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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박사의 힐링 상담 | 직장 내 세대 갈등 극복] ‘지피지기·역지사지·불편불의’ 명심 

 

상사와 부하 간의 존중이 중요 … 충고·탐색·해석·판단 자제해야

▎사진:© gettyimagesbank
그는 2년 전 부서장 보직을 맡으면서 사회 변화에 부응하는 훌륭한 리더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몇 가지 실천하고 있다. 인사고과는 철저히 성과로만 판단한다. 인격모독성 발언은 절대 하지 않고, 칭찬과 격려로 부하직원들을 대한다. 퇴근시간이 되면 직원들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퇴근을 독려한다.

그는 매일 울화가 솟구친다. 조잡한 업무처리에 조언과 충고를 해야 하는데, 직원과의 갈등으로 치부될까 조심스러워 아무 말 못한다. 형편없는 보고서를 던져준 채, 다음은 상사의 몫이라며 퇴근해버리는 직원들이 이해되지 않는다. 소통과 단합을 위해 회식을 제안하지만, 주 1회를 월 1회로 줄인 회식조차 직원들의 참여가 저조하다. 불참에 대해 양해를 구한 직원은 그나마 낫다. 아무 말 없이 빠지는 직원도 있다. 절대 기분 나쁜 티를 내면 안 된다. ‘회식 참여로 사람을 가린다’는 뒷담화가 익명게시판에 나돌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업무처리 미숙으로 회사에 손실이 발생했다. 책임 소재를 가려야하는데, ‘매뉴얼대로 처리했다’며 다들 오리발을 내민다. 예전 서로 ‘책임지겠다’며 입에 거품을 무는 훈훈한 풍경을 지금은 상상할 수도 없다. 상상해서도 안 되지만.

멋진 리더가 되겠다고 다짐했건만…

그는 멋진 리더가 되기 위해, 적어도 ‘꼰대’라는 말은 듣고 싶지 않아, 그가 걸어온 길과 너무도 다른 부하 직원들의 사고방식에 적응하는 고통을 참아왔다. 그런데 요즘 윗사람으로서 먼저 손을 내밀고 달래주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더 이상은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혼자 밤늦게까지 일하다 보면, 승진이 무슨 죄인가라는 생각도 든다. 속을 알 수 없는 직원들이 무서울 때가 있다. 앞에서는 ‘네네’ 하면서, 뒤에서 무섭게 상사에 대한 욕을 일삼는 직원들을 볼 때마다 치밀어 오르는 울화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

“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다.” BC 1700년 수메르 점토판에 쓰인 글이다. 세대 갈등은 시대와 장소를 안 가린다. 우리 사회는 짧은 기간에 급격한 변화를 겪은 터라 혹독하다. 이념·철학·가치관이 충돌한다. 직장 내에서도 익숙하다. 최근 설문조사에서, 상급자 40%가 부하 때문에 퇴사 충동을 느낀다. 신세대 부하의 행동이 이해가 안 된다. 하급자 80%도 상사 때문에 퇴사 충동을 느낀다. 기성세대 상사와 말이 안 통한다. 세대 갈등이 확대되면 조직 경쟁력이 상실된다. 신세대는 패기와 열정을 지닌 핵심역량이고, 기성세대는 경험과 지혜를 가진 멘토다.

세대 갈등은 차이(差異)에서 온다. 기성세대는 자신의 논리를 부하에게 강요한다. “개인주의가 심하다. 기본적인 예의가 없다. 할 말 다하고 목소리도 크다. 헝그리 정신이 부족하다. 회사 일에 참여하지 않는다.” 신세대는 상사의 강요를 고리타분하게 여긴다. “권위주의가 심하다. 강압적이다. 잔소리만 한다. 유머가 썰렁하다. 의욕이 안 생긴다.” 세대 갈등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데서 온다. 남이 나와 같기를 바라는 욕심에서 생긴다. “Difference is Beautiful.”

세대 갈등은 불통(不通)에서 온다. 나쁜 상사가 아니란 착각은 금물이다. 나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훈계나 자기 기준을 강요한다. 일을 떠넘기거나 책임지지 않는다. 야근 등 희생을 강요한다. 불가능한 목표와 성과를 강요한다. 못된 부하가 아니란 착각은 금물이다. 업무 능력이 떨어진다. 제멋대로 일을 처리한다. 일을 가르쳐도 이해를 못한다. 권력 있는 상사에게만 잘 한다. 무뚝뚝하다가 인사고과 철이 되면 순한 양이 된다. “인간은 소통(疏通) 없이는 살 수 없다.”

산업시대는 권위주의와 수직조직을 특징으로 한다. 상사가 해답을 쥐고 있다. 지배종속적인 관계로 명령형 소통을 한다. 지식정보시대는 민주주의와 수평조직을 특징으로 한다. 부하가 해답을 쥐고 있다. 협력적인 관계로 질문형 소통을 한다. 과거의 리더는 해답을 제시하고, 듣도록 하고, 상대를 통제한다. 현대의 리더는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경청을 하고, 책임을 진다. 수평조직의 기초는 상사와 부하 간의 존중이다. 나 중심이 아니고 너 중심이다. 오늘날 기업은 자발적이고 창조적인 소통형 인재를 원한다.

장자에 이런 말이 있다. “길을 가다 타인의 발을 밟으면 사과해야 한다. 형의 발을 밟으면 손으로 가볍게 쓰다듬는다. 부모의 발을 밟으면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아도 된다.” 타인의 경우, 의도가 없다는 것을 말(Talking)로 표현해야 공격받지 않는다. 형제의 경우, 해명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실수에 대해 행위(Doing)로 성의를 표하면 된다. 부모의 경우, 말과 행동이 계면쩍다는 것을 알리는 무위(Non-Doing)의 지경이다. 타인은 인간관계로서 소통이라 하고, 형제는 가족관계로서 공동체라 하고, 부모는 분신관계로서 합일이라 한다. 진정한 소통이란 무엇인가? Talking과 Doing을 넘어서 Non-Doing에 이르는 소통이다.

자, 직장 내 세대갈등 극복을 위한 탁월한 처방은 무엇일까? 첫째, 지피지기(知彼知己), 남 사정을 알고, 내 사정을 알자. 누구나 사정이 있다. 사정을 알게 되면 이해할 수 있다. 이해하면 소통할 수 있다. 소통은 정신적으로 통하는 것이다. 머리와 머리가 일치하는 것이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는 법이다. 내 생각이 잘못될 수 있기 때문에, ‘꼭 그렇지 않을 수 있다’를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각자 살아온 사연이 다르고, 살아갈 사정도 다르다. 남의 생각이 맞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를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그럴 수도 있다’ 받아들여야

둘째, 역지사지(易地思之), 처지를 바꾸어서 생각하자. 누구나 처지가 다르다. 처지를 바꿔보면 공감할 수 있다. 공감하면 소통할 수 있다. 소통은 정서적으로 통하는 것이다. 가슴과 가슴이 일치하는 것이다. 느낌을 나누고 함께 경험하는 것이다. 공감이란 순간순간 남의 마음이 될 수 있는 능력이다. 질문과 경청이 중요하다. 나 중심이 아닌 너 중심이 되어야 한다. 상대 입장이 되는 것이다. 최고의 질문은 무엇일까? 질문하지 않는 듯이 질문하는 것이다. 최고의 경청은 무엇일까? 상대가 말하지 않는 것까지 듣는 것이다.

셋째, 불편불의(不偏不倚), 치우치지도 않고, 기울지도 말자. 수시로 상황이 변한다. 중용(中庸)이란 그때그때 상황에 맞추는 것(時中)이다. 중용하면 소통할 수 있다. 소통은 몸으로 통하는 것이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것이다. 말이 적으면 언행일치하기 쉽다. 충고·탐색·해석·판단을 자제하자. 말로 할 수 없음을 보는 것을 도(道)라 한다. 말해서는 아니 됨을 아는 것을 덕(德)이라 한다. 말할 필요가 없음을 느끼는 것을 현(賢)이라 한다. 말하고 싶지 않음을 지니는 것을 인(仁)이라 한다. “말은 더디게 하고, 행동은 민첩하게 하라(訥言敏行).”

※ 필자는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임상집단정신치료] [후박사의 마음건강 강연시리즈 1~5권][후박사의 힐링시대 프로젝트] 등 10여권의 책을 저술했다.

1470호 (2019.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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