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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3번째 폭락한 비트코인] 암호화폐의 정체성 혼란 후폭풍? 

 

한정연 기자
탈중앙화·탈규제 목표 희미해지고 대기업·규제당국 입김 세져

▎사진:© gettyimagesbank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암호화폐가 화제다. 지난해에는 가격이 너무 올라서, 올해는 너무 내려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9월 이후 6000달러대를 유지하던 암호화폐의 상징 비트코인 가격은 11월 15일 하루 만에 1BTC가 6200달러대에서 5600달러대로 주저앉았고, 19일에는 4000달러대로 떨어졌다. 11월 22일 오후 8시 현재 1BTC는 4471달러(504만원)다.

비트코인은 개인 간 전자금융의 매개체이다. 사토시 나카모토의 비트코인 백서가 세상에 선보인 지 올해로 10년이다. 현재까지 발행된 암호화폐 수는 이더리움 등을 모두 포함해 2071개이며 전체 시가총액은 166조2151억원이다. 거래되는 모든 암호화폐의 53.4%가 여전히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12월 최고점이었던 1만9000달러대에 비하면 이미 80% 가까이 폭락했다. 다른 암호화폐 가격은 90~95% 빠졌다.

악재 두 방에 무너지나?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한 표면적인 이유는 두 가지다. 지난해 7월 비트코인에서 ‘갈라져 나온(하드포크)’ 비트코인캐시가 지난 11월에 다시 갈라지면서 ‘고래’라고 불리는 큰 손 두 명이 충돌했다. 지난해 말 4000달러였던 비트코인캐시 가격은 현재 200달러 선이다. 비트코인이 계속 갈라져 나오는 이유는 연산 속도가 느리고 수수료가 높아서 결제 수단으로 부적합하다는 지적 때문이다. 대대적인 업그레이드인 하드포크를 하게 되면 이전 버전과 호환이 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새로운 암호화폐가 하나 더 생기는 것과 같다. 지난해 비트코인의 하드포크를 주도한 세계 최대의 비트코인 채굴기 업체 비트메인의 우지한은 이번 비트코인캐시 하드포크에서도 우세하다. 우지한 측은 스마트 계약 기능을 넣고, 암호화폐 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보유자끼리 매매가 가능한 비트코인ABC를 밀고 있다. 반대쪽에는 자신이 사토시 나카모토라고 주장했던 호주 출신의 크레이그 라이트가 있다. 라이트는 비트코인의 기존 규정을 이어받되 블록 크기를 32MB에서 128MB로 대폭 늘리자며 이를 비티코인SV라고 부른다. 컴퓨팅 파워에 따라 승부가 갈리는 하드포크에선 중국의 채굴왕인 우지한이 앞설 수밖에 없다. 문제는 크레이그 라이트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비트코인 보유자들을 상대로 협박을 하면서 불거졌다.

라이트는 11월 14일 트위터에 “비트코인 채굴자들이 비트코인캐시(비트코인ABC) 쪽 편을 들면 우리는 비트코인을 모조리 팔 것이고, 그러면 시장은 무너질 것”이라고 협박했다. 라이트는 “비트코인 가격이 1000달러가 되더라도 나를 막을 수는 없다”고 으름장을 놓는 글을 올렸다. 비트코인이 지속적으로 돌아가려면 누군가는 컴퓨팅 파워를 투입해서 블록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그 대가로 주어지는 암호화폐의 가치가 투입되는 자본만큼 나오지 않는다면, 채굴은 중단되고 비트코인 블록체인도 멈추게 된다. 해킹이 불가능한 비트코인 체계에서 위·변조가 가능하려면 51%의 해시파워(채굴력)가 이를 승인해야 한다. 이를 방지하는 게 그만큼의 비트코인 가격 하락이다. 하지만 가격이 아무리 하락해도 두렵지 않다는 큰 손이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투자심리, 채굴 동기부여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지난 3개월 동안 500~600달러대를 유지하던 비트코인캐시 가격도 비트코인의 폭락에 따라 200달러대로 내려왔다.

비트코인 가격 급락의 또 다른 이유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행보다. 비트코인 가격이 11월 15일 5000달러대로 떨어진 다음날인 16일 SEC는 증권 규제를 따르지 않고 암호화폐공개(ICO)를 감행한 에어폭스와 파라곤에 사상 처음으로 과징금을 부과했다. 과징금은 25만 달러였지만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에게 배상할 것과 암호화폐를 증권으로 등록하도록 강제한 게 악재가 됐다. 이는 미국 금융규제기관들이 본격적으로 ICO를 규제할 것이라는 신호로 보이기에 충분했다. 이 조치가 나오고 3일 후 비트코인 가격은 4000달러대로 떨어졌다.

이 두 가지 움직임은 투자자들의 심리를 흔들어놨다. 국가 경제를 포함해 돈이 오가는 모든 영역에선 투자심리를 건드리는 것만으로도 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 예를 들어 반도체 경기에 관한 증권사나 언론사의 예측이 상반된다 하더라도 결국 주가는 위나 아래 둘 중 하나로 움직인다. 실제로 경기가 좋든 아니든 누군가 의문을 제기하면 항상 답을 주는 것도 시장의 법칙이다. 경기가 나쁘다는 의견에 동조하는 가구가 많아질수록 민간 소비는 줄어들고, 이런 행동으로 경제성장률까지 흔들린다.

암호화폐 가치관까지 변해야 하는지 논의 필요


▎사진:© gettyimagesbank
비트코인 체계는 하루아침에 나온 게 아니다. 백서 이후 10년이 있었고, 백서 이전의 20년이 있었다. 1980년대 해커·로봇·종말론·무정부주의를 소재로 한 SF영화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1980년대에 이어 1990년대까지 사이버펑크라는 사회운동이 있었다. 인공지능과 휴머노이드 로봇이 흑백영화 시절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것과 같은 맥락이다. 1990년엔 익명으로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암호화폐 이캐시(ecash)가 등장해 일부에서 사용되기도 했다. 영화에서 시작된 사이버펑크 문화는 암호라는 뜻의 ‘사이퍼’와 결합돼 사이퍼펑크로 발전했다. ‘사이퍼펑크 선언’은 1993년 티모시 메이, 에릭 휴즈, 존 길모어 등 수학자 겸 개발자들이 발표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공산당선언’을 패러디했다. 이들은 온라인 세상에서의 무정부주의를 표방했다. 중앙집권화된 국가나 대기업들로부터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암호화된 익명 거래 시스템 개발을 제안한 것이다. 이들은 아이디어를 차근차근 현실화했다. 1997년에는 익명성을 확보했고, 이중지불을 방지하는 해시캐시라는 가상화폐를 만들었다. 1998년엔 분산화와 스마트 계약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 10년 후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이름으로 앞서 언급한 사이퍼펑크 진영의 기술을 블록체인으로 실제 구현한 ‘비트코인 백서’가 나왔다.

당시 미국은 2008년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였다. 월스트리트에는 자신이 상위 1%의 금융 엘리트가 아닌 99%라는 이들로 북적거렸다. 탈중앙화된 시위였다. 주동자도, 특별한 계획도 없이 나온 사람들은 각자 알아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의 증오는 신용부도스왑(Credit Default Swap·CDS)과 같은 복잡한 금융상품을 만들어낸 1%의 금융 엘리트들에게로 향했다. 금융위기의 원인은 빚을 담보로 빚을 만들어내서 이를 또 다른 빚에 투자한다는 한 문장으로 단순화 할 수 있다. 월가의 투자은행들이 부동산 담보대출을 쪼개고 묶어서 또 다른 빚인 모기지담보부채권(MBS)으로 만든 건 1970년대 일이다. 문제는 이 중에서 연체되기 시작한 악성 빚을 다시 혼합해 새로운 형태의 빚이라고 할 수 있는 부채담보부증권(CDO)을 만들면서 불거졌다. 2005년 월가는 이 CDO의 가치가 하락해 이를 보상하는 보험상품을 만드는데, 이를 CDS라고 한다. 대기업들 중에서 비트코인 체계를 구성하는 블록체인에 가장 큰 관심을 가진 곳은 IBM이다. IBM은 2014년 암호화폐 이더리움 개발진들과 자사 제품 공급망을 혁신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소수만 접근이 허가되는 허가형 블록체인으로 공급망을 꾸리려고 했지만, 당시 이더리움 체계로는 불가능했다. IBM은 다음해 독자적으로 팀을 꾸려 리눅스재단과 함께 허가형 블록체인을 개발하는 ‘하이퍼레저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이 프로젝트의 위원장으로 영입된 인물이 CDS를 만든 JP모건 출신의 블라이드 매스터스다.

중앙집권화된 정부와 기업들을 우회해 익명으로 개인 간 거래를 한다는 암호화폐의 모순이 시작됐다. 정부도 금융회사도 믿을 수 없으니 우회하고, 개인 대 개인이 익명으로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는 금융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게 암호화폐의 목표였다. 하지만 기업들은 위·변조가 불가능한 분산원장 기술로서의 블록체인을 따로 떼네어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려고 한다. 이를 가능하게 만든 설계자가 바로 CDS를 만든 매스터스와 같은 사람이다. 허가형 블록체인 프로젝트인 R3 컨소시엄은 세계 100여 개 금융기업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우회해야 할 대상인 중앙집권화된 대기업과 협업을 하겠다는 것도 모순이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선 여러 대기업들이 직접 자사 특정 시스템 내에서 쓰이는 암호화폐를 만들고 있다. 비트코인을 사고파는 암호화폐 거래소들도 이미 지난해부터 자신들을 법적으로 규제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법적인 규제가 없이 은행을 통해 옥죄는 현재 금융당국의 정책이 자신들을 고사시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수익 측면에선 당연히 불투명성을 줄여 도움이 된다. 하지만 암호화폐는 정부의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송금 시스템을 구현해 냈기 때문에 지난 10년 간 발전해왔다. 암호화폐, 블록체인 진영이 지금 원하는 게 중앙의 규제라는 것도 모순이다.

티모시 메이 “오히려 통제사회 구축” 쓴소리

사이퍼펑크 선언 작성에 참여한 티모시 메이는 최근 암호화폐 전문 매체인 코인데스크에 다음과 같은 요지의 기고를 했다. ‘암호화폐 거래소에 의무처럼 부과되는 고객파악제도(KYC), 자금세탁방지(AML) 규정, 신원 조회와 배경 확인 결과에 따라 계좌를 압류하거나 의심스러운 행위를 비밀경찰 같은 당국에 신고하는 법안 따위는 절대 사토시의 구상에 없었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거버넌스나 규제, 블록체인 등 겉만 번지르하게 포장된 온갖 개입과 정부의 간섭이 결과적으로 아주 엄격한 감시 국가, 모든 걸 문서로 만들고 관리하는 통제 사회를 구축하는 결과를 낳을지도 모른다.’(코인데스크 코리아 11월 16일자)

모든 기술과 아이디어가 반드시 처음 기획했던 그대로 쓰여야 하는 건 아니다. 많은 기업이 처음 의도와 달라도 돈이 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피봇을 일상적으로 하고 있다. 신약 개발에서도 이런 일이 자주 있기는 하다. 기적의 백혈병 치료제,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 등도 처음 개발 의도와는 다른 효능이 발견돼 획기적인 약이 됐다. 하지만 이들 신약은 무언가를 치료한다는 동일한 목적을 이뤄냈다. 신념을 가지고 시작해놓고 반대 방향으로 달려가진 않았다. 암호화폐 개발진들이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 동안 집중해온 가치관은 탈중앙화, 개인정보 보호, 규제기관의 우회 등이다. 이런 가치관조차 피봇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박스기사] 최초의 암호화폐 비트코인이란? - 거래장부 원본을 모두가 보관해 신뢰 확보

비트코인은 2008년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알려지지 않은 개인 혹은 개발자 집단이 만든 최초이자 지금까지도 가장 많이 거래되는 암호화폐다.

비트코인은 데이터를 무작위의 문자열로 바꿔 표현하는 해싱(하나의 문자열을 보다 빨리 찾을 수 있도록 주소에 직접 접근할 수 있는 짧은 길이의 값이나 키로 변환하는 것), 개인 간 거래인 P2P 네트워크, 암호화 그리고 특정 난이도의 작업을 수행했다는 증명을 하는 작업증명(POW) 등의 기술로 이뤄졌다. 비트코인은 발행이나 관리 주체가 없이 참여하는 사람들이 주체적으로 화폐를 발행한다.

화폐 발행을 채굴이라고 한다. 비트코인은 계좌가 모두 영문과 숫자 64개로 만들어진다. 유효한 조합을 찾는 행위가 채굴이다. 먼저 목표값에 해당하는 해시값을 누군가 찾게 되면 ‘블록’이 발행된다. 이 블록이 10분마다 하나씩 계속 이어지고 각각의 블록은 이전의 모든 거래 내역을 암호화해서 지니고 있다. 블록이 체인처럼 이어져 있다고 해서 이를 블록체인 기술이라고 한다. 이렇게 블록을 발행하면 만든 사람은 비트코인을 보상으로 받게 된다. 블록은 과거의 계약을 담고 있기 때문에 거래장부 원본이 된다. 각 거래에는 이체 수수료가 포함돼 있는데, 블록 발행자는 이 수수료도 함께 받는다. 비트코인 발행은 오직 채굴자에게 주어지는 보상으로만 이뤄진다.

블록을 생성하는, 즉 다른 사람들과의 경쟁에서 먼저 해시값을 찾을 수 있는 확률은 누가 얼마나 컴퓨팅 파워를 투입했느냐에 따라서 좌우된다. 만약 현재 채굴 중인 모든 컴퓨팅 능력의 10%를 자신이 투입했다면 10%의 확률로 블록 생성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대규모 채굴장을 만들고, 수많은 CPU와 GPU를 가동하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기존 화폐가 갖는 가치 하락의 문제점을 발행개수를 2100만개로 한정하고 발행속도를 블록 생성 난이도와 연동시켜 해결한다. 만약 누군가 압도적인 컴퓨팅 파워를 투입해 10분이 걸리던 블록 생성 속도를 5분으로 줄인다면 특정인에게 지나친 힘이 실리고, 이는 비트코인 체계상 큰 문제가 된다. 그래서 블록 생성에 필요한 해시값 생성 난이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이를 해결한다.

비트코인을 이체하려면(지불 혹은 판매 하려면) 수십개의 영문과 숫자의 조합으로 된 개인키가 필요하다. 이를 이미 공개돼 있는 64개의 영문과 숫자 조합의 주소와 결합하면 자신의 비트코인 주소로 보내 확보하게 된다. 개인키를 탈취당하면 자신이 가진 모든 비트코인도 다 탈취당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비트코인의 기반 기술이라고 하는 블록체인은 해킹이 불가능하다. 모든 거래자들이 동일한 거래장부 원본을 나눠가지는데 이 내용이 담긴 블록을 하나만 교체한다고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10분마다 생성되는 블록은 이전에 있던 블록의 내용을 암호화해 가지고 있다. 이 모든 내용이 담긴 전체 사용자의 블록을 현실적으로 임의로 교체할 수 있는 컴퓨팅 파워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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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1호 (2018.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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