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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카풀 서비스 논란 2라운드] ‘월급 250만원 이상 보장’ 택시 업계에 통할까 

 

택시기사 분신 사망으로 상황 악화… 중재안 제시에도 정식 서비스 출시 연기

▎서울역 앞에 늘어선 택시들. 택시 업계의 예상보다 거센 반발 속에 중재안과 추가적인 택시 지원 방안이 제시되면서 카카오 카플 서비스 논란은 분기점을 맞았다.
카카오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승차공유(카풀) 서비스 정식 출시를 앞두고 사회적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택시 업계 반발이 예상보다도 거세다. 지난 12월 11일 택시 기사 최모(57)씨가 카카오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면서 국회 앞에서 분신을 시도하다 숨졌다. 최씨는 “카카오 카풀은 불법이며, 서비스 도입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는 요지의 유서를 남겼다. 택시 업계는 12월 20일 10만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항의 집회 개최를 예고했다. 김성환 전국민주택시노조연맹 사무처장은 “법인택시 기사들이 한 달 200만원 안팎의 수입으로 법정 최저임금 수준에 시달리면서도 어디에도 하소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생존권 보장을 요구했다.

정부와 여당은 당혹해 하면서도 카풀 서비스 허용을 전제로 한 택시 지원 방안을 사실상 확정하고 택시 업계 설득에 나섰다. 현 ‘사납금제’를 폐지하고 ‘완전월급제’로 전환한다는 게 골자다. 법인택시 기사를 사납금 없이 월급을 주는 식으로 고용, 이들에게 월 250만원 이상의 소득을 보장해줄 수 있을 것으로 당정은 보고 있다. 현재 법인택시 기사들은 하루 14만원가량의 사납금을 내야 하는 구조에 묶여 있어 업계의 고질적 병폐로 지적돼왔다. 이 할당액을 채우기도 버겁다는 게 기사들의 항변이다. 당정은 또 개인택시 면허를 반납할 때 지방자치단체가 지급하는 감차 보상금을 시장 가격 수준인 1억원 이상으로 올리되, 10년 간 연금 형식으로 나눠 지급할 계획을 세웠다.

당정, 사납금제에서 완전월급제로 전환 추진

앞서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2월 카풀 분야 스타트업 ‘럭시’를 인수하면서 카풀 서비스 정식 출시를 준비했다. 이어 “참여할 ‘크루(운전자)’를 모집한다”고 지난 10월 16일 발표했다. 카카오 카풀은 이름 그대로 기존에 있던 카풀 문화에서 영감을 얻었다. 앱으로 목적지가 같거나 방향이 비슷한 이용자끼리 함께 이동할 수 있도록 운전자와 탑승자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카카오택시’ ‘카카오드라이버’ 등의 서비스를 시장에 안착시키며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았던 카카오 측은 새 서비스 또한 전국적인 승차난 완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출시 준비에 힘썼다.

그러나 택시 업계가 이를 생존권 위협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면서 논란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각종 단체에 속한 전국의 택시 종사자는 약 26만 명. 이들은 “지금껏 택시 업계와 카카오는 (카카오택시 등으로) 상생적인 관계였는데 카카오가 이를 무너뜨리고 골목상권에 비수를 꽂았다”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개인택시조합 관계자는 “카풀 서비스로 소비자가 몰릴 경우 개인택시 면허 가격이 대폭 하락하면서 국내 택시산업 자체가 몰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금까지 카카오모빌리티에서 승인한 카풀 운전자가 5만 명을 넘어서면서 서울시내 택시 등록 대수(7만대)에 이미 가까워진 만큼, 서비스 정식 출시로 택시산업 붕괴와 구조조정이 진행될까 우려하고 있다.

그간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카카오 카풀은 뜨거운 감자였다. 사회적으로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다양한 교통 서비스 필요성이 커진 상황임에도 이에 대한 규제가 선진국 대비 국내에서 유독 엄격하며, 이 때문에 산업적으로는 물론 국민들 입장에서도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서다. 그렇다고 택시 업계라는 또 다른 민심의 이반을 조심스러워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특별위원회와 국토교통부는 중재안 준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관련 태스크포스 구성으로 카카오 측과 택시 업계 양쪽을 조율하는 데 나섰다. 이번 택시 지원 방안도 이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택시 업계는 현행법상 자가용 유상운송 금지 조항이 있으므로 카풀 서비스에 불법성이 있다고 강조하지만, 정부는 법적 근거가 있다고 보고 있다. 여객 및 자동차 운수사업법 81조 1항에 있는 ‘출퇴근의 경우 동승 허용’이 그것이다. 따라서 국토부는 하루 2회 제한적인 운행으로 카풀 서비스를 승인하는 식으로 산업과 소비자 측면에서 힘을 실어주되, 택시 업계 피해는 최소화하기 위한 절충안을 제시해 카카오도 이를 따랐다(서비스 운영정책에 명시). 다만 이런 여러 중재안에도 택시 업계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타협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양덕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상무는 “업(業)을 삼아 카풀을 한다는 것 자체에 우리 모두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신사업 추진에 강한 의지를 가진 카카오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특히 당정이 제시한 중재안에 더해 ‘상생안’까지 자체적으로 마련하고 택시 업계를 설득하려 했지만, 택시기사의 분신 사망으로 업계 분노가 거세지면서 상황은 더 나빠졌다. 이 때문에 카카오는 애초 12월 7일 일부 이용자를 대상으로 카카오 카풀 베타(시범)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12월 17일에는 정식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었지만, 이를 뒤로 미루게 됐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기사 최씨의 사망 직후 입장 자료를 내고 “정식 서비스 개시 일정 등 카풀 현안에 대해서 정부와 국회, 택시 업계와 적극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택시 서비스 개선 원하는 시민들 “도입 찬성”

이어 당초 “서비스가 출시되면 택시 업계 오해도 풀릴 것”이라던 이 회사 정주환 대표가 12월 13일 국회 방문에서 여당에 “정식 서비스 출시를 내년으로 연기하겠다”고 전했다. 카카오 카풀은 기본료가 2㎞당 3000원으로 책정됐으며, 총 요금은 거리와 시간을 기준으로 동시 정산돼 통상의 택시 요금 대비 20~30% 저렴할 것으로 예상된다(내년 택시 기본료는 3800원). 정식 서비스가 시작되면 많은 이용자가 몰릴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이자, 당정의 중재안과 완전월급제 같은 지원 방안 제시에도 택시업계가 좀처럼 입장을 선회하지 않으려 하는 이유다.

실제로 대중교통 이용이 잦은 시민들은 카카오 카풀 서비스 출시에 기대감을 나타내면서 택시 업계와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한 누리꾼은 포털 네이버에 게재된 관련 기사 하단에 “택시기사님 분신자살은 안타깝지만, 시대 흐름에 변해가고 살아남기 위해선 택시 업계도 발전을 해야 한다. 난폭 운전, 불친절, (탑승객) 골라 받기 등으로 소비자들은 지금까지 큰 불편을 겪었기에 카카오 카풀을 찬성할 수밖에 없다”는 댓글을 남겨 580명 이상이 찬성을 뜻하는 ‘좋아요’ 엄지 그림을 눌렀다. “다른 나라 시민들은 우버(글로벌 차량 공유 서비스)로 편리함을 누리고 있는데 우리만 뒤처져 있다” “택시들이 고품질 서비스와 친절로 대응하면서 일반 운전자보다 더 안전하게 운전한다는 인식만 심어줘도 카카오 카풀과 경쟁해서 이길 수 있다” 등의 댓글도 적잖은 호응을 얻었다.

택시 업계의 고충은 이해하지만 세계적 대세인 ICT 기반의 공유경제 모델에서 더는 뒤처질 수 없으며, 택시들도 차제에 서비스 개선에 힘쓸 때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택시 업계는 일부 수긍하면서도, 여전히 우려감을 표하고 있다. 법인택시를 운행하는 장모(64)씨는 “완전월급제라고 해서 바로 도입이 가능한 게 아니라 법 개정이 필요할 텐데, 국회에서 시간만 끌다가 외면하면 우리는 그 사이 고객을 다 빼앗기고 길거리로 나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택시 업계와 야당 일각에서는 또 카카오 카풀 운전자의 안전성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은 “카카오는 카풀 운전자 직업을 따지지 않고 모집 중이고, 이용자도 이를 따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첨예하게 존재하는 입장 차이에 해를 넘기게 된 카카오 카풀 서비스 논란 2라운드다.

-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1464호 (2018.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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