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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시설 전문기업 인사이트그룹 이기태 대표] 임대수익률에 현혹되면 곤란 

 

황정일 기자 jypower@joongang.co.kr
주택시장 규제로 상업시설에 투자자 몰려... 신도시 공급 많은 곳 투자 신중해야

▎사진:전민규 기자
“상업시설은 최종 사용자인 소비자가 쉽게 다가설 수 있어야 하고, 단순히 물건을 구입하거나 체험하는 수준을 넘어 추억과 행복을 함께 가져갈 수 있는 곳이어야 합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상가·쇼핑몰 등 상업용 부동산(이하 상업시설)에 대한 이기태 인사이트 그룹(INSITE GROUP) 대표이사의 정의다. 아파트 등 주거시설이 인간의 삶에 반드시 필요한 기본 요소라면, 상업시설은 인간의 삶을 보다 편리하고 윤택하게 하는 필수 요소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상업시설이야 말로 부동산의 꽃”이라고 말한다.

그가 설립한 인사이트그룹은 상업시설 컨설팅을 통해 사업시설의 마스터플랜(기본계획)을 세우거나 개발·운영에 대한 자문, 분양·임대·임차 대행을 통해 상업시설을 현실화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이 대표는 글로벌 부동산 자문회사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한국법인을 거쳐 2013년 인사이트그룹을 만들었다. 쿠시먼에서 10여 년간 상업시설에 대한 개발 계획 등을 세우면서 상업 시설에 대한 자신만의 정의를 내렸을 때였다. 인사이트그룹은 설립 직후인 2014년부터 지금까지 서울을 비롯해 부산·대구·경기도(광명시 광명역세권지구, 구리 갈매지구, 수원 광교신도시, 김포 한강신도시, 성남 판교신도시) 등지에서 대규모 복합단지 내 상업시설의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거나 분양·임대·임차대행을 수행했다. 지금은 서울시가 개발 중인 강남구 삼성동 일대 ‘영동대로 복합 환승센터’ 상업시설 내 상업·문화·콘텐트 기획을 진행하고 있다. 그를 1월 17일 서울 중구 순화동 인사이트그룹 사무실에서 만나 상업시설 투자와 최근의 소비 트렌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입지 여건은 물론 운영 계획 등도 확인해야

“(상업시설은) 사람을 모이게 하는 힘이 있기 때문에 완성도나 성격에 따라 주변이나 지역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히 큽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발 초기부터 계획을 잘 세워야 합니다. 어떻게 구성하고 어떤 브랜드를 입점 시켜 어떤 식으로 운영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해요. 일종의 콘텐트를 만들어야 하는 겁니다. 하지만 크고 작은 상업시설 상당수가 개발 초기 콘텐트를 배재한 채계획하다보니 분양이 부진하거나, 분양이 되더라도 완공 후 공실로 허덕이고 있는 겁니다.”

실제로 소형 근린상가는 물론 대형 쇼핑몰까지 경쟁력을 잃고 텅 비어 있는 상업시설이 적지 않다. 이 가운데는 지하철역과 바로 연결된다거나, 유명 사립대학이 밀집한 이른바 ‘목 좋은’ 곳에 위치한 상업시설도 적지 않다. 큰 기대감을 갖고 이런 곳에 투자해 큰 손해를 본 일반 투자자도 흔히 볼 수 있다. ‘상업시설을 어떻게 구성해 어떤 식으로 운영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비단 상업시설 개발회사(시행사)만의 것이 아니라 일반 투자자의 것이기도 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대표는 “하지만 상가나 쇼핑몰에 수억원, 수십억원을 투자하면서 단순히 임대수익률만 고민하는 투자자가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정부가 주택시장을 옥죄자 시중 유동자금이 상업 시설로 몰리는 등 투자 바람이 불면서 이런 예가 더욱 늘고 있다. 이 대표는 “상업시설에 투자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임대 수익을 얻기 위한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연간 몇 %의 수익을 낼 수 있는지가 중요하지만, 어떤 상업시설이든 상권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으면 결코 수익을 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상업시설 투자 때는 임대수익률에 현혹되지 말고 교통 등 입지 여건은 물론 상업시설의 구성이나 운영 계획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상업시설의 콘텐트는 미래 이용객에 대한 고민입니다. 이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으면 상업시설 완공 후에도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공실로 남거나, 임차인을 구하더라도 지속되지 못하는 예가 많습니다. 공실이 돼 버리면 시행사는 물론 일반 투자자는 목표로 한 임대수익을 창출할 수 없겠죠. 공실이라는 건 가치가 실현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이미 투입된 자본이 묶여 다른 곳에 투자할 수도 없게 됩니다. 따라서 상업시설 투자 때는 주변 상권 현황과 공급 계획 등 기본적인 조사는 물론 미래 이용객에 대한 고민, 즉 이용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콘텐트를 갖춘 임차인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해야 합니다.”

사업의 특성상 이 대표는 상업시설이라는 부동산 영역 외에도 식음이나 의류, 화장품 등 다양한 분야의 소비재 브랜드를 접한다. 임대·임차대행은 소비 트렌드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어떤 브랜드가 인기를 끌고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이 대표는 식음 브랜드를 강조한다. 그는 “다양성, 새로움에 대한 인간의 욕구는 계속해서 변화하는데 이러한 욕구 변화에 가장 민감한 곳이 식음(食飮)”이라고 말했다.

“요즘은 하나의 아이템이 아닌 다양한 아이템을 동일한 공간에서 소비할 수 있는 셀렉트 다이닝(Select Dining)이 인기입니다. 맛집으로 검증된 여러 종류의 레스토랑을 한곳에 모아두는 형태인데요, 셀렉트 다이닝이 인기를 끄는 건 트렌디함과 다양성, 편리성 그리고 맛집이 갖고 있는 각각의 콘텐트와 스토리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곳에 인기 있는 ‘핫’한 브랜드가 골고루 갖춰져 있어 굳이 장소를 이동하지 않아도 식사에서 후식까지 해결이 가능하죠. 셀렉트 다이닝은 쉽게 말해 다양한 콘텐트가 있는 편집숍(한 매장에서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인 셈입니다.”

셀렉트 다이닝과 더불어 특화 아이템과 공간, 스토리로 승부하는 식음 브랜드도 인기라고 한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밀크 티와 건축이라는 공간을 융합한 카페진정성, 피자와 맥주 그리고 자연조망을 한데 묶은 피맥컴퍼니 등이다. 이 대표는 “이 같은 브랜드의 인기는 거리가 있더라도 원하는 것이 있으면 어디든 찾아가는 소비 트렌드와도 맞물려 있다”고 진단했다. 단일 식음 브랜드로는 베트남 현지 느낌을 살린 인테리어와 베트남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콩카페, 저렴한 가격의 대만식 샌드위치를 판매하는 홍루이젠 등을 꼽는다. 이 대표는 “인기 브랜드는 기본적으로 각자 개성 있는 매장 환경과 저렴한 가격 등으로 소비자에게 다가서고 있다”고 말했다. 임대를 목전에 둔 상업시설 투자자나, 창업을 고려 중이라면 참고할 만하다.

신도시 상업시설 공급 과잉 논란

끝으로 요즘 공실로 문제가 되고 있는 신도시 상업시설에 대해 물었다. 정부는 신도시 등 공공택지의 자족기능을 강화한다며 상업시설을 크게 늘렸고, 이로 인해 2기 신도시 등지에서는 상업시설의 공급 과잉 논란이 일고 있다. 공급이 많으니 팔리지 않은 미분양과 완공 후에도 임차인을 구하지 못한 빈 상업시설이 넘쳐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이런 와중에도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에 상업시설에 투자하는 사람이 적지 않고, 이로 인해 다시 분양가가 뛰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신도시일수록 막연한 기대감은 버리고 상업시설의 구성이나 운영 계획 등을 더욱 꼼꼼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1469호 (2019.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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