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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갤럭시A’ 시리즈 강화 나선 이유는] 성장성 남은 신흥시장 겨냥한 차별화 무기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인피니티O’ 디스플레이 등 신기술 적용 … 프리미엄 스마트폰 못잖게 중요성 커져

▎삼성전자는 중급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A8s’를 중국에서 처음 공개하면서 점유율 제고를 노리고 있다. / 사진:삼성전자
이젠 중급 가격대 기종에도 차별화 역량을 쏟는 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 ‘갤럭시노트’ 시리즈뿐 아니라 50만~70만원대 중급 기종인 ‘갤럭시A’ 시리즈 강화에도 힘쓰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기존 프리미엄 제품 수요와 중저가 제품 수요를 동시에 노리는 ‘투 트랙 전략’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12월 10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갤럭시 시리즈 중 최초이자 세계 최초로 ‘인피니티O’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갤럭시A8s 스마트폰을 공개하는 언팩 행사를 개최했다. 인피니티O는 갤럭시S8에서 첫 선을 보인 인피니티 디스플레이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분석된다.

왼쪽 윗부분에 전면 카메라를 위한 구멍이 뚫린 것이 특징이다. 전면이 화면으로 가득 찬 베젤리스 디자인을 구현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삼성개발자회의(SDC 2018)에서 인피니티O를 처음 선보였다. 내년 초 정식 출시가 예고된 화제작 ‘폴더블폰’ 일부를 공개한 행사였다. 그만큼 중요한 자리에서, 비중 있는 기술의 최초 적용 대상을 중급 기종으로 정하고 이를 발표한 것이다. 미국 정보통신기술(ICT) 전문 매체 씨넷은 “삼성전자가 인피니티O를 통해 (기기 자체를 키우지 않고도) 디스플레이 확장을 이뤄낸 독창적(unique) 접근으로 강한 흥미를 느끼게 했다”며 “갤럭시 A8s의 성공적 디자인을 통해 혁신 기업 평판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호평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 시리즈의 10주년 모델인 갤럭시S10에도 인피니티O를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이보다 먼저 지난 9월 선보인 갤럭시A7에서도 갤럭시 시리즈 최초로 세 개의 렌즈로 된 트리플 카메라를 후면에 탑재해 관심을 모았다. 2400만 화소 메인 카메라(F1.7)와 500만 화소 심도 카메라, 초광각 800만 화소 카메라로 구성해 이용자가 좀 더 다양한 각도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했다. 이후 10월 선보인 갤럭시A9에선 아예 렌즈를 하나 더 포함한 네 개짜리 쿼드 카메라를 후면에 탑재해 또 다시 주목 받았다. 1000만 화소 망원 카메라가 추가됐다. 광학 2배 줌을 지원해 먼 거리에서도 피사체의 세밀한 부분까지 선명히 촬영할 수 있게 해준다. 덤으로 3800밀리암페어시(mAh) 대용량 배터리를 적용했다. 배터리로 호평을 받은 프리미엄 제품 갤럭시노트9의 4000mAh 못잖다.

중저가 기종인데도 해외에서 언팩 행사


물론 단순히 렌즈 숫자가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의 모든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그러나 이전까지 없던 시도로 중급 기종에서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는 데 나섰다는 측면에서 의의를 둘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가 대내외에서 중급 기종을 대하는 분위기부터 과거와는 크게 달라졌다. ICT 업계 관계자는 “갤럭시 A9과 A8s는 별도의 언팩 행사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 공개했는데 예전 같았으면 프리미엄 스마트폰 출시 때나 보였을 모습”이라며 “갤럭시A 시리즈의 브랜드 가치를 중시하면서 시장에서 그 위상을 높이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했다. 이젠 중급 기종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준(準) 프리미엄 성능을 탑재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얘기다. 갤럭시A9은 말레리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언팩 행사와 함께 공개된 바 있다.

또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는 갤럭시A 시리즈의 외연 확장을 위해 기존 중급 기종보다 사양을 다소 낮추면서 가격대도 낮춘 제품 출시를 계속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소비자가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의 제품을 더하면 갤럭시A 시리즈의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판매량도 늘어날 수 있다. 이런 전략은 삼성전자가 20만원대 가격에 10월 중국에서 선보인 갤럭시A6s에서 일부 확인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A6s 생산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이름난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샤오미도 이용하는 ‘윈테크’라는 현지 업체에게 맡기는 제조사개발생산(ODM) 방식을 최초로 택했다. 그러면서 원가 절감과 한층 광범위한 수요 확보를 꾀했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갤럭시A 시리즈 강화에 힘쓰는 이유는 뭘까.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뿐 아니라 최근 스마트폰 수요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스마트폰 수요가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보다 중저가 제품 위주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성장세가 전반적으로 둔화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그나마 성장성이 유지되고 있는 신흥시장 공략의 선봉장으로 갤럭시A 시리즈가 급부상했다는 것이다.

우선 세계 최대 규모인 중국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수년 간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현지 기업들에 밀리면서 시장점유율이 크게 떨어졌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 3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고작 0.7%. 2013년 19.7%에서 2014년 13.8%, 2015년 7.6%, 2016년 4.9%, 2017년 2.1%로 매년 급락을 거듭 중이다. 이에 반해 중국 브랜드는 3분기 기준 비보(19.9%)와 오포(19.7%), 화웨이(14.5%) 등이 점유율 80%가량을 장악하며 삼성전자를 압도했다.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프리미엄 수요도 미국의 애플(7.7%)이 가져갔다.

중국 자체도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지만, 더 큰 문제는 중국에서 경쟁 중인 현지 기업들의 성장세가 글로벌 시장 경쟁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친다는 데 있다. 올 3분기 삼성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이 전년 동기 대비 3.4% 하락한 18.9%였던 반면, 화웨이는 3.9% 오른 13.4%로 맹추격을 이어갔다. 애플은 11.8% 점유율로 2분기에 이어 화웨이에 밀린 세계 3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이 추세대로라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화웨이에 점유율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화웨이만이 아니다. 샤오미와 오포까지 포함하면 글로벌 점유율 톱5 중 세 자리를 중국 기업이 차지했다.

인도에서도 중국 기업에 1위 자리 내줘

세 기업의 3분기 글로벌 점유율은 도합 29.8%로 전년 동기(24.2%)보다 상승세가 뚜렷했다. 내수 시장에서 다진 기반을 바탕으로 자금력과 기술력이 좋아지면서 글로벌 시장에서도 나날이 위세를 높이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6년간 점유율 1위였던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최근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줬다. 다른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위는 샤오미로 27%, 2위가 삼성전자로 23%였다. 비보(10%)가 뒤를 이었다. 결국 삼성전자가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살아남고, 나아가 전체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제조사들을 따돌리려면 보다 광범위한 수요 확보를 가능하게 할 갤럭시A 시리즈 강화가 필수 불가결해졌다.

더욱이 애플의 잇단 글로벌 점유율 하락에서 보듯이, 프리미엄 수요는 스마트폰 시장 포화와 제품 혁신이 어려워진 상향 평준화로 더 이상 매출 신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또 단지 가격만으로는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상대가 되지 않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중급 기종에서도 최대 강점인 기술력을 통한 제품 차별화에 힘쓰는 전략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규하 연구원은 “앞으로도 삼성전자가 중급 기종에 멀티 카메라와 3차원 센싱(3D sensing), 인-디스플레이(In-Display) 지문인식 같은 최신 기술을 먼저 적용하는 스마트폰 전략을 취할 것”으로 내다봤다.

1465호 (2018.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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