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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경의‘IF’ㅣ부자를 꿈꾸는 당신에게(5) 만약에 소년급제를 한다면] 늦더라도 오래 이어질 성공이 진짜 성공 

 

너무 이른 시기에 부와 명예 이루면 화가 될 수도... 극심한 허무 극복한 '해리포터'의 다니엘 래드클리프

▎2016년 한 토크쇼에 출연한 다니엘 래드클리프. /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크리스마스 시기가 되면 방영되는 영화 [나홀로 집에]의 안아주고 싶은 귀여운 꼬마는 어른이 되어 현실에서 적응을 잘하지 못했다. 1980년생 맥컬리 컬킨은 마약과 술에 찌든 모습으로 대중에 비춰졌고, 돈과 관련한 부모의 다툼으로 삶이 피폐해졌다. 부는 온데간데없어졌고, 대인 기피증이 생겨 낮에 잘 돌아다니기도 힘들게 됐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순간이고 추락하는 인생을 만회하기는 쉽지가 않다. 도둑들을 골탕 먹이는 사랑스럽고 귀여운 얼굴은 사라지고 나이보다 더 늙어보이는 추한 모습을 어둠속에 감추고 싶어 한다. 스킨로션을 얼굴에 바르다 화들짝 놀라는 그의 천진함은 영화에서만 볼 수 있었던 것일까? 아쉽다. 그 못지 않게 이른 성공을 이룬 후 부를 획득했지만 실패한 사례는 부지기수다.

그래서일까. 소년급제를 조심하라는 옛 말이 있다. 어린 나이에 돈과 명예 등 너무 많은 것을 이루면 오히려 화가 될 수 있다는 경계의 뜻을 담고 있다. 철학자들도 이를 경계하는 목소리를 냈다. “너무 이른 성공은 위험하다. 너무 어릴 때 성공해 공적을 쌓고 추앙을 받으면, 그 사람은 오만하고 삐뚤어진 시각에 갇혀 동년배의 사람이나 차근차근 노력해 가는 사람에 대한 존경을 완전히 잊어버리고 만다.” 철학자 니체가 한 말이다. 공자 역시 비슷한 맥락의 말을 했다. 그는 “성급히 가려 하지 말고 조그만 이익을 보려고 안달하지 말아야 한다. 성급히 하면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조그만 이익을 보면 큰일을 이루지 못한다”고 우리를 가르친다.

대기만성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 것인가 보다. 인생의 오랜 경험을 겪고 이룬 행복은 값진 것이다. 문득 늦게 이루어지더라도 오래가는 성공이 좋은 성공이라는 생각이 든다. 젊은 나이에 모든 것을 이루면 겸손하기 어렵다. 별다른 고생을 겪지 않고 출세하면 자신이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착각한다. 잘난 체 하다가 갑작스럽게 어려움을 겪고 몰락하기 일쑤다. 그래서 ‘만약에 내가 소년 급제를 한다면’이라는 가정을 해보고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수 있겠다. 빨리 성공한 게 잘못은 아니지 않나? 행운을 잘 다스리고 오만해질 수 있는 세상살이에 대한 경계심과 삶에 대한 겸손함을 갖춘다면 소년급제 하더라도 나쁘지만은 않으리라. 오히려 돈에 대한 해방감으로 더 잘 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마약과 술에 찌들고만 '나홀로 집에'의 맥컬리 컬킨


▎영화 [나홀로 집에]의 주인공 맥컬리 컬킨은 부모의 이혼 등으로 어른이 돼서 마약과 술에 찌들었다. / 사진:중앙포토, 유튜브 영상 캡처
유대인이 가정교육에서 중시하는 것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유대교 경전인 토라를 배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실패 체험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가 유대인 가정교육의 핵심이다. 특히 이 중 실패를 체험하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다. 초기 성공은 인생 마라톤에서 큰 도움이 안 된다고 그들은 생각한다, 실패를 대하는 자세를 잘 익히고 마음을 잘 다스린다면 더욱 멋진 삶을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배우에게 키와 외모는 중요한 경쟁력이다. 물론 개성 넘치는 마스크와 신들린 연기력으로 대중에게 어필하는 경우도 많다. 배우의 생명은 황정민이나 송강호를 보면 얼굴보다 연기력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배우라고 하면 외모에 눈이 가지 않을 수 없다. 톰 크루즈가 얼굴로 한몫하지만 그의 작은 키는 콤플렉스로 작용할 수도 있다. 물론 좋은 배우에게 키는 필수 요건은 아니다.

마법학교에서도 키는 크게 할 수 없었다


▎2011년 개봉한 영화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2부] 행사장에 선 배우들과 작가. 왼쪽부터 다니엘 래드클리프, 조앤 롤링, 엠마 왓슨, 루퍼트 그린트.
여기 한 명의 소년급제한 키 작은 배우가 있다. 그의 삶을 보면서 부와 인생을 논해 보자. 영화 [해리포터]로 세계적으로 팬을 몰고 다닌 다니엘 래드클리프. 그는 어렸을 때부터 통합운동장애를 앓아왔고,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장애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2층 욕실에 있는데 그의 아버지가 기획사 사람에게서 전화를 받는다. 새벽 한두시쯤 되었을까? 그는 “아빠, 이게 꿈은 아니겠죠?”라고 물어본다. 11살 아이의 꿈은 우연하게 찾아와 이루어졌다. 영화 속 해리포터의 모습은 정말 귀엽다. 4만 대 1의 경쟁을 뚫은 다니엘은 온 지구촌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해리포터 촬영 시절 구두끈을 묶는 간단한 행동조차 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근육과 기억에 영향을 주는 신경성 장애인 발달성 근육운동 장애 진단을 받은 그의 아픔을 생각하니 마음 한 켠이 짠해진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장애는 나에게 오히려 새로운 도전을 제시해줬고, 나는 내 인생을 바꿨습니다. 고난이도의 연기는 정말로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어려운 일을 해내면서 통합운동장애가 많이 해결됐습니다. 하지만 발달장애란 병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그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천천히 정보를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내가 ‘어린 포터’였을 때 트레이닝과 체조를 했는데, 그것이 내가 튼튼히 버틸 수 있는 힘이 됐습니다. 그 결과 통합운동장애에 관련된 반응이 상당히 감소하게 됐습니다.”

작은 키에 이제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은 외모의 어른이 된 그를 보며 누군가는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다. 안경 낀 세기의 어린 왕자 같은 그의 이미지를 회고하며 세월의 무상함을 느낄 수도 있겠다. 그는 맥컬리 컬킨처럼 항상 자신이 보통 사람들과 다르다고 생각하게 됐다. 성인이 되자 고통을 술과 파티에 의존하며 알코올중독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수많은 관심을 받다 어느 날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처럼 느낄 때 삶은 무너지기 쉽다.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술보다는 독서와 영화 촬영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자 하는 그의 요즘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소년급제 한 그의 삶과 고독, 인생의 가치에 대해 좀 더 논해 보자. 혹자는 돈을 어린 시절 그렇게 많이 벌면 놀고먹어도 좋지 않겠나 생각하기 쉽다. 과연 그럴까?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해리포터 주인공이 됐던 건 우연이었다.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영화 제작진은 주인공 해리포터를 찾기 위한 오디션을 진행하고 있었다. 마땅한 아역 배우가 없어 난항을 겪던 차였다. 그러던 어느 날, 다니엘은 배우 출신이었던 부모님과 연극을 보고 있었다. 우연히 같은 자리에 있었던 영화 제작진 한 사람이 다니엘을 본 후 오디션 참가를 권유했다. 행운의 주인공이 된 그는 해리포터 시리즈 영화로 젊은 날에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성인이 된 그는 동료 배우 케이티 홈즈와 함께 나란히 토니상 시상대에 서게 된다. 키가 큰 케이티 홈즈 옆에 선 다니엘은 자신을 고블린(해리포트의 단신의 괴물)으로 느낄 것 같다고 말한다. “키를 크게 만드는 주문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내 키가 더 이상 자랄 것 같지 않아요. 키가 좀 더 컸으면 좋겠어요. 나와 비슷한 키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그의 여친이라 불린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 옆에 서면 거구로 보였다. 그의 키는 프로필에165~170㎝으로 되어 있다. 어린 시절 키 작은 소년 배우의 모습은 귀엽지만 어른이 된 그의 외모는 어필하기에는 한계가 느껴진다. 그러나 삶을 느끼며 진정한 연기의 맛을 느끼고 노력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키 작아도 괜찮아. 더스틴 호프만도 그랬고 톰 크루즈도 그렇잖아. 한국에도 이병헌이 있어’라고 말해주고 싶다. 다니엘은 영화로 벌어들인 돈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은행에 저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솔직하게 돈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좋은 점은 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꿈에 사로잡혀 진짜 삶을 놓쳐선 곤란

2001년부터 무려 10년 간 쉬지 않고 해리포터에 출연한 그에게 해리포터는 삶의 전부일 수 있다. 마지막 촬영 날 그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아쉬움이 가득한 목소리로 스태프 앞에서 눈물을 떨구며 복받치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해리포터는 제 삶이었습니다. 정말 매 순간을 사랑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여러분.”

앞으로 그의 인생에서 해리포터를 연기할 때처럼 영광스러운 일이 없을 수도 있다. 그래서일까? 그는 촬영이 모두 끝난 후 극심한 허무함에 빠졌다고 한다. 팬들도 해리포터가 끝난 후 아쉬움을 느끼는데 그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그제서야 우리는 왜 그가 마법이 풀려 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가 간다. 누군가에게 일은 삶이다. 그에게 해리포터는 일이자 삶이다. 연극이 끝난 후 텅 빈 객석에서 혼자 10년의 삶을 회고해 볼 때 그의 마음은 얼마나 허전했을까? 아마 그는 가장 먼저 어렸었을 때의 장면을 회고하고 혼자서 엉엉 울지 않았을까? 호그와트의 많은 아침 식사 장면 촬영 중에 다니엘 래드클리프는 엄청난 양의 베이컨에 질려서 카메라가 그를 찍지 않을 때, 그의 베이컨을 10살짜리 엑스트라에게 주었다. 다니엘이 지팡이를 가지고 놀거나 드럼을 쳤기 때문에 영화 장소에서는 약 70개가량의 지팡이가 필요했다. 대부분의 영화에서 해리의 안경은 실제로 렌즈가 없었으며, 다니엘은 안경테만 끼고 촬영을 했다. 영화 불의 잔에 나오는 크리스마스 무도회 장면을 위해 배우들은 약 3주 간의 댄스 수업을 받았는데, 다니엘 래드클리프는 4일 만에 끝냈다. 그렇게 다니엘은 영화 이외의 이와 같은 여러 기억을 회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조용히 해리포터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대사를 자신의 인생에도 있기를 바라며 속삭이지 않았을까? “행운을 빈다, 해리. 아니 다니엘.”

그는 집에서 영화를 조용히 틀고 추억을 틀었는지 모르겠다. 다니엘은 이 영화를 몇 번이나 보았을까? 그는 영영 마법에 걸려 풀려나지 못하는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닐까 두려워했을지도 모르겠다. 잊기 어려운 현실이 다가올 때 잊을 수 있는 용기는 현실을 직시하고 여러 사람을 만나며 정상적인 삶을 사는 것이다. 다니엘은 저예산 영화도 찍고 자신의 현재 모습을 받아들이며 그렇게 자신의 인생을 열심히 살고 있다. 그는 겸손하게 해리포터 이후 다른 작품에 출연할 수 있어 행운이라고 했다. 그는 영국 런던에서 관광객의 가방을 훔쳐 달아나는 강도단을 직접 추격하는 용기도 보여주었다. 영화 속 해리의 정의감이 현실에서 빙의된 것일까. 비록 강도단을 잡는 데는 실패했지만, 놀란 피해자에게 다가가 위로를 전하는 훈훈한 그의 모습에서 소년급제의 오만함은 찾아볼 수 없다. 그를 보며 용기를 잃지 않는 고아가 된 해리포터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호그와트 마법학교에서 그의 정신적 지주가 된 덤블도어 교장 선생님은 이런 말을 했다. “이 거울에선 지식이나 진실을 얻을 수 없단다. 사람들은 이 앞에서 시간을 허비하고, 때론 미치기도 하지 그래서 내일은 이걸 딴 데로 옮기려고 해. 진심으로 바라건데 다시는 이 거울을 찾지 마라. 꿈에 사로잡혀 살다가 진짜 삶을 놓쳐선 안 돼.”

어린 해리포터의 마음속에는 언제나 돌아가신 부모님이 그립다. 밤마다 돌아가신 부모님을 잊지 못하는 해리포터에게 교장 선생님은 현실을 직시할 것을 말해 준 것이다. 영화의 대사지만 오늘 다니엘이 현실을 살며 영화 속 대사를 되내어 보기를 기대한다. 영화 [해리포터]에서는 우정과 사랑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말하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인간은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을 펑펑 쏟지만 진정 자신의 부모나 친구의 불행을 모르는 체 한다고 누군가는 말한다. 진정 다니엘이 해리포터 만큼은 선한 사람이 아니라도 잘못된 삶을 살지 않기를 바란다. 다행히 강도를 쫓아가는 그의 추격신이 영화가 아니라 현실이라서 좋았다.

배우에게 진정 힘드냐고 묻지 마세요

다니엘에게 어쩌면 해리포터의 저자 조앤 롤링이 구세주일 수도 있다. 소설과 영화에는 모든 걸 잃은 힘든 미혼모였던 그녀의 삶이 녹아 있다. 제1편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12개의 출판사로부터 계속 퇴짜를 맞다가 우여곡절 끝에 블룸스버리 출판사에서 1997년 6월 26일 출간됐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세계 79개 언어로 번역됐다. 4억5000만부 이상 팔렸고, 영화로 제작되면서 조앤 롤링과 주연 배우들에게 천문학적인 수입을 안겨준 복덩이로 탄생했다. 그래서일까. 조앤 롤링은 자신의 트위터에 “20년 전 오늘, 나 혼자 살았던 세상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열렸다”며 “그동안 멋졌다. 고맙다”고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 다른 사람에 다니엘이 포함된 건 물론이다. 그리고 수많은 어려운 아이들에게 용기와 사랑을 주었다. 어디 조앤 롤링뿐일까? 스네이프 교수로 국내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배우 알란 릭맨이 사망하자 다니엘은 이렇게 편지글을 썼다. “알란 릭맨은 내가 함께 일한 가장 위대한 배우 중 한 명이었습니다. 내가 영화계에서 만난 이들 중 가장 의리 있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 분이셨습니다. 그는 세트장에서는 물론이거니와 해리포터가 끝난 이후에도 내게 관심을 쏟아줬습니다. 그는 내가 런던과 뉴욕에서 했던 무대 공연을 전부 다 와서 보셨습니다.”

다니엘의 고인에 대한 진심이 느껴진다. 그리고 배우에 대한 사랑을 이렇게 표현한다. “사람들은 배우들이 연기했던 역할을 근거로 사람에 대한 인상을 만들어내지요. 알란이 연기했던 몇몇 엄격하거나 무시무시한 역할과는 대조적으로 그는 지극히 친절하며, 너그럽고, 자신을 낮추며 또한 재미있는 분입니다. 그걸 알게 되면 놀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의 독특한 더블 베이스 목소리를 들으면 더욱 재미있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그는 고인을 추모한다. 그리고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는다. “배우로서 그는 해리포터에서 남들보다 먼저 나를 아이가 아니라 동료로 대해준 어른이었습니다. 성장기에 그와 함께 일했던 경험은 엄청나게 중요했고 그가 내게 가르쳐준 교훈을 남은 인생과 배우로서의 커리어 내내 간직할 것입니다. 그는 위대한 배우이며, 그의 죽음은 영화계와 연극계에 크나큰 타격입니다.”

그렇게 고인을 애도한 다니엘의 목소리가 귓전에 울리며 고인이 나온 [해리포터와 혼혈왕자] 편을 틀어 본다. 화려한 배우의 삶 이면에는 때로는 고독이라는 현실과 혹독한 자기관리가 필요할지 모르겠다. 누군가의 삶을 연기한 후에 헤어날 수 없었다는 어느 연기자의 이야기를 들으면 10년을 산 사랑하는 존재에서 벗어나는 것은 진정 어려운 일이리라. 그래서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배우 다니엘 래드클리프는 팬이 어떤 것을 묻더라도 기쁜 마음으로 답해줄 것입니다. 그를 일약 스타로 키워준 바로 그 마법 같은 영화 [해리포터]에 대한 질문을 포함해서 말이지요. 그런데 그에게 절대 물어선 안 될 말이 있습니다.”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정글(Jungle)]이란 영화에서 아마존에 갇힌 요리사 역할을 한 그는 약간 불편한 오해를 할 수 있는 말을 했다. 하지만 프로로서 그의 진심이 느껴진다. “나는 배역을 위해서 얼마나 큰 노력을 했는지 세세히 털어놓는 배우들이 싫습니다. 누군가 복싱영화를 위해서 얼마나 힘든 훈련을 했는지 말하지만, 복싱선수들은 실제로 존재합니다. 복싱을 진짜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입니다.”

그렇다. 영화에서 ‘체’ 하는 연기를 할 수 있지만 인생은 실전이다. 해리포터는 마법이었지만 그가 이제 연기하는 사람들은 실제 인물이 더 많다. 마법이 풀린 순간 모든 것을 잃는 게 아니라 그는 현실로 돌아와 우리에게 이렇게 소년급제한 갑부로서 진실로 말하고 있다. “우리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전혀 없습니다. 때로는 우리가 특별하다는 생각을 조금은 하고 싶습니다. 나는 촬영을 하고 호텔에서 잤습니다. 근데 내가 연기한 요리사 요시 긴즈버그는 정말 정글에 살지 않았나요. 그래서 나는 ‘그래 정말 힘 들었어’ 그렇게 말하고 싶지만은 않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삶을 받아들여야

백세 인생에서 3분의 1 지점을 오가는 그의 말을 들으니 꼭 소년급제가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부를 얻고도 누군가는 자살을 한다. 삶에 있어 부 이외에 다른 가치를 제대로 느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게 간 사람이 많다 하더라도 소년급제해서 몰락한 친구가 많다 하더라도 해리포터의 현실적 이야기를 들었으면 하는 바람을 해본다. “제가 예전에 아무리 잘되었더라도 나는 이 이후의 모든 삶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삶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연습을 우리는 죽을 때까지 해야 할 것입니다.”

※ 필자는 국제경제 전문가로 현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심의관이다. 대한민국OECD 정책센터 조세본부장, 대외경제협력관 등을 지냈다. 저서로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등이 있다.

1465호 (2018.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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