는 모습이었다. 오프라인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유통 규제가 강화되면서 오프라인 유통 업체가 설 자리를 잃어가는 현실이다. 연이은 내수 부진에 소비가 침체되며 백화점은 물론 대형마트도 ‘위기론’을 펼쳤다.

오프라인 유통업 전반에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운 가운데 나홀로 성장세를 이어가는 곳도 있다. 백화점 업계다. 오프라인 유통가의 하락세에도 백화점 3사(롯데·신세계·현대)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오히려 성장했다. 3분기 기준 롯데백화점의 매출은 7460억원, 영업이익은 890억원으로 각각 지난해 동기 대비 3.9%, 57.4% 성장했다. 같은 기간 신세계백화점 역시 영업이익은 18.4% 성장한 470억원, 매출은 7% 증가한 4320억원을 기록했다. 현대백화점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5%, 14.9% 늘었다.

온라인·홈쇼핑 등 무점포 판매액 급증


소비 둔화로 우려가 컸던 백화점 3사의 매출이 3분기에 증가한 배경에는 명품과 프리미엄 의류 등 고가 제품 판매가 늘어난 데 있다. 롯데백화점은 3분기까지 명품 카테고리 매출이 18.9% 늘었다. 여성복이 0.2% 역신장하고, 잡화류도 1.8%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실적이다. 현대백화점도 같은 기간 명품과 수입 의류 매출이 각각 14.2%, 11.2% 늘었다. 신세계백화점도 10월 말까지 명품 판매가 16.2% 고속성장했다. 이 같은 흐름은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2016년과 2017년 명품 카테고리 매출이 각각 13.8%, 5.5% 늘었고 현대백화점은 각각 9.7%, 11.3%, 신세계백화점은 9.3%, 18.4% 성장했다. 현대백화점 역시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부유층 소비가 회복되면서 명품과 리빙 상품군의 판매가 늘어났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은 압구정 본점과 판교는 물론이고 지난해 증축한 천호점과 김포점도 매출 신장세를 견인했다.

백화점 업계는 전체 매출액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VIP 매출을 중심으로 한 소비양극화 양상을 실적 호조의 원인으로 꼽았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의류시장의 경우 SPA 브랜드처럼 저가와 고가 명품 브랜드로 양분화된 모습”이라며 “명품 브랜드만큼은 온라인보다 신뢰할 수 있는 백화점에서 구입하려는 소비자가 압도적이고, 이외 식품과 리빙 부문의 성장세도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세계백화점의 여성캐주얼 파트는 올 들어 1.1%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단가가 높은 명품·가전제품 등은 18~19% 고신장세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모피류와 프리미엄패딩 등 고가 의류도 각각 26%, 52.5% 급증했다. 명품 패션·잡화 브랜드의 성장에 힘입어 최근에는 시계·주얼리 등 초고가 럭셔리 브랜드로 시장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명품 브랜드의 젊은층 공략으로 2030층 젊은 세대의 명품 소비가 늘어난 것도 주효했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2015년 0.6% 역신장했던 20대 명품 매출 성장률은 2017년 28.0%, 2018년 30.6%로 해마다 늘고 있다. 30대의 명품 매출도 지난해 19.6%, 올해 16.7%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20~3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저렴한 제품을 여러 개 사는 대신 만족도가 높은 제품 하나를 구매하려는 가치소비 현상이나 ‘나심비(가격과 성능을 비교한 기존 소비 형태가 아닌 내가 만족하면 지갑을 여는 소비 심리)’와 같은 소비 트렌드가 확산된 것도 한몫을 했다. 양지혜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백화점 고객층은 소득에 따른 소비양극화 양상이 뚜렷하다”며 “일반 고객층에서도 정말 마음에 드는 상품의 경우 가격을 고려하지 않는 가치소비 경향이 두드러지며 명품이나 고가 의류 판매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럭셔리 열풍’은 가전과 남성 패션 부문에서도 두드러진다. 신세계백화점은 럭셔리 가전 판매가 증가하며 전반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나타냈다. 신세계백화점의 가전 매출은 지난 3월과 9월 명품을 제치고 매출 신장률 1위를 달성할 정도로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신세계백화점 1~9월 가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5% 증가했으며 이 중 프리미엄 가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육박한다. 신세계백화점 총 매출이 같은 기간 6%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수치다. 롯데백화점도 생활 가전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며 이 부문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5% 늘었다. 특히 프리미엄 가전의 경우 올 들어 10월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7.5% 성장했다. 2015년(7.7%)과 비교하면 급증한 수치다.

중장년층 모바일 쇼핑 증가, 면세점 사업 부진은 악재


▎신세계백화점은 해외 명품 브랜드의 남성 전문 매장 매출이 크게 늘었다. / 사진:신세계백화점 제공
신세계백화점은 2014년 본점 남성관을 리뉴얼한 후 강남점과 센텀시티점까지 새단장을 마쳤다. ‘그루밍족(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자)’의 성장을 눈여겨본 결과다. 구찌·루이비통·발렌티노 등 해외 명품 브랜드 남성 전문 매장을 중심으로 매출을 늘리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매출 비중을 분석한 결과, 2010년 28.1%였던 남성 소비자 매출은 2017년 34.1%까지 늘었다. 신세계백화점 내 남성전문관(본점·강남점) 매출 비중 역시 2015년 8.2%에서, 2016년 9.2%, 2017년 10.0%로 꾸준히 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해외 패션 매출이 전년대비 12% 증가한 것을 비롯해 특히 남성스포츠 부문 매출이 4.8% 신장했다. 롯데의 경우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지역의 해외 사업도 성장을 견인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단독 브랜드를 발굴해 도입하고, 차별화된 MD를 선보이는 등 새로운 콘텐트 매장 확대가 전반적인 성장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중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의 영향으로 중국 관광객이 크게 줄었지만 올 들어선 점차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소비 양극화로 백화점 채널만 성장이 계속되는 가운데 백화점 사업에서 효율이 크게 개선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인다”면서도 “40~50대 중장년층에서도 모바일 쇼핑 비율이 점차 늘고 있어 오프라인 매장을 명품에만 의존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신세계와 현대의 경우 면세점 사업에 진출해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4분기부터는 영업손실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1460호 (2018.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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