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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우진의 1인 회사 설립·운영 길잡이(12)] ‘자영업자’에서 ‘사업가’로 변신하는 꿈 

 

백우진 글쟁이주식회사 대표
아이디어를 반드시 사업계획서로 작성해야… 생각 구체화해 자본 조달에 활용할 수 있어

▎사진:© gettyimagesbank
“형, 언제까지 강사 할거요?”

“오랫동안 하려고. 내가 인생 후반기 일로 글쓰기 강의를 택한 취지는 가늘고 ‘길게’ 가자는 것이었어. 그리고, 강사가 어때서? 내가 강사로 조금만 알려지면 그 다음엔 벌이도 괜찮아질 거야.”

“그거야 그렇게 되겠지. 그렇지만 일을 사업으로 키워갈 생각을 해야지. 형, 사업계획서 써본 적 있어요?”

이 후배는 사람을 자극할 줄 안다. 상대방이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고 나아가 입증해보이고 싶게 한다.

“몇 번 써봤지. 주간 매체 창간 사업계획서를 한 번 썼고, 2000년 전후 닷컴 붐이 한창일 때엔 온라인 비즈니스 사업계획서도 써서 투자자에게 제출한 적도 있어. 두 사업 다 투자자가 발을 빼면서 서류에 그치고 말았지만. 온라인 비즈니스 사업계획서는 내용이 괜찮았어. 포털에서 이용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지식 사이트를 구축해 운영한다는 것이었는데.”

“그래요? 그럼 지금하는 강사 일을 어떻게 사업으로 키울 수 있을지, 한 장짜리 사업계획서를 한 번 써봐요.”

“간단해. 방금 내가 들려준 얘기가 뼈대이거든.”

“말로 하는 것이랑 투자를 받는 목적으로 글로 정리한 거랑은 다르거든요. 일단 써서 나한테 보내봐요.”

이 대화는 오랜만에 만난, 사업하던 후배와 술자리에서 나눈 것이다. 글쓰기 강사로 나선 지 반 년도 되지 않은 나는 ‘사업화’라는 미래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사업화를 생각하긴 했는데, 스스로 그걸 ‘공상 단계’라고 평가했다. 그건 여력이 생긴 다음에 할 일이라며 미뤄뒀다.

사업계획서 쓰기 전에는 그 사업을 모른다

“사업계획서를 써보라”는 후배의 한마디는 내 머리를 강타했다. 글쓰기 강사로 그칠 것인가, 글쓰기 교육기업을 차려서 키울 것인가. 세상에는 뛰어난 영어 강사가 많지만, 영어를 가르치는 자신의 역량을 기업을 통해서 더 많은 사람에게 풀어내는 사업가도 있다. 감각이 탁월한 커피 바리스타가 많지만, 직영 및 가맹 커피전문점을 통해 더 많은 소비자에게 자신만의 맛과 향, 분위기를 전하는 사업가도 있다. 그 시장에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수요가 있는 서비스나 제품이 있나? 그런 서비스나 제품을 찾아냈다면 그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진척시켜도 좋다. 이는 벤처캐피털리스트 피터 틸이 [제로 투 원]에서 들려준 조언이다. 사업은 ‘아이디어→시장 조사→사업계획서 작성→자금 조달→아이디어 실행’ 순서로 진행하면 된다.

사업계획서를 꼭 써야 하나? 물론이다. 책 [내 첫 사업계획서]는 “사업계획서가 없이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청사진 없이 집을 짓는 것과 같다”고 비유한다. 이 책은 먼저 “기록할 수 없다면 모르는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이 말은 아이디어는 아이디어 상태로는 두서가 없다는 뜻이다. 이 책은 이어 “사업계획서를 작성할 때는 여태껏 입수한 정보와 두서없는 아이디어를 모두 기록해야 한다”면서 “모든 사항을 기록하다 보면 아이디어가 더욱 분명해지고 사업이 진정한 형태를 취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사업계획서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간과했던 사항을 끄집어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책의 두 저자는 사하 하셰미와 보비 하셰미 남매다. 저자들은 런던에 커피 체인점 ‘커피 리퍼블릭’을 설립했다. 창업 전에 사하는 런던에서 변호사로 활동했고 보비는 뉴욕에서 투자 은행가로 일했다. 이들이 차린 커피 리퍼블릭은 현재 영국에 매장을 100개 넘게 거느린 규모로 성장했다.

사업계획서는 명함과도 같아

내 생각도 저자들과 똑같다. 생각은 글로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 정리되고 구체적으로 된다. 그래서 나는 글쓰기 강의를 할 때 “글은 생각을 벼리는 도구”라고 말하곤 한다. 백지에 처음 적은 생각이 1.0버전이라면, 그 버전을 보고 더 생각해서 다시 정리한 내용은 2.0버전이 된다. 2.0버전을 다시 읽다보면 버릴 부분이 보이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대목이 떠오른다. 다시 정리한 3.0버전은 날 것이던 때의 아이디어와 확연히 다른 내용으로 향상되게 마련이다.

또 대외적으로 사업계획서는 명함과 같다. 자본을 조달하러 투자자들을 만나는데 사업계획서가 없다면, 이는 마치 명함 없이 비즈니스를 하는 것처럼 무모한 일이다. 실패 가능성과 관련해 덧붙인다. 사업은 자기자본으로만 하는 것보다는 남의 돈을 유치해서 하는 편이 낫다. 자기자본만으로 사업을 하면 의욕에 넘친 나머지 분석이 허술할 공산이 크다. 투자받을 수 있는 사업계획서의 비즈니스는 실패 위험도 낮다. 상상하지 않으면, 그래서 도전하지 않으면 실패할 확률이 제로다. 그러나 그 상상을 실현할 확률도 확실히 제로다. 상상하고 도전하면 실패할 확률도 있지만 비전을 이룰 확률도 있다. 성공할 확률은 당신이 하기 나름이다. 사업을 통해 당신은 인생 전반기에 당신이 쌓은 지식과 노하우와 지혜를 응집해 종합적으로 발휘할 수 있다. 내가 쓴 사업계획서 내용 또한 아이디어 단계와는 크게 달랐다. 한 장짜리 사업계획서의 분량은 1033자이다. 첨부한 내용을 포함하면 1205자이다. 내 사업계획서는 과연 사업으로 펼쳐질 것인가.

[박스기사] 사업계획서에 담을 내용과 서술 방식은 - 맨 앞에 핵심 요약문 한 장을 붙여야

‘사업계획서를 어떻게 쓰지? 참고할 다른 사업계획서가 있을까?’ 정책자금을 지원받을 경우 참고할 사업계획서 양식이 있다. 당신은 그 양식에 따라 각 항목에 내용을 채워넣으면 된다. 그러나 그런 사업계획서는 특출난 사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작다. 정책적인 배려를 밑바탕으로 하는 사업 아이디어보다는 냉정하게 계산하는 시장의 분석을 통과한 아이디어가 크게 성공할 수 있다. 당신의 아이디어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독창적인 것인가? 그렇다면 당신이 참고할 기존 사업계획서는 없을 수밖에 없다. 망설이지 말고 당신만의 사업계획서 작성에 착수하라. 꼭 백지에 메모하는 단계부터 사업계획서를 쓰는 것은 아니다. 당신은 걸으면서도, 음악을 들으면서도, 사람들과 술을 마시면서도 머리 한 켠에서 그 아이디어를 궁리하게 된다. 사업계획서의 목차 구성이 어렵게 다가올 수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것에 대해 쓰는 문서는 기본적으로 2단 구조’라는 말을 떠올리자. 사업계획서도 크게는 ‘현재’와 ‘미래’의 2단으로 나뉜다. ‘현재’에는 시장 상황과 전망, 경쟁 구도 등을 담는다. ‘미래’에는 내가 본 사업기회, 비전, 최종 목표, 최종 목표가 실현됐을 때 손익계산, 조달할 자본 규모 등 그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방안으로 나뉜다. 당신은 목차를 나누고 그에 따라 그동안 조사한 내용과 자신의 미래 구상과 실행계획을 잘 정리했다. 그러나 여기서 끝내면 안 된다. 마무리 작업이 남았다. 마무리 작업의 결과는 사업계획서의 맨 앞에 붙여야 한다. 바로 ‘핵심 요약문’이다. 핵심 요약문은 ‘개요’라고 지칭해도 좋다. 개요는 한 장으로 뽑아내는 편이 가장 좋다. 한 장에 내용을 담아 한 눈에 들어오게 하고, 추가로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첨부로 돌리자. 두괄식 서술의 강점을 적극 활용하자는 말이다.

※ 필자는 글쟁이주식회사 대표다. 동아일보·이코노미스트 등에서 기자와 편집장으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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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7호 (2019.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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