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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경의 ‘IF’ㅣ부자를 꿈꾸는 당신에게(6) 만약에 내가 한류 스타가 된다면] 비정상적인 가짜 사랑은 끝내라 

 

조원경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심의관
방탄소년단의 세상을 향한 일탈의 외침… 지구촌 젊은이들의 공감 얻으며 한류스타로 우뚝

▎지난해 5월 2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공연하고 있는 방탄소년단.
입술은 침묵을 지키며 굳게 닫혀 있다. 바이올린 선율이 흐르는 카페에 있다. 어떤 용기를 갖고 내 삶을 살아왔나? 문득 손에 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더 저널리스트]의 한 대목을 읽어 본다. ‘최고급이라도 전선을 바라보고 있는 쪽의 방은 하루 1달러면 되었다. 포탄이 날아오는 방향 반대편의 작은 방은 훨씬 비쌌다. 호텔 정문 인도에 포탄이 떨어진 후에는 원래 묵던 방의 두 배 정도 되는 스위트룸에서 채 1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묵을 수 있었다. 이번에도 죽은 것은 내가 아니다. 누군가는 죽임을 당했지만 나는 아직 살아있다. 죽은 건 내가 아니다.’

한국의 젊은 세대 중 상당수는 어린 시절부터 경쟁의 무대에서 살아간다. 그렇게 살아남으려고 하는데 어딘가 ‘나’가 실종된 느낌이다. 뒤늦게 ‘자격증이나 학위가 미래에도 쓸모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스스로 설 수 있는 힘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라 느껴지니 왜 무엇을 위하여 노력했는지 자조하게 된다. 그러면서 ‘돈’의 가치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돈을 숭배하는 천민자본주의를 욕하는 이중성도 보인다. 저마다 타고난 재능이 다른 사회에서 너무 획일적인 교육에 목숨을 거는 것은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사회의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타고난 재능은 다르지만 오늘의 나보다 더 나은 나를 위해서 우리는 얼마나 노력했나? 그 노력이 세상의 세속적 시각에서 본 것이 아니라 나를 온전히 알고 받아들이고 도약하는 노력이었나? 진정 그런 생각을 하는 것조차 사치라고 생각하며 살지 않았나? 그토록 노력한 것이 평범한 월급쟁이가 되기 위한 것이었다니! 그동안 높이뛰기도 하고 뜀틀도 넘고 했는데 이제 사회에 나와서 숨막히는 경쟁을 다시 하려니 진저리가 난다. 나는 타인의 시선으로 온전히 길러진 인간이었나? 내 시선은 어디로 갔나? 달리는 마차에서 온 힘을 다해 발뒤꿈치로 가지 않겠다고 버텨도 갈 수밖에 없는 게 세월이고 변화다. 그 변화의 속도에 맞게 우리는 제대로 삶을 살아왔나? 그런 변화의 시대에도 시대의 흐름과 자신의 역량을 온전히 깨달으면 여유를 갖고 삶을 천천히 바라보는 삶도 생각할 수 있을 텐데 답답하기만 하다.

무엇에 쫓기듯이 살아가는 강박관념이 온몸을 때리는 밤. 조용히 ‘가짜 사랑’ 이야기를 들어 본다. 신문에서 가난한 환경 속에 사는 사람들은 학교의 정상적인 커리큘럼보다는 사업수완을 익히는 것이 오히려 낫다고 했다. 일견 가치 있는 이야기로 들린다. 물론 가난한 이들에게 안정적인 학습 기회를 평생에 걸쳐 주는 것도 중요하리라. 폭력과 마약에 찌든 가난한 마을의 아이들을 음악과 스포츠로 치유하는 것은 지구공동체의 힘이다. 많은 학생이 수업시간에 잠을 자는 한국의 학교를 생각하며 노래를 들어본다. ‘널 위해서라면 난/슬퍼도 기쁜 척할 수가 있었어/아파도 강한 척할 수가 있었어/내 모든 약점들은 다 숨겨지길/이뤄지지 않는 꿈속에서 피울 수 없는 꽃을 키웠어/I’m so sick of this(이제는 지겨워)/Fake Love Fake Love Fake Love…’

방탄소년단(BTS)의 히트곡 ‘페이크 러브(FAKE LOVE)’의 가사 중 일부다. 가사를 해석하는 것은 저마다 다를 수 있다. 사랑의 주체가 나인지 너인지 아니면 나의 꿈인지 세상을 향한 외침인지. 가사가 얼마 전 일산에 산 한 소년의 꿈과 연결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2017년 11월 방탄소년단은 진정한 사랑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믿음으로 유니세프와 함께 ‘Love Myself’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리고 폭력으로부터 세계 아동과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유니세프의 ‘End Violence’ 프로그램 파트너로 활동했다. 그들의 팬들은 이 캠페인의 진정한 행동주체가 되어 그들의 열정을 보여주었다.

김남준군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저는 대한민국의 일산에서 태어났습니다. 호수와 언덕이 있고 해마다 꽃축제가 열리는 아름다운 곳입니다. 저는 그곳에서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평범한 소년이었습니다. 저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소년이 가질 법한 꿈을 꾸곤 했습니다. 내가 이 세계를 구할 수퍼히어로라고 생각하기도 했죠. 저희 초기 앨범 인트로 중에는 이런 가사가 있습니다. ‘9살 아니면 10살 때쯤 내 심장은 멈췄지’. 돌아보면 아마 그때부터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걱정하면서 타인의 눈으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더 이상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보지 않았고, 소년의 꿈도 멈추었습니다. 대신 다른 사람들이 만든 틀에 저를 구겨 넣으려고 했습니다. 제 목소리를 내지 않고, 다른 사람의 목소리만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도 제 이름을 부르지 않았고,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제 심장은 멈추었고, 눈은 닫혀버렸습니다.”

순간 내 이야기 같아 눈물이 흐른다. 창밖으로 도시의 밤이 휘황찬란하게 비치는데 창에 투영된 내 모습이 오늘따라 나를 외면하는 듯하다. 나는 과연 누구일까? 무엇을 위하여 살아왔나. 그리고 계속 편지를 읽어 내려가는데 눈물이 뚝 떨어진다.

무한경쟁의 시대, 진정한 ‘나’는 어디에


▎방탄소년단이 지난해 12월 4일(현지시간) 미국 빌보드 연말 차트 ‘톱 아티스트’ 차트에서 8위(빨간 원)에 이름을 올렸다. 2017년 세운 10위에서 두 계단 상승하며 한국 가수 최고 순위 기록을 경신했다. / 사진:빌보드 홈페이지 캡처
“이렇게 제가, 우리가 이름을 잃고 유령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제겐 음악이라는 하나의 감각이 남아 있었습니다. 제 안에 남아있던 작은 목소리가 말했습니다. ‘일어나, 그리고 네 목소리를 들어’. 하지만 음악이 저의 진정한 이름을 부르는 걸 듣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방탄소년단에 합류하기로 결정한 후에도 여전히 많은 장애물이 존재했습니다. 어떤 분들은 아마 못 믿으시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우리는 가망이 없다고 했습니다. 어떨 때는 여기서 그만두고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모든 걸 포기하지 않아서 저는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단언컨대 저는, 그리고 우리는 앞으로도 이렇게 계속 넘어지고 쓰러질 겁니다. 방탄소년단은 대형 공연장에서 공연하며 수백만장의 앨범을 파는 아티스트가 되었지만, 저는 여전히 평범한 스물네살 청년입니다. 만약 제가 이뤄낸 것이 있다면, 그건 여기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제 곁에 있어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고, 여러분이 보내주신 사랑과 지원으로 저희를 만들어주신 덕분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저는 아마 어제 실수를 했을지도 모르지만, 어제의 나도 여전히 나입니다. 오늘은 내가 만든 모든 실수와 잘못이 함께하는 나입니다. 내일은 오늘보다 아주 조금 더 현명해질지도 모릅니다. 그 또한 나입니다. 이 실수와 상처들이 바로 나 자신이고, 내 삶의 별자리에 가장 빛나는 별들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Love Yourself 앨범을 발표하고 Love Myself 캠페인을 시작한 후, 우리는 전 세계 팬들에게서 놀라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메시지로 삶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그들 자신을 사랑하게 된 이야기들 말이죠. 그 이야기들이 저희의 책임감을 계속 일깨워줍니다. 그럼 이제 한걸음 더 나아갑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러니 이제, 여러분의 이야기를 해주시길 바랍니다. 당신의 이름이 무엇입니까? 무엇이 당신을 설레게 하고 심장을 뛰게 합니까? 확신에 찬 여러분의 선언을 듣고 싶습니다. 당신이 누구든, 어디에서 왔든, 피부색이나 성정체성이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이야기를 함으로써 당신의 진짜 이름을, 목소리를 찾으십시오.”

너의 목소리를 들려줘


참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 넘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저마다 꿈을 펴기 위해서 무대에 서는 많은 아이돌을 생각해 본다. 그들은 나름대로의 끼와 재능이 있다. 하지만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뭔가 메시지가 필요할 수도 있겠다. BTS는 그런 차원에서 그들에게 모범이 될 수 있는 인물이다. ‘가짜 사랑(FAKE LOVE)’을 불러 한류의 바람을 다시 일게 한 BTS에 세계가 주목하는 것도 그들의 메시지 때문이다. 어쩌면 그들이 가짜 사랑이라는 곡에서 말하는 메시지는 우리네 삶을 돌아보며 진지한 성찰에서 온 지구촌을 향한 외침이리라.

노래를 들으면 이 세대 젊은이들을 대변하면서 꿈을 이루기 위해서 숱한 어려움을 극복한 그들의 아픔이 전해져와 몸이 부르르 떨림을 느낀다. 슬퍼도 기쁜 척하고, 아파도 강한 모습을 내비쳐야 하는 연예인의 생활은 쉽지는 않다. 노래 가사처럼 내가 꾸는 꿈이 꿈만으로도 완벽하고 힘든 노력이 없어도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세상살이가 어찌 그렇게 쉽겠나.

그래서 ‘내가 만약 한류스타를 꿈꾸는 아이돌이 된다면’이란 가정 아래 여러 생각을 해본다. 우리는 누구나 아주 어린 시절엔 남을 의식하지 않고 세상을 온전히 자기의 눈으로 바라보기 쉽다. 그런데 어느 순간 밤하늘의 별을 헤는 순수한 동심은 남을 의식하는 타자의 시각으로 옮아간다. 자신을 전정으로 사랑하지 않고 가짜 사랑으로 변해 간다. 김남준의 고백은 옛날 순수했던 나의 모습을 찾아가자는 것이다. 얼마 전 세상을 등진 아이돌을 생각하니, 자신의 약점을 숨기고 살아가야 하는 아이돌의 아픈 마음을 우리가 헤아려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나아가 아이돌이 되려는 젊은이들은 세상의 소음을 잘 견뎌야 하는 강한 심지가 있어야 할 것이다. 밖으로 비치는 아이돌의 화려한 삶 이면에는 무대가 끝났을 때 고독이 물밀 듯 밀려오고 때로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그리울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세상을 등진 아이돌이 스스로의 눈으로 세상을 살아갔다면 그런 불행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삶에 대한 메시지가 없는 상태에서 어린 시절 아무것도 모른 채 혼자 좋아서, 부모의 권유로 돈 좀 벌겠다는 생각으로 뛰어 들었다가는, 노예 계약으로 삶의 좌절감을 크게 느낄 수도 있다. 자유로울 나이에 자유가 없이 속박된 느낌으로 살아간다면 삶이 얼마나 허무할까?

인기라는 것은 한낱 물거품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들은 이루어지지 않는 자신의 허상 속에서 이룰 수 없는 꿈을 키워나가는 존재에 불과할 수 있다.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자신이 누군지도 잊은 삶을 살 때, 불현듯 혼자라는 번민이 해일처럼 크게 자신을 덮쳐와 삼켜버린다면 정말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

일산의 소년 김남준이 방탄소년단의 멤버이기 전에 인간 김남준으로 살아가고 싶은 꿈을 대변한 것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방탄소년단이 더 넓은 세상에서 유명인이 되어도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겠다는 다짐은 젊은 밀레니얼 세대가 가슴 깊이 간직할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2018년 12월 6일 웹사이트에서 2018년 활약한 인물들을 추린 격인 ‘블룸버그 50’ 기사를 게재하고, 거기에 방탄소년단을 올렸다. 방탄소년단은 한국 가수 최초이자 이번 50인 중 유일한 한국인이다.

꿈을 향해 끊임없이 달려가는 청춘


나는 내가 남준이 된 듯 혼잣말을 해본다. “네 이야기를 들으며 세상을 향해 나가는 용기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세상을 향한 너의 외침이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 누군가는 자신들이 누리지 못하는 부와 명예를 누리는 너를 너무 부러워할 거야. 하지만 네 노래 속에 누구나의 인생은 힘들지만 진정한 사랑을 하고 싶다는 속내가 담겨 있어 좋았어. 자신의 인생이 제일 힘들다고 생각될 때가 있지. 거부할 수 없는 인생의 무게를 같이 공유하고 싶어. 우리 내면 깊숙한 곳에서 느끼는 감정의 동화가 일어나. 우리 인생의 모든 시작은 깨달음에서 비롯돼야 하고 그 시작은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마음이어야 한다는 너의 이야기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어 고마워. 나도 너의 캠페인에 동참할게. 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그런 사랑, 너의 가사처럼 우리는 언제쯤 이 비정상적인 가짜 사랑을 끝낼 수 있을까?”

2018년 10월 7일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미국 뉴욕에 많은 이들이 자리를 함께 하며 환호하는 가운데 혜성처럼 7명의 청년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정국, 지민, 진, 뷔, 제이홉, 슈가 그리고 남준. 데뷔한 지 5년 밖에 안 된 한국의 보이그룹이 새 역사를 쓰고 있었다. 이들이 세계 정상에 오른 비결에 대해 저마다 많은 분석을 하는데 BTS 멤버들은 같은 곳을 가리키고 있다. 오디션으로 아이돌이 되어 저마다의 꿈을 좇는 해맑은 모습이다. 방탄소년단의 ‘방탄’은 잘 알려진 대로 총알을 막아낸다는 뜻이다. BTS는 Bulletproof boys의 약자인데, 훗날 꿈을 향해 끊임없이 달려가는 청춘을 의미하는 ‘비욘드 더 신(Beyond The Scene)’으로 확장된다.

그 속에서 오래 전 헤밍웨이의 기품 있는 용기를 발견했다면 과장일까?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묘비명은 ‘일어나지 못해서 미안하오(Pardon me for not getting up)’이다. 그는 전쟁의 상흔이 느껴지는 곳곳에서 많은 억압과 고난 속에서 일어났다. 어떤 고난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그에게서 총알을 뚫고 지켜내겠다는 방탄소년단의 투지가 연상됨은 당연한 것 아닐까?

‘우리 세대가 사회적 편견에 휩싸이거나 억압받는 것을 막아내고 우리들의 음악과 가치를 당당히 지켜내겠습니다’. 그게 바로 그들이 노래를 하는 목적이리라. 그 용기가 LA와 뉴욕을 거쳐 파리와 런던까지 세계의 문화 수도를 누비며 큰 사랑을 받은 BTS의 월드투어 성공의 비결이리라. 나이와 성별, 인종을 초월해 한국어 노랫말을 함께 불렀고 말 못할 고민을 담아낸 가사의 의미에 각국 팬들은 위로를 얻었다. “삶은 싶지 않잖아요. 부숴지기 쉬워요. 그래서 그들에게서 용기를 얻고 싶어요. 그들의 노래 가사가 인생의 모든 면을 다루고 있어 그 점이 제일 마음에 들어요. 진정성이 느껴져요. 하나뿐인 인생에서 우리가 어떤 가치를 추구할지 그들이 예쁘게 소리치잖아요. 우리는 환호할 수밖에 없어요.”

사회적 이슈를 음악으로 해결하라는 용기


▎방탄소년단 내놓은 주요 앨범.
BTS는 음악으로 젊은이들을 좌절에서 구원하고 살아갈 용기를 주는 뮤지션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기획사의 상품’이라고 평가받는 아이돌 그룹 속에서 BTS는 출발부터 남다른 행보를 보였다. 사회적 이슈를 음악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그들의 용기는 데뷔전부터 남달랐다. 데뷔 준비가 한창이던 2013년 초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당시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지만 많은 아이가 학교 폭력으로 삶을 등진다. 하나하나의 사연에 우리가 눈물을 쏟을 때 ‘학교의 눈물’이라는 TV 프로그램을 본 멤버 RM, 진, 슈가가 자작 랩을 만든다. 그들이 바라본 한국의 학교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서태지와 아이들의 교실 이데아가 나온 후에도 우리 교육은 전혀 바뀌지 않고 악화되기만 했다. 까마득한 후배들은 서태지의 이야기를 좇아 어떤 메시지를 들려주고 싶어 할까? ‘뒤에서는 나쁘다며 씹고 앞에선 착한 척했어. 봐도 못 본 척 했어 학교는 전쟁터’(데뷔 전 자작랩 ‘학교의 눈물’ 중에서).

어두운 밤.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는 아이들을 기다리는 부모들의 행렬로 가득 차 있다. 내 아이만은 남들보다 더 좋은 학교에 가서 더 멋진 삶을 살게 하겠다는 부모들은 정보가 돈이 된다면 하늘까지 쫓아가겠다는 심정이다. 우리는 진정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살고 있나. 그래서일까? 데뷔 전부터 거침없는 하이킥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낸 멤버들은 또래를 향한 일갈과 격려를 들려주는 그들에게서 위안을 느낀다. 그중 한 부분을 들어 보자. ‘왜 말 못하고 있어? 공부는 하기 싫다면서 학교 때려치우기는 겁나지? 이거 봐 등교할 준비하네 벌써. 철 좀 들어 제발 좀. 너 입만 살아가지고 인마. 유리 멘탈. 자신에게 물어봐 언제 네가 열심히 노력했냐고’(‘No More Dream’ 중에서).

어쩌면 그들은 기성세대가 만든 학교라는 문턱을 걷어차고 자기들만의 낙원을 만들고 싫어하는 이단자일지 모른다. 학교의 모습이 배움의 장으로서 이미 제 기능을 하기 어려운 상황을 꼬집으면서 자신들에게 꿈을 줄 수 있는 다른 세상을 꿈꾸고 있는 것이리라. 그런 일탈에 수긍이 갈 수밖에 없다. 하나뿐인 인생인데 자신들이 하고 싶은 걸 하며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물론 그들이라고 왜 일탈하는 데 마음 한구석에 찝찝함이 없겠나. 하지만 저마다 자격증과 학벌이 전부라고 생각할 때 누군가는 노래로, 누군가는 춤으로, 누군가는 연기로, 누군가는 글로 세상을 향한 외침을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 거침없이 쏟아낸 그들의 외침은 청소년들의 고요했던 가슴에 미처 경험하지 못했던 파열음을 냈을지 모르겠다. 그러기에는 기성세대의 바람의 벽이 너무 두터운 것 아닐까? 그래서 그들은 이런 버릇없는 고백을 스스럼없이 한다. 누군가는 대노할지 모르겠다. ‘어른들이 하는 고백 너네는 참 편한 거래. 분에 넘치게 행복한 거래 그럼 이렇게도 불행한 나는 뭔데. 공부 외엔 대화 주제가 없어. 밖엔 나 같은 애가 넘쳐 똑같은 꼭두각시 인생 도대체 누가 책임져 줘?’

그래, 맞아. 미안해. 그런 인생을 사는 게 다는 아닌데. 너무 마음이 아파. 그래도 어쩌겠니. 공부라도 잘해야지. 우리는 마음 한쪽에서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바라보고 있다. 사랑하는 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그들의 노래를 들으며 타임지 표지를 장식하며 2018년을 빛낸 그들에게 박수를 쳐본다.

그들의 메시지에 답할 때

우리는 세상을 살며 누구나 불안함을 느낀다. 우리 젊은이들은 참 아이러니컬하게도 헤르만 헤세의 작품 수레바퀴 아래서의 아이들을 닮아 간다. 학교에서만이 아니라. 학교 밖에서도 말이다. 하지만 방탄소년단과 함께, 가슴을 활짝 펴고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비상하기를 바란다. 그들의 노래처럼 돌아 갈 수 없다면 직진하면 되고 실수 따윈 모두 다 잊으면 된다. 스스로의 벽을 깨고 나온 7명의 청년이 세상에 외치고 싶은 메시지에 우리는 답을 해야 한다. 그게 현재 어려움에 봉착한 젊은 세대를 위한 다리를 놓는 길이다. 세대 간의 가교 역할에 지구촌 어느 지역이 따로 있을 수 없다. 만약에 누군가 한류스타가 되고 싶다면 BTS를 먼저 공부하라. 그리고 그들의 벽을 넘어 보라.

※ 필자는 국제경제 전문가로 현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심의관이다. 대한민국OECD 정책센터 조세본부장, 대외경제협력관 등을 지냈다. 저서로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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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7호 (2019.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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