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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욱 제6차 OECD세계포럼 준비기획단장] GDP 대신할 ‘삶의 질 지표’ 적극 활용해야 

 

함승민 기자 sham@joongang.co.kr
104개국에서 지도자·석학 등 3200여 명 참가…한국만 포럼 두 번 개최 기록

▎사진:김현동 기자
중국의 두 억만장자가 공원을 산책하다 누런 개똥을 봤다. 한 사람이 경쟁자를 놀려줄 요량으로 개똥을 먹으면 1억 달러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설마 했는데 그는 개똥을 덥석 먹고 돈을 챙겼다. 이번엔 개똥 먹은 부자가 같은 제의를 했다. 본전 생각이 간절한 부자는 개똥을 후다닥 먹어 치웠다. 돈도 돌려받았다. 이를 들은 경제학자는 이렇게 답변한다. “두 분은 애국자입니다. 국내총생산(GDP)이 2억 달러나 늘어났으니까요.” 조정래의 장편소설 [정글만리]의 한 대목이다. GDP는 성장의 총량을 나타낼 뿐 그 질은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경제 성장의 대표적 지표인 GDP가 진정한 사회 발전과 삶의 질을 측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공통된 국제적 인식이 확산되는 가운데, 경제·사회·환경 등 다양한 영역을 포괄하는 국민 삶의 질 측정에 대한 방법론을 찾는 국제적 토론의 장이 국내에서 열렸다. 11월 27∼29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6차 통계·지식·정책에 관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세계포럼’에서다. 통계청과 OECD가 공동 주최하고 인천시가 후원한 이 행사에서 세계의 석학들은 경제의 양적 성장만 측정하는 GDP 지표가 각국 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을 유도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삶의질, 지속발전 가능성 등을 두루 평가하는 웰빙(well-being) 지표 개발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OECD는 2003년 새로운 사회 발전 지표 개발을 위해 글로벌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국제적 논의를 위해 이듬해인 2004년 OECD세계포럼을 창설했다. 2004년 11월 이탈리아 팔레르모에서 첫 포럼이 개최한 후 2∼3년 주기로 열고 있다. 국내에서는 3차 포럼이 2009년 10월 부산에서 열렸다. 올해 행사에는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경제학 교수, OECD 개발센터 마리오 페치니 소장, 페트라 라우렌틴 네덜란드 왕자빈,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경제학 교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 세계 각국의 지도자와 석학, 국제기구 인사 등 104개국 출신 32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미래의 포용적 성장과 지속가능한 웰빙을 강화하기 위해 국민에게 힘이 되는 정부의 정책 기조를 모색하고, 정부가 민간 분야와 시민사회 등 비정부단체와 협력할 수 있는 방안, 국제협력을 끌어내는 방법 등을 논의했다. 11월 29일 만난 최성욱 OECD세계포럼 준비기획단장(통계청 차장)은 “다른 국가들의 경험과 사례 공유로 ‘국민 삶의 질 지표’를 어떻게 발전시키고, 정책에 효율적으로 반영할 것인지에 대해 본격적으로 토론하는 장이 됐다”며 ‘미래의 웰빙’을 위한 삶의 질 측정과 증거 기반의 정책수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OECD세계포럼 준비기획단은 지난해 10월부터 행사기획 및 운영을 준비했다.

OECD세계포럼이 한국에서 두 번째로 열렸다

“이 포럼을 두 번 개최한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3년에 한 번 열리는 행사로, 개최 1~2년 전에 개최지를 선정한다. 우리는 이미 2009년 부산에서 3회 OECD세계포럼을 개최했기 때문에 따로 지원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례적으로 OECD에서 먼저 국내 개최를 제안했다. 국제 통계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올라갔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OECD에 가입하면 각종 국가통계를 검증 받는다. 처음엔 많은 부분을 충족시키지 못했는데 지금은 원하는 통계를 제공하고 있고, 오히려 이제는 통계를 수출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런점이 국제사회에서 인정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포럼 주제가 ‘미래의 웰빙’이다.

“과거에는 삶의 질을 판단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를 소득으로 봤다. 소득을 측정하기 위한 도구가 GDP다. 이에 따라 정부는 어떻게 GDP를 성장시킬지를 고민했다. 그런데 지금은 이런 관점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온다. 이런 목표와 측정도구가 삶의 질을 다 담아내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OECD에서 이런 화두를 던졌고,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OECD세계포럼도 그 일환이다.”

GDP의 한계는 그것이 탄생한 시점부터 시작된 고민이다.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것 아닌가.

“최근 많은 진전이 있었다. 부산에서 열린 3차 OECD세계 포럼의 논의를 바탕으로 2010년 OECD가 ‘삶의 질 지표(Better Life Index)’를 개발했다. 한국도 이를 바로 수용해서 2011년부터 시험적으로 삶의 질 통계를 만들고 있다. 12개 영역 80개 지표를 토대로 한다. 좀 더 숙려된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종합지수를 발표하고 있진 않지만, 조만간 앞으로 이를 정책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선진국은 이미 성장을 지속하는 것뿐 아니라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꾸려나가고 있다.”

특히 올해 정부 정책 관련해 고용·소득 통계를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는데.

“정책결정자는 데이터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고 정책 정당성의 원천을 증거에 두도록 함으로써 정치적 이념과 편견에 따른 정책 집행을 줄이고 연구·정책·집행 간 격차를 줄일 수 있다. 그만큼 통계의 중립성도 중요하다. 또 이제는 통계에 대한 관심보다는 어떻게 활용할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데이터는 많은데 데이터 활용 수준은 아직 부족하다. OECD세계포럼도 지금까지 웰빙 측정에 강조를 뒀다면 이제는 이걸 정책과 거버넌스로 활용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추세다. 국내에서 이런 행사가 열린 것을 계기로 이런 문화가 확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 행사를 기획하면서 차별화하거나 신경을 많이 썼던 점이 있다면.

“준비단 회의에서 한국의 전통이나 산업적 강점을 보여주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그래서 IT와 문화 관련 전시 부스와 부대시설을 많이 마련했다. 보통 통계 관련 행사에는 없는 요소라 사람들의 관심이 많았다. 약 1500명 정도 참가를 예상했는데 등록자만 3200명이 몰려 흥행에는 성공한 셈이다. 또 두꺼운 자료집 대신 모바일로 자료를 받을 수 있게 하고, 발표 세션의 질의도 모바일로 사회자에게 전달하는 시스템을 시도했다. ‘인천 선언’을 도출했다는 점도 이번 포럼의 성과다.”

‘인천 선언’은 어떤 내용을 담았나.

“이번 포럼에서 논의한 포용적 성장과 OECD의 제안이 현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과 부합한다는 선언적 의미가 있다. 정부 정책이 단순히 GDP의 성장이 아니라 삶의 질을 목표로 하고, 이를 범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또 앞으로 통계 증거를 기반으로 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조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OECD가 적극 지지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1463호 (2018.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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