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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코스피 2000선 부근에서 매수할 만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기업 실적 증가로 지지력 강해져… 이익 늘었는데도 급락한 은행주 관심

▎KB국민은행 노조가 총파업에 나선 1월 8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KB국민은행 지점 모습. 은행주는 실적과 무관하게 시장 약세 때문에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 / 사진:연합뉴스
외환위기 이듬해인 1998년에 러시아가 디폴트를 선언했다. 나라에 돈이 없어 빚을 갚지 못하겠다고 공표한 것이다. 그 여파로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롱텀캐피탈이 망했다. 노벨상을 받은 천재들이 모여 만든 회사로 수학적 기법을 이용하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자랑했지만 러시아 디폴트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롱텀캐피탈이 전 세계 은행들과 거래하던 파생상품 규모가 1조2500억 달러였던 걸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였다. 더 이상의 충격을 차단하기 위해 미 연준이 금리를 전격적으로 인하했다.

러시아 디폴트와 연이은 롱텀캐피탈 파산으로 우리 시장도 공포에 휩싸였다. 그럴 만도한 게 당시는 외환위기 직후여서 우리 시장이 해외 동향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300선 부근에 있던 종합주가지수가 200선 밑으로 내려갈 거란 전망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러시아 디폴트 며칠 후에 300선을 다시 회복했다. 그리고 더 이상 300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주가가 워낙 낮아 어떤 악재도 버틸 수 있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러시아 디폴트가 발생하고 두 달 후부터 주가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300에서 출발한 주가가 8개월 만에 1050으로 올랐다. 지지선의 신뢰가 높아지면 그 지점부터 주가의 반전이 시작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였다.

지지력 강하면 주가 반전 일어날 수도

지난해 10월에 종합주가지수가 잠시 2000선 밑으로 내려갔다가 곧바로 회복했다. 그리고 연말까지 두 달 간 주가가 더 이상 하락하지 않았다. 기간 중 미국 시장이 13% 넘게 떨어졌지만 우리 시장은 2000선을 지켜냈다. 연초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선진국 주가 하락으로 2000이 깨졌지만 곧바로 회복했다.

그동안 2000은 지지선은 고사하고 마디 숫자에도 걸맞지 않을 정도의 허술한 지지력 밖에 보여주지 못한 지수였다. 2007년에 처음 2000을 넘은 후 14번이나 주가가 이 선을 오르락 내리락 할 정도였다. 소소한 경우까지 따지면 그 횟수를 꼽기 힘들다. 2000은 언제든지 뚫고 올라갔다 뚫고 내려오는 선이었다는 의미가 된다. 이 지수가 얼마나 허술했는지는 1000선과 비교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1989년 이후 16년 동안 주가가 1000 위로 올라간 경우가 세 번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강한 선이었다.

그랬던 2000선이 뒤늦게 힘을 발휘하고 있다. 여러 차례 강한 하락 압력에도 주가가 좀처럼 2000 밑으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렇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처음 2000선에 근접했던 2007년에 70조원에 지나지 않던 상장사 영업이익이 지난해에 200조원을 넘을 정도로 늘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기업 이익이 작아 2000선을 유지하지 못했지만 이익이 늘어나면서 지지력도 세져서 제대로 된 방어를 하게 된 것이다.

어떤 지표를 가지고도 주가의 방향 전환을 먼저 알 수 없다. 경제뿐만 아니라 기업 실적도 주가보다 나중에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환점에 대한 예측은 주가를 가지고 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좋지 않은 데도 주가가 떨어지지 않거나 반대로 올라갈 수 있는 상황에서 올라가지 못할 경우 반전 가능성을 생각해 봐야 한다. 앞에서 얘기한 1998년 러시아 디폴트 경우처럼.

지난해 11월 이후 국내외 주식시장은 편한 상태가 아니었다. 선진국 시장이 계속 하락하고, 경기 둔화 우려가 컸으며 금리 인상이 단행되는 등 상황이 좋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도 우리 시장은 2000선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선진국 주가가 9년 넘게 오르는 동안 우리 시장의 상승률은 선진국의 절반도 되지 않은 반면 10월까지 하락은 더 커 가격 부담이 줄어든 게 원인이었다. 하반기에 경기 논쟁이 벌어지면서 경기 둔화 우려가 주가에 먼저 반영된 영향도 있었다. 우리 시장이 어느 정도의 지지력을 확보한 것이다.

2000선이 강한 지지선이 될지 아직은 불분명하다. 지난해 10월 이후 지지력을 확인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두 번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상황이 나쁘지는 않다. 경기와 기업 실적 둔화 같은 어려운 문제들을 무난히 넘어왔는데 지지력이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2000에서 방어선이 만들어질 경우 시장은 긍정적인 형태로 바뀔 것이다. 지금이 바닥이므로 밑으로 내려갈 공간은 크지 않은 반면 위로는 공간이 넓게 열려 반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1분기에 반등이 시작될 수도 있다. 환경이 좋아진 건 없지만 주가가 2600에서 25% 가까이 하락해 반등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 됐다. 바닥이 어디인지 모를 때에는 두려워서 선뜻 매수를 할 수 없다. 추가 하락이 두려워서인데 바닥을 가늠할 수 있을 때에는 상황이 다르다. 공격적인 매수를 할 수 있다. 2000이 깨지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매매전략을 짜는 게 좋을 것 같다.

지난 두 달 간 종합주가지수는 2000 위에 있었지만 종목은 그렇지 않았다. 주가가 2000 밑으로 내려갔던 지난해 10월보다 가격이 하락한 종목이 있는가 하면 상승한 종목도 있다. 실적이 좋지 않은 종목이 주로 하락했지만 실적과 무관하게 시장 약세 때문에 덩달아 하락한 종목도 있다. 이들이 주요 매수 대상이 된다. 대표적인 게 은행이다. 지난해에 실적이 좋았고 올해도 우려할 만한 변동이 없을 걸로 전망됨에도 주가가 고점에서 30% 넘게 하락했다. 부동산 대책으로 향후 이익 전망이 좋지 않고, 금리 인상도 마무리돼 마진 개선이 쉽지 않을 거란 전망 때문이었다. 그 가능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주가는 반등을 기대할 수 있을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LG전자·LG화학 등은 주가가 반등했다가 다시 저점 부근까지 하락한 종목들이다. 첫 번째 상승이 주가가 갑자기 낮아진 데 따른 기술적 반등이었다면 앞으로는 다르다. 두 번째 상승은 실적의 뒷받침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반등 가능성까지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1차 상승처럼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기는 힘들다. 단기 매매에 주력해야 한다.

조선·자동차주는 실적 개선 확인해야

시장보다 두드러지게 상승한 종목은 조선과 자동차다. 조선은 향후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지만 이 부분이 실적으로 연결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국내외 경기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조선업 같이 경기에 민감한 업종의 경기가 좋아지는 건 한계가 있다. 지나친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다. 자동차 주식 상승은 LG전자와 같은 형태로 보면 된다. 가격이 갑자기 낮아져 반등에 들어간 건데 주가가 오른 만큼 추가 상승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당분간 조정이 예상되며 최악의 경우 종합주가지수가 올라가는 동안 해당 종목의 주가는 하락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1468호 (2019.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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