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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재가 만난 사람(15) 박윤종 안세회계법인 창립자] “국민 개세 세정 실패해 로마·몽골 망해” 

 

이필재
세율 낮추고 세원 넓혀야…세금 분쟁 전문가로도 유명

▎사진:전민규 기자
“상속세는 투기로 올린 불로소득으로 축적한 재산에만 물려야 합니다. 월급 등 나머지 소득은 이미 소득세를 낸 돈, 즉 세금 낸 재산이기 때문이죠.” 세금 분쟁 전문 공인회계사인 박윤종 안세회계법인 창립자는 “우리나라 세정이 역주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상속세율도, 법인세율도 너무 높아요. 어느 법무법인은 기업 컨설팅을 하면서 본사를 해외로 옮기고 국내 거점은 검은 머리 한국인들이 근무하는 지사로 만들라고 권한답니다. 대기업 대주주의 경우 법인세·소득세를 합치면 번 돈의 60%가량을 세금으로 내야 합니다. 세금을 덜 내고 싶어도 과거와 달리 전자정부화로 쉽지 않죠. 세율을 낮추고 세원을 넓혀야 합니다. 면세점을 떨어뜨려, 국민개세의 원칙에 따라 대부분의 국민이 세금을 내도록 해야 합니다. 1년에 돈 만원이라도 내게 해 국가가 국민들의 납세의식을 높이는 한편 납세가 습관이 되도록 만들어야 해요. 그것이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선진화라는 방향성과도 맞습니다.” 그는 로마도, 몽골제국도 결국 국민 개세의 세정에 실패해 망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조세 제도의 보완점 내지는 개선점이 뭔가요?

“상속세율이 높다 보니 가업 승계가 잘 안 됩니다. 중소기업은 가족이 승계하지 않으면 몇 년 못 가는 경우가 많아요. 가업 상속 공제가 있지만 요건이 굉장히 엄격합니다. 사실 과거엔 불로소득이 많았지만 요즘은 다 세금을 냅니다. 상속할 재산이 대부분 이미 세금을 낸 돈이라는 거죠. 그런데 30%인 대주주 할증평가를 하면 세율이 무려 65%에 달합니다. 이쯤 되면 누가 열심히 경영을 해 가업으로 물려주려 하겠어요?”

그는 오너가 사업을 접으려 해도 전반적인 회계의 불투명성 탓에 평가보고서에 대한 신뢰가 낮아 우리나라는 회사를 M&A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발표한 2017년 회계투명성 부문 국가별 순위를 보면 한국은 조사 대상 63개국 중 꼴찌이다. 각국의 기업인·회계사 등이 이 조사에 답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30위는 될 거 같은데 이토록 순위가 낮은 건 상호 신뢰의 수준이 낮기 때문인 듯하다고 말했다.

소득세의 적정 세율은 어느 수준으로 보나요?

“면제점이 낮아지면 세율을 30%까지 낮출 수 있습니다. 그러면 세금 대 세후 소득이 3 대 7이 돼요. 세율이 40%를 넘어서면 조세 저항이 생깁니다. 지방세에 건보료·공과금까지 합치면 땀 흘려 올린 소득의 50% 이상을 국가가 거둬들이는 셈이죠.”

종교인에 대한 과세는 어떻게 보나요? 종교인의 소득원인 헌금은 이미 신도들이 세금을 낸 돈이라는 인식이 있는데요?

“십일조를 하더라도 헌금은 기부금으로 간주돼 거의 전액 공제를 받습니다. 헌금은 사실상 세금을 안 낸 돈이라는 거죠.”

삼성바이오 사태는 회계 투명성 높아지는 과정

화제를 바꿔 보죠. 금융당국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로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결정했고 이에 맞서 이 회사가 행정소송을 제기하자 여당이 다시 이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했습니다. 어떻게 보나요?

“기업 회계의 투명성이 높아져가는 과정으로 봅니다. 국제 회계의 가이드라인은 수익을 과대 계상하지 말고 비용은 과소하게 반영하지 말라는 겁니다. 금융당국은 현재의 입장을 유지하겠지만 법원은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중립을 지킬 수도 있을 거예요. 기업의 미래 가치는 누구도 모르는 거지만 삼성바이오 측이 수익을 과대 계상했을 가능성은 있죠. 적자 상태에서 미래 이익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실무자가 오너에게 진언을 못했을지도 몰라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이슈였던 2015년에 발생한 것도 공교롭고요.”

분식회계 자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요?

“분식회계는 전 국민을 상대로 하는 사기입니다. 주주가 이 사기극에 속아 주식을 더 샀을 수도 있고, CEO를 비롯해 해당 기업의 구성원들은 성과금을 받았을 수 있습니다. CEO가 연임과 스톡옵션을 노렸을 수도 있죠. 어쨌거나 탐욕스런 사익 추구가 벌어졌지만 내부에서 누구도 호루라기를 제때 불지 않은 셈이죠.”

회계법인은 왜 분식의 징후를 발견하지 못할까요?

“안정된 기업이라면 단기 수익이 나면 그만큼 현금흐름이 증가하게 돼 있습니다. 단기 수익이 나는 데도 공사미수금, 외상 매출채권, 재고자산 등이 늘어났다면 숫자가 가공됐을 가능성이 있죠. 회계 감사인은 합리적인 의심을 품고 자료를 들여다 본 후 가공이 됐다면 마땅히 대손처리하거나 마이너스로 처리해야 합니다.”

사립유치원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지난 11월 29일 ‘유치원 3법’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이들 법이 통과되면 모든 사립유치원은 문닫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박 창립자는 유치원들이 평소 회계 보고를 하도록 했다면 유치원 대란을 막을 수 있었을 거라고 말했다. “회계 보고를 제대로 했다면 유치원장이 정부 지원금으로 명품백을 사는 일도 ‘돈 먹는 하마’ 소리를 듣는 일도 없었을지 몰라요. 회계 보고를 근거로 원아 모집이 어려운 벽지의 유치원은 되레 지원을 더 많이 할 수도 있어요. 회계가 투명하지 않다 보니 일부 원장들이 인건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고, 그 결과 자질이 떨어지는 교사가 아이들을 맡아 심지어 아이에게 손을 대는 일까지 벌어지는 겁니다.”

박 창립자는 삼일회계법인·안건회계법인을 거쳐 지난 2007년 안세회계법인을 세웠다. 안세를 10위권 회계법인으로 키운 그는 올 한 해 대표를 맡지 않았다. ‘회계법인은 그 이사 외의 자로 하여금 회계에 관한 감사 또는 증명에 관한 업무를 행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공인회계사법 34조)는 규정을 회사가 어겨 자진해 안식년을 맞았다. 아파트 회계감사를 10명의 회계사에게 맡기면서 이사 등기를 즉시 하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됐다. 그는 회계법인들이 내부 인사규정을 통해 자율 규제토록 하면 족할 것을 법제화한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했다. “등기이사 아닌 회계사에게서 회계감사권을 박탈하는 악법입니다. 등기이사가 책임지고 관리한다고 규정하는 것으로 족해요.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회계사는 회계 감사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지게 돼 있습니다. 또 법적 책임의 범위가 명문화돼 있는 감사조서에 사인을 합니다. 그런데도 법이 등기이사 등록을 요구해 회계감사에 참여하는 회계사를 보조자로 전락시키고 있어요. 변호사·의사·세무사에게는 요구하지 않는 것이죠.”

이렇다 보니 삼성전자에 등기이사가 7명인데 구성원 수 300명인 안세에 등기이사가 70명이나 된다. 박 창립자는 지난 여름 낸 책 [회계혁명과 조세전략]에서 회계가 투명해지면 신규 창업이 늘고 새 일자리도 생겨난다고 주장했다. 믿을 만한 회계정보가 재무제표에 담겨야 신규 창업자들의 실패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회사를 인수할 때 속지 않고 제값에 사야 고용이 유지되고 축적된 기술·네트워크도 승계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집니다. 회계가 투명해지고 모든 사람이 회계 정보를 읽을 줄 알면 담보 없이도 거래가 이뤄질 수 있죠.”

1462호 (2018.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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