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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가 뭐길래] R&D 흐름 읽고 기술수출 계약 따내기도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국내 기업, 지난해 두 배 수준 넘는 50개사 참가...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 등 위상 높아져

▎제37회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 참석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위),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가운데), 한미약품 권세창 사장이 각각 자사의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 사진:각사 제공
해마다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는 세계 최대 제약 투자 행사다. 올해도 485개의 바이오·제약 기업에서 1만여 명이 모였다. 컨퍼런스 기간 내내 글로벌 제약기업들이 연구·개발(R&D) 성과와 현황을 공유하는 덕에 세계 시장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여기에 업체 간 수조원이 넘는 계약이 현장에서 성사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한국 기업들도 굵직한 계약을 성사시키며 화제에 오르곤 했다. 올해에도 다양한 글로벌 딜이 나왔고 메인 행사에 초대 받은 기업도 7곳이나 된다. 한국 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성과를 알린 곳은 유한양행이다. 그동안 유한양행은 연구소장을 컨퍼런스에 보냈었다. 전문가들의 잔치라 파이프라인의 기술적인 강점을 소개하는 데 주력하기 위해서다. 올해는 처음으로 이정희 대표가 참석했다. 지난해 12월 말 업계에선 유한양행이 큰 딜을 체결할 것 같다는 입소문도 돌았었다. 그리고 행사 개막 하루 전인 1월 6일 유한양행은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와 7억8500만달러(약 8823억원) 규모의 계약을 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NASH) 치료 신약 후보물질을 함께 개발하고 기술을 이전한다는 내용이었다. 계약서에 서명한 이 대표는 “간 질환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길리어드와 협력하면서 연구·개발이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메인 행사에 국내 7개 기업 초대받아


글로벌 기업과의 대형 딜 소식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힘을 실어준다. 기술 수준이 비슷한 다른 기업들에게 좋은 자극일 뿐더러 벤처캐피털이 투자를 이어갈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JP모건 컨퍼런스의 물꼬를 튼 기업으론 한미약품이 꼽힌다. 2015년 컨퍼런스에서 한미약품은 당뇨병 신약 후보물질 ‘퀀텀 프로젝트’를 발표한다. 한미약품은 이에 주목한 사노피와 3조7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했다. 이에 자극받은 국내 제약사들은 R&D 투자를 늘리며 파이프라인 개발에 속도를 올렸다. 이들은 해마다 글로벌 제약사를 상대로 R&D 성과를 소개하고 네트워크를 쌓았다. 한미약품처럼 기술수출 계약의 실마리를 마련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서다. 중소 바이오 벤처들도 이에 합세하며 참여 한국 기업이 해마다 늘었다. 2018년 21개사가 참가했는데, 올해엔 50개 사가 초대장을 받았다. 공식 발표를 진행한 기업도 7곳에 이른다. 나머지 기업은 1:1 미팅을 잡거나 관련 사업자들이 모이는 행사에 참가하며 분주히 움직였다.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다. JP모건 컨퍼런스는 높은 경쟁력과 성장성을 보유한 제약사의 발표를 메인 트랙(Main Track)에서 진행한다. 두 회사는 메인 트랙을 배정 받았고 대표가 직접 무대에 올라 회사를 소개했다. 셀트리온은 2010년부터 이 행사에 참가해왔는데, 올해 처음으로 메인 트랙에 올랐다. 이상준 셀트리온 부사장이 셀트리온그룹 항체 바이오시밀러의 강점과 임상디자인 노하우를 설명한 다음 서정진 회장이 무대에 올랐다. 그는 글로벌 직접판매 네트워크 구축, 케미컬 의약품 사업, 중국 진출 등 셀트리온그룹의 제2 도약을 이끌 사업계획과 중장기 비전을 소개했다. 서 회장은 “지난해 유럽 허가를 신청한 램시마SC가 도약의 구심점이 될 것”이라며 “램시마SC 허가 후 유럽을 시작으로 글로벌 직판 시스템을 완성해 셀트리온그룹을 글로벌 바이오제약기업으로 성장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역시 메인 트랙에 오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김태한 사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발표 장소는 800석 규모의 그랜드볼룸을 배정 받았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큰 장소로 화이자와 로슈가 이곳에서 발표를 진행했다. 김 사장은 “설립한 지 7년 만에 세계 CMO(생산대행) 기업 중 최대 생산규모를 갖췄다”며 “공장 건설과 가동에 필요한 기간을 경쟁사 대비 40% 가까이 단축시키며 패러다임을 바꿔왔다”고 성과를 소개했다. 이어 “단일 항체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2018년 이후 연간 약 12%씩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CMO에 대한 수요도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끊임없는 혁신으로 세계에서 가장 신뢰받는 바이오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두 기업 외에 JP모건 컨퍼런스에서 한미약품·LG화학·코오롱티슈진·메디톡스·바이로메드도 공식 발표를 진행했다. 이들은 아시아 유망 기업에게 발표 기회를 주는 아시안 트랙을 배정 받았다. LG화학에선 손지웅 생명과학사업본부장이 발표자로 나섰다. LG화학은 면역항암제와 대사질환 등 전반적인 파이프라인 소개에 집중했다. 면역항암제는 체내 면역체계를 자극해 활성화된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항암제로 최근 항암치료에서 가장 주목받는 치료제다. 손 본부장은 LG화학을 “37년 간 R&D 역량을 쌓아온 기업”이라고 소개하며 “생산공정 기술, 합성의약품·바이오의약품 및 백신 등 폭넓은 분야에서의 글로벌 상업화 경험”을 주요 경쟁력으로 강조했다.

한미약품에선 권세창 사장이 무대 위에 올랐다. 그는 한미약품이 진행 중인 주요 R&D 과제인 차세대 비만 치료 신약 후보물질,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 신약 후보, 차세대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 치료 신약 후보물질 등을 소개했다. 권 사장은 “한미약품이 독자적으로 개발 중인 글로벌 신약, 그리고 여러 글로벌 파트너사들과 임상을 진행 중인 신약들이 빠르게 세계 시장에서 상용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세계 최초 골관절염 세포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 소개에 공을 들였다. 인보사는 현재 미국 진출을 위해 미국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102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미국 55개 기관에서 임상을 진행 중이다. 코오롱 관계자는 “인보사의 골관절염 효과와 미국 임상 3상 진행 상황을 집중 소개했다”고 말했다. 중견 바이오기업인 바이로메드는 당뇨병 치료제 개발 현황과 주요 신약 파이프라인을 소개했다. 미국에서 당뇨병성 신경병증을 대상으로 임상 3상이 진행 중인데, 올 하반기엔 신약 개발 성공을 알릴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메디톡스는 중국과 글로벌 진출에 대한 전략을 공개했다. 메디톡스는 중국에서 현지 기업과 조인트 벤처인 메디블룸차이나를 설립하고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곳에서 연구를 진행한 보툴리눔 톡신 메디톡신은 지난해 3월 임상 3상을 끝내고 중국 국가식품의약품감독관리총국(CFDA) 생물의약품 허가를 신청했다.

투자자와의 미팅을 목적을 컨펀런스를 찾은 기업들도 있다. JW중외제약과 제일약품 같은 중견 제약사들은 글로벌 제약 기업, 제약 투자사 관계자를 만나 파이프라인 소개에 힘을 쏟았다. 이성열 JW중외제약 부사장은 “혁신신약 후보물질의 임상 데이터와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원천기술에 대해 해외 제약사와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고 말했다. 제약 업계 관계자는 “JP모건 행사에서 글로벌 제약사나 투자자와 진행하는 미팅이 공동 개발이나 기술수출, 투자 유치 등 여러 방면의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새해 제약·바이오 산업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1468호 (2019.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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