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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자리 줄어드는 신용카드사] 대표 결제수단에서 애물단지로 전락 위기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정부 규제, 간편결제 성장에 수익 감소 … 희망퇴직 받으며 QR페이, 보험몰, 부동산 서비스로 반격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16일 열린 핀테크 현장간담회에서 전자지급 수단에도 월 30만원 정도의 신용공여 업무를 허용해주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현장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최종구 금융위원장. / 사진:연합뉴스
지난 1월 7일 신한·롯데·BC카드 등 신용카드 3사는 공동으로 간편결제 서비스인 ‘QR페이’를 선보였다. QR페이는 고객이 식당이나 상점 등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구동해 QR리더기에 QR코드를 대면 신용카드 없이도 결제를 할 수 있는 서비스다. 하나의 QR코드로 세 카드사 간 상호 결제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KB국민카드는 1분기 안에, 하나카드는 늦어도 상반기 안에 QR페이 연합에 동참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카드 등도 서비스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카드는 삼성페이와의 관계 때문에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개별적으로 시스템을 개발하던 카드사들이 연합군을 구성해 QR페이를 내놓은 것은 삼성페이·카카오페이 등이 주도하는 간편결제 시장에서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다. 핀테크 흐름에 동참해 외부의 적을 견제하면서 기존 고객을 지키기 위해 내부의 경쟁자끼리 힘을 모은 모양새다.

지금은 ‘~페이’ 회사에 수수료를 주지 않으면서 카드 사용자를 유지하거나 늘릴 수 있지만 이들의 영향력이 더 커지면 신용카드사의 존립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휴면 신용카드 640만장 달해


신용카드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도 소비자의 대표적인 결제수단이었다. 금융결제원이 발표한 ‘국내외 지급결제통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한국의 1인당 카드 이용건수는 147건으로 세계 1위였다. 인구 1000명당 카드 발급수도 2453.6장으로 미국(2808.8장)·일본(2516.8장) 다음으로 많았다. 그러나 스마트폰과 금융거래에 정보통신기술(ICT)이 결합한 핀테크(Fin-Tech)가 등장하면서 결제방식에 변화가 생겼다. 플라스틱 카드를 들고 다니는 대신 모바일 앱을 이용해 결제하는 간편결제 서비스가 등장한 것이다. 간편결제는 편리할 뿐만 아니라 할인혜택·캐시백 같은 서비스도 받을 수 있어 소비자에게 매력적이다.

간편결제가 인기를 끌면서 신용카드는 점점 밀려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전체 카드 승인금액은 205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7% 증가에 그쳤다. 2분기 증가율(9%)보다 둔화된 수치다. 휴면카드도 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전업 7개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의 휴면 신용카드는 총 640만2000장으로 1분기(590만7000장) 대비 약 50만장(8.4%) 넘게 증가했다.

간편결제 시장은 성장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7년 모바일 간편결제 건수는 하루 평균 12만4000건으로 전년보다 2배 넘는 수준으로 늘었다. 서비스 이용액도 2016년 기준 11조8000억원에서 2017년 39조9000억원으로 급증했다.

간편결제 시장은 더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은 카카오·네이버페이 등 각종 페이에 소액 신용카드 기능이 탑재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금융혁신기획단장은 1월 16일 열린 핀테크 현장간담회에서 “페이 업체에 소액 신용공여 기능을 부여해달라”는 건의에 “전자지급 수단에도 월 30만원 정도에서 신용공여 업무를 허용해주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신용공여는 미리 충전 후 결제하는 카카오페이 등에 충전액이 모자라도 신용기능을 활용해 결제한 후 사후에 입금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각종 페이에서도 제한적으로 신용카드업을 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금융당국까지 나서서 간편결제 시장에 힘을 실어주면서 카드사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정부가 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입맛대로 조정하면서 카드사들은 위기를 맞았다”며 “업황도 나쁜 상황에서 간편결제 시장을 넓혀주는 건 일방적인 카드사 죽이기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자영업자와 중소상공인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신용카드 우대수수료율 적용구간을 5억원 이하에서 30억원으로 확대하고 신용카드 수수료도 평균 2%대에서 1%대로 낮추기로 했다. 여신금융연구소는 수수료율 인하로 2019~2021년 사이 카드사 순이익이 1조5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와 간편결제 서비스 성장 등은 카드사에 대형 악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7년 카드사 순이익은 1조2268억원으로 2014년(2조1786억원) 대비 47% 줄었다. 3년 만에 절반 가까이로 감소한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수익이 갈수록 쪼그라드는 상황에서 카드사들의 경쟁력은 더욱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신용카드사가 내세울 수 있는 마지막 카드는 연회비 기반의 제휴 혜택 강화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미 지난 1년 간 수수료율 수술을 당해 제휴·마케팅을 확대하기에는 체력이 바닥났기 때문이다. 결국 카드사들의 수익성 악화는 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부터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신한카드에서는 희망퇴직으로 올해 초 200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났다. 현대카드는 2001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카드론 등 대출시장 확대에 힘 쏟아

겹겹악재 속에서 카드사들도 수익성 개선을 위한 탈출구를 찾고 있다. 가장 먼저 상당수 회사는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 등의 대출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정부가 은행 대출을 제한하면서 상대적으로 대출이 쉬운 카드론으로 사람들이 몰리고 있어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7개 카드사의 카드론 신규 취급액은 20조85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7% 증가했다. 특히 우리카드의 카드론 취급액은 1년 사이 28%가 늘어나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현대카드도 23.6% 늘었다.

카드사들은 사업다각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하나카드는 최근 부동산 정보 서비스 ‘부동산케어’를 출시했다. 하나카드 고객이 관심 부동산 주소를 등록하면 부동산 등기 변동이 발생했을 때 문자로 알려주는 서비스다. 본인이 거주하는 곳의 등기부등본 변동사항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소유권 이전이나 근저당권 설정 변경, 가압류 등 변경 정보를 알아볼 수 있다. 이용료는 월 900원이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적은 이용료지만 샤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신한카드는 자사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에서 이용 가능한 ‘온라인 보험몰’을 열었다.

온라인 보험상품의 보험료와 혜택, 할인행사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다. 연령대와 성별, 관심사 등을 선택하면 자신에게 맞는 추천 보험상품 리스트를 보여준다.

이규복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원은 “올해 카드사 경영환경은 카드수수료율 인하, 기존 영업에 대한 업권간 경쟁심화 등으로 성장보다는 질적인 개선을 요하는 환경이 형성될 것”이라며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 기술을 활용하고 해외시장 진출 등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1469호 (2019.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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