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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자동차산업 유망주 헤드램프] 광반도체 기술 더해 최첨단 센서로 변신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헤드램프 시장 규모 2020년 207억 달러 전망… LG의 ZKW 인수 이어 삼성은 AL에 관심

#1. 지난 6월 첫째주 일본을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우시오(牛尾)전기와 야자키(矢崎)를 방문했다. 우시오 전기는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용 노광 램프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업체다. 야자키는 일본의 자동차 부품 전문 업체로, 자동차용 전원과 통신 케이블, 전방표시장치(HUD) 분야의 선도 기업이다. 이 부회장의 행보를 두고 업계에선 삼성전자 전장사업부가 헤드램프 분야를 강화할 것이란 이야기가 돌았다.

#2. 올해 제네바 모터쇼에 나온 벤츠 마이바흐 모델에는 멀티빔 LED 램프가 장착됐다. 각 헤드라이트마다 109개의 LED 램프가 들어가는데, 4개의 컨트롤 유닛이 각각의 램프를 조정한다. 상대차와의 거리, 빛의 강도, 운전 방향을 초당 100회의 속도로 계산하며 84개의 램프를 하나하나 점등한다. 카메라와 센서, 내비게이션에서 받은 정보로 헤드램프의 방향과 빛의 강도를 결정해 안전운행을 돕는 장치다.

자동차 헤드라이트는 더 이상 불만 밝혀주는 장치가 아니다. 자동차 램프에 광반도체 기술이 융합되며 다양한 기능을 보유한 최첨단 센서로 변신 중이다. 지금 길거리를 다니는 자동차에 적용된 기술을 살펴보자. 핸들 조작 방향에 따라 조사각을 틀어 주는 ‘어댑티브 헤드램프’, 평소에는 멀리까지 빛을 밝히다가 선행 차량이나 마주 오는 차량이 나타나면 조사거리를 줄이거나 좌우로 움직이는 ‘하이빔 어시스트’, 교통량과 날씨에 따라 광원의 거리를 조율해주는 ‘지능형 헤드라이트’, 그리고 레이저 램프를 장착한 모델까지 등장했다. 레이저는 LED보다 크기가 작지만 5배 밝고 가시거리도 두 배에 달한다. 초소형 광학계, 고효율 형광체, 고성능 냉각 시스템 및 지능형 헤드라이트 장치들이 출시 대기 중이다. 지난 4월 문을 연 LG 마곡 연구소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LG 전장 부품 관계자는 헤드램프 산업 부분을 따로 떼어 설명했다.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큰 유망 산업이라서다. 시장조사업체 IHS는 세계 헤드램프 시장이 2016년 168억 달러에서 2020년 207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유주행차 시대 맞아 몸값 더 올라


▎벤츠 마이바흐엔 각 헤드라이트마다 109개의 LED램프가 들어간다.
헤드램프는 자율주행차 시대가 다가오며 더욱 몸값이 오르고 있다. 자율주행차 운행에 필요한 첨단운전자 보조시스템(ADAS, 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의 주요 부품이기 때문이다. ADAS는 운전하면서 생길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보조적 기능의 성격을 가진 시스템이다.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 ‘주행 조향보조 시스템’,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는 ‘어드밴스트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후측방 충돌 회피지원 시스템’ 등이다. 모두 센서가 필요한데, 최근 센서가 램프 모듈에 자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여기에 자율주행 기술이 3단계 이상으로 발달하면 램프와 라이다가 결합한 제품도 등장할 전망이다. 라이다는 자동차 주위의 움직임과 다른 사물과의 거리를 감지해주는 센서다. 자율주행차를 테스트할 때 차량의 천장이나 앞쪽 범퍼에 부착하는 장비다. 업체들은 헤드램프에 라이더 기능을 더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2017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코이토는 라이다와 헤드램프를 결합한 장비를 선보였다. AL도 캐나다 라이다 회사인 레더 테크와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헤드램프는 다른 전장 부품에 비해 수익성이 좋은 장점도 있다. 제품 교체 주기가 2~3년이다. 램프의 특성상 정기적으로 교체해줘야 하기에 제조사에겐 효자 부품이다. 사업 전망에 수익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게 해준다. 글로벌 전장 사업 업체들은 특히 램프 모듈 분야에 주목하고 있다. 최첨단 기술이 새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적합한 LED의 배치와 광학렌즈 및 반사판 설계기술, 그리고 방수·방염·충격·진동에 견딜 수 있는 광학 및 구조설계 기술이 중요하다. LED 조명 제어기술과 LED 고효율화에 따른 LED 소자 개수 절감, 그리고 이에 따른 광학 및 반사판의 재질의 효율화 연구도 한창이다.

램프와 센서가 결합한 대표적인 기술로 AFLS(Adaptive Front Lighting System)가 있다. AFLS는 도로, 기후 조건, 주행 상황의 변화에 따라 운전자의 시야를 최대한 확보해주는 지능형 헤드램프 시스템이다. 차량의 중앙 정보 처리 장치로부터 주행정보를 받아 헤드램프에 장착된 구동장치를 통해 램프를 상하좌우로 움직인다. 램프 구동장치를 통해 상황에 맞는 빛의 형태로 조절한다. 독일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에 일부 적용됐고, 한국에서는 현대차 제네시스에 최초로 적용됐다.

업계에선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한창이다. 2016년 글로벌 램프메이커이자 공조 부품기업 밸리오는 아시아 사업영역 확장을 위해 일본 전장 업체 이치코의 지분을 23.5% 취득하며 최대 주주에 올랐다. 2017년 1월에 지분 취득을 완료한 밸리오는 글로벌 3위 자동차 램프 업체에 오른다. LG전자는 지난 4월 오스트리아 램프회사인 ZKW 인수를 발표했다. 2년 간 물밑 작업을 펼치며 공들인 결과다. ZKW는 매출액 1조3000억원 규모의 중견 기업이다. 하지만 벤츠·BMW·아우디 같은 독일 프리미엄 메이커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LG전자의 ZKW 인수 추진이 알려지면서 LG전자의 주가는 한때 10% 이상의 상승을 기록했다. 이번 인수로 LG전자는 글로벌 전장부품 공급사로 입지를 다졌고, 계열사인 LG이노텍은 LED 센서 및 이와 연계한 ADAS 부품 매출 증가, LG디스플레이는 실내 조명 부문의 판로 개척 등 그룹 전반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시장 주도권 놓고 M&A 치열


▎벤츠는 헤드램프를 조정하면 특정 이미지를 만드는 기술도 이미 적용 중이다. / 사진:벤츠 제공
삼성전자도 꾸준히 헤드램프 사업 진출을 모색해왔다. 실제로 2016년 이탈리아 전장 업체인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를 진행했다. 이 회사는 글로벌 2위 램프 업체인 AL(Automotive Lighting)의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 독일 소재 램프 기업인 AL은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독일 프리미엄 업체가 주요 고객이다. 당시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협상이 중단됐다. 최근 이 부회장이 전장 사업 분야를 직접 챙기고 있어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 이야기가 업계에서 돌고 있다.

LG전자와 삼성전자의 글로벌 경쟁자로는 일본의 세계 1위 코이토와 LED 분야의 강자 스탠리가 꼽힌다. 모듈 설계 기술 분야를 선도하는 업체들이다. 국내 업체인 에스엘도 주목 받는 기업이다. 현대·기아차와 GM·포드에 제품을 납품하는 글로벌 4위 업체다. 현대모비스도 유럽에 연간 75만대 생산 규모의 램프공장을 가동하며 현대차에 제품 공급을 시작했다. 현대모비스 연구진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수준의 지능형 헤드램프를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며 “2020년이면 차세대 자율주행 센서 개발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자율주행차 시대에 도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463호 (2018.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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