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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재가 만난 사람(14)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프랜차이즈 가맹점과 상생해야 본사도 살아 

 

이필재
가맹점 인테리어로 마진 올리지 않아...“취업 준비 때처럼 치열하게 창업 고민해야”

▎사진:더본코리아 제공
“프랜차이즈 식당 가맹점이 이른바 골목식당보다 훨씬 많이 망합니다. 잘되는 프랜차이즈 식당만 눈에 들어와 사람들이 잘 몰라요. 악덕 프랜차이즈 본사야 규제와 단속을 해야겠지만 잘하는 데를 왜 규제합니까? 건전한 프랜차이즈 식당은 오히려 육성해야 합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프랜차이즈 본사에 가맹점을 줄이라고 하는데 대형 프랜차이즈의 가맹점주도 따지고 보면 똑같은 식당 주인이고 자영업 하는 개인”이라고 말했다. “음식을 만든 경험도, 조리 노하우도 없는 사람이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차리면 점주가 될 수 있습니다. 창업의 꿈을 이루는 거죠.”

포털에 기업인 및 요리연구가라고 소개돼 있습니다. 어느 쪽에 더 애착을 느끼나요?

“저는 우리나라 외식문화가 발전했으면 하는 외식 기업인입니다.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어 보려 식당을 차렸는데, 가성비가 높다는 칭찬을 듣다 보니 좋은 방향으로 사람이 변해 외식문화에도 관심을 갖게 됐죠. 앞으로도 시대를 앞서가는 새로운 외식 브랜드를 론칭하려 합니다.”

백 대표에 대해, 미식가를 위한 요리가 아니라 합리적 가격의 음식 또는 집에서 만들어 먹는 그럴 듯한 요리를 즐기게 하려는 게 목적인 거 같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백종원 브랜드의 음식은 값은 저렴하지만 맛은 뛰어나지 않다는 인식도 있는 거 같습니다. 어떤 브랜드 매장은 대놓고 ‘키치’적인 컨셉트를 구사하는 거 같고요. ‘B급’ 내지는 ‘싼마이’ 전략을 염두에 두고 있나요?

“B급이 아니라 서로 시장이 다른 거죠. 가격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니까 식당을 레벨로 구분하는 거예요. 편의점(음식), 프랜차이즈 식당, 혼을 담은 개인 식당, 음식을 즐기는 게 목적인 3~4대 가업형 식당으로 범주화할 때 사람들이 이들 식당을 이용하는 목적이 달라요. 고액 연봉자도 때로는 편의점 음식을 찾고, 형편이 좋지 않은 사람도 2만원짜리 곰탕집에 갈 때가 있습니다. 가격 말고 음식이 제공되는 속도를 기준으로 식당을 구분할 수도 있고요.”

미슐랭 가이드가 선정한 정평 있는 식당을 해볼 생각도 하나요?

“그런 꿈도 있지만 스스로 절제합니다. 저까지 그런 식당을 할 필요는 없어요. 아니 저는 하면 안 됩니다. 저는 다른 역할이 있고, 프랜차이즈 식당을 돈을 벌기 위해서만 하는 것도 아니에요. 단적으로 저희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외식비의 ‘저점’을 잡아줘야 합니다. 마지노선이라고 할까요? 우리가 올리면 덩달아 올리기에 나름의 사명감도 있어요.”

그는 우리나라 외식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인식을 수긍하지 않는다. 아침을 먹지 않는 사람이 많은 데도 아침 식사 시장이 커지지 않는 건 외식 비용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음식값이 천편일률적이고, 끼니를 해결하기 위한 외식 비용은 우리나라가 미국·일본보다도 높아요. 김치찌개 집을 차리면 점주가 원가를 계산해 보지 않고 인근 김치찌개 집에 맞추는 식이죠. 결국 소비자의 비용 부담이 큽니다. 음식값을 내리면 외식 시장이라는 파이를 훨씬 더 키울 수 있습니다.” 그는 사람들이 아침 식사를 밖에 나가 3000원 선에 해결, 외식 비용이 줄어들면 아파트의 구조도 바뀔 것으로 내다본다. “주방의 크기는 간편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을 정도면 되고 냉장고도 지금처럼 클 필요 없어요. 자연히 다른 생활 공간이 넓어지겠죠.”

백 대표는 1992년 외식 업계에 진입했다. 대패삼겹살을 선보인 백종원의 원조 쌈밥집을 시작으로 본가·홍콩반점·새마을식당·빽다방 등 11개 브랜드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벌이고 있다. 가맹점 수는 전국적으로 1400개에 이르고 일본·중국·미국에 자회사를 두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약 1741억원.


‘성공한 백 대표’에 대해 요식 업계를 장악해 나간다는 시선도 있습니다. 이런 시선을 떠나, 원론적으로 요식업도 생태계의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요즘 진행 중인 TV 프로그램 [골목식당]을 통해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건 이런 시선도 의식해서인가요?

“그런 시선은 의식하지 않습니다. 시선이라기보다 시샘인지도 몰라요. 가격, 서비스 속도 등 여러 면에서 외식 선택의 폭이 더 넓어져야 한다는 생각은 합니다. 생태계가 다양성을 띠려면 무엇보다 외식업에 뛰어드는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합니다. ‘먹고살기 힘든데 식당이나 해 볼까’라는 사람들 말고 이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들어와야죠. 사람들에게 음식 만들어 먹이는 걸 좋아하든지, 먹는 걸 좋아하든지 하다못해 홀에서 사람 만나는 거라도 좋아하는 사람이 식당을 차려야 돼요. 돈 버는 게 목적이다 보니 식당이 잘 안 되는 거예요. 음식 장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가치관이 다릅니다. 많은 사람이 내가 만든 음식을 먹어준다면 돈을 덜 벌어도 좋은 사람들이죠. 그런 사람들이 해야 단 하나의 음식으로 승부를 보려는 식당도 생깁니다.”

우리 외식 문화의 문제가 뭐라고 보나요?

“음식을 만들거나 서빙 하는 사람들을 우리 사회가 존중해 줘야 합니다. 돈이 안 벌리는 것보다 함부로 대하거나 엉뚱한 불평을 하는 손님들 때문에 식당을 접는 사례가 적지 않아요. 특히 젊은이들이 그래요. 외식업 생태계를 위해서라도 수익이 날 때까지 이들이 나름의 역량을 식당에 쏟을 수 있도록, 포기하지 않고 버틸 수 있도록 외식업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높아져야 합니다. 외식문화 발전의 출발점이죠. 말하자면 소비자도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그는 이렇게 역량을 키운 외식업 인재들이 해외로 나가는 게 진정한 한식 세계화라고 주장했다. “저희 회사처럼, 해외로 나가 교민사회가 아니라 현지인을 상대로 자리를 잡아야 합니다.”

그는 방송을 할 때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을 보여주는 건 외식업에 대한 인식을 높이려는 노림수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자장면이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 음식점에서 좀 늦게 나온다고 소리를 지르지 않게 되죠. ‘집밥 백선생’ 같은 데서 한 번 해먹고 버려지는 식재료를 생각하면 자연스레 식당 가서 사 먹는 게 비싼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

그 숱한 아이디어와 따뜻한 감성의 원천이 뭔가요?

“소비자의 니즈에 맞추려는 자세죠. 홍콩반점을 론칭했을 때 자장면 없이 짬뽕만 팔았고 메뉴에 탕수육은 있었지만 깐풍기는 없었어요. ‘자장면을 먹어야 하나, 짬뽕을 먹어야 하나’라는 손님들의 고민을 덜어준 거죠. ‘음식 값이 꼭 이렇게 비싸야 하나’라는 생각에 가격은 낮췄고요. 프랜차이즈이다 보니 지역 실정에 맞춰 결국 자장면을 팔게 됐지만 단독 매장이라면 지금도 짬뽕만 팔 겁니다.”

맛에 관한 철학이 뭡니까?

“맛은 미각으로만 느끼는 게 아닙니다. 미각의 비중은 30%에 불과하죠. 나머지는 시각 등 다른 감각을 통해 맛봅니다. 정갈하거나 때로는 허름한 식당 내부, 친절한 서비스, 손님의 수 같은 것들이죠. 어떤 식당은 손님에게 되레 비키라고 툭 건드리는 아줌마가 입맛을 돋우기도 해요. 이런 맛을 메뉴와 잘 조합하는 게 브랜딩의 기술이죠.”

맛을 내는 백 대표만의 노하우가 뭔가요?

“어느 프랜차이즈나 최종 목표는 가맹점 간 맛과 서비스의 격차를 줄이는 겁니다. 된장찌개 맛을 균일하게 만들려 된장·고춧가루·마늘 등으로 양념 믹스를 만들고, 파와 호박을 썰어 담아 놓은 봉지에서 계량컵으로 퍼 찌개에 넣게 하는 식이죠. 맛보다 서비스 격차를 줄이는 게 더 힘든데, 지속적으로 점주 교육을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의 집안은 대대로 사학재단을 운영했다. 그도 현재 예산고 이사장을 맡고 있다. 외식업에 진입할 때는 집안의 반대가 심했다. 그래서 경제적인 도움을 전혀 받지 못했다. 외식업에 올인하기 전 그는 수입 건축자재로 집을 짓는 목조주택 사업을 했었다. 한때 잘됐었지만 외환위기 당시 환율이 급등해 말아먹었다. 환율은 불가항력적인 외생변수였다. “주택사업이 잘될 때도 어째 겉도는 거 같고 앞이 잘 보이지 않았어요. 결국 내가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죠.” 외식 사업을 벌인 후에도 잘 안 되는 브랜드가 있었다. 그러나 론칭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70~80%가 시장에 안착했다. 경쟁자에 비해 뚜렷하게 큰 성과였다.

평소 식당 주인들에게 가르치는 것들 중 정작 본인은 하지 않는 것이 있나요?

“거의 없습니다. 훈수를 뒀으면 저도 실천해야죠.”

백종원의 프랜차이즈 식당은 가맹점 인테리어로는 마진을 올리지 않는다. 가맹점에 공급하는 식자재·소스의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하겠다는 생각에서다. “식자재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공급처와 장기 계약을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가맹점 수를 유지해야 하고, 가맹점이 문 닫지 않게 하려면 가맹점을 살려야죠.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의 상생이 본사도 사는 길입니다.”

인생 2막에 식당을 창업하려는 사람들에게 어떤 조언을 주고 싶나요?

“인생 1막 시절에 취업 준비를 얼마나 열심히들 했습니까? 그런데 외식업 창업은 왜 그렇게 쉽게들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2막도 마찬가지예요. 아무런 준비 없이, 자신의 적성도 안 따지고 ‘치킨집이나 해 볼까’라고 시작하니 실패하는 겁니다. 치킨집 창업이 얼마나 실패 확률이 높은지는 30분만 따져 봐도 알 수 있어요.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고를 때도 공부하고, 조사도 해 봐야죠. 등 떠밀려 시작하는 식당 창업은 말이 안 되고 성공 확률도 낮을 수밖에 없어요.”

백 대표는 지난해 SBS 연예대상 공로상을 받았다. 그 전 해엔 특별상을 탔다. 공중파 TV에서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진행 중이고,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한식대첩-고수외전] 등의 TV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백종원의 식당 조리 비책] [백종원이 추천하는 집밥 메뉴55] 등 11권의 음식 만들기 책을 냈다.

연예인 뺨치는 높은 인기가 삶의 활력소가 되나요? 대중의 높은 기대치로 압박감을 느낄 때도 있나요?

“압박감 같은 건 없어요. 말을 조심해야 하고, 먹으러 다니는 걸 좋아하는데 잘 못 다녀 부담은 좀 있죠. 방송을 한 덕에 시야는 넓어졌습니다. 회사는 커졌지만, 어느 면에서는 돈을 벌어들여야 하는 기업의 목표와는 어긋나는 방향으로 왔고요.”

만일 ‘백종원의 인생 사용설명서‘랄까 레시피 같은 게 있다면, 거기에 뭐라고 적혀 있을까요?

“입 밖에 낸 말은 책임을 지려 나름 노력합니다. 방송에 나가 떠든 말도 뱉었으면 그대로 살아야죠. 그러다 보면 좋은 방향으로 가게 되겠죠.”

1461호 (2018.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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