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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와 주가의 상관관계] 과거 ‘기준금리 ≥ 시장금리’ 때 주가 떨어져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두 금리 수준 엇비슷해지는 시점부터 투자자 부담 … 금리 상승할 때 주가 오르기도

▎사진:© gettyimagesbank
금리와 주가는 일반적으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2000년 이후 10년 동안에도 미국 금리가 0.6~1.0% 오를 때 세계 주식시장은 평균 6.5%, 신흥국은 8.5% 하락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금리가 상승(하락)할 때 기업 이익이 나빠(좋아)지기 때문이다. 금융자산이 부채보다 많은 회사는 금리가 오를 때 이익을 보지만 그런 곳은 많지 않다. 대부분은 예금보다 부채가 많아 금리가 하락할 때 혜택을 본다.

금리에 따라 자산 선택도 달라진다. 투자에 사용되는 자금은 높은 이익을 찾아 다니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금리가 오르면 돈이 주식에서 채권으로, 반대로 금리가 떨어지면 채권에서 주식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극적인 예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에 있었다. 그해 초 시중금리가 30%까지 오르자 채권형 수익증권으로 100조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이후 금리가 하락해 10월에 10% 밑으로 떨어지자 이번에는 반대로 주식형 수익증권으로 돈일 몰렸다.

일반적으로 금리와 주가는 반대로 움직여


이론과 달리 금리와 주가가 동시에 오르거나 떨어지는 경우도 곧잘 볼 수 있다. 2005년 이후가 대표적이다. 12월에 국채 수익률이 3.8%로 최저치를 기록한 후 2005년 12월에 5.6%까지 오르는 동안 종합주가지수가 895에서 1390이 됐다. 금융위기 직후에도 같은 모습이 나타났다. 2008년 말 4.2%였던 국채 수익률이 1년 만에 5.4%까지 오르는 동안 종합주가지수 역시 1100에서 1680까지 50% 가까이 상승했다.

이런 모습이 나오는 이유는 간단하다. 금리 상승이 주가에 부정적이지만 경기가 좋을 때 금리가 오르기 때문에, 경기가 주가를 끌어 올리는 힘이 금리가 주가를 끌어 내리는 힘을 압도해 금리와 주가가 동시에 오르는 것이다. 그래서 둘 의 관계는 금리가 정점을 찍고 하락하든 저점을 찍고 오르든 상관없이 금리가 전환점을 지날 때 주가가 상승하는 형태로 비치는 것이다. 금리가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시점도 정해져 있다. 일반적으로 주가가 금리의 영향을 받아 움직이는 건 전체 금리 변동 기간의 중간까지다. 이후에는 금리보다 경기의 힘이 강해져 금리가 하락하든 상승하든 관계없이 주가와 무관하게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당분간 미국을 중심으로 금리 인상이 이어질 걸로 보인다. 지금 경제 상황은 저금리와 맞지 않다. 미국의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의 합이 5%를 넘어 3%를 약간 웃도는 시중금리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서다. 다른 지표도 동일한 결과가 나온다. 미국의 실업률이 3.7%로 1969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1980년 이후 미국의 실업률이 5% 이하일 때 기준금리 평균은 5.2%였다. 시장금리도 4%대 후반이었다. 성장과 물가가 구조적으로 낮아졌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지금 금리 수준은 너무 낮다.

금리 오를 때마다 주식시장 요동칠 가능성


반대로 자산가격은 너무 높다. 그동안은 낮은 금리가 자산가격을 올리는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높은 자산가격이 금리를 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에 정부가 금리를 올리는 건 물가를 잡기 위해서였다. 그 부분이 당장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다. 물가가 낮기 때문이다. 대신 자산 버블이 걱정이다. 2008년에 자산버블로 금융위기를 겪었던 선진국 입장에서 새로운 버블은 항상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이미 부동산을 비롯해 주식·채권까지 다양한 자산이 사상 최고치를 넘었다. 이 영향으로 가격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가 바뀌고 있다. 금융위기 직후에는 자산 가격 상승이 경기 회복 속도를 높여주는 요인으로 생각했었다. 자산 가격이 올라가면 곧바로 소비가 늘고, 투자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아니다. 가격이 너무 높아 약간의 변화에도 가격이 급변할 수 있는 상태가 돼 주의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저금리와 높은 자산 가격에 따른 변동성을 감안할 때 당분간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

금리가 어느 정도 수준이 되면 주가가 반응하기 시작할까? 앞으로 시장 상황 변화를 예측하기 위해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다. 과거에는 주로 기준금리가 시장금리보다 높거나 비슷해질 때에 주가가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우리는 금리의 역사가 짧고 외환위기 이전에 금리보다 통화량을 중심으로 금융정책을 폈기 때문에 사례를 구하기 힘들다. 반면 미국은 많은 경우가 있는데 두 금리가 역전됐던 1990년, 2000년 그리고 2007년 모두 주가가 상승에서 하락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기준금리가 시장금리와 엇비슷해지는 시점부터 투자자들이 금리 수준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경기 둔화도 시작되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2.25%이다. 12월에 금리를 1번, 내년에 3번 더 인상할 경우 3%가 된다. 지금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3.2% 정도다. 내년 6월이 되면 둘이 엇비슷해지게 되는데 과거 경험대로라면 이즈음부터 금리의 영향이 주식시장에 나타나게 된다.

이번에는 영향이 훨씬 빨리 나타났다. 6월에 시작돼 9월에는 본격화 단계에 들어갔다. 앞으로 금리를 올릴 때마다 영향이 더 심하게 나타날 걸로 전망된다. 이렇게 영향이 빨라진 건 시장이 저금리에 익숙해 약간의 금리 인상에도 반응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금리가 구조적으로 낮아지면서 과거에는 저금리 수준이었던 3%가 이제는 대단히 높은 수준이 됐다. 주가 반응이 빨리 나오는 게 당연하다.

금리 상승에 따른 주가 하락은 이미 시작됐다. 올해 연준이 금리를 세 번 올렸다. 첫 번째는 3월이었는데 시장에 별 영향을 주지 않았다. 6월 3일 두 번째 인상이 있은 후 S&P500지수가 11일 동안 3.2% 떨어졌다. 금리 인상 이전에 영향이 사라지거나 주가가 금리와 무관하게 움직이던 과거와 다른 형태였다. 세 번째 금리 인상은 영향이 더 심하게 나타났다. 9월 인상 이후 18일 동안 주가가 9.7% 떨어졌다. 앞으로 금리가 오를 때마다 주식시장이 요동을 칠 가능성이 크다. 그 정도가 다른 어떤 때보다 심할 텐데, 지금이 비정상적인 금리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연준은 2008년 12월에 정책금리를 0.25%로 낮춘 후 84개월 동안 유지했다. 이전에는 정책금리가 바닥에서 가장 오래 머문 기간이라 해봐야 1992년 9월~1994년 1월까지 17개월이 고작이었다. 정책금리가 0.25%에 머무는 동안 미국 주식시장이 200% 가까이 올랐다. 이전에 금리가 바닥을 친 후 첫 번째 금리 인상이 있을 때까지 주가가 최대 20% 이상 오르지 않았던 것과 비교된다. 낮은 금리일 때 주가가 너무 많이 오른 만큼 금리를 올릴 때마다 격렬한 반응이 나타나는 게 당연하다.

금리를 지나치게 낮춘 것도 이제는 주가 하락 요인이 되고 있다. 1930년 대공황 직전 미국의 기준금리는 4%대 중반이었다. 공황이 발생하고 8년 후 1.0%로 인하한 후 더 이상 내리지 않았다. 미국 기준금리가 다시 1.0%가 될 때까지 65년이 걸렸는데 IT버블 붕괴와 9·11테러가 겹친 2004년이 그 때였다.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직전에도 미국의 기준금리는 4%대 중반이었다. 위기 발생과 동시에 연준이 기준금리를 빠르게 인하해 2008년 말에 0.25%가 됐다. 그리고 7년 동안 최저 금리를 유지했다. 금리 인하 속도와 저점에서의 유지 기간 모두 대공황 때를 훨씬 뛰어넘은 것이다.

2016년 7월에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0.28%까지 하락했다. 같은 시기 독일의 국채 금리 수익률도 -0.18%였다. 일본 국채를 보유할 경우 10년 동안 한 번도 이자를 받지 못하는 건 물론 만기 때 원금보다 적은 돈을 되돌려 받게 된다는 의미가 된다. 역사상 한 번도 없었던 일이었다. 이렇게 금융완화 정책이 사상 유례없이 강하게 이루어졌고 그 영향으로 주가도 오른 만큼 금리 상승의 영향이 다른 때보다 크게 나타나는 게 당연하다.

내년부터 금융긴축이 금리 인상과 유동성 흡수 양방향으로 진행되는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연준의 연구에 따르면 양적 완화로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 규모를 2조 달러대 초반으로 줄일 경우 시중금리가 1.40~1.75% 정도 올라간다고 한다. 이미 미국 금리가 바닥에서 2% 정도 상승했다. 지금까지는 유동성 흡수 없이 기준금리 인상만으로 시중금리가 상승했는데 앞으로 유동성 흡수가 가세할 경우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은행·보험주에 관심을…

금리가 올라갈 때 수혜를 볼 수 있는 기업은 거의 없다. 우리 기업들이 돈을 많이 벌었어도 여전히 가지고 있는 금융자산보다 금융부채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수한 업종만이 금리 상승에 따른 혜택을 볼 수밖에 없는데, 대표적인 게 금융주다. 은행의 수익성을 좌우하는 건 순이자마진(NIM)이다. 이 지표는 예대 금리차와 밀접한 연관성이 가지고 있는데 금리가 오를 경우 예대 마진이 벌어져 순이자마진이 늘어나게 된다. 물론 금리 인상기에 기업 부도가 증가해 대손 충당에 대한 부담이 커지긴 하지만 순이자마진 상승에 따른 효과와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보험도 수혜를 받는다. 보험사들은 많은 운용자산을 가지고 있는데 금리가 올라가면 채권 자산의 수익성이 좋아진다.

1461호 (2018.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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