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2018 한국 자동차시장 성적표 보니] 수입차 미소, 친환경차 함박웃음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판매 1위는 현대차, 수입차 1위는 벤츠 … 전기차는 출시만 하면 ‘완판’

경기 둔화 속에서 연중 고전하던 국내 자동차시장이 한 해를 결산하는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BMW 화재 사건, 국산 자동차 업체의 부진 등 유난히 악재가 많은 해였다. 이런 가운데 자동차 업체들은 신차 출시와 파격 마케팅으로 질주의 시동을 걸으려고 애를 썼다. 국산과 수입 최대 판매 모델, 그리고 목표를 뛰어 넘는 실적을 기록한 모델을 중심으로 올해 자동차 시장을 되짚어봤다.


▎2018 국내 판매 1위를 차지한 현대차 그랜저
2018년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모델 1~2위는 그랜저와 싼타페다. 11월 말 기준으로 그랜저는 10만2682대, 싼타페는 9만8559대가 판매됐다. 현대차 그랜저는 해마다 판매 1위를 차지한 한국 최고의 볼륨 모델이다. 하지만 최근 그랜저의 1위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싼타페의 기세가 무섭다. 3월부터 8월 사이 싼타페가 그랜저보다 더 많이 팔렸다. 12월 판매를 감안하면 10만대 판매는 기정사실이고, 여세를 몰아 2019년엔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모델 자리에 등극할 가능성도 크다. 스포츠유틸리티(SUV) 시장이 그만큼 빠르게 성장 중이고 한국에서 가성비를 놓고 볼때 가장 경쟁력이 앞선 모델로 싼타페가 꼽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당분간 국내 최대 판매 모델을 놓고 그랜저와 싼타페의 경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현대차는 두 모델의 경쟁을 미소 지으며 보고 있다. 누가 앞서든 현대차 집안의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의 위상은 대단하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 1등부터 10등을 보면 두 회사 차량만 나온다. 현대차와 기아차다. 두 회사는 11월 말 기준 117만7393대를 국내에서 판매했다. 올해 국내에선 국산과 수입차를 합쳐 모두 165만3167대의 자동차가 팔렸다. 이 중 70%에 두 회사의 상표가 붙어 있는 셈이다.

한때 현대차와 기아차의 대안으로 꼽혔던 회사들이 있다. 한국GM과 르노삼성이다. 2017년 한국GM의 점유율은 10%에 육박했다. 글로벌 기업이라 포트폴리오가 다양했고, 기술력은 물론 가격 경쟁력도 가진 브랜드였다. 하지만 2018년 상반기 국내 자동차산업의 가장 큰 이슈였던 한국GM 사태를 겪으며 위상이 흔들렸다. 2월 한국GM은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했고, 5월 31일 문을 닫았다. 결국 군산공장에서 생산하던 크루즈와 올란도는 단종이 됐다. 이어진 노사 갈등은 신차를 출시하며 반전을 노리던 회사의 발목을 잡았다. 올해 한국GM의 자동차 판매량은 8만2889대다. 볼트Ev가 ‘완판(완전 판매)’ 행진을 벌이며 4715대 판매를 기록했지만, 전년 대비 성장한 모델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심한 부진을 겪으며 전년 대비 마이너스 30%의 성장을 기록했다.

비포장 도로 달린 한국GM·르노삼성


르노삼성도 아쉬운 한 해를 보냈다. 11월 말 기준 7만9564대를 판매했는데, 전년 9만584대에 비해 12.2% 줄어든 수치다. 르노삼성은 SM6와 QM6라는 간판 모델이 있다. 어려운 집안을 일으켜 세우는 효자같은 자동차들이다. QM6의 올해 판매 목표는 2만4000대였는데, 이미 이를 넘어선 2만8180대가 국내 시장에서 판매됐다. 르노삼성에선 QM6가 선전한 이유에 대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꼽았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합리적인 가격표를 달고도 매력적인 상품성과 훌륭한 경제성을 빠짐없이 담았기 때문”이라며 “무단변속기 덕에 변속 충격이 거의 없고, 잔진동이 적은 엔진이 부드러운 승차감을 제공한다”고 소개했다. SM6는 지난해보다 판매는 줄었지만 2만1844대를 팔며 볼륨 모델로서의 역할을 해냈다. 문제는 노후 모델들이다. 2010년 나온 SM5와 2011년 출시한 SM7의 신 모델 소식이 아직도 들리지 않는다. 올해 신차 클리오를 출시했지만 아직 판매가 시원치 않다. 월 판매 목표를 1000대로 잡았다가 500대로 줄였다는 루머가 돌 정도다. 클리오의 올해 판매대수는 3406대다.

쌍용차는 올해 9만8484대를 판매하며 르노삼성과 한국GM을 앞서 나갔다.지난해(9만6030대)보다 2454대를 더 판매한 성적이다. 쌍용차의 호성적엔 3만9330대가 팔리며 승용차 전체 판매 11위에 오른 티볼리가 큰 역할을 했다. 2015년 등장해 제법 연식이 있는 모델임에도 꾸준히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올해 새로 등장한 텍스턴 스포츠도 쌍용차 입장에선 고마운 모델이다. 연간 3만대를 목표로 잡았는데 12월 20일에 판매 4만대를 넘어섰다. 쌍용차 관계자는 “렉스턴 스포츠는 국내 유일의 오픈형 SUV”라며 “앞으로도 한국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에 부합하는 모델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쌍용차의 발목을 항상 잡아온 문제가 있다. 새로운 신차가 없다. 기존 모델을 개량하며 라인업을 유지하는 정도다. 티볼리 같은 새로운 모델군을 꾸준히 소개해야 기업이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새로운 신차 확보는 쌍용차가 꼭 풀어야 할 문제다.

거침없는 벤츠와 고개숙인 BMW


▎완판 행진 중인 한국GM의 볼트EV / 사진:GM대우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인 국내 완성차 업체와 달리 수입차 업체들은 대부분 평년치 이상의 수확을 올렸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11월 수입차 브랜드의 국내 판매량은 총 24만255대다. 이미 지난해 연간 판매대수 23만3088대를 넘어섰다. 역대 최고 판매량을 기록한 2015년의 24만3900대에 근접한 수치다. 12월이 성수기인 점을 고려하면 역대 최고 기록 경신은 기정사실이라고 볼 수 있다. 국내 시장에서 수입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16.92%(11월 기준)로, 수입차가 처음 국내 시장에 진출한 1987년 이후 3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수입차 판매를 주도한 브랜드는 벤츠다. 올해에도 사상 최대 판매 기록을 써나갈 전망이다. 올해 벤츠는 6만4325대를 판매하며 7만대 판매를 목전에 두고 있다. 수입차 판매 10위 안에 무려 세 모델이나 있는데 순위도 1, 2, 5등이다. 수입차 최다 판매 차종은 E300 4매틱으로 올해 11월까지 8336대가 국내에서 팔렸다. 같은 기간 7816대 판매된 벤츠 E300이 2위로 뒤를 이었고, 벤츠 E200은 7194대 판매로 5위에 올랐다. 이것만 봐도 벤츠의 대표 모델이 E클래스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벤츠 E클래스는 11월 말 기준 판매대수 3만2281대를 기록 중이다. 벤츠 전체 판매의 절반을 담당하고 있다.

물론 수입차 업체에도 악재는 끊이지 않았다. 아우디·폴크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사건 이후 자동차 인증에 걸리는 시간이 두 배로 늘었다. 12월 20일엔 법원이 배출가스 인증 절차를 위반한 혐의로 벤츠코리아에 벌금 28억원을 선고했다. 법원은 같은 사안으로 벤츠코리아에 4차례 과징금 부과를 했으나 같은 문제가 반복됐다고 지적하며 담당 직원에게는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2019년에도 친환경차 성장 전망


올해 자동차 업체 최대의 이슈 중 하나인 BMW 화재 사건도 있었다. 유난히 더웠던 이번 여름 BMW 디젤 모델에 연이어 화재가 발생했다. 원인 파악을 위해 독일 본사의 연구팀, 환경부와 민간 단체의 조사가 진행 중이다. 민간 조사단의 중간 발표에서 나온 화재 원인이 BMW의 조사 결과와 달라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화재 사건으로 고개를 숙인 BMW코리아는 판매 마케팅 활동도 조심스럽게 진행해야 했다. BMW는 이번 하반기에 X2, X4, X5 등 SUV 라인업과 i8, 새로운 미니 시리즈를 출시를 진행했다. 하지만 화재 사건에 부담을 느껴 대부분 비공개로 행사를 진행했다. 올해 실적을 묻자 BMW 관계자는 “대형 이슈가 있었고 아직도 조사가 진행 중이라 따로 경영성과에 대해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BMW는 올해 한국에서 4만7569대를 판매했고, 문제의 520d는 올해 7668대 팔리며 베스트셀링 수입차 4위에 올랐다.

돌아온 아우디·폴크스바겐도 무난한 성적을 거뒀다. 아우디 A6 35 TDI 모델이 5194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판매 7위에, 폴크스바겐 티구안 2.0 TDI는 4446대를 팔며 9위에 이름을 올렸다. 폴크스바겐은 올해 1만4282대, 아우디는 1만1893대를 판매하며 둘 다 1만대 판매도 넘겼다.

두 회사는 돌아온 시장에서 자리잡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였다. 폴크스바겐은 티구안을 출시하며 금융 지원과 딜러 할인 판촉 행사를 펼치며 시장을 공략했다. 아우디는 A3 40% 할인이라는 카드를 내놓으며 시장을 흔들었다. 말이 많았던 아우디 A3는 8월 701대, 9월 2247대, 10월 100대가 팔리며 3043대 모두 완판 기록을 세웠다. 누가 어떤 조건으로 구매했는지에 대해 아우디 관계자는 “고객 정보라 알려드리기 어렵다”며 답을 피했다.

일본 브랜드 중에선 도요타가 약진했다. 판매 3위에 렉서스 ES300h가 이름을 올렸고, 도요타 캠리 하이브리드가 5084대 판매되며 8위에 이름을 올렸다. 도요타 관계자는 “렉서스 ES300h의 올해 판매 목표는 8000대였는데 11월까지 7805대를 판매해 목표 달성이 무난할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좋은 차로 인정해준 점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미국 브랜드에선 캐딜락·포드·크라이슬러가 고르게 성장했다. 캐딜락은 CT6·XT5의 인기에 힘입었고 포드는 익스플로러, 크라이슬러는 지프 랭글러의 판매가 순항했다. 캐딜락 관계자는 “신차가 없었고 한국GM의 여파가 있었지만 전년 수준의 판매를 기록했다”며 “2019년엔 여러 신차가 준비된 만큼 보다 공격적으로 시장을 공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올해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주목할 이슈가 또 하나 있다. 친환경차의 성장이다. 일반 자동차의 판매가 전년 대비 0.8% 늘어난 반면 친환경차는 지난해보다 27.2%나 증가했다. 이 중 전기차는 무려 133.3%나 급증했다. 모두 2만8149대가 팔린 만큼 정부의 당초 보급 목표를 웃도는 3만대 판매가 무난할 전망이다. 전기차의 약진엔 정부의 보조금 정책이 큰 역할을 했다. 여기에 2019년엔 전기차 보조금이 줄어들 전망이라 수요가 더욱 몰렸다. 현대차 코나와 니로, 한국GM의 볼트EV는 출시와 함께 완판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보조금이 줄었더라도 이제는 규모의 경제로 업체들의 가격 인하 여지가 있다”면서 “인프라 확충과 맞물리며 결과적으로는 내년 친환경차 보급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images/sph164x220.jpg
1465호 (2018.12.31)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