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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급락한 자동차 대표주에 베팅할 만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급등락 반복하며 바닥 다질 가능성... 분석보다 용기가 필요한 때

자동차 주식이 말썽이다. 현대차 주가가 10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2009년 8월 이후 최저치다. 기아차 역시 3만원이 깨졌다. 현대모비스는 11월 넷째 주에만 14%가 떨어져 개별 중소형주에서나 볼 수 있는 하락률을 기록했다. 실적이 발표됐을 때 이런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얘기가 있었다. 3분기에 현대차가 2889억원의 영업이익을 발표했다. 2012년에 기록했던 분기 평균 영업이익 2조1100억원의 15%도 안 되는 금액이다. 회사 측에서는 이익이 줄어든 이유로 미국과 중국에서 판매 및 품질관리 전략이 실패한 부분을 들었지만 투자자들을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늘어난 이익으로 부동산에 투자


자동차 업황이 좋지 않은 건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올해 1월에서 10월까지 국내외에서 7883만대의 자동차가 팔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판매량이 1.8% 늘어나는 데 그쳤다. 8월이후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되면서 심리적 압박이 커졌고 유럽에서 새로운 배출가스 인증 방식이 도입된 영향도 있었다. 이런 공통 요인 외에 우리 자동차 기업들은 과거 잘못된 투자라는 후유증까지 안았다.

전망도 좋지 않다. 내년에 자동차 수요가 올해보다 1.4% 늘어나는 데 그칠 걸로 전망되고 있다. 참고로 올해 증가율은 1.8%가 예상되고 있다. 이렇게 전망이 저조한 건 한두 나라 때문이 아니다. 여러 국가의 개별적 요인이 겹친 결과다. 미국은 실업률이 3.7%까지 떨어지면서 더 이상 소비 여력이 늘어나기 힘든 상황이 됐다. 금리 상승은 계속돼 수요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커졌다. 신흥국은 원자재 가격 변동이 심해 수요를 확정할 수 없는 상태이고, 중국은 공급 과잉이 벌어지고 있어 수요 회복을 기대하기 힘들다. 시간이 흐를수록 국내외 모두에서 리콜이 증가하는 등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의 기준이 까다로워지고 있는 점도 부담이 된다.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은 과거보다 많은 연구개발비를 써야 하고 제품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사정도 비슷하다. 2018년을 끝으로 우리나라에서 개별소비세 인하가 종료된다. 과거처럼 수요가 급락하지는 않겠지만 내년 일정 기간까지 악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친환경·자율주행 등 완성차 업체에 요구되는 사항이 과거보다 많아진 것도 부담이 된다. 투자 규모 증가에 따른 비용 증가가 불가피할 텐데 여기에 무역분쟁과 불안정한 환율로 원가 상승 요인이 겹쳐 당분간 어려운 상황을 겪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주식을 어떻게 해야 할까? 주가가 하락했지만 앞으로 전망이 좋지 않으니 지금이라도 내다 팔아야 할까? 아니면 부도가 날 회사가 아니니 장기 전망을 믿고 사서 보유해야 할까? 주식에 투자하는 방법은 둘이다. 하나는 실적을 보고 투자하는 거다. 이 점과 관련해 자동차 주식의 상황이 나쁘지 않다. 시장에서는 올해 2조7000억원인 현대차의 영업이익이 내년에 3조4000억으로 늘어날 걸로 전망하고 있다. 물론 약점도 있다. 이익이 바닥에서 올라오는 것임에도 증가율이 아주 높지는 않다. 영업 둔화가 이어지고 있어 예상한 만큼 이익이 나올지도 불분명하다. 내년 이익이 주가를 끌어내리는 역할을 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올리는 역할도 하지 못할 걸로 전망된다.

다른 하나는 가격이다. 발표되는 이익의 규모가 작고 가까운 미래에 개선될 가능성도 크지 않지만 주가가 낮을 경우 투자 매력은 반대로 커진다. 2016년에 조선주가 그랬다. 당시 조선주는 매 분기 수천억~1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 그 영향으로 현대중공업의 주가가 50만원에서 4년 만에 7만대 후반으로 85%나 떨어졌다. 상황이 개선되지는 않았지만 회사가 도산하지는 않을 거란 믿음이 생기면서 주가가 오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현대차 주가가 고점 대비 66% 떨어졌다. 조선주에 비해서는 양호하지만 여전히 2조원 가까운 영업이익이 발생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과도한 하락률이다.

악재 부각될 가능성 커서 느긋한 자세 필요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조정 작업이 본격화될 걸로 전망되는 점도 긍정적이다. 우리 자동차 기업의 국제 경쟁력은 2004~05년 사이에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경영환경이 가장 어려운 때였는데 원·달러 환율이 1000원대 초반까지 내려왔고, 사회 분위기상 임금 인상을 포함한 다양한 요구를 외면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국내 자동차의 브랜드 파워도 낮았다. 디트로이트에서는 앞으로 세계 자동차 회사는 다섯 개 정도만 남고 모두 사라질 텐데 우리 기업은 그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당시 국내 자동차 회사들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견딜 수 있는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해외 공장 건립과 기술 개발에 나섰고 그 노력이 2000년대 후반에 대규모 이익을 올리는 기반이 됐다. 기업의 자율적 기능이 힘을 발휘한 건데 이런 상황이 또 다시 나올 수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의 주가가 낮아졌을 때 좋은 투자 대상이 된다. 최악의 국면에서 주식을 매수해 놓을 경우 상황이 좋아져 주가가 오르는 일만 남기 때문이다. 수익률도 높다. 마지막 하락은 기업 내용보다 투자자들의 공포 때문에 진행되기 때문에 단기에 급락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상태에서는 주가가 약간만 반등해도 바닥 대비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게 된다. 이런 투자는 대표 기업에 한정해야 한다. 중소기업, 특히 사업내용이 쇠퇴하는 곳이거나 수준 미달인 기업의 경우 주가 하락이 취약한 기업 내용을 반영한 것일 수 있어 주가가 다시 회복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표 기업에 투자할 때도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오랜 시간 기다리는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지금 당장은 투자자들이 해당 종목에 대해 좋지 않은 시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호재보다 악재가 더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주가가 오를 때까지 시간도 많이 걸린다. 심리가 안정되어야만 이를 기반으로 주가가 오를 수 있는데 투자심리를 돌린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투자 시점은 여유 있게 잡아야 한다. 지금은 주가가 쇼크를 받은 상태여서 조그만 악재에도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하락이 멈춰도 곧바로 상승하지 않는다. 몇 차례 반등과 반락을 통해 상당 기간 횡보를 거치면서 바닥을 다진 후여야 한다. 그 때까지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것 같다. 자동차 주식을 매입하기 위해 필요한 건 분석이 아니라 용기인 것 같다.

1462호 (2018.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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