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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목표가격이 뭐길래] 정부·여당 vs 야당·농민 정면충돌 조짐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당정 2018년~2022년 쌀 목표가격 19만6000원…야권·농민 “껌값만도 못해, 24만원 돼야”

▎한국쌀전업농중앙회와 전국 각 지역 쌀 전업 농민들이 11월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수확기 구곡 방출로 인한 쌀값 하락 대책을 촉구하며 손에 영근 벼 이삭을 든 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농촌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쌀값’이 요즘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현재 80㎏당 18만8000원인 쌀 목표가격을 19만6000원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국회 문턱을 넘어야 목표가격을 확정할 수 있는데, 농민단체는 물론 야당이 20만원 이상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쌀 목표가격은 쌀 농가를 지원하는 직불금을 정하는 기준으로 농촌경제는 물론 나아가 나라 전체 식량자원 확보에 영향을 미치는 민감한 사안이다. 관련법에 따라 5년마다 갱신하는데, 이번에 정하는 목표가격은 2018년~2022년 생산한 쌀에 적용한다. 직불금은 산지가격이 목표가격 밑으로 내려가면 그 차액분의 85%를 정부가 보존하는 제도다. 정부는 이번에 목표가격 갱신은 물론 직불금 제도 자체를 개선한다는 계획이어서 당분간 농촌경제의 이목이 국회로 쏠릴 전망이다.

직불금에는 두 가지가 있다. 고정직불금과 변동직불금인데, 고정은 논의 보전을 위한 공익적 기능에 대한 보존금으로 1ha당 100만원이 지급된다. 변동직불금은 쌀 재배농가의 소득보전이 목적이다. 예컨대 가령 쌀 목표가격이 20만원이고 수확기 쌀값이 16만원 선에서 형성된다면 차액 4만원의 85%인 3만4000원(변동직불금)을 정부가 세금으로 농가에 보전해주는 것이다. 이 같은 직불금 제도는 우리 국민의 주식인 쌀의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시하던 추곡수매제(정부가 일정량의 쌀을 매입하는 것)를 2005년 폐지하면서 도입했다. 이 같은 직불금 제도는 쌀값이 폭락했던 2016년 농촌경제의 안전망이 되기도 했다. 당시 수확기 산지 쌀값이 20년 전 수준인 80㎏당 12만9711원까지 떨어지면서 농가에 큰 충격을 줬는데, 이때 쌀 한가마분에 변동직불금 4만9372원을 지급하면서 피해를 완화할 수 있었다. 결국 농가는 쌀 한 가마당 17만9083원을 받은 것이다.

물가상승률 고려해 19만6000원 책정


그러나 직불금 제도는 구조적으로 쌀 목표가격이 오르면 변동직불금이 늘면서 쌀 재배농가에 유리해진다. 가령 목표가격이 24만원인 상황에서 쌀값이 16만원 선에 형성된다면 변동직불금은 단순하게는 8만원의 85%인 6만8000원이 된다. 하지만 변동직불금이 무한정 커지지는 않는다. 연간 지급할 수 있는 총액은 세계무역기구(WTO)의 농업보조총액(AMS) 한도인 1조4900억원으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변동직불금은 10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의 산지 쌀값을 토대로 산출한 뒤 2월께 지급한다. 이에 따라 2018년산 쌀에 지급할 변동직불금은 2019년도 예산에 편성했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에 편성한 변동직불금은 5775억원으로, 올해 1조80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그렇지만 실제 지급될 변동직불금 규모는 이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쌀 목표가격은 단순히 변동직불금을 결정하는 기준점이 아니다. 쌀 시장, 더 나아가 농촌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농가 입장에서는 쌀 목표가격이 오르면 좋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마냥 올릴 수만은 없다. 목표가격을 올리면 국가 재정도 문제지만, 쌀 시장에 수급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쌀 목표가격이 7000원 오르면 벼 재배면적은 1만6000㏊ 늘어난다. 변동직불금이 불어나 다른 작물 농사를 하던 사람까지 쌀농사에 뛰어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공급이 늘어 쌀값은 중·장기적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13년 목표가격을 1만8000원 인상한 이후 쌀 공급과잉 현상이 일어나면서 급기야 2016년 쌀값 급락을 불러오기도 했다. 연구원은 측은 “목표가격 인상이 쌀 산업에 악영향을 미치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며 “우리나라 1인당 쌀 소비량은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로 이에 맞춰 벼 재배 면적 역시 줄어야 시장이 안정화한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목표가격을 묶거나 내릴 수도 없다. 물가가 계속 뛰기 때문인데, 정부와 여당이 이번에 목표가격을 19만6000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내놓은 것도 지난 5년(2013년~2017년) 간 물가상승률(6.3%)을 고려한 것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쌀 목표가격 산식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야당은 물가 상승률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이만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자료를 내고 “정부가 물가상승률 6.3%를 적용했다면 쌀 목표가격은 19만9844원이 돼야 한다”며 “물가상승률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은 21만원을, 소속의원이 전원 호남권인 민주평화당은 24만5000원을 제시했다. 농가도 불만이다. 그럴 만도 한 게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이던 2012년 10월 4일,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쌀 목표가격은 21만7719원이라며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런데 5년 만에 2만1000원가량 쌀값을 낮춘 셈이다. 그동안 쌀값은 떨어지지 않았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에서는 이미 쌀 목표가격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지만, 여야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쌀 목표가격’이 현재의 협상이라면,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직불금제 개편’은 미래의 협상이다. 당정은 2019년까지 직불금제 개편안을 마련해 2020년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최근 “쌀이 남아도는 데도 쌀에 직불금이 집중되고, 그것도 5ha 이상 대농에 편중되는 현재 제도를 계속 유지하기는 어렵다”며 직불금 제도 전면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농해수위 민주당 간사인 박완주 의원 측도 “직불금이 처음 도입했을 때는 쌀 농가가 전체 74%였는데 현재는 55%에 불과하다”며 제도 개편 의지를 드러냈다.

미래 위해 직불금 제도 개편

당정의 직불금 제도 개편 핵심은 변동직불금제의 폐지가 될 것 같다. 대농에게 유리한 변동직불금을 없애고 ha당 고정급으로 직불금을 주는 고정직불금제로 전면 개편하는 식이다. 이와 함께 쌀에 편중돼 있는 직불금을 다른 밭 농작물에도 동일하게 주는 것을 검토 중이다. 직불금 예산의 80% 이상이 쌀에 집중돼 있어 그동안 다른 밭 작물 재배 농가와의 형평성이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실제로 지난해 집행된 쌀 직불금은 고정·변동을 합쳐 총 2조3060억원으로 전체 농업직불금(2조8542억원)의 80% 정도였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금은 다른 작물보다 쌀에 대한 직불금 수준이 높기 때문에 농가 입장에서는 쌀농사를 짓는 게 더 안정적”이라며 “다른 작물에도 동일한 직불금을 준다면 쌀 수급 불균형과 농가 양극화 현상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460호 (2018.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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