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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부진한 삼성중공업] 조선업황 개선에도 실적·주가 지지부진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2015년부터 3년 연속 적자에 내년 전망도 불투명…구조조정 마무리 되는 내년 말 수익성 개선 기대

-39%. 11월 13일 종가(7430원) 기준 삼성중공업의 전년 동기 대비 주가 하락률이다. 같은 기간 현대중공업은 10.4% 하락했고, 대우조선해양은 74.9% 급등했다. 국내 조선 산업을 이끄는 삼두마차 중 삼성중공업의 주가 하락율이 가장 두드러진다. 지난 2~3년 간 부진을 면치 못하던 국내 조선사들의 주가가 최근 반등에 성공했다. 이날 현대중공업은 주가는 13만3500원에 거래를 마치며 90거래일 전 대비 34% 급등했고, 대우조선해양도 3만3500원으로 같은 기간 31% 상승했다. 10월 초 고점을 기록한 후 현대중공업은 11만원대, 대우조선해양은 2만6000원대까지 밀렸지만 국내 조선사들이 올해 글로벌 수주 1위를 기록할 전망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최근 다시 반등했다.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조선사들은 올 1~10월 224척, 1026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를 수주해 중국(710만CGT)을 큰 폭으로 앞설 것으로 보인다. 한국 조선업이 중국을 제친 것은 2012년 이후 7년 만이다. 중소형 조선사는 여전히 수주 가뭄에 시달리고 있고, 발주량과 선가가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해 조선업 전체가 회복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내년에도 한국 조선사가 강한 액화천연가스(LNG)선과 대형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발주가 늘어날 전망이라 당분간 먹거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가운데 삼성중공업은 업황 개선의 수혜를 크게 누리지 못한 모습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주가가 최근 90거래일 간 30%대 상승하는 동안 삼성중공업은 5.8% 오르는 데 그쳤다. 삼성중공업 주가가 맥을 못 추는 것은 부진한 실적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3864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삼성중공업은 2015년부터 3년 연속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해양플랜트 부문 부진과 구조조정 비용 등이 발목을 잡았다. 2016년 10조4000억원에 달했던 매출은 올해 5조4000억원으로 반 토막 났다. 올해 1~10월 49억 달러 규모의 신규 수주를 끌어냈지만, 연간 목표인 82억 달러에는 한참 못 미친다. 신규 수주 등의 영향으로 내년 매출은 6조원대로 늘겠지만 900억원 안팎의 영업손실을 기록, 적자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구조조정 비용 부담으로 내년에도 적자가 발생할 것”이라며 “매출 증가와 충당금 적립 등으로 수익성은 개선되겠지만 흑자 전환이 가능한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선박 발주 늘고 선가 올라


▎13일 협력업체 근로자의 사망 사고가 발생산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삼성중공업은 2016년부터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 사진:김유경 기자
또 매각이 지연되고 있는 시추설비의 재가동 문제도 주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퍼시픽드릴링(PDC)으로부터 수주한 한 척과 씨드릴(Seadrill)로부터 수주한 두 척 등 총 3척의 시추선을 계약 취소로 인도하지 못하고 있다. 유휴 상태인 시추선을 매각하려면 설비를 다시 가동해야 하며 이에 적지 않은 비용이 발생한다. 신한금융투자 황어연 연구원은 “2016~18년 수주 부진으로 내년 하반기에야 매출이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주가 반등을 논하기 아직 일러 2019년 하반기까지 ‘중립’ 투자의견을 유지한다”라고 말했다.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것은 국내 조선 3사의 맏형 격인 현대중공업도 마찬가지지만 최근 3개월 동안 주가가 적지 않게 올랐다. 현대중공업 매출은 2015년 46조원에서 올해 12조원대로 쪼그라들고, 올해 3600억원대 영업적자가 발생할 전망이다. 다만 지배구조 개편 계획을 통해 경영 투명성을 높이는 한편 로봇 등 신사업 진출 계획을 밝히면서 금융시장의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현대미포조선이 보유 중이던 현대중공업 지분을 인수하고 현대삼호중공업을 인적분할, 투자법인을 현대중공업과 합병하는 등 경영권 강화 및 경영승계 작업에 나선 상태다. 현대중공업은 수익성 좋고 배당성향이 높은 현대미포조선을 자회사로 직접 거느리게 돼 재무상태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현대중공업은 수주 경쟁력이 높아 선박 발주 증가에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며 “재무건전성이 좋아지고 수주 잔고도 많다”고 평가했다.

삼성중공업의 유상증자도 주가 부진의 한 원인이다. 삼성중공업은 올 상반기 1조4088억원을 유상증자했다. 주식수는 2억4000만주. 극심한 수주난과 금융권으로부터의 자금 조달이 경색되면서 재정난을 극복할 목적으로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삼성중공업은 회사채 5000억원을 포함해 올해 만기를 맞은 시장성 자금 규모는 1조6000억원에 달한다. 유상증자로 주가가 희석된 데다 차입금 상환, 자금 조달 등 재무 문제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셈이다.

다만 현재 주가가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이라 실적과 재무건전성이 개선될 경우 반등의 모멘텀을 얻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내 조선 3사가 지난 2~3년 간 어려움을 겪은 것은 ‘헤비테일’ 계약 관행 때문이다. 선박 대금의 60~80%를 마지막 인도 단계에서 받기 때문에 자금 순환이 원활하지 않았다. 통상 선박 건조부터 인도까지는 2~3년이 소요된다. 수주 규모가 2016년을 저점으로 2017년 반등했기 때문에 2019~20년에는 실적이 안정 궤도에 진입할 수 있다. 적자에 시달리는 삼성중공업으로서는 숨통을 틜 수 있게 된다.

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보다 재무적 압박을 먼저 받기 시작한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지난해 73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81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릴 전망인 등 정상궤도에 진입한 모습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앞으로 연매출 7조원대로 기업을 운영하며 규모 성장보다는 수익성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지난해 거래정지가 풀린 이후 1만3800원까지 추락했던 주가가 올 10월 3만8450원까지 뛴 것도 이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처럼 삼성중공업도 구조조정이 종료되면 주가 반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구조조정 거친 대우조선은 수익성에 초점


또 시추 서비스 세계 1위인 스위스 트랜스오션이 오션리그를 인수하는 등 시추 서비스 산업에 지각변동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도 현재로서는 긍정적인 신호로 읽힌다. 일부 대형사만 남은 채 시추 서비스 산업의 구조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는데, 최근 유가 상승으로 시추설비 이용률과 용선료가 오르는 상황이다. 삼성중공업이 3척의 시추선 매각에 성공하면 1조원 가량의 현금을 쥐게 된다. 최근 대우조선해양도 매각이 불발된 드릴십(이동식 원유시추선) 2척의 인도 협상을 원래 발주처인 소낭골과 진행 중이다. 내년 상반기 중에는 건조대금 미수금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최진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의 흑자 전환 시점이 늦을 수는 있지만 반등 중인 것은 사실”이라며 “그간 해양플랜트 비중이 크다는 점이 실적 개선의 걸림돌로 꼽혔는데, 상선 비중을 늘리며 사업 안정성이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1460호 (2018.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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