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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당분간 통신·유통·음식료업에 관심을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바이오 등 성장주에는 보수적으로 접근…연말까지 코스피 2000~2150 박스권 전망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1월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일대에서 통신 3사 관계자들과 5세대 이동통신(5G) 망구축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바이오 업종에서 주목할 만한 일 두 개가 발생했다. 하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를 했다고 결론을 내림에 따라 거래가 정지됐다. 이제는 한국거래소의 심의에 따라 상장이 유지될지 아니면 폐지될지 결정될 상황이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가총액이 22조원에 달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비슷한 사례였던 대우조선해양이 상장폐지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할 때 바이오 업종 전체로 문제가 번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문제는 특정 기업의 문제로 국한될 걸로 전망된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에 셀트리온 실적 부진

또 하나는 셀트리온. 실적이 기대에 못 미쳤다. 3분기 연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4% 감소한 2311억원, 영업이익은 44.2% 줄어든 736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50%를 넘나들던 매출액영업이익률이 31.9%로 떨어졌다. 회사 측에서는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트룩시마의 판매 단가가 15~20% 정도 하락한 게 실적이 나빠진 원인이라고 밝혔다. 바이오시밀러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업황에 근본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3분기 실적이 좋지 않자 기대감도 덩달아 낮아졌다. 지난해 이맘때 시장에서는 올해와 내년에 셀트리온이 각각 8000억원과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할 거라 전망했지만 지금은 그 수치가 3800억원과 4600억원으로 낮아졌다.

셀트리온의 이익 감소는 우려했던 상황이 현실화됐다는 점에서 신경이 쓰인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주력으로 삼고 있는 부분은 ‘바이오시밀러(Biosimilar)’다. 기존에 판매되고 있는 바이오 의약품 중 특허가 만료된 제품의 복제품을 생산하는 분야다. 화학합성에 의해서든 바이오에 의해서든 신약을 만들려면 필요한 효능이 확보될 때까지 여러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한다. 사람을 대상으로 3단계 임상실험을 마치는 데까지 7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이에 비해 바이오시밀러는 원제품을 통해 효능이 이미 입증됐으므로 그와 유사성만 확보되면 된다. 이런 장점 때문에 연구개발비는 기존 신약의 10분의 1, 개발 기간 역시 절반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성공 확률은 거꾸로 기존 신약에 비해 10배 정도 높다. 그래서 기존 바이오 제품의 특허가 만료될 때마다 복사품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2015~2020년 사이에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중 상위 10개 제품 대부분의 특허가 만료된다.

상당수 기업들이 100억원도 안 되는 매출액과 수십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바이오주가 시장에서 특별한 취급을 받은 건 제품 개발과 상품화가 쉬워 조만간 가시적 성과를 낼 거란 기대 때문이다. 셀트리온이 그 가능성의 일단을 보여주었다. 글로벌 제약사 로슈가 개발해 혈액암 등의 치료에 쓰이는 리툭산을 복제한 제품을 만들었는데, 해당 제품이 유럽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면서 많은 이익을 올렸다. 원제품보다 개발비가 적게 들어 낮은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었던 게 들어맞은 결과였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부터 바이오시밀러가 가지고 있는 약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국내 기업이 개발하기 쉬운 건 다른 나라 기업도 개발하기 쉬운데, 여러 회사에서 유사한 제품이 나올 경우 경쟁은 기술력보다 누가 싼 가격에 대량으로 공급해 줄 수 있느냐로 바뀐다. 이 경우 제품 가격이 내려가 매출과 이익이 줄어 들 수밖에 없는데 3분기가 그 시작점이라는 것이다.

다수가 경쟁하는 형태로 상황이 바뀔 경우 원제품 판매를 통해 오래 전부터 많은 이익을 내고 있는 회사나 글로벌 제약사가 상대적으로 유리해 진다. 쌓아놓은 이익을 바탕으로 생산 능력 확대나 제품 가격 인하를 통해 다른 진입자가 들어오는 걸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의 이익 둔화가 바이오 업종 전체에 영향을 미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셀트리온은 축적해 놓은 이익이 있고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능력도 가지고 있어 해외 제약사와 경쟁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제품 개발이 끝나지 않았거나 본격적인 시판이 이루어지지 않은 회사는 자리도 잡기 전에 주저앉아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는 성장주이기 때문에 주가도 그에 맞게 움직인다. 성장주가 시장에 등장하면 처음에는 성장에 대한 기대 때문에 주가가 급등하지만 이 기대가 충족되지 않을 경우 다시 약해진다. 하락 초기에는 성장에 대한 기대가 남아있어 가격이 천천히 내려가지만 시장의 다수가 기대했던 실적이 나오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순간 하락이 빨라진다. 바이오 주식은 연초에 고점을 기록한 후 8월까지 계속 하락했다. 1차 바닥이 만들어진 후 10월까지 2개월 간 반등한 후 최근에 다시 하락하고 있다. 주가가 크게 하락한 종목의 경우 고점 대비 50% 이상, 작게 하락한 경우에도 30% 이상 떨어졌다. 시장의 기대와 달리 주가는 이미 한풀 꺾인 상태라고 보는 게 맞다.

이번 2차 하락이 8월 저점 위에서 끝날지 아니면 그 밑으로 내려갈지에 따라 앞으로 주가가 좌우될 것이다. 저점 방어에 성공할 경우 당분간 주가는 박스권에 머물겠지만 저점이 뚫릴 경우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 바이오가 대세 하락에 들어갔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좋지 않다. 바이오를 대표하는 2개 회사에 문제가 발생했다. 기대했던 이익이 나오지 않음으로써 지금까지 하락이 단순히 상승에 따른 반락이 아니라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일 수 있다는 의구심이 커졌다. 상황이 정리될 때까지 바이오 투자를 미루는 게 좋을 것 같다.

시장이 어려울수록 투자자는 보수적이 된다. 종합주가지수가 한풀 꺾였기 때문에 반등도 제한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반등은 2150을 넘지 않는 지점에서 마무리될 걸로 전망된다. 그러면 연말까지 주가의 상·하단이 정해지는 셈이 되는데 종합주가지수 2000~2150 사이가 그 범위가 된다.

시장이 제한된 폭 내에 갇힐 경우 종목을 평가하는 기준이 달라진다. 바이오를 포함한 성장주는 현재 시장에 맞지 않다. 성장주는 주가가 계속 올라 미래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 때 각광받는 주식인데 지금 시장이 그런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보수적인 종목들이 주목 받을 가능성이 크다. 통신주가 대표적이다. 안정된 수익을 기반으로 높은 배당수익이 예상돼 최근에 주가가 상승했다. 비슷한 개념의 주식이 음식료와 전력 등 사회간접자본 관련 종목이다. 이들 역시 안정적인 시장 지위라는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관광객 늘어 유통업 호재

주가가 크게 하락한 기업 중에서 업황이 변하고 있는 곳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대표적인 게 유통업이다. 사드 사태 이후 중국 관광객이 감소해 홍역을 치른 곳인데 최근에 상황이 개선돼 관광객이 늘면서 이 부분이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조선도 비슷하다. 대규모 적자로 주가가 크게 하락한 후 지난해에 1차 반등에 성공했다. 지금까지는 기업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는 안도감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지만 업황이 개선되면 실적을 매개로 한 또 한 번의 상승이 예상된다.

1461호 (2018.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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