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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프로의 환율 돋보기 | 달러화와 유가] 환율이 유가 하락 부채질 하진 않을 듯 

 

달러화 가치와 유가는 역의 관계... 달러화 추가 상승 가능성 작아

채권·주식 등 유가증권의 탄생은 금융시장 발전에 일대 전기(轉機)가 됐다. 무형의 재산적 권리가 증권화돼 유통되면서 유동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된 것이다. 나아가 금융 기법의 발전은 원자재까지 금융화했다. 원자재가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자산으로 대우받기 시작하면서, 원자재의 투입 등 실수요와는 별도로 자산에 대한 순수 투자 수요의 변동이 원자재 가격 움직임에 미치는 영향력이 확대됐다. 원자재 관련 투자가 활성화되자, 원자재 가격이 금융자산 시장의 가격 움직임에 민감해지면서 시장의 심리나 글로벌 유동성 여건 등도 중요한 변수가 된 것이다.

달러화의 가치 변동도 원자재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금과 마찬가지로 원유도 달러화로 거래된다. 따라서 달러화 가치가 상승하면 원유 지불가격 상승으로 원유 수요가 감소해 유가가 하락한다. 반대로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면 원유 지불가격 하락으로 원유 수요가 증가해 유가가 상승한다. 이는 유가의 변동이 달러화 가치에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달러화 가치가 유가 변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시사한다.

10월 이후 국제유가는 급락했다. 국제 정세뿐 아니라 금융시장에도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가 하락에 일조했다. 미국이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재개해 원유의 공급량 감소 전망이 부각된 상황에서, 막상 중국과 한국을 포함해 8개국에 한시적 면제 조항을 두면서 유가 급락을 초래했다. 면제 조항으로 인해 이란 제재 재개에 따른 공급량 감소가 기대만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유가가 하락해야 한다는 노골적인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언론인 카슈끄지 살해 배후로 지목된 사우디 최고 지도부에 대해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며 사실상 면죄부를 부여한 것처럼 보인다. 유가 하락이 달갑지 않은 사우디를 달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사우디는 국가 재정을 원유 수출에 의존할 뿐만 아니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맹주로서 감산 등 정책 결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 증가도 공급 측면에서 유가 하락에 일조했다. 수요 측면에서는 점증하고 있는 세계 경제 둔화에 따른 원유 수요 둔화 전망이 유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유가에 미치는 달러화의 영향을 고려하면 달러화 움직임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4월 이후 상승한 달러화가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는 시각은 많지 않다. 현재 시장의 시각은 대체로 두 갈래다. 달러화가 현재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에서 강세 압력을 유지하거나 또는 아예 하락하는 것이다. 달러화 강세를 견인했던 변수들이 이미 충분히 반영됐기 때문에, 달러화 자체적인 동력으로 추가 상승하기는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시장의 시각이 틀리지 않았다면, 달러화가 유가의 하락을 부채질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증시가 급락할 때 주가를 부양하려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미국 연준에 대해서도 금리 인상을 재고하라는 강도 높은 공개 압박과 함께 달러화 강세에 대한 불편함도 종종 피력해왔다. 근래에는 달러화에 대한 언급은 삼가는 모습이긴 하다. 시도 때도 없이 언급하면 시장이 둔감해지는 것을 의식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지속되는 한,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 발언은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할 변수다.

- 백석현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외환 애널리스트

※ 필자는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에서 환율 전문 이코노미스트로 일하고 있다. 공인회계사로 삼일회계법인에서 근무한 경력을 살려 단순한 외환시장 분석과 전망에 그치지 않고 회계적 지식과 기업 사례를 바탕으로 환위험 관리 컨설팅도 다수 수행했다. 파생금융상품 거래 기업의 헤지회계 적용에 대해서도 조언하고 있다.

1462호 (2018.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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