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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률 전망은 믿거나 말거나?] ‘先 낙관, 後 조정’이 정책 불신 불러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시장 충격·신뢰도 하락 조장… 일본의 장기 침체 전철 밟는 기폭제 될 수도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월 14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제1차관과 얘기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국민경제(투자·산출량·국민소득)의 증감분을 전년도와 비교해 산출하는 비율. 경제성장률에 대한 사전적 의미다. 경제성장률은 전년 대비 올해 실질국내총생산(GDP) 변화율로 측정하는데, 실질GDP는 물가상승률을 조정한 GDP다. 경제성장률은 쉽게 말해 일정 기간 경제가 얼마나 성장했느냐를 보여주는 총량 지표다. 당연히 플러스(+) 성장일 때도 있지만 마이너스(-) 성장, 즉 경제가 전년보다 나빠질 수도 있다. 정부를 비롯해 경제 관련 기관·단체는 연간, 또는 분기별 경제 상황을 미리 예측해 이른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놓는다. 이 같은 전망치는 정부는 물론 기업·가계 등 경제 주체의 합리적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는 전망치를 기준점으로 다음해, 혹은 다음 분기 경제 정책의 방향을 설정한다. 기업이나 개인은 사업이나 투자 계획을 세울 때 전망치를 참조한다. 가령 내년도 전망치가 올해보다 높은 연 3.2%라면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보고 설비투자를 늘리는 식이다.

지난 5년 동안 모두 빗나간 정부 전망


그런데 국내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번번이 빗나가고 있다. 한 두 번이 아니라 지난 5년 간 단 한 번도 적중하지 못했다. 통상적으로 기재부는 전년도 말과 반기 말 두 차례에 걸쳐 전망치를 내놓는데, 전년도 말에는 일단 긍정적인 전망을 냈다가, 반기 말 하향 조정하는 일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유성엽 민주평화당 의원에 따르면 2016년에는 전년 말 3.1%로 전망했다가 그해 6월 2.8%로 하향조정했다. 2016년 경제성장률 실적은 2.9%였다. 2.8% 성장하는 데 그쳤던 2015년에는 전년 말 3.8%라는 전망치를 내놨다가 그해 6월 0.6%포인트나 끌어 내렸다. 전년 말 전망치와 실적 사이의 간극이 무려 1%포인트나 된다. 2012년과 2011년에는 전망치와 실적 격차가 두 배 수준에 이르기도 했다. 올해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지난해 말 기재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3.0%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요 국제기구와 경제연구소 등이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자 7월 2.9%로 끌어내렸다.

그런데 불과 3개월 후 기재부의 수장은 2.9% 달성도 어려울 것 같다고 시인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월 25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성장률 문제는 사실 2.9%의 애초 전망을 달성하기가 쉬운 상황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한 차례 조정한 전망치도 잘못 됐다는 것을 시인한 것이다. 전망치는 사실 말 그대로 앞으로 벌어질 국내외 경제 상황을 예측하는 것이므로 적중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0.1~0.2%포인트 차이가 나는 것은 흔한 일이고, 또 문제될 것도 없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큰 폭의 오차가 생기면 정부의 경제 전망 예측 능력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경제 정책 전반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려 경제 주체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지난 5년 간 오차가 컸는데 세계 11위 경제 대국의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부처의 전망치라고 하기에는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오류는 정부의 ‘장밋빛 전망’이 근본 문제로 지적된다. 기재부는 매년 말 이듬해 전망치를 제시하는데, 이 때 지나치게 낙관적인 수치를 내놓는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 5년 간 실적이 전망을 웃돈 것은 지난해뿐이었다. 지난해 실적은 3.1%였는데, 전년 말 기재부의 전망치는 2.6%였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오차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는 국내외 경제의 구조적인 충격으로 성장활력 자체가 떨어졌는데도 이를 경기순환상의 문제이거나 일시적 충격에 따른 영향으로 치부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 전망치는 특히 ‘이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측면이 있고, 또 시장에 긍정적 시그널을 줘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그러다 보니 ‘낙관적’일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장밋빛 전망이 기업과 가계의 심리를 호전시켜 수요 위축의 악순환을 막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장밋빛 전망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LG경제연구원은 ‘낙관적 경제전망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라는 보고서를 통해 낙관적 전망으로 인해 장기 침체에 접어든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 정부는 1990년대 이후 고이즈미 정부의 개혁시기를 제외하고는 줄곧 실적보다 1%포인트 높은 전망치를 제시했다. 경기 침체가 구조적인 문제가 아닌 일시적인 수요 위축 때문으로 본 것이다. 이를 토대로 일본 정부는 구조개혁을 미루고 단기 부양에 치중하면서 장기 침체를 맛봐야 했다. 2000년대 남유럽 국가들 역시 성장률, 재정수지 등을 낙관했는데 이는 국가부채·경상수지 확대로 이어지고 말았다. 연구원 측은 “전망이 계속 틀리면 전망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이에 기반을 둔 경제 정책의 효과도 줄어들 수 있다”며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해도 소비자들이 이를 믿지 않게 되면 소비심리가 살아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측력 높이는 방안 강구해야

기재부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지나치게 낙관적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기재부는 내년 성장률을 2.8%로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이 2.7%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고, 현대경제연구원과 LG경제연구원은 각각 2.6%, 2.5%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등 선진국처럼 경제구조를 안정시켜 외부 변수의 개입여지를 최소화함으로써 경제 전망 예측력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문가들은 “전망이 실적과 항상 일치할 수는 없지만 경제 주체가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리게 할 수 있으므로 예측력을 높이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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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2호 (2018.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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