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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오른 자영업 구조조정] 출점 줄이고 폐업 지원해 구조조정 유도 

 

자영업 과당 경쟁 해소 취지… 일자리 늘지 않으면 효과 없을 수도

▎사진:연합뉴스
자영업 구조조정의 막이 오른다. 정부는 자영업 구조조정 관련 정책을 하나둘 내놓고 있다. 신규 출점은 까다롭게 제한하고, 폐업은 쉽게 하도록 지원해 자연적인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식이다. 자영업자의 자발적 폐업으로 자영업 시장의 공급 과잉에 따른 과당 경쟁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극심한 취업난이 지속되는 상황이라, 일자리 문제가 얼마나 빨리 개선되느냐에 따라 이 대책의 효과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폐업 후 재취업 돕는 ‘희망리턴 패키지’ 추진


시작은 편의점이다. 과밀화 해소를 목적으로 편의점 업계가 합의한 자율 규약을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상 처음으로 승인함에 따라 경쟁사 간 출점 거리제한이 지역에 따라 50∼100m로 결정됐다. 출점·운영·폐업에 걸친 전 과정을 아우르는 자율 규약은 전국 편의점의 96%에 적용된다. 과밀화 해소와 편의점주 경영 여건 개선에 초점을 맞춰 ‘출점→운영→폐점’에 걸친 업계의 자율 준수 사항을 담았다. 출점 단계에서는 근접 출점을 가급적 하지 않기로 했다.

폐점 단계에서는 가맹점주의 책임이 아닌 경영 악화 때 영업 위약금을 감경하거나 면제하는 ‘희망폐업’을 도입한다. 만약 영업위약금 관련 분쟁이 발생하면 참여사의 ‘자율분쟁조정협 의회’에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공정위는 이런 자율 규약이 실효성 있게 이행되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책임없는 사유로 경영상황이 악화된 가맹점주는 위약금 감면으로 보다 용이하게 편의점 시장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과밀화된 편의점 시장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폐업을 지원하는 방식은 다른 자영업 관련 정책에서도 조금씩 비중이 커지고 있다. 지난 8월 정부가 발표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책’에는 자영업자 일부를 노동시장에 편입시키려는 넓은 의미의 구조조정 대책을 담았다. 전통시장 시설 지원에 3000억원을 투입하고 재창업·재취업 등 재기 지원을 위해 지원금을 올해 115억원에서 400억원으로 늘린다. 자영업자가 근로자로 전환할 때 지원하는 폐업·철거 비용과 대상도 확대한다. 전직 장려 수당은 75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인상한다. 폐업한 영세 자영업자(중위소득 50% 이하)가 취업 성공패키지에 참여하면 월 30만원 한도로 3개월 간 구직촉진 수당도 지급하기로 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 예산안에도 ‘희망리턴 패키지’ 사업이 포함됐다. 소상공인이 안정적으로 폐업하고 임금근로자로 전직할 수 있도록 컨설팅·교육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임금근로자 전환교육을 받은 후 취업성공 패키지를 수료하고 취업을 완료하는 경우 최대 100만원의 전직장려수당을 지급한다. 2015년부터 소상공인 재기지원 사업의 일부였던 것을 이번에 따로 떼내서 확대 편성했다. 예산 역시 올해 대비 대폭 늘었다. 임금근로자 전환교육 확대(2018년 7500명→2019년 2만 명)와 전직장려수당을 인상(최대 75만원→100만원)을 위해 올해 대비 231억8200만원 증액된 326억8200만원을 편성했다.

정부의 새 경제사령탑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정부가 자영업자의 과당 경쟁을 완화하고 폐업 자영업자의 노동시장 재진입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홍 부총리는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답변서에서 “비 과밀업종으로 전환을 위한 창업교육, 멘토링을 확대하고, 준비된 창업을 위한 사전 교육을 강화하겠다”면서 “사업정리 컨설팅과 점포철거 지원, 재기 교육, 직업훈련 및 전직장려수당 지원 강화를 통해 임금 근로자로의 전환을 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자영업 구조조정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최근 어려워진 자영업 불황을 해결하기 위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퍼주기식 지원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고 오히려 자영업자의 공급 과잉을 부추기는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자영업자들의 단기적인 요구를 받아서 자잘한 정책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할 게 아니라, 변화를 받아들이면서 대신 여기서 탈락되는 이들을 흡수할 대체 시장과 안전망을 마련하는 데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내놓은 ‘자영업자 폐업의 주요 문제점 및 정책적 지원 방안’ 보고서는 “폐업위기의 영세 소상공인이 재창업 때도 과밀한 업종으로 진입하지 않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영업 비율 OECD 국가 중 6번째로 높아

실제로 국내 자영업 시장은 이미 과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2017년 말 기준 자영업자는 568만 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21.3%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3.2%를 훨씬 웃돈다. OECD 국가중 그리스·멕시코 등에 이어 6번째로 높은 수치다. 인구 1만 명당 도소매 업체는 2010년 153개에서 2016년 166개로, 숙박·음식 업체는 123개에서 136개로 증가하는 등 자영업자의 밀집도가 계속 상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도 2010년 각각 15.9%와 28.0%에서 2015년에는 8.9%와 17.6%로 낮아졌다. 매출은 늘지 않는데 비용은 계속 늘어나면서 자영업자들은 수익률 감소에 몸살을 앓는 상황에 직면했다. 결국 자영업 구조조정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특히 올해 하반기 들어 자영업자들은 시장의 공급 과잉 변수로 더욱 힘들어하고 있다. 기존 자영업자 간 경쟁도 치열하지만, 대형 유통 업체와의 경쟁도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자본을 투자한 쇼핑몰끼리의 경쟁도 과열되고 있다. 쇼핑몰 공급 과잉은 기존 소상공인 창업자들이 가져가야 할 파이를 현저하게 줄어들게 한 결과로 이어졌다. 또 전자상거래와 TV홈쇼핑 시장의 급팽창은 기존 작은 가게 사장님들의 손님들을 뺏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로 도소매 자영업자의 부진은 전자상거래과 대형마트 등으로 수요가 이동한 영향이 크다. 국내 소매 판매액 중 온라인쇼핑의 비중은 2016년 6월 16.4%에서 올해 6월 23%로 증가했다. 2006~2016년 전체 도소매업 시장 규모는 110% 커졌는데, 여기엔 181% 커진 무점포(전자상거래 등) 업체의 영향이 컸다. 이와 달리 오프라인 소매 점포의 폐업은 늘고 있다. 동네 철물점, 장난감가게, 이불가게 등이 사라지는 것이다. 사실 이런 변화는 국내에서뿐 아니라 미국 등 해외에서도 이미 ‘소매종말’이라는 형태로 이슈가 되고 있는 현상이다.

음식점·숙박업의 어려움은 온라인 쇼핑 같은 소비패턴 변화보다는 연쇄 효과에 따른 공급 과잉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된다. 도소매 업종에서 폐업하는 이들이 늘고, 다른 업종으로의 진출이 어려워지자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은 음식·숙박업으로 창업이 몰린 것이다. 이들 간 차별되지 않은 자영업은 출혈경쟁만 부추겨 수익성을 떨어뜨린다. 심지어 대형 쇼핑몰이나 백화점 같은 대형 유통 업체도 소매업 부진을 피해 그나마 장사가 된다는 맛집으로 승부를 걸기 시작했다. 자영업 구조조정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문제다.

다만, 일자리 문제가 얼마나 빨리 개선되느냐에 따라 자영업 구조조정의 효과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자영업자들이 폐업을 하더라도 이후에 갈 곳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고용시장에서 이를 흡수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하지만 고용률은 지난 2월부터 줄곧 떨어지고 있다. 반대로 실업률은 3.5%로 지난해 10월보다 0.3%포인트 올랐다. 10월 기준으로 2005년 10월(3.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 함승민 기자 sham@joongang.co.kr

1464호 (2018.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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